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만나는 친구 - 꽃의 말을 들어볼까요?

“꽃들이 말하는 거 들어봤어?”
“꽃들이 어떻게 말을 해?” 하고 동네 아이가 말했습니다.
“응, 꽃들은 향기로 말을 해. 난 그 말을 알아듣는 귀를 갖고 있어.”
“그 귀는 어떤 귀야?” 하고 동네 아이들이 물었습니다.
“꽃들이 필 때는 향기로 내게 말을 걸지. 어떨 때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숲에 가보면 내가 생각한 그 꽃이 피어 있는 거야.”
-‘꽃의 이름을 묻다’ (이하석) 중에서 -

혹시 꽃이 말하는 걸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얼마 전 칠보산 휴양림에 다녀왔습니다. 이팝나무, 꽃마리, 병꽃, 그리고 때죽나무꽃 등등... 등산로를 따라 걷고 있노라면 여기저기서 많은 꽃들이 말을 걸어옵니다.
“여기 좀 봐주세요! 저는..." 제 귀가 잘못된 게 아니냐구요? 아니요! 분명히 꽃들은 향기로 제게 말을 걸고 있었어요. 하지만 불행히도 전 꽃들이 말하는 걸 전부 알아들을 순 없었답니다. 아직은 제게 꽃의 말을 알아듣는 귀가 덜 열렸기 때문이지요.
여러분들도 아마 저처럼 몇몇 꽃들이 내는 소리를 들을 수는 있겠지만, 확실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실꺼에요. 그동안 꽃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만큼 맘의 여유를 갖고 살 수 있었던 게 아니니까요. 우리의 아이들은 어떨까요? 우리의 아이들도 바쁜 삶을 살아온 우리처럼 꽃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

저는 지금 작은 꿈 하나를 꾸고 있습니다.
모든 이의 노력으로 잘 가꾸어진 생기넘치고 활력있는 숲에서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숲길을 걸으며 꽃들의 말을 알아듣고는 이내 기뻐하며 방긋 웃는 아이. 그리곤 꽃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새들과 함께 노래부르고, 나비와 함께 춤추는 해맑은 아이. 바로 꽃의 말을 알아듣는 귀를 가진 우리의 아이들의 모습이 제가 품고 있는 작은 꿈입니다.

꽃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귀를 가져서 숲길을 걸을 때 꽃들의 인사에 화답할 줄 아는 따뜻한 맘을 가진 아이의 모습이 저만의 꿈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이하석 님의 동화 속에 나오는 아이처럼 우리의 아이들이 꽃들의 말을 전부 알아듣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적어도 ‘꽃들이 향기로 내게 말을 걸고 있구나.’ 정도만이라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맘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단순히 심어진 꽃 앞의 푯말을 보고 꽃의 이름을 아는 것이 아니라 꽃이 건네는 그들의 향기로 꽃의 이름을 알 수 있을 때까지...
아이들에게 꽃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주는 일, 그건 우리 어른들의 몫일 것입니다.

자, 이번 달에는 아이들과 함께 꽃의 이름을 물으러, 꽃의 말을 들으러 자연을 찾아볼까요?

(2003. 5. 환경교육센터 초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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