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워크

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무슨 일 하세요?

인사치레처럼 첫 만남에 종종 오고가는 질문이기도 한 평범한 문장이다.

모든 직업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머릿속에는 늘 기억되어있지만

가끔 사람들은 직업으로 상대를 낮춰보며 얕잡아 보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내가 원하는 상위권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내가 가진 직업으로 직장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이들은 

그 중에서 또 몇이나 될까.

교도소 내의 직업군과 드론병, 그리고 도축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직업과 그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들을 알려주는 책으로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들이 담겨있다.

첫 장에 소개된 교도소 내의 직업을 통해 그들이 처한 이중적 고립을 체감하며

분통이 터지기도 했다.

정신적 질병으로 따로 보호되는 재소자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가진 직업군

고립된 공간인 보호구역안에서 상부이기도 하며 재소자들의 직접적 관리자인 교도관들에게

눈총을 받으며 불합리만 폭행을 감히 신고하지 못하는 이중 고립된 이들을 통해

그들이 가졌을 절망감과 도덕성의 상처를 누가 되돌려줄 수 있을까.

교도관으로 처음 직업군으로 들어가면 도덕성이 살아있지만 그 사회가 가진 페쇄성에

결국은 재소자들에게 이유없는 가학행위를 저지르게 되는 패턴을 보며

머나먼 이국 땅, 그것도 선진국의 위상으로 여겨지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음이 놀랍다.

단체에서 가진 영향력은 사람에게 큰 영향을 준다.

나 역시 지난번 일하던 직장내에서 동료가 성추행이자 성희롱을 당하는 것에

열을 높여 분노했었지만 결국 대표에게 그 일이 알려졌어도 무엇하나 바뀌지 않는 것에

체념과 무력감을 느낀 적이 있다.

잘못 된 것에 귀를 기울이면 변화하고 나아질 것이라 믿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잘못된 것에 귀 기울이는 것을 체념하게 된다. 부딪힐수록 깨지는 것은 나의 안전이기에.

서로 무력으로 부딪혀 싸우던 시대에서 이제는 드론병이 드론으로 전쟁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처음 뉴스를 통해 최초 드론병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는 신기하기도 했고,

직접적인 충돌없이 전쟁할수 있으니 병사들을 보호할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몇년이 흐른 지금, 이 책을 통해 그것이 마냥 보호가 되는 것이 아님을 체감한다.

드론을 통해 관찰하고 있는 자의 일상적인 모습까지 공유하게 되면서 드론병은 그가

자신과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자 가족이 있는 인물인 것을 알게 되면서

더 심한 심리적 동요와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신체적 부상이 없기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이 책에 거론된 직업군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와 같은 현실에 처해있는

많은 직업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서비스 직종의 정신적 산재와

졸업 직전에 취직 차원으로 현장에 배치되는 학생 근로자들의 열악한 환경이

매년 거론되어지고 있다.

모든 직업이 사무실에서 진행 될 수는 없고, 모든 직업이 안락할 수는 없다.

어떤 직업군은 야외에서 열악한 장소에서 일을 해야 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 일이 힘들다고 해서 존중받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없다.

누군가의 직업으로 누군가가 편안하고 안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직업 또한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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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세상 이쪽에는 옳은 일이 있고, 저쪽에는 그른 일이 있다고.

옳고 그름은 그렇게 나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옳은 일을 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옳은 일을 할거라고도 생각했어요. 왜나하면 그들은

애초에 옳은 일을 하고 싶어서 그 자리에 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본문에서 해리엇이 건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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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후르츠 바스켓 Another 4

후르츠 바스켓 Another 4 - 완결
타카야 나츠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11월

드디어 진짜 끝이라 얘들을 보내는게 허전해지는 만화..

명탐정으로 있어줘

명탐정으로 있어줘
고니시 마사테루 지음, 김은모 옮김 / 망고 / 2023년 9월

표지가 참 이쁘다.

추리소설인 것을 감안하면 표지가 참 감성적이구나 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이 책과 참 어울리는 표지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에는 파란 호랑이가 들어왔단다." 라고 말하는 루이소체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가 유일한 가족인 손녀 가에데는 

초등학교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녀가 교사가 된 이유 중에는 창문 닦는

선생님으로 유명했던, 자상하고 인자한 자신의 할아버지도 한 몫 했으리라.

할아버지와 어린시절 도란도란 이야기를 지으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을

가에데가 떠올라 포근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은 가에데가 주변을 통해 일어나는 사건들을 할아버지와 함께 

추리해보는 단막 사건 형식의 내용들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함께 그런

사건들을 생각해보는 동료교사인 이와타와 이와타의 학창시절 후배인 시키가

있다. 그런 일상을 살아가는 가에데는 조금씩 자신이 안전하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바로 누군가에 의해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에데를 스토킹하는 인물은 누구이며 무슨 이유에서 스토킹을 하는것일까?

할아버지 캐릭터가 치매를 앓고있어 치매에 대한 설명들을 해주는데,

최근 활발한 연구들로 치매가 여러가지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루이소체 치매란 것이 있는지 검색해보았는데 확실히 있었다)

할아버지는 치매로 인해 환시를 보는데 그리운 사람들을 그렇게나마

만나는 것이 아닐까. 먼 미래의 일이 아니어서 인지 치매에 대해 결코

가볍지 않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할아버지를 통해서는 그리움을, 이와타를 통해서는 따스함을, 

시키를 통해서는 자유분방함을 그리고 가에데를 통해서는

그 모든 것을 느낄수 있는 구성원인 것 같다.

기존 타리뷰에서 '책의 글씨가 너무 작다' 라는 평을 본 적이 있어서 

걱정을 했었는데 (이제 슬슬 노안을 걱정해야 할 나이가 된 독자이기에

걱정이 안 될수는 없었다.) 막상 읽기 시작하니 글씨가 작은 것이 크게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이 있는 캐릭터들과 스토리였다. 

게다가 글씨가 작은 대신 줄 간격이 넓어 무리없이 읽혔기에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추리와 함께 약간의 로맨스까지 스며있어서 내심 누구 라인을 탈 것인가?

고민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겉으로는 시키가 멋있어 보이긴 한데 나의 선택은 이와타다. )

저 무수히 많은 불빛 속에서 사람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어느 시대든 보통 사람은 생각지도 못할 추악한

계책을 사용하는 인간은 존재한다.

(본문 중 발취)

소설 속처럼 우리 주변에도 늘 사건들이 끊어지지 않고 일어난다.

보통 사람은 생각지도 못할 추악한 사건들이 내일 갑자기 또 일어날지도

모른다. 밤하늘 별이 언제든 빛나듯 세상은 결국 빛나는 사람들이 밝혀줄

것이라 믿고 싶다. 이와타와 시키, 할아버지처럼 빛나는 인물들이 우리

주변에 있어주기를.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나에게 있어서는 순수 국내 문학에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시작점의

몇몇 작가들이 있다. 그 중 한 작가가 최은영 작가이다.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밝은 밤. 그리고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까지

그녀의 첫 작품 쇼코의 미소를 시작으로 함께 나란히 독서라는 산책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최은영 작가의 소설들은 비슷한 나잇대의 여성이라면 특히나 공감하게 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같은 시대, 같은 '사회의 분위기'라는 공기를 마시며

살아왔기 때문일까. 그녀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접할 때마다

꼭 나의 이야기, 내 언니의 이야기, 내 친구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듣게 되는

것 같아서 공감이 되기도 하면서 가끔은 아프고 가끔은 응원하고 가끔은 또..

적잖은 분노를 토하게 하는 것 같다.

반짝이며 빛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름답지 않다고 할 수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이 꼭 그러하다.

그저 평범한, 아니 때로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버린 듯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왜 이토록 마음에 남을까.

그들의 이야기가 이 세상의 많은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서운하다는 감정에는 폭력적인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 하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다.

(본문 중)

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라는 마음.

일방통행에서 느끼는 서운하다라는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문장이

아닌가 싶다. 최근 지인의 하소연을 들어주면서 "사정이나 상황을 다 이해는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서운해."라던 지인의 말에 "이해를 하는데 서운해하고

섭섭해하면 결국 그건 이해를 한 게 아니지 않아?"라고

반문 했었는데 이 책을 읽은 후에 그 하소연을 들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내가 했던 말보다는 좀 더 둥근 표현인 "넌 내뜻대로 반응해야 해."

라는 말을 해줄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덜 상처를 줬을까.

'답신' 편을 읽을 때는 주인공들 만큼은 아니었지만 살기 팍팍한 어린시절

느꼈던 집안의 날서고 메마른 공기가 떠올랐다. 어른들의 냉랭한 공기는

아이들을 눈치보게 만든다.

언니와 나는 우리가 달라지면 아빠의 태도가 달라질 거라고

꽤 오래 믿었던 것 같아.

그래서 아빠의 눈치를 살피며 호감을 얻으려고 노력했지.

(본문 중)

아빠의 눈치를 보던 딸은 자라서 남편의 눈치를 보는 아내가 되고,

끝없이 '상대는 본래 착한 사람' 이라는 자기 합리화를 한다.

자라는 환경에서 사랑을 받지 못했다라는 것이 한 개인에게 그저 단순한

과거형이 되는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라서

어른이 되어서도 사랑에 굶주려 현재 진행형으로 자신을 몰아세운다.

상대에게 맞추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리고 그들의 필사적임을 상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이용한다. 지금은 인연이 닿지 않는 먼 옛날의 지인 역시

그런 경우였다. 공교롭게도 내 지인 역시 친한 '언니'였다.

그래서 답신 편을 보면서 주인공의 언니를 보면서 그 언니가 참 많이

생각이 난다. 지금은 본인의 바람대로 행복해졌을까.

잔뜩 흐리고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그런 날 같다.

미묘하게 약간은 슬프기도 하고, 그럼에도 약간은 평온하기도 한

그런 이야기들. 먹구름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해는 가려져 있고,

곧 저 사이로 해와 파란 하늘이 스치듯 보일 것 같은데

여전히 보슬 보슬 비가 내린다. 춥지도 덥지도 않다.

파란하늘은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주위는 밝다.

그리고 마음 한켠 곧 파란 하늘을 볼수 있겠지라는

작은 마음을 품으며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런 마음이

이 이야기들을 닮은게 아닐까.

엄마가 되고 싶었던 한 남자, 그 남자의 딸이 되고 싶었던 한 소녀.

미드나잇 스완
우치다 에이지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6월

초난강 이라는 이름을 내 또래 사람들은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재미있는 친한파 일본 연예인. 

쿠사나기 츠요시라는 이름은 나조차도 생소한 초난강의 실제 일본 이름이다. 

일본의 유명한 아이돌 그룹이었던 스맙의 멤버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그가 영화로 만들어진

이 스토리에 매료된 것은 꽤나 어울리는 듯하다.

스맙의 유명한 곡인 '세상에 하나 뿐인 꽃' 이라는 가사가 생각난다.

그래 우리들은 세상에 하나 뿐인 꽃 

하나 하나 다른 씨앗을 갖고 있어

그 꽃을 피우는 것에만

정성을 다하면 돼.

(중간 생략)

처음부터 특별한 only one.

남자로 태어났지만 어릴적부터 여자가 되고 싶었던 나기사.

비록 엉망인 가정에서 태어나 학대받으며 방임되었지만 발레의 꿈을 꾸는 이치카.

그리고 각자의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 한사람 한사람이 소중하고 특별한데

왜 사회적 틀안에서 누군가는 괴물 혹은 쓰레기 취급을 당해야 할까.

세상에 태어난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특별한 한사람이었을텐데..

지금은 많이 나아진 형편이라고 하지만 트렌스젠더와 나쁜 환경에서 자란 청소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은 현실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하리수라는 1호 트렌스젠더 연예인을 통해 좀더 대중에서 편하게 인식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트렌스젠더들이 숨죽이며 사회에서 그림자처럼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트렌스젠더들의 삶이 얼마나 괴로운 상황들의 연속인지를 알게 된 것 같아 씁쓸하다.

자신이 낳은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치카에게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는

'여물지 못한 엄마'인 사오리를 볼때면 이 세상에 존재할 많은 사오리들이 떠오른다.

아이의 꽃은 아이가 지닌 것인데 왜 자신들이 멋대로 무슨 꽃인지, 어떻게 피어나게 할지를 정할까.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어째서 그 꽃을 피우지도 못하게 줄기를 자르려 할까.

싹을 틔운 이상 그 꽃은 한켯 예쁘게 피어날 그 날을 꿈꾸며 자라고 있을텐데..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정상적이지 못한 존재일지도 모를 나기사. 

하지만 그 누구보다 하루라도 '스스로가 느끼는 정상'으로 살아가고 싶었을 나날들이 있었다.

이치카 역시 누군가에게는 그저 불량학생, 방임가정소녀로 기억될 뿐이겠지만

그 누구보다 사랑받는 누군가의 딸이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꿈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엄마가 옆에 있길 꿈꾸는 매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자신의 엄마에게 꼭 아름다운 무대를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읽는 순간보다 읽고 난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마음이 아파지는 소설.

물위에 고요히 떠있는 백조처럼 잔잔한 이야기가, 

물 아래 계속해서 발을 젓고 있는 백조의 아픈 노력들을 생각나게 해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