과학, 그게 최선입니까? - 윤리가 과학에게 묻는 질문들,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이음스코프
강호정 지음 / 이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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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49 : 과학, 그게 최선입니까, 강호정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인간의 범죄성은 선천적으로 유전되며, 그 특성은 인간의 두개골 등 머리 형태에 나타난다...

위 주장은 이탈리아의 의사이자 범죄학자인 "체사레 롬브로조(Cesare Lombroso, 1835 ~ 1909)" 의 저서에 나온 인용구이다. 잠시만 읽어봐도 이 정신나간 주장을 그 당시에는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국가 정책으로까지 영향을 미쳤다면 과연 당신은 믿을 수 있겠는가? 놀랍지만 이는 사실이다. 이 말도 안되는 주장이 보편화되며, 소위 문명국으로 일컬어지는 서구권에서는 "골상학"이라는 유사과학 분야가 주창되어 한동안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이는 2차 대전의 나치 독일에게로 넘어가며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의 비극인 홀로코스트를 낳게된다. 전후의 과정에서 당연히 이런 우생학적 편견들은 완전히 금지되고, 사라졌지만 지금도 가끔 이런 어이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간간히 보며 외신란에 이름을 올리곤 한다.

자, 여기서 그 당시의 진행과정을 조금만 살펴보자. 당시 우생학을 주창하던 학자들은 한치의 의심도 없이 이것이 자연진리라고 믿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주장의 한복판에는 "진화론"의 창시자인 다윈의 사촌, 달턴과 심지어 다윈의 자식도 포함된 흑역사마져 존재할 정도이다. 진화는 우연의 산물이며, 환경에 대응한 선택이 진화의 근본이라는 생각을 거꾸로 뒤집어, "올바르다고" 생각한 방향으로 종의 진화를 선택적으로 행해야 하는 것이 우열의 법칙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라 믿은 학자들은 온갖 과학적 사실들이라 믿는 증거들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앞서 언급한 골상학이라든지, 인종적 차이에 대한 뇌의 용량이나 성향을 제시하여 특정 계급이나 인종의 지배를 정당화하며, 급기야 당시 파시즘과 같은 정치 세력의 도구로 이용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과연 그 당시 학자들은 이 사기적인 주장이 과연 과학적 "객관성"을 가지고 있지 못함을 의심하지 못했나...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바로 우리가 믿는 "과학"의 권위에 대한 모순이 드러난다. 결국 과학도 인간이 관찰하고, 규칙성을 파악하며, 이에 대한 가설과 이론을 정립한 후 이를 증명하는 과정일뿐이다. 따라서 이 과정내에서 행하는 주체인 인간의 모순이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여과없이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은 현직 생태학자이며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일선현장의 경험이나 사례를 토대로 "과학윤리"에 대해 설파하는 책이다. 저자는 "네이쳐"지를 비롯, 유수의 저널에 논문을 싣는 등 학자로서도 뛰어난 역량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신문 칼럼이나 강연을 통해 대중들과의 소통에도 관심을 두는 학자이다. (때문에 과학 분야의 통섭적인 면을 다루는 저서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배경때문인지, 다소 무거울 수도 있고, 따분한 과학윤리의 면을 명쾌하고 쉽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철학적 측면에서 부담스럽게 접근하지도 않고, 대중들이 흔히 알거나 또는 잘못 알려진 사례들을 위주로 소개하여 매우 대중친화적인 저서이다. 그러면서도 연구윤리, 과학 지식으로 파생된 결과의 판단, 동물권 보호, 환경윤리, 그리고 로봇 윤리와 같은 민감하고도 세간의 관심이 몰린 분야에 대해 꼼꼼히 지적을 하여, 과학윤리 분야를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독자들도 이 한권의 책으로 어렴풋이나마 이 주제의 최전선에 서있는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충실하게 입문서 역활을 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이 책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문장 구조로 독자친화적인 부분이 돋보인다. 저자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다소 대중들에게 "따분하다"는 인식을 주기 쉬운 관계로, 많은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는 독자들이 이해가 빠른 측면을 위주로 호흡을 하며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가독성이 좋다. 과학분야의 책이라면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독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영민한 선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주장하는 바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나, 이론 배경보다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선례 또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사례 위주로 구성하여 독자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면도 동시에 관찰된다. 따라서 이 분야의 초보 독자들에게는 입문서로 매우 훌륭한 구성이라 평하고 싶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정한 주제들이 하나같이 대중들에게 민감한 주제들을 과감히 선택했다는 것이다. 일선 현장에서 연구하는 학도들은 한두번쯤 휘둘리기 쉬운 연구윤리의 문제 (실험결과조작)만 하더라도 꽤 많은 사례가 있고, 환경, 동물윤리의 문제, 그리고 AI와 로봇의 윤리문제들은 최근 들어서 이 분야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문제들이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의 사례) 과거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새롭게 정의를 내려야하고 관련 법규들을 정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각계 각층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문제들을 피해가지 않고 과감하게 소개하며, 향후 우리에게 다가올 결과들에 대해 사회구성원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바람직한 결과로 결말짓도록 대중들에게 관련 정보들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가지고 있는 그 특유의 "통섭성"에 대해 난 개인적으로 지지를 보낸다. 마치 과학이 다른 학문보다 객관적이고 우수하다는 맹신적인 믿음과 더불어 과학 자체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비윤리적 행위들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과학 또한 학문의 한 분야일뿐이며 그 우위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과에 대한 아무 가치판단 없이 기술적인 면에 맹목적으로 추종한다면, 그로 인해 벌어진 파국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은 지경이다. 결국 과학도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자연을 이해하고 보다 더 잘 활용하기 위해 그 탐구의 대상을 정한 한 학문일뿐, 이것이 신의 섭리 마냥 모든 의문과 판단을 보류한다면 언제든 우리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아무런 제약도 할 수 없게되는 것이다. (나치나 일본군의 인간 생체 실험처럼 말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반드시 윤리적인 면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자신의 학문만이 최고라는 우물안 개구리 식의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들이 아는 지식은 그들만의 리그에서나 진리일 뿐, 인간 전체의 시스템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다른 학문들과의 교류와 보다 더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통섭적으로 다뤄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4. 아쉬운 부분...

개인적으로 저자의 집필의도와 철학을 깊이 공감하는 입장에서, 이 책에 대한 아쉬운 부분은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은 분명히 입문서로서 기능하기 좋은 구성과 내용을 가지고 있고, 그 역활에 충실히 나왔다. 따라서 개인적인 바램으로 보다 더 심도있는 논의와 철학적 배경을 논하는 후속작을 기대하고 있다. 분명 과학에 관련된 철학적 고찰은 계몽주의 시대 이후로 상당히 방대한 담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중의 일반적인 인식은 그 시대의 논점에 머물러 있는게 현실이다. 그 이후로 과학 자체의 발전과 철학의 담론도 함께 발전해온 역사가 존재하며, 지금의 철학적 토론은 대중들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따라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한 대중적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처럼 대중친화적인 장점을 지닌 저자가 그 역활을 수행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5. 나오며...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이 문구는 미국의 전 대통령 클린턴이 대선 캠페인에서 들고나와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문장이다. 이 문장 하나로 대중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당시 걸프전 승리로 높은 지지율을 낙관한 조지 부시를 단번에 제압하며 대통령에 당선된 문장이다. 나는 이 문장에서와 같은 논리로 대중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바보야, 문제는 인간이야!

과학은 당신들이 생각만큼이나 정확하지도 않고 언제든 반례가 존재할 수 있는 헛점 투성이 학문이다. 왜냐하면 과학 자체의 방법론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수행하는 인간의 인식이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입견이나 의도를 배재하고 문자 그대로의 객관성을 유지한채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눈부신 과학적 업적들은 그 인식론을 단계적으로 확장한 결과이며, 하나의 완성되어 결말이 난 체제가 아니란 말이다. 지금도 우주에는 풀리지 않는 많은 수수께끼들이 존재하며, 이는 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이해하는 것보다 아직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이 존재할 정도이다. 그런데도 일반 대중들은 "과학"이란 단어에 절대적 권위를 스스럼없이 부여한다. 이는 계몽주의 시대의 과학과 철학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그 당시의 혁신적인 과학적 발견으로 "인식론"을 비롯, 세계관의 혼란이 온 세대에서 철학은 그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많은 담론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 대중들이 알고 있는 대부분의 과학에 대한 상식들은 이 때의 담론들로 이뤄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모두가 틀린것으로 말하지는 않겠지만, 상당수의 담론들이 이후 철학적 성찰의 발전과 과학 자체의 성장으로 많이 바뀌었음에도 그 지점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 작과 같은 저서들이 이러한 대중들의 잘못된 인식과 선입견에 대해 지적하고, 좀더 확장된 세계관을 심어줄 필요가 반드시 존재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 저서는 반가운 책이며, 향후에도 더 좋은 시도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과학그게최선입니까 #강호전 #이음 #과학 #과학윤리 #북스타그램 

@eum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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