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만나는 친구 - 나뭇잎 탁본 뜨기

메마른 가지에 여린 새순이 돋는가 싶더니, 연두빛 잎새가 나무를 청초하게 만들고, 또 어느새 짙푸른 잎으로 가지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나무들도 한창 여름맞이를 하는 것일테지요.
이맘때쯤 숲에 가면 전 향기로운 꽃 냄새 말고도 짙은 초록 잎사귀를 멋지게 뽐내는 나무에 또 한번 취하게 됩니다. 이런 나무들에게는 씩씩함, 굳건함, 생동감, 활력 등이 느껴지지요.
나무에 대해 관심이 없던 옛날에는 그랬습니다. 나무를 봐도 그 나무가 그 나무 같았고, 나뭇잎은 그저 바늘잎과 넓은잎 딱 두 가지만 있는 줄 알았지요. 그래서 여름에 나무를 봐도 그 잎이 그 잎인가 보다 했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나무를 알고, 나무가 맘에 들어오기 시작한 뒤부터는 나무마다 잎모양이 다르다는 것도, 각각의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이젠 나무를 볼 때 전체적인 모습 뿐만 아니라 나뭇잎 하나하나도 잘 살펴보고 있답니다.
나뭇잎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이 방법은 나무에겐 조금은 미안한 방법이긴 한데요, 아이들의 체험 프로그램과 겸해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방법이랍니다.
종이와 색연필(또는 크레파스 등)을 준비합니다. 맘에 드는 나뭇잎을 골라 "나무야, 미안해~!"라고 꼭 말해주세요. 그리고 한잎 따서 종이 밑에 대고 색연필로 문질러 주세요. 그럼 나뭇잎의 모양이 예쁘게 찍혀 나온답니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천과 돌멩이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어요. 잎을 천 밑에 대고 돌멩이로 콩콩 내려 찧으면 나뭇잎의 초록색이 천에 묻어 나온답니다. 그럼 멋진 나뭇잎 탁본이 완성되지요.
이렇게 나뭇잎 탁본 뜨기를 해보면 각 나무마다 잎 모양, 색이 다르다는 것도 확연히 느낄 수 있어서 나무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답니다.
참! 나뭇잎을 함부로 여러 장 뜯었다가 버리지 않도록 나무를 아끼는 마음잊지 마시구요!!

2003. 6. 환경교육센터 초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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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만나는 친구 - 꽃의 말을 들어볼까요?

“꽃들이 말하는 거 들어봤어?”
“꽃들이 어떻게 말을 해?” 하고 동네 아이가 말했습니다.
“응, 꽃들은 향기로 말을 해. 난 그 말을 알아듣는 귀를 갖고 있어.”
“그 귀는 어떤 귀야?” 하고 동네 아이들이 물었습니다.
“꽃들이 필 때는 향기로 내게 말을 걸지. 어떨 때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숲에 가보면 내가 생각한 그 꽃이 피어 있는 거야.”
-‘꽃의 이름을 묻다’ (이하석) 중에서 -

혹시 꽃이 말하는 걸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얼마 전 칠보산 휴양림에 다녀왔습니다. 이팝나무, 꽃마리, 병꽃, 그리고 때죽나무꽃 등등... 등산로를 따라 걷고 있노라면 여기저기서 많은 꽃들이 말을 걸어옵니다.
“여기 좀 봐주세요! 저는..." 제 귀가 잘못된 게 아니냐구요? 아니요! 분명히 꽃들은 향기로 제게 말을 걸고 있었어요. 하지만 불행히도 전 꽃들이 말하는 걸 전부 알아들을 순 없었답니다. 아직은 제게 꽃의 말을 알아듣는 귀가 덜 열렸기 때문이지요.
여러분들도 아마 저처럼 몇몇 꽃들이 내는 소리를 들을 수는 있겠지만, 확실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실꺼에요. 그동안 꽃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만큼 맘의 여유를 갖고 살 수 있었던 게 아니니까요. 우리의 아이들은 어떨까요? 우리의 아이들도 바쁜 삶을 살아온 우리처럼 꽃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

저는 지금 작은 꿈 하나를 꾸고 있습니다.
모든 이의 노력으로 잘 가꾸어진 생기넘치고 활력있는 숲에서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숲길을 걸으며 꽃들의 말을 알아듣고는 이내 기뻐하며 방긋 웃는 아이. 그리곤 꽃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새들과 함께 노래부르고, 나비와 함께 춤추는 해맑은 아이. 바로 꽃의 말을 알아듣는 귀를 가진 우리의 아이들의 모습이 제가 품고 있는 작은 꿈입니다.

꽃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귀를 가져서 숲길을 걸을 때 꽃들의 인사에 화답할 줄 아는 따뜻한 맘을 가진 아이의 모습이 저만의 꿈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이하석 님의 동화 속에 나오는 아이처럼 우리의 아이들이 꽃들의 말을 전부 알아듣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적어도 ‘꽃들이 향기로 내게 말을 걸고 있구나.’ 정도만이라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맘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단순히 심어진 꽃 앞의 푯말을 보고 꽃의 이름을 아는 것이 아니라 꽃이 건네는 그들의 향기로 꽃의 이름을 알 수 있을 때까지...
아이들에게 꽃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주는 일, 그건 우리 어른들의 몫일 것입니다.

자, 이번 달에는 아이들과 함께 꽃의 이름을 물으러, 꽃의 말을 들으러 자연을 찾아볼까요?

(2003. 5. 환경교육센터 초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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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만나는 친구 - 돋보기로 세상보기!

지하철에서의 일화 하나.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의 일입니다. 두 남매를 데리고 앉은 한 어머니의 모습이 보입니다. 남자아이 손에는 “고래밥”이라는 과자가 들려있네요. 아이 엄마가 남자아이에게 묻습니다. “이 과자 이름이 뭐지?” 3살 정도로 보이는 그 아이는 발음이 잘 되지 않는지 “응. 고냥이 밥” 이라 대답합니다. 그걸 들은 아이의 누나가 씩 웃으며 한마디합니다. “치~ 바보, 고양이 밥은 쓰레기지!”...
어이구, 맙소사!
언제부터 고양이 밥이 쓰레기가 되었는지, 언제부터 고양이는 쓰레기를 뒤지게 되었는지, 또 언제부터 우리 주변엔 그런 고양이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하는 체험환경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돋보기로 세상보기.
씁쓸한 마음을 뒤로하며, 이번 달엔 돋보기를 들고 세상을 나가보았습니다.
한해의 첫 번째 계절인 봄! 봄이 시작되는 입춘(2월 4일 경)에서부터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5월 6일 경)까지의 기간을 우리는 봄이라고 하지요? 봄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계절인데요.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피해 겨울잠에 들어갔던 동물들이 깨어나고, 또 겨울 내내 앙상한 가지만 드러냈던 나무들과 땅속에 숨어 있던 씨앗들이 새싹을 피우는 계절이랍니다.
지금은 그런 봄의 한창이랄 수 있는 4월이구요. 이런 봄에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꽃입니다. 봄꽃들은 대부분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데요, 이런 꽃들은 색깔도, 그 모양도 너무나 예뻐서 우리의 마음과 눈을 유혹한답니다. 이런 꽃들의 유혹에 확실히 매료되기 위해선 준비물이 하나 필요합니다.
제가 준비한 준비물은 돋보기인데요, 이번 달엔 바로 이 돋보기로 봄꽃을 자세히 보려고 합니다.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큰 꽃들도 있지만 좀양지꽃, 별꽃 등처럼 작아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꽃들도 있으니까요, 돋보기가 있으면 더 자세히 볼 수 있지요.
돋보기로 꽃을 들여다보면 무엇이 보이나요? 암술, 수술, 꽃잎이 보이지요? 그런데, 모든 봄꽃들의 암술과 수술, 꽃잎의 모양이 같을까요? 암술과 수술의 길이도 다르고, 꽃잎이 한데 붙어 있는 개나리와 같은 꽃잎도 보이고, 낱장으로 한잎 한잎 떨어지는 벚꽃 같은 꽃잎도 있구요, 또 여러 꽃잎이 겹겹이 붙어 있는 만첩홍매화 같은 꽃잎도 볼 수 있답니다. 꽃잎뿐만이 아니지요. 꽃이 피어있는 모습도 다릅니다. 땅을 향해 얼굴을 다소곳이 내리는 할미꽃이 있는가하면, 하늘을 향해 수줍게 고개를 드는 피나물 같은 녀석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꽃의 모습을 우리 눈 뿐 아니라 돋보기를 통해 가만히 살펴보세요. 돋보기를 통해 본 꽃의 세상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한번 더 꽃을 바라보게 될테니까요.
자, 그럼 이번 달엔 돋보기로 꽃의 세상을 엿보기로 해요. 더불어 그림도 함께 그리면서요!

(2003.4. 환경교육센터 초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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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만나는 자연친구 - 산수유, 네 이놈!

며칠 전부터 환경운동연합 마당에 있는 한 녀석을 계속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언제쯤이면 본색을 드러낼까? 언제쯤이면 이 놈이 얼굴을 보여줄까? 그렇게 계속 그 녀석을 기다렸습니다.
이 녀석을 기다린 지도 벌써 열흘. 저도 슬슬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일 때문에 그 녀석의 동태를 살피는 일을 잠시 중단했더랬습니다. 그러다 이 초록지의 글 때문에 그 녀석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설마 이놈이 아직도 숨어있는 건 아니겠지? 하는 마음과 함께...
우와~그 녀석을 찾고 제 입에선 탄성이 나왔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기린 목을 만들어 버리더니... 드디어 놈이 얼굴을 삐죽 내밀었더군요.
촉촉히, 그리고 탱탱하게 물기를 머금은 노오란 그 얼굴... 하하!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 녀석의 이름은 “산수유!”
홍릉 수목원에서도, 인왕산 자락에서도, 그리고 경복궁에서도 훨씬 일찍부터 얼굴을 내민 산수유인데 환경운동연합 마당에 있는 이 녀석만 늑장을 부려 제 목을 얼마나 길게 만들어 놓았던지... 하지만, 그 녀석의 얼굴을 만난 이후로 괘씸했던 마음은 다 어디로 휙하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놈의 사진을 찍어 여러분과도 함께 하고 싶었는데, 아직은 부끄러운지 카메라 앵글에 잘 들어오진 않더군요. 어쨌든, 제 속을 그렇게 태우긴 했어도 산수유, 이놈 정말 예뻤습니다. 또 며칠을 기다리면 드디어 그 노오란 꽃망울을 터트릴테지만, 전 그 노오란 꽃망울을 터트리기 전 이맘때의 얼굴이 좋습니다.
추운 겨울을 꾹꾹 참으며 아무도 눈치 못채게 얼마나 속으로 속으로 봄을 맞기 위한 노력을 했을까요? 그런 그 놈의 노력을 보는 것 같아 아직은 탱탱한 그 얼굴이 좋습니다.
특히나 환경운동연합 마당에 있는 이 녀석은 작년 태풍으로 인해 몇몇 가지가 부러졌다는 얘기까지 전해들은 터라 그 놈의 노력이 더 가상해 보였던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한 그루의 나무, 혹은 한 포기 풀을 정해서 1년 동안 그 녀석을 살펴보세요. 봄에는 그 녀석이 어떤 얼굴빛을 띄는지, 여름엔 그 잎사귀를 어떻게 더 풍성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가을엔 그 잎을 어떻게 떨구는지, 겨울엔 또 내년 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그렇게 일년을 녀석을 관찰하다보면요, 제가 예전에 말씀드렸던 겨울눈에도, 그리고 땅에도 애정의 눈길을 돌릴 수 있답니다.
참, 산에 가면 산수유 꽃과 비슷한 생강나무 꽃을 만날 수 있는데요? 산수유와 생강나무 꽃은 멀리서 보면 잘 분간을 못할 정도로 비슷한 얼굴을 띄고 있답니다. 이 녀석들을 어떻게 구분하느냐! 정보를 알려드릴게요.
우선 산수유는 산(산기슭 제외)에서는 거의 보기 힘듭니다. 마을 주변에서 노란 꽃이 보인다 싶으면 90%이상은 산수유로 생각하시면 되구요,(그럼 산에서 노란 꽃이 보이면 생강나무겠지요?) 산수유는 작은 꽃 하나 하나가 좀 여유 있게 피는 반면에 생강나무는 작은 공처럼 모여서 달려 있는 느낌이 듭니다. 자, 이젠 구분하실 수 있겠죠?
그럼 한번 가까운 산이나 공원에 가보세요. 그래야 산수유인지 생강인지 확인을 하지요!! ^^ 그리곤 저처럼 한번 외쳐보세요. “산수유, 네 이놈!! 정말 반갑다!!”

(2003. 3. 환경교육센터 초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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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만나는 자연친구 - 땅을 살펴볼까요?

지난번에 봄을 준비하는 겨울눈에 대해 잠깐 얘기를 했었습니다. 완연한 봄이 오기 전까진 봄을 준비하는 자연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자연에 대해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단 조금은 더 관심이 많아서일까요? 아직은 바람찬 날씨에도 속속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더군요. 자, 그래서 오늘은 땅을 한번 살펴보기로 해요.
제가 환경교육센터에서 자원활동을 한지도 어느새 한 달이 되어 가는데요, 그동안 건물 마당에 심어져 있는 나무며, 야생화 꽃밭 등을 가만가만 살펴봤던 날들도 어느새 한 달이 된 것이지요.
아직은 겨울이라고 하지만, 절기상으론 입춘도 지나고, 그래서 더 유심히 땅을 살펴보지 않았겠어요? 그. 런. 데!!!
사실 땅을 살핀다고 살폈어도 눈 녹아 질퍽거리는 맨땅만 휙~둘러볼 뿐이었지 실상은 자세히 들여다보질 않았나봐요. 아 글쎄, 야생화가 만발했었을 그 꽃밭의 땅을 보니 겨우내 누렇게 바싹 말라있던 잎과 줄기 사이로 땅바닥에 냉이 붙은 것 마냥 납작하게 잎을 엎드리고 봄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처음엔 마른 잎 인줄 알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짝 잎을 만져봤지요. 근데 잎에 통통히는 아니어도 살짜쿵 물기를 머금고 다시 활짝 필 준비를 하고 있는 진짜 잎이더란 말씀이에요. 하하!
그런 잎을 보니 갑자기 대견해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면서 땅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그 야생화들의 움직임도 기특하지만, 추운 겨우내 그 야생화들을 감싸안고 새로운 생명을 낼 수 있도록 조용히 품어주고 있던 그 땅을 말이죠.
그래서 이젠 눈이 녹아 질퍽거리던, 민둥하게 아무 것도 없어 보이던 맨땅들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무언가 새 기운이 땅위에서 폴폴 올라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어요. 물론 맨땅은 맨땅일 뿐이었지만요, 사랑의 눈으로 바라본 땅이 요술을 부리는 것만 같네요.

(2003. 2. 환경교육센터 초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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