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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제도 - 다수 지배와 소수 보호의 균형을 위한 정치제도 설계 ㅣ 정치연구총서 1
문우진 지음 / 버니온더문 / 2023년 8월
평점 :
FATMAN의 북 리뷰 시리즈 01-63 : 대의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제도, 문우진 저, 2023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서협찬
* 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이 글은 서평단으로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1. 들어가며...
모피어스 : "세상이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나?...(중략),,, 네(네오)가 회사에 출근을 하러 나가던, 쓰레기를 비우러 나가던, 심지어 세금을 내러가든 말이야. 어디를 가더라도 너를 짓누르는 그 느낌....너를 미치게 만들고는 하지...(중략)...나에게 매트릭스(Matrix)가 무언지 물었나? 답은 하나야.
통제(Control)이지.
위 대사는 1999년에 나온 영화 매트릭스(Matrix)에서 주인공 네오와 선지자 격인 모피어스와의 첫만남에서 가져왔다. 극중에서 네오는 현실에서의 불안감과 기시감에 억눌려 자꾸 겉돌게 되고 그 답을 찾으러 모피어스와의 첫만남에서 매트릭스가 무어냐고 물었을때, 모피어스는 위의 대사를 날린다. 잠깐 영화의 설정을 언급하자면 기계에게 종속되어 살아가는 인간들이 동력원으로써 부품 취급을 당할 때 - 인간은 그 상황을 알지 못한다. - , 보다 효과적인 통제를 위해 인간들의 정신세계를 연결하여 가상 세계를 제공하고 그것을 매트릭스라고 부른다.
자, 이제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 생각해보자. 저 대사가 문득 기시감(Deja-vu)이 느껴지지 않는가? 왜 당신은 아침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오전 9시까지 출근해야 하고, 아무데나 버려도 될 거 같은 쓰레기를 정해진 장소에 정해진 방식대로 버리고 있으며, 심지어 당신의 노동의 댓가 중 일부를 기꺼이 국가에 납부하고 있는가 말이다. 이 모든 일상의 행위 양식 안에는 정치가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당신이 느끼던, 느끼지 못하던 우리가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면서 정해진 룰이라 모두 받아들이고 있고 이를 어길 시 발생하는 불이익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때론 폭력적으로 우리를 굴복시키며 답답하게 조차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묵묵히 - 때론 격하게 반응하기도 하지만 - 이를 사회구성원으로써 감내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세상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것들이 있는 법. 어떤 이들은 이를 바꾸기 위해 소리쳐 외치며, 여론을 규합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이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기생하기도 한다. 이처럼 생활의 룰을 정하는 것을 나는 "정치"라고 말하고 싶다.
2. 저자의 의도...
이 책은 현재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 작동원리와 구성 요소들에 대한 일종의 해설서 역활을 하고 있다. 작가는 정치학 교수로써 이미 일련의 정치 시스템에 대한 여러 저서들을 내놓은 바 있고, 또다시 우리 앞에 한 권의 해설서를 내놓았다. 나는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의문 말이다. 지금이 아니어도 작가는 업으로써 한국의 정치 시스템을 꾸준히 연구하는 학자이고, 머리말에서도 밝혔듯이 강의로도 그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데 말이다. 잠시 현 시점을 떠올려보면 곧 다가올 22대 총선(2024.04.10.)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게다가 지금은 극으로 치닫고 있는 국내 정치의 분열 상황과 전쟁으로 얼룩진 국제 정치의 상황이 겹쳐 다시금 선거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현 집권 세력의 지난 행태를 보면 '혐오의 정서'에 기반한 매우 분열된 정치를 구사하고 있다고 평들을 하고 있다. 따라서 다가올 총선은 혼돈의 양상이 예측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몇 년간의 중요한 기로에 있다고 보인다. 저자의 문제 의식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닐까 추측이 된다. 우리의 일상의 "한 표"가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어떤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고찰 또한 대중들에게 알림으로써 신중히 투표할 것을 독려하고자 함이 느껴진다.
3. 인상적인 부분...
세상 모든 것에는 발생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정치 또한 예외없이 그 법칙을 따른다. 최초 사회를 구성하고, 나아가 "국가"라는 큰 단위를 형성하기 까지 무수히 많은 사건과 합의들이 등장하고 사라지고는 했다. 그 모든 디테일을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다만 현재의 정치 시스템 - 여기서는 적어도 헌법에서 '민주주의'를 표방한 나라에 한정한다. - 에 있어, 중요한 근간을 이루는 이론들을 간략히 소개하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세부적 절차가 어떻게 펼쳐지는가를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는 현재 시점에서 대중들에게 매우 필요해 보인다. 비록 교육시스템에서 기본적으로 배우고, 언론에서도 다루지만 아주 근간을 이루는 것들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이는 어떤 이유에 의하든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선거에 대해 귀찮은 '의무' 쯤으로 여기지, 이를 주권자에게 주어진 매우 중요한 '권리'임을 상기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굴 뽑아야만 해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향후 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면 지금처럼 '미인대회'의 선발처럼 선거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정책과 나의 삶의 목표와의 교집합을 고려하고, 미래를 위해 설계를 누구에게 맡기는 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작지만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좋은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인상적인 부분은 정치 시스템에 따라 현실 세계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을 비교적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선건구의 획정이라던지, 비례대표제의 룰에 따라 실제 투표결과의 차이를 비교하는 대목은 눈여겨 볼만하다. 현실 정치에서 우리들의 대표가 과연 진짜로 우리를 '대변'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논의하지 않으면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또한 각 선거구의 획정에 따라 어느 정당이 유리한지도 언론에서는 잘 말해주지 않는다. - 이는 언론의 책임을 망각한 행위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 따라서 유권자로서의 알권리는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며, 단순히 그 당시의 감정이나 제한된 상태에서만 투표를 해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쉽상이다. 따라서 저자와 같이 누군가는 이를 냉정하게 비교 분석하여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것이 반드시 필요하며, 때에 따라서는 제시한 가이드 라인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면 더 좋겠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그나마 쉽게 느끼는 '행정부'의 권력관계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는 대목은 좋은 지점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민주국가에서는 헌법상에 '3권분립'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유권자를 대표하는 입법부와 집행권한의 상당수를 위임받는 행정부와의 관계, 그리고 모든 것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사법부와의 관계는 민주주의 사회를 대표하는데 필수적인 사항으로 알고있다. 그러나 현대 국가의 탄생이 상당히 흐른 지금 시점에서 보면 각 부의 관계를 그 나라 현실이나 상황에 따라 왜곡되기도 하고, 특징적인 요소를 포함하게 되어 처음의 취지와 어긋나는 경우가 상당수 존재한다. 따라서 향후의 지속적인 민주정치를 위해서 지금 시점에서 다시 이 제도의 모순이나 그 해결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의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서도 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그 모든 요소들간의 상관관계를 간략히나마 정리하는 본 저서의 챕터들은 상당히 유용하다고 보인다.
4. 아쉬운 부분...
본 저서는 기획의도가 다가올 총선을 대비한 유권자들의 의식을 고양하기 위함이라는 데에는 저자도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자 출신의 작가이고 어느정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는 의도에서인지 현 시스템의 문제점이나 비판 요소는 극히 적게 거론된다. - 또는 존재한다 하더라도 미미한 정도라 보인다. - 사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제도는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하고 있다. 굳이 지난번 총선을 들지 않더라도, 거대 두 정단의 양당체제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선거 제도의 맹점과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는 인구수 - 특히 도농지역간 격차 - 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구 획정으로 인한 과대표 문제, 그리고 대안 정당의 가능성이나 사표 심리에 의한 왜곡된 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정할 것인가는 첨예한 문제들 중 몇몇일 것이다. 심지어 지난번 대선에는 '위성정당'의 편법마져 동원된 현실에서 개헌의 대두성까지 거론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현실적 딜레마들과 해결책의 모색에 대해 좀더 분명한 입장 표명과 의견 제시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존재한다.
또한 '대의 민주주의'의 또 다른 키를 쥐고 있는 '언론. 즉 여론 형성 집단에 대해 지적한 부분도 잘 보이지 않았다. 최근의 SNS를 동원한 여론전의 성격이라던가, 현재 미디어에서 다루고 있는 정치 현안에 대해 개인적으로 큰 우려가 존재함을 지적하고 싶다. 심지어 여론 조사 마져도 특정 정당이나 이익 집단을 위해 신뢰도가 의심되는 부분도 상당수 존재함이 확인되고 있고, 급기야 지난 총선에서도 여론 조사와 다른 선거 결과마져도 드러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보수 언론들의 편향적 보도나 공영 방송의 편향성 시비, 그리고 종편의 극단적 성향은 각종 시민단체에서 끊임없이 위험성을 경고하지만 대안 마련이나 제도적 장치의 변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이는 학자로서의 정치적 중립성을 떠나 심각한 문제로 지적해야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첨언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대의 민주주의의 새로운 진화가 감지되는 부분도 언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럽의 몇몇 국가들은 전자 투표 내지는 디지털 설문 조사의 가능성을 논의하고, 그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실험해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불거졌던 각종 SNS의 공정성 시비와 여론 조작 가능성, 그리고 날로 진화하고 있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여론 수렴의 가능성이나 방법론은 현재 매우 첨예한 관심사를 보이며 논의되고 있는 분야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의'라는 단어에 새로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보다 면밀한 언급이나 대안으로써의 논의가 없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저자의 기존 저서들을 볼 때, 추후 이 부분만을 따로 학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다행으로 생각이 들기는 한다.
5. 나오며...
굳이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 현실을 거론하지 않아도, 현재의 민주주의는 큰 위기에 봉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단지 경제적인 이유를 그 근본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존재한다.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러 국가의 역할이 바뀌고, 지금은 또 다시 그 역할의 경계와 재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인다. 각국의 정치 지형에서 이미 극우적이고 편협한 정당들의 득세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추는 듯 전쟁내지는 분쟁의 기운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인류 역사 이래로 분쟁의 역사는 단 한번도 멈춘적이 없다고는 하지만, 전 지구적 분쟁은 아마도 2차대전을 기점으로 종전이후 80년 가까이 외형적 분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자본주의(내지는 민주주의)의 한계를 말하는 학자들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이를 반증이라도 하는 듯 최근의 전쟁에 대한 우려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늘 말하지만 정치는 결코 멀리 있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룰로써의 역활에서부터 국가 간의 관계 설정까지 모든 행위 양식에는 정치가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이 저서와 같은 고찰은 언제든 필요하고, 저자의 문제의식도 동의하는 바이다. 다만 우리가 알아야 하는 필요성은 꾸준히 일깨워 줘야 하며, 사실 이는 공교육이나 언론이 행해야 할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기능을 못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이 저서와 같은 작은 시도들이 모여 언젠가 우리의 현실에 변화를 다시 한번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이 글을 마친다.
#대의민주주의와 한국정치제도 #대의민주주의 #정치 #버니온더문 #문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