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소년문고를 이야기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우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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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전, 공교롭게도 3월 1일 삼일절에 일본의 유명한 만화가가 영면에 들었다.

국내에 알려진 것은 이주가 지나갈 무렵쯤인 이삼일 전이었던 것 같다.

어린시절의 추억을 시작으로 현재까지도 즐거움이 되었던 '드래곤볼'과 '닥터슬럼프'의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였다. 어린시절의 우상이나 추억의 인물들이 점점 세상을 떠날 시대가 된 만큼 내가 나이가 제법 든 것을 이런식으로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이 아프다. 그리고 일본의 또다른 추억의 우상으로 갑작스레 별세소식이 들릴까 노심초사하게 되는 한사람이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다. 미야자키하야오 감독은 사실 내 나이의 세대 뿐 아니라 요즘의 십대들에게도 유명한 인물이니 전세대가 슬퍼할 것으로 생각된다.


책으로 가는 문은 많은 명작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온 그가 어릴적 좋아했고 영감을 받기도 했던 책들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은 책들을 간추려 50권의 도서를 소개하는 책이다. 그중 몇권은 국내에는 미발간된 책이라 어떤 책이었을지 궁금증만 가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감독 자체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아주 오래된 책들이 많아서 더욱 그렇다.

1편은 50권의 책 소개이기에 금방 읽히고 2부 3편도 오랜시간 들이지 않아도 읽어 내릴수 있는 분량이다.


톰소여의 모험 편에서는 '자유로운 소년들의 세계이지만 사실 톰소여의 모험이 나온 시대는 갑갑한 시대였어서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때보다 자유로운 시대라 그런말을 하는 사람이 없지만 아이들은 훨씬 더 갑갑하게 살고 있다 이상하다'고 넋두리하는 문장이 공감되면서도 현실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

그러고보니 훨씬 자유로운 시대이지만 아이들은 더 갑갑하고 자유롭지 못하게 살고 있다.

아 이런것이 바로 일반인들이 쉽게 생각지 않는 전문가의 통찰일까.


국내 작가의 도서가 한편 소개되어서 반가움이 일었다.

엮음 김소운 그림 김의환의 '파를 심은 사람'이라는 책인데 아주 오래된 책으로 국내에는 지금 찾을 수 없는 책이다.

표지부터가 옛스럽다. 조선동화민담집총서라고 조선시대에 발간된 우리나라의 민담을 엮은 책인 것 같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는 하나의 역사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는 처음에 터널 안으로 들어갈 때와 나중에 나올 때가 완전히 똑같습니다. 어머니의 손에 달라붙어서 두려워하는 얼굴을 하고 걷는 모습이 그렇습니다. 그것을 보고 전혀 성장하지 않은 거 아니냐고 하는 비평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아무리 의지할 만하지 않아도, 보통 초등학생이 부모에게서 떨어져서 온전히 자립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 비평이 있는 줄은 몰랐지만 나도 작가와 같은 생각이다. 너무 아이들의 성장과 성찰에 맞춰 빠르게 성장시키려는 것은 꼭 부작용을 가지고 오는 법이다. 그리고 되려 무서움을 겪어본 아이일수록 그 두려움을 잘 알지 않을까.

센과 치히로를 봤을때 내가 그 장면에서 느낀것은 다시금 부모님과 헤어져 그곳으로 돌아가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치히로의 감정이었다.


전쟁을 겪은 부모 세대에서 관동대지진까지 겪고 여러가지 전쟁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이 남달랐을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린시절 전쟁에 관한 문제로 아버지와 종종 다퉜다고 한다. 그가 그대들 어떻게 살것인가를 영화로 만들었던 것도 그렇고 전쟁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로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늘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내려 하는 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에는 이미 자신의 역할을 다 끝내고 사라진 책들도 다수 있을 테지만, 여전히 많은 다양한 책들이 나오고 있고 그 많은 책들이 다음 세대에게 많은 영감을 주리라 믿는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름다운 동화같은 애니메이션들도 계속해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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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마술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8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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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혼자 입장한 여성고객이 피투성이로 죽은 채 발견된다. 자궁 외 임신으로 하혈을 일으키고, 그로 인한 다량 출혈로 결국 죽음을 맞이한 것이 여성의 사인이지만 그 자리에 분명 존재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인물이 있다. 그녀에게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돌봐주어야 했던 남동생이 하나 있다. 천재 소리를 들을만큼 머리가 좋은 남동생은 그녀에게 있어 자랑이었다. 남동생인 고시바 신고는 같은 방에 있었을 것이지만 하혈 하는 누나를 두고 사라져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인물에게 복수를 위한 움직임을 시작한다. 그가 가장 잘 하는 과학의 힘을 빌려서... 어린시절 고시바 신고와 그 누나를 만난 적이 있었고 신고를 애제자로 여기는 유가와 박사는 형사들에게 고시바 신고가 살인을 계획할리 없다고 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가와' 시리즈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과학 천재들은 괴상한 성격을 가진다는 소설이나 만화의 특징이 있었는데 유가와는 늘 매력적인 것 같다. 똑같이 흰 가운을 펄럭이지만 백투더 퓨처의 브라운 박사님과는 조금 다른 청조함이 있다. 몰론 브라운 박사님 캐릭터가 나이가 더 들어서인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고시바 신고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다. 유가와의 뒤를 똑 닮은 모습으로 이어갈 것 같은 모습이 유가와의 애제자 답다. 마지막 장면에서 유가와와 신고의 모습이 꽤 기억에 남는다. 신고 누나의 삶을 보며 다시한번 죽음이라는 일순간의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동생과 함께 더 많은 날들을 보내며 동생이 성장하는 대견한 모습도 보며 축하하고 기뻐했을 사람... 신고가 바라본 누나의 모습과 호텔 룸에 같이 있었던 사내가 바라본 누나의 모습은 조금 달랐겠지만 그녀의 삶이 허망하게 꺼진 것은 아쉽다.

복잡한 트릭의 요소를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수도 있을 것 같은데, 히가시노게이고 소설의 캐릭터 감각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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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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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절판되어서 아쉬웠던 책인데 다시 나와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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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마다 잘되리라 - 당신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전승환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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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책 읽어 주는 남자'라는 문장을 들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 '책 읽어주는 남자' 타이틀로 유명한 에세이 작가의 책입니다.

이름을 기억하게 되고 난 뒤에 책장에서 그의 책들을 발견할 때면 "어라 내가 언제 이 책을 구입했지?" 하는 의하함이 들 정도로, 작가의 이름 세글자를 모르던 시절에도 꾸준히 그의 문장들을 좋아했던 모양입니다.


소설은 어렵고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조차 에세이는 기분 좋게 읽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아마도 그건 에세이가 가진 위로와 치유감성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차 한잔을 데워놓고 이런 저런 힘들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많이 힘들었구나, 그래 그랬구나' 조곤 조곤 나누는 대화처럼 잔잔하게 마음을 위로해주는 분위기의 문학이 바로 에세이인 것 같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보려는 것만 보여줘.

그러니 빛나는 방향으로 눈을 돌려야 해.

세상을 넓게 바라보아야 해.

나는 네가

밝은 눈을 가지길 바라. (39p)


모든 면에서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모르는 것을 하나 얻게 되면 그것이 가지가 되어 또 다른 꽃을 볼수 있기 때문일 것 입니다. 그런 것들이 반복되어 작은 묘목이었던 '한 사람'은 거대한 나무가 되어갑니다. 요즘의 가로수들은 정비사업으로 주기적인 가지치기를 하기 때문에 가지가 그리 넓지도 높지도 않는 것을 볼수 있어요. 사람도 가지치기처럼 보는 것이 한정되어 있으면 생각이 딱 거기까지만 꽃을 피우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죠. 하지만 대부분은 스스로가 만든 가지치기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나의 힘든 상황, 나의 아픔을 특히 가지치기하며 묵혀두고 침묵하죠. 더 크고 건강해지기 위해서 스스로 가지치기 하는 일은 이제 멈춰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저 자신조차도 참 많은 가지치기를 하며 살아왔고 또 살아가게 되겠지만요.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면 불행할 수 있지만 원하는 게 없다면 담담하게 나를 위한 무언가를 찾아 나서면 된다. 하고 싶은게 있다면 하고, 없다면 그저 편안하게 주어진 일을 하면 된다. 삶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해서 자신을 괴롭히지 말자. (91p)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는 "오빠 저는 꿈이 없어요." 라는 한 팬의 말에 이런 말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꿈이 없으신 분들도 괜찮습니다. 뭐 꿈 없을 수도 있어요. 행복하시면 됩니다."


슈가보다 나이가 많은 저조차도 이 문장에서는 많은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꿈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우리는 꿈을 위해 행복을 포기하는게 더 익숙해진 삶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꿈으로 가는 길에 불행해지는 사람들을 보기도 합니다. 저는 슈가의 말을 알게 되고 나서 '행복해지는게 꿈'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시시해보이나요? 거창한 꿈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인생을 살면서 스스로가 행복한 것 만큼 가장 큰 꿈이 어디 있을까요. 거창한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건강하게 나아가며 행복을 찾으면 될 것이고 꿈이 없는 사람이라면 꿈이 없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하세요.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세요. 세상이 때론 비를 뿌리고 냉랭한 칼바람을 불더라도 우리 머리 위에 태양은 늘 존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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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요시노 겐자부로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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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최근작 '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는감독이 이 책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말이 국내에서 많이 알려져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책을 구입해 읽기 시작하면서 영화 내용과는 다소 다른 배경과 내용에 의문이 들었었다. '어라? 영화랑 내용이 좀 다른데?' 내가 착각한 것은 이 책이 영감이 되었다는 것이지 원작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러니 내용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영화는 영화대로 책은 책대로 다른 공간에서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결국 가장 진솔하고 올곧게 살아가는 인간다움이 무엇일까를 말해준다.


책의 주인공 준이치가 살아가는 시대는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만화 검정고무신에 나오는 까까머리의 학생들의 시대를 떠올리면 좀 더 쉽게 이해될 듯 하다. 준이치는 사실 준이치라는 이름보다 코페르 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린다. 그 별명은 삼촌이 지어주신 별명으로 책에는 삼촌과 코페르가 편지를 나누며 함께 교감을 이루는 부분들이 나온다. 어른으로서 어린 조카를 향한 무한한 애정과 지지를 보내주는 삼촌과 올곧으면서 때론 아이답게 실수도 저지르는 어린 코페르, 둘의 모습을 보며 어른이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일제강점기 때 우리 문학은 철저하게 일본에 의해 검열되었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당시 나라 잃은 슬픔을 문학으로 꽃피워 남겨준 윤동주 이육사와 같은 저항시인들이 있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 '이 책이 나오기까지'를 읽으며 묘하게 우리나라의 시대상이 떠올라 조금 울컥해졌었다.

만주사변을 시작으로 일본에서 군국주의가 확산되며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크게 제약 받았고, 자유주의를 지지하던 작가들은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에서 이 원작 소설가 요시노 겐자부로는 아직 어린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이들만은 이 시대의 나쁜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줘야 한다고 믿었다고한다.

아마 그런 시대상까지 반영하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배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


전쟁을 통해서라도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욕심의 마음과 그 욕심으로 일그러진 세계를 무너뜨리고서라도 새로이 아름다운 평화의 시대를 걷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그 평화의 시대의 희망이 될 아이들.

한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시대상을 합치니 묵직함으로 다가온다.


코페르, 지금은 화해를 생각할 때가 아니야.

네가 해야 할 일은 지금 당장 친구들에게 사과하는거야. 그게 사람다운 태도란다.


이미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상대와 화해하고 잘 지낼수 있을지를 생각하기보다

상대가 용서하지 않더라도 그 결과까지도 겸허히 받아들일 마음으로 사과를 할 수 있는 용기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용기를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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