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처럼 - 진화생물학으로 밝혀내는 늙지 않음의 과학
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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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47 : 동물들처럼, 스티븐 어스태드 저, 2022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도서협찬

1. 들어가며...



일찍이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그야말로 강력한 전제 군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 중에는 중앙 집권적인 정치체계와 법체계를 정비하고, 도량형을 통일하는 등 제국에 걸맞는 통치를 펴서, 지금까지 존재하는 중국 대륙의 정치 지형에 큰 초석을 제공한 공도 있고, "분서갱유"나 "만리장성"과 같은 무리한 공사로 인한 큰 과오도 있다. 하지만 말년에 와서 그의 일화 중 대부분은 "불로장생"에 관한 것들이 많이 전해진다. 온갖 역경을 딛고 수많은 적들을 해치우며 권력의 최정점에 등극하기 시작하여, 자신의 치세를 만방에 과시하며 안락한 삶을 구가히지만, 결국 인간의 수명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신의 후계구도가 생각만큼 완벽하지 않았고, 자신이 저지른 폭정으로 인한 불안감이 엄습한 나머지 생의 연장에 집착하게 되는 망상을 낳았고, 멀리 우리나라에 까지 불로초를 구하러 사람을 파견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는 비단 동양의 일만이 아니다. 서양에서도 많은 권력자들이 불로불사에 관심을 가진 나머지 "드라큘라"와 같은 신화나 전승으로 그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의 일생은 삶에 대한 투쟁의 연속이다. 이 과정의 정점에 서게되면 그 지리멸멸한 노고를 보상받으려는 듯, 많은 이들이 영생을 꿈꾸게 된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자연의 사례들을 모방하며, 온갖 노력을 하지만 결국 인간은 유한함에 아쉬워하며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기술 문명의 발달로 인해 실질적으로 수명이 연장되는 것을 목도하게 되면서, 소위 "게임의 법칙"이 바뀌는 극적인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이제 더이상 관념적으로, 종교적으로 불로불사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진보로 현실화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 급기야 20세기에 들어서 "DNA혁명"으로 생명의 본질에 접근하게 됨에 따라, 그 양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 저자의 의도...


저자는 앨라배마 대학의 생물학 교수로써 생태학 분야에 연구를 매진하던 현직 학자이다. 그런데 책에서도 밝히듯이 주머니 쥐의 생태 관찰 중 한 세대의 수명이 종에 따라 매우 격차가 큰 것을 인지하고 난 이후에, 각 종들의 노화와 생명 연장에 대해 진화생물학자로서 수십년간을 매진하게 된 경력이 있다. 앞서 밝혔듯이, 현재 이 분야의 최일선은 분자생물학이나 생화학자들이 DNA 기전을 기반으로 주도하고 있는데 반하여 저자는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가진 학자이다. 따라서 일련의 학자들이 노화를 세포단계에서 접근하는 반면, 저자는 진화의 과정 중에서 벌어지는 생태학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 책 또한 그런 저자의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저술되었으며, 현존하는 생태계에서 수많은 사례들을 분석하여 "노화"의 근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조절하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아직은 명확한 결론이 난 분야는 아니지만, 현재까지의 자신의 연구에서 밝혀낸 것들을 독자들에게 조심스레 전달한다. 또한 모두의 희망대로 "생명 연장"만이 현재의 가장 최우선 과제가 아니라는 점도 같이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진 "웰 다잉(Well-dying)"이란 용어의 등장처럼, 단순히 수명만 길어지는 것이 아닌, 삶의 전반적인 질 또한 중요시하는 관점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노화"에 대해서도 공포와 회피보다는 생의 자연스러운 부분 중 하나로 받아들이며,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절할지를 고민하는 면도 서술하고 있다. 

3. 인상적인 부분...



먼저 저자의 전공 분야에 한정하여 정말 다양하고 경이로운 자연의 "장수" 사례가 나온다. 우리가 장수의 상징이라 여기는 거북부터 시작하여, 육상의 코끼리나 상어, 심지어 조류나 곤충까지 정말 다양한 생물들의 끊임없는 생과의 사투를 보여준다. 자연에서의 장수 사례의 공통적은 먼저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천적의 존재가 드물어야 한다. 특정 종을 먹이로 삼는 천적들의 개체 수가 많을수록, 확률적으로 장수할 기회는 당연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둘째로, 종 특유의 타고난 생존성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심해에 사는 "관벌레"의 경우 확인된 수명만 수백년에 가까운 개체들이 발견되어 놀라움을 주고 있다. (심지어 미국 남북 전쟁때부터 살아온 개체들도 존재한다.) 아직도 무엇이 이들의 이런 질긴 수명을 결정하는지는 좀더 밝혀내야 하겠지만, 특정 종의 수명은 태생부터 기인하여 내려온 것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적인 요인이 있다. 고립된 환경이나, 신진대사의 주기를 제한하는 특정 환경에서는 극단적으로 수명이 긴 종들이 종종 발견된다. (그린란드 상어같은 경우) 이들은 진화학적으로 고립된 삶을 영위하도록 발달해왔으며, 그 수혜로 긴 수명 또한 가능하리라고 짐작이 된다.

또한 가장 최상위 종에 속하는 "인류"의 장수와 노화에 대해 흥미로운 지점을 제시한다. 인류는 타 종과 비교하여 비교가 되지 않는 두뇌활동을 하는 종이며, 그 대사과정 또한 아직도 베일에 가린 것이 있을만큼 고도로 복잡한 개체이다. 심지어 자신의 환경을 변형해서라도 개체의 생존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거의 유일한 종이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매우 긴 수명을 자랑하며 현재진행형으로 연장되고 있다. (150살 정도를 아직 한계라 본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 결과로는 분자생물학적으로 원래 기대 수명보다 훨씬 길어진 측면도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아직도 논란이 많다. 따라서 무엇이 이런 장수를 결정하는지에 대해 예측해보고, 또한 "노화"의 과정도 분석하여 향후 인류의 삶에 대해 예측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선진국가에서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인 "장수의 저주"와 연결하여 노화의 측면을 분석한다. 모든 이의 기대와 달리 사회학적으로 장수는 필연적으로 "비용"의 증가를 낳는다. 건강을 유지해야 하는 비용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권을 위해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또한 증가하기 때문이다. (연금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는 현재 최장수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웃 일본에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문제이다. 젋은 세대와 초고령 세대와의 갈등이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으나, 기저 심리안에서 존재하며 특정 선거나 여론조사에서 확인이 되는 바이다. 따라서 생물학적으로 노화의 과정을 분석하고, 우리 인간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될지를 간략히나마 소개하고 있다.  

4. 아쉬운 부분...

이 책은 현직 학자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수십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자랑하는 저서이다. 자세한 수치를 일일이 나열하지는 않지만, 정말 다양한 종들의 사례가 제시되며, 흥미를 돋우기도 한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저자가 제시하는 정보를 소화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겐 너무나 방대한 단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도 이 분야의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이다. 무엇이 가장 장수의 핵심이며, 그것이 어떻게 도모되는가는 현재의 기술로도 모호하다. 게다가 저자는 분자생물학의 관점이 아닌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루므로, 구체적인 면이 없이 그 사례를 나열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흥미를 가지기 힘든 독자들에게는 이야기가 겉돌 수 있는 위험도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련한 학자로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은 존재하며, 너무 지루하지는 않은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책의 분량은 흥미위주의 독서를 주로 즐기는 독자들에게는 적절치 않은 정도의 방대함이 분명 존재한다. 따라서 소개서나 생각을 논하는 정도의 서적이었다면 강조하고 싶은 부분 이외에 내용을 제외해도 이야기의 전개는 무리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흠은 다소 아쉽다.

5. 나오며...



자연은 모두에게 공평하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강력한 힘을 가진 사자에게는 그 힘을 지속시킬 시간과 대사량이 따라오지 못하니, 주기적으로 사냥을 해야만 하는 운명이 주어지고, 차가운 바다에 사는 그린란드 상어는 거의 먹이를 찾기 힘들고, 주변 환경마져 극저온의 극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으로 느린 대사속도와 삶을 택함으로써 300년이 넘는 수명을 자랑하니 말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 특유의 지식으로 자연의 한계를 탐구하고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훗날 이 시도가 기적이 될지, 저주가 될지는 후대의 판단에 맡기겠으나, 우리의 욕망 속에 이미 시작된 일이다. 따라서 새로운 "노화"를 맞이하는 태도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달라질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늘도 매진하는 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고, 저자 또한 그 중의 한 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 자연을 객관적으로 탐구하는 한 명의 학자로서 담담하게 우리에게 그 현실을 이야기할 뿐이다. 판단은 오로지 독자의 몫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가장 큰 욕망에 대한 흥미로운 지점을 소개한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일이다. 향후 저자의 연구 결과가 기대되며 우리의 삶 또한 어느 방향으로 달라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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