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씁니다 - 어쩌면 글을 쓰고 싶은 당신이 가장 궁금해할 현실작가 이야기
고혜원.민선이.지미준 외 지음 / 포춘쿠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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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고통이란 우리들 일반인이 전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매번 새로운 걸 만들어내고, 게다가 기존의 문법에 어긋나는 바는 없는지도 따로 검토해야 하며, 독자나 팬들을 실망시키지도 않아야 하니 얼마나 힘든 일이겠습니까. 그런 작가분들도 때로는 약한 모습 솔직한 마음 다 드러내며 우리 독자들과 진솔하게 소통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무대에서 그 많은 대사를 외우고 멋진 연기까지 (수십 명에서 백여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해 내어야 하는 배우들도 힘들고, 연출자도 정말 어려운 직분이겠지만, 희곡을 쓰는 작가 역시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역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민선이)는 지금도 무대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어떻게 글을 써야 공연이 가능한지 잘 모른다.(p33)" 겸손의 말씀이실 터이며, 그만큼 희곡 쓰는 일이 자신의 역할에 오롯이 몰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문제는, 이퍼브(epub)라는 포맷을 만드는 코딩프로그램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것이었다.(p60)" ,확실히 요즘 세살은 글재주가 설령 아무리 좋고 번역 실력이 탁월하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미준 작가님처럼 인터넷 1세대답게 HTML이나 다른 도구를 능숙히 다루는 면이 있어야 두각을 나타내거나 더 큰 쓸모(...)를 증명할 수 있을 듯합니다. 다른 분이 쓴 글로, 책 뒤 p120에 보면 "생계형 문어발"이란 말도 나옵니다. "기회란 것은 정말 존재한다." 아무리 현재가 힘들어도, 이 말씀처럼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부지런히 재주를 연마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의 날이 올 것입니다. 


"같은 1%라도(=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분모가 큰 1%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p90)" 시나리오 작가 고혜원님의 말입니다. 신춘문예(한경)에도 당선되고 여러 기회를 모색하던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여럿을 말합니다. "어디에 소속되지 못하고 붕 뜨는 것" 저는 이 글을 읽고 이런 식으로 "작가 계약"을 한다는 게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영특한 돌고래를 좋아한다며 오늘도 기회를 잡으려고 애 쓰는 여러 예비 작가들에게도 격려의 말을 전합니다. 


"쟤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무수히 많은 무명작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언젠가 유명작가가 되려는 꿈에 고달픈 오늘을 견딜 것입니다. "영원히 무명작가로 남은 채 생을 마감하면 어떡하지?" 그래도 유경 작가는 "존버는 승리한다(p112)"는 믿음을 버리지 않습니다. 꼭 작가가 아니라 해도, 누구나 좀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하고 싶은 건 영화였습니다.(p136)"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스무 고개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스무고개는 수수께끼를 가리킨다기보다, 인생의 여러 고비, 혹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등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박상영 작가는 제법 긴 이 글에서 "그 순간들"을 회고합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순간들, 잊혀지지 않는 기로가 되었던 순간들이 있을 겁니다. "이들도 사람이고 자사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이니 포용해야 한다.(p149)" 광고 작가는 생각에 잘 안 맞아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 많습니다. 


"웹툰 글작가라는 소개를 듣자마자 보통 감탄과 함께 네이버인지 카카오페이지인지 물어온다. (대)기업에 다닌다고 하면 삼성이냐고 묻는 것과 같다.(p169)" 수익이 얼마인지 묻고 기안84 같은 사람을 아느냐고 물은 뒤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안 들리면 "경이롭다는 듯 바라보는 시선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럼 그렇지. 그 정도쯤 되는 사람이 여기 왜 있겠어'라 말하고 있다." 모든 직업은 그 나름의 고충이 있고, 어떤 직업은 마땅히 넉넉한 보수도 못 주면서 그 나름의 곤욕과 고충만 부가로 안깁니다. "이야기에는 각각의 옷이 있다." 많은 직간접 체험을 얻고, 그로부터 얻은 감흥을 아름답게 간직한 이가 얻은 깨달음일 수도 있겠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이 작가를 결심케 했다(p211)." 앞에서 아노 작가는 "상상이 내게 한 짓"을 얘기했지만 백민규 작가는 병으로 돌아가신 할머니의 장례식을 작가가 된 계기로 떠올립니다. 이 글에서도 계약 작가의 일이 자세히 언급되는데 세번이나 도전하고도 결국 실패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작가가 되려는 분들은 현직 작가가 털어놓는 이런 고충과 어려움이 담긴 이야기를 읽고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앞에서 아노 작가는 "현실 작가에게 권선징악은 없다"고도 했는데, 작가가 특별히 더 그런 직업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어느 직업, 어느 영역에서도 권선징악 같은 건 없습니다. 더 약고 더 악랄한 이가 과실을 챙겨 가는 게 흔할 뿐이죠.


"대학원에서는 작가의 작품을 써야 한다면, 회사에서는 관객에게 보일 작품을 써야 한다.(p243)" 이 역시 모든 작업, 직업에 고루 적용되는 이치입니다. 사회는 대중에게 팔아먹을 상품을 만들어내는 회사, 회사로 가득합니다. 안 팔리는 상품만 만드는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고 쓸만한 아이디어를 못 안출하는 직원은 짤릴 수밖에 없죠. 정다워 작가는 "(언어로부터) 도피하듯 떠난(p252)" 베트남에서 사이공이나 호치민(아 참, 같은 곳이죠 ㅎㅎ)을 미아라는 여성, 같은 또래라 연대감이 더 컸을 미아의 안내를 받으며 여러 체험을 합니다. 회전율이 높던 어느 가게, 맛있는 바인쎄오... 특정 순간에 내 미뢰를 잠시 자극하고 지나간 어느 짧은 맛도 알고 보면 다 나의 무엇을 형성하는 귀한 손님이자 선물이죠. 


"그전에 누가 뭐라해도 나는 내 소설이 재미있었다.(p281)" 이런 생각이 자기 도취에 그치는 게 아니라, "누구나 내 책을 쓰고 가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데까지 가면 정말 생산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작가는 특별한 직업,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만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펼쳐 내고 공유할 수 있게 돕는 직업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작가분들이 이처럼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은 책은 재미있고 유익하고 고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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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공기업 쉽게 합격하는 NCS 면접 - 한전·한국수력원자력·한국수자원공사·한국서부발전 등 대비ㅣ 면접 합격후기 및 합격 자소서 수록ㅣ PT/토론 면접 대비 최신 시사 이슈15(PDF)
윤종혁.조은희.김태형 지음 / 해커스공기업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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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세대와 요즘 세대를 가를 수 있는 기준 중 하나가... "면접은 그저 요식행위이며 필기 고득점이 중요" 정도로 생각하면 구세대, 그렇지 않고 면접이 진짜 핵심이라고 여긴다면 요즘 세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면접이 요즘은 중요하며, 면접 일반이 아니라 공기업, 사기업, 공무원(5급~9급) 등 채용 분야에 따라서 원하는 인재상이 다 다르니 그에 맞게 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공기업, 공공기관, NCS의 경우 면접을 통해 뽑고자 하는 인재상 자체가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가? 그에 대해 이 책 p11에 저자님의 개인적인 회고담을 통해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자분이 직접 가르쳐 건보공단에 입사한 어느 분이, NCS 기준이 대체 무엇이며 공기업, 공공기관의 채용 기준은 어떠해야 하는지 가르침을 듣고자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저자분이 이 대목에서 자세히 설명해 주는 내용, 또 관련 자료가 pp.11~15에 나오지만(그 이후에도 나옵니다), 핵심만 요약하자면, 사기업의 인재상은 통합형 능력이요, 공공기관 공기업에서는 직무별로 잘 나뉘어진 적성과 역량을 요구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공공기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4대 역량은 p14에 그래프로 나옵니다. 그것을 비중별로 나열하자면 1) 문제해결능력 2) 대인관계능력 3) 전공기술능력 및 회사이해 4) 의사소통능력 등입니다. 


 

우리는 특히 사기업 등에서 압박면접 등을 널리 실시한지 십여년이 지났기 때문에 면접이라 하면 모두 그런 식으로 실시되는 줄 압니다. 그러나 선진국 학계, 기업 등에서 개발한 면접 모형은 실로 다양하며, 이 책에서 특히 NCS 면접 유형이라고 해서 역점을 두어 설명하는 부분은 우리가 상식으로 아는 면접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런 것도 모르면서 기존의 구태의연한, 또 성격이 전혀 다른 면접 요령을 두고 모든 경우에 다 통할 것처럼 설명하는 태도는 무책임할 뿐 아니라 무지의 산물이기까지 합니다. 

 

역량 기반 구조화 면접, 이것이 특히 NCS 면접에서 가장 크게 염두에 두었다고 파악되는 모형인데, 이 모형에서 핵심이 되는 건 "꼬리 질문과 그에 대한 기대행동"입니다. 면접 중에서는 딱히 어떤 정답을 기대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응시자가 보이는 창의성과 확신, 성실성 등이 표현되면 그대로 합격 처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NCS 모형은 다르다는 겁니다. 면접관은 이 인재가, 해당 기관이 요구하는 자질과 역량을 과연 갖추었는지 파악하는 게 목적입니다. 그래서 어떤 질문을 던지면, 응시자의 대답을 1~5점으로 평가합니다. 이렇게 세분화하여 점수를 매긴다는 건, 면접관이 NCS 모형에서 기대하는 정답이 분명히 따로 있다는 거죠. 응시자가 대답을 하면 그에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시 답을 던집니다. 

 

이렇게 해서 해당 응시자의 인재 특성, 직무 역량 등을 입체적으로 파악합니다. 저자는 처음에 과연 이 방식을 통해 해당 기관이 원하는 인재상을 정확히 걸러낼 수 있겠는지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었으나 현장에서의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이것이 분명히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응시자들은 이 점을 분명히 알고, 기관별로 NCS 면접이 원하는 인재상이 분명이 따로 존재한다는 걸 명심하고, 면접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널리 쓰이는 면접 방식 중에는 토론형이 있습니다. p49에서 이런 토론 면접에서는 수미상관(쌍관) 구조 답변을 권한다고 하는데, 일단 주장을 하고(A) - 근거(기본, 현용, 판단력 정보)를 제시한 후(B) - 다시 정리(A)하는 식이라고 합니다. 이 양식에 맞추지 않으면, 아무리 어떤 사람이 확신을 갖고 당당한 태도로 유창하게 답을 해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독자로서 이 책을 읽고 경각심이 바짝 든 건, 수험생이 아무리 주관적으로 "면접만 가 봐라, 나의 확신, 당당함으로 판을 뒤집어 놓으시겠다"라고 여겨 봐야 해당 면접관들은 준비한 답을 기대하고 있다는 겁니다. 세상이 어디 나만의 원맨쇼를 구경하러 대기하는 팬클럽이겠습니까. 꿈을 꾸기 전에 먼저 주제 파악을 하고, 그 다음에 구제적인 목표를 정하고 전략을 짜야 하는 거죠. 응시자도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하고, 교재의 저자, 강사분들도 변화하는 출제 경향에 맞추어 이처럼 연구를 하고 그에 따른 결과로 우리 응시자들을 이끌어야 하는 겁니다. 

 

p64에 나온 다음과 같은 예를 보십시오. "본인 스스로 편법이 아닌 원칙을 지킨 사례를 말해 보세요. - 네 저는 편의점 알바를 할 때, 남들이 다 대충 하는 걸 저는 철저히 민증 검사를 했습니다." 이런 건 worst 답변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왜냐? "편법 - 원칙"은 사회에서 어느 정도는 허용이 되는 걸 가리키며(예: 횡단보도에서 대기하는 차를 피해 좌측 통행), 편의점에서 미성년자에게 민증 검사를 안 하는 건 편법 정도가 아니라 이미 "불법"이기 때문이죠. "아무도 안 보았지만 음주운전을 하지 않고 대리기사를 불렀습니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이 책은 면접포트폴리오를 철저히 준비할 것을 가르칩니다. 내가 지금 취업하려는 기관, 기업 등이 어떤 철학과 목표를 가지고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파악하는 건 생각보다 단기간 안에 끝나는 게 아닙니다. 리서치를 하고 이미 이 기관의 직원이라고 생각하며 기안을 올린다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아직 "나만의 자신감!" 운운하며 임기응변으로 다 때우려는 이들이 많습니다. 백전백패할 자세입니다. 어디 사회가 그리 만만하겠습니까?

 

면접시 외양은 이마가 보일 정도로는 다듬으며, 색은 갈색을 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합니다(아무리 개성 존중 분위기라고 해도). 흰색 셔츠, 푸른 넥타이 정도가 무난하며, 지나치게 고급이 아닌 정장용 시계, 깔끔한 스틸이나 짙은 가죽 스트랩을 권한다고 합니다(p129). 드레스코드는 생각보다 중요하므로 괜한 모험은 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pp138~139에 성별에 따라 다른 자세, 인사 각도 등이 나와 있으므로 꼼꼼하게 읽고 입실해야 하겠네요. 

 

모르는 질문을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이에 대한 답은 없죠. 원칙적으로 불합격했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정말 죄송한데 그 대신 이와 비슷한 답을 드리면 안 되겠습니까?"라며 최대한 공손하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면접관에게 그나마 최대한 낮지 않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p157).

 

이 책의 가장 유익한 점은, "나의 매력과 장점을 최대한 어필할 수 있게" 23개 캐릭터 유형을 제시하여 그 중 가장 나와 비슷한 유형을 골라 대비할 수 있게 한 점입니다. 또 파트포에서 기관별, 기업별로 자주 묻는 문제를 모두 수록했으며, 특별부록에서 AI 면접 대비 요령을 따로 정리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NCS와 공기업에 특화한 면접 스킬은 이 책 한 권으로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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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쉽게 합격하는 공기업 논술 - 신용보증기금·금융감독원·한국주택금융공사 등 대비ㅣ주제별 최신이슈 및 모범답안ㅣ시사상식&공기업 채용 트렌드 강의 제공
윤종혁.최수지 지음 / 해커스공기업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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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은 대입 논술부터 해서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대학을 논술 전형으로 합격한 이들도 꽤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공기업 논술은 성격이 매우 다릅니다. 따라서 공기업 입사 전형 시험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전문가의 강의, 또 교재를 봐야 최소한의 효율적인 노력으로 합격할 수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자주 개정이 되는 교재가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공기업 논술에 대해, 책에서는 일단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요구한다고 합니다(p11). 대입 논술, 특히 자연계 논술(수학, 물리, 화학 등)과는 이런 점에서 크게 다릅니다. 전문적으로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지식을 쌓는 편이 일단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두번째로 논리적 사고를 중시한다고 합니다. 이 점은 아마 "논술"이라는 타이틀을 건 모든 전형이 공통이겠습니다. 앞에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무 체계 없는 지식을 잡다히 나열한다고 높은 점수를 받는 게 아니라는 뜻이죠. 


 

다음으로, 이 책에서는 공기업 논술 전형이 "추론 과정을 중시한다"고 합니다. 논리에 비약이 있어서는 안 되고 어떻게 해서 그런 결론이 도출되는지 차근히 꼼꼼하게 서술해야 그 결론과 주장에 타당성이 갖춰진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기업에 관한 지식을 항상 체크하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공기업 중 한 곳인 서민금융진흥원이 소득 양극화에 대한 원인과 (해당 기관의) 기능에 대해 논술하라고 했을 때, 자신이 취업하겠다는 기관의 하는 일과 성격을 모르면 애초에 이런 논술 문제에 대해 어떤 답을 쓸 수 없습니다. 논술은커녕 단답형도 어려울 것입니다. 


 

보통 논술 교재들의 경우, 어떤 총론이 부족하고 모범 문제, 모범 답안만 잔뜩 실어두곤 합니다. 이러면 기출문제나 예상문제를 외우라는 것밖에 안 되는데, 그래서는 최근 경향에 대비하기 어렵습니다. 또 이치를 알고 개별 상황에 적용하는 게 진짜 지혜이지, 어떤 답안을 통으로 외워서 무작정 토해 놓는 건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과는 전혀 거리가 먼 행태입니다. 

 

이 교재를 공부하고 제가 가장 좋았던 점은, 책의 파트원과 파트투, 책 전체 분량의 23% 가량이 "논술 작성 방법에 대한 총론"으로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물고기를 대신 잡아서 먹여주기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 자체를 가르쳐 준다고나 할지.


 

본론을 쓸 때에는 단락을 적절히 나누어 전략적으로 구성하라고 합니다(p31). 같은 내용을 반복하지 말고, 단순 정보의 나열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게 쓰되, 논제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내용만 쓰라고 합니다. 공기업 논술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추상적인 용어를 가급적이면 구체적으로 풀어 쓰고, 비유, 상징, 함축적 표현은 문학과 달리 논술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조언합니다. 응시자들이 특히 유념해야 할 대목입니다. 

 

p36에 보면 본론에서 언급하지 않은 새로운 주제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감정평가사 시험의 2차 모범 답안을 보면 결론 부분에 "여론(餘論), 보론(輔論)" 등을 집어넣어 마지막에 약간 다른 사항을 언급하며 자신의 지식을 확인시키는 기법도 있는데, 이런 것은 시험의 성격이 다르므로 공기업 논술에서는 시도해서는 안된다는 뜻이겠습니다. 

 

p46 이하, 파트쓰리부터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됩니다. 첫 논제가 "포스트 코로나"인데 작년 2월경에 코비드19가 발발했으므로 올해에 충분히 출제될 만한 문제입니다. 이 책은 일단 시사 지식과 사회 추세에 대한 (공신력 있는) 분석을 정리해 줍니다. 그 자체가 논술 답안이라는 게 아니라 이런 지식과 분석을 답안에 활용해서 쓰라는 거죠. 아무리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 해도 해당 이슈에 대한 지식과 (그에 대한 이 사회의 보편적인 컨센서스의) 방향을 알지 못하면 동문서답이 되기 일쑤입니다. 교재에 나온 분석은 편향적인 게 없고, 적어도 논술 채점 위원들의 대략적인 시각이 그렇다는 걸 알고 답안에 충분히 반영해야 하겠습니다. 

 

아 교재는 이렇게 지식 사항과 분석을 충분히 알려 주고, STEP3에서 "모범 답안"을 제시합니다. 내가 쓴 답안과 모범답안이 어떻게 다른지 꼼꼼하게 대조해야 합니다. 아 이런 부분을 보강해야 하겠구나, 이런 부분은 안 쓰는 게 낫겠구나 하며 나의 답안에 자족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문제 풀이의 전과 후의 실력과 개성이 달라져야(발전해야) 그게 참된 공부입니다. 

 

"교육의 변화" 같은 것도 공기업 논술에서 단골로 출제되죠. 특히 이 교재에서는 코로나 이후 한국 교육의 실태와 구조 변화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잘 정리합니다. 공기업뿐 아니라 한국에는 교육부 산하, 관련 공공기관이 무척 많으며 이런 기관에서 시행하는 논술에 출제되기 매우 적합한 논제라고 하겠습니다. 

 

p86에는 "허위합의편향사회"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이 말이 낯선 사람도, "확증편향"에 대해서는 자주 들어봤을 것입니다. 일단 내가 옳다고 생각한 바가 생기면, 그에 반하는 어떤 증거나 주장도 다 그릇된 듯 들리며, 이런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가 기존에 알던 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의심해 봐야 합니다. 이 교재에서는 확증편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류 미디어가 (무슨 의도에서건 간에) 우리 사회의 합의사항이 이리 정해졌다고 허위로 결정하고는 이를 자체 파워를 빌려 대중에 강요하는 현상을 경계하는 취지입니다. 미디어 관련 공공기관은 꽤 많으므로 해당 기관에 취업하려는 이들은 반드시 숙지해야 할 사항입니다.

 

"한국형 뉴딜"은 특히 작년(2020)에 주식시장을 비롯 여러 분야에서 큰 이슈와 반향을 몰고 왔습니다. 그런데 말은 자주 들어봤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향성과 정책연관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지 각론을 물어 보면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확장, 민관 합동 사업 등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를 정확히 알고 나서야 유효한 답안을 잘 작성할 수 있겠네요. 데이터 경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p117에 특히 유용한 지식이 많이 나옵니다. 

 

후반부에는 스마트시티, 수소경제, 4차산업혁명 등 익숙한 주제가 나옵니다. 아무래도, 이런 주제들은 언제 어느 기관, 어느 기업 시험에서도 논술 주제로 출제될 수 있겠으므로 철저히 알아 두어야 합니다. p175 이하에는 특히 공공기관, 공기업의 의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담은 자료가 나오는데 시험 합격을 위해서는 이런 오랜 고민의 결과물에 깊이 공감하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할 듯합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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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해커스 공인중개사 출제예상문제집 2차 공인중개사법령 및 실무 - 제 32회 공인중개사 2차 시험 대비ㅣ기출지문 빈칸노트 제공 2021 해커스 공인중개사 출제예상문제집
황정선.해커스 공인중개사시험 연구소 지음 / 해커스공인중개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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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시험 과목 중 비교적 암기 위주로 출제되며, 철저한 암기가 바탕이 되고 반복 학습만 이뤄지면 큰 문제는 안 되는 영역이겠습니다. 대체로는, 기본서만 열심히 보고, 조문 숙지만 빠릿빠릿하게 이뤄지면 고득점에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런 예상 문제집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실전 적응이 잘 이뤄질 듯합니다.


제1편 공인중개사법


법은 공법과 사법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뉘며 이 법은 중간영역인 사회법 성격이 강하다고 합니다. 공인중개사는 개인 간의 부동산 거래를 다루니 사법(私法) 영역에서 활약하지만, 이 활동이 전적으로 사적 자치에 맡겨진 게 아니고 엄격한 규제가 이뤄지므로 공법입니다. 특히 중개사 시험에 자주 나오듯 법정분을 초과하여 수수료를 받으면 이를 반사회질서로 의율하여 무효로 보는 판례가 있으므로 이 점은 누가 봐도 공법적 성격입니다. 


p21에 보면 02번 문제에서 답이 ②라고 나옵니다. 뒤의 해설(별책 p9)을 보면 명문으로 법제화되어 있지는 않으나 해석상 민법의 위임계약(채권법 각칙) 규정이 보충적으로 적용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아무리 조문 중심으로 공부해도 실전 문제에서는 의표를 찌르는 함정이 파이기 마련이므로 문제집 공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p24에 고득점용 문제가 나옵니다. 사실 ①은 상식적으로 봐도 틀린 게 명백합니다. 계약 자체는 쌍방이 의사 합치가 되어야 이뤄지지만, 중개 의뢰를 쌍방 모두로부터 받아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죠. 만약 그렇다면 공인중개사를 통해 최종 성사되는 거래가 도대체 몇 건이나 되겠습니까? ⑤는 명인방법이라는 건데 관습법상 인정되는 공시 방법입니다. 


p25에서 ③은 도급이 "일의 완성 의무가 있다"고 했는데 이건 맞는 말입니다. 민법 채권 각칙에서 위임은 완성의무가 없으나(그래서 독일 변호사법에서 성공보수는 반사회질서 무효라고 처리했었죠) 도급은 완성의무가 있다는 걸로 계약 본성이 구별됩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에게 완성 "의무"가 있는 건 아니죠(중개를 못 이루면 의뢰인에게 손해배상?). 다만 완성을 해야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는 하겠습니다. 


p34의 01번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요건은 비교적 널널한 편입니다. ③이 비교적 헷갈리는 편이지만 집행유예는 말 그대로 집행유예이므로 응시 요건에 결격이 될 건 없습니다. 다만 중개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생각하면 더 엄격하게 규율할 필요는 있겠죠. 최근에 어떤 중개사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했는데 차라리 위임사무와 책임 범위를 더 넓히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하더군요.


p36의 05번에서 ③은 선지를 찬찬히 읽어 보면 "무자격자로 하여금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대여한 것으로 본다"면, 아니 세상에 법에 안 걸려들 사람이 없겠죠. 이런 문제는 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판례의 내용에 대해 기억을 다지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정도의 의미가 있겠다 싶습니다. 


p71의 60번에서 ③의 경우 甲도 책임을 지는데 이는 민법상 사용자책임이 강화된 것이므로 당연합니다. 이 문항은 고득점용으로 표시되었는데 특히 이 부분 최근 출제 가능성이 높아지는 듯하므로 판례까지 포함 공부를 잘 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p81에서 일반중개계약, 전속중개계약을 비교해 놓고 있습니다. 기본서에도 잘 정리되었겠지만 이 문제집에서도 다시 볼 수 있어 공부하기에 편했습니다. 


p89에 신유형으로 08번이 나옵니다. 중개사무소의 명칭, 소재지 드등은 광고에 명시해야 하지만, 중개대상물의 소재지는 표시 의무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미끼매물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요. 또 연락처는 명시를 해야 하지만 사업자등록번호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주의해야겠습니다.


p132에서 또 손해배상책임을 묻습니다. 이 문제도 고득점용이라고 나옵니다. "목적물 인도, 보증금 지급, 확정일자 취득 등이 예정되었다면 이는 중개행위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게 판례의 태도라고 별책해설 p33에 나옵니다. 이 판례는 2007년에 나왔으므로 비교적 최신 것입니다. 


p167의 29번도 고득점용 문항입니다. ②가 정답인데 폐업 전 업무정지처분의 효과가, 처분일로부터 1년간 승계된다는 겁니다. 바로 아래의 선지 ③과 비교해 보십시오. 과태료 처분도 똑같이 1년이라고 하면 아마 안 잊어버릴 겁니다. 


p193의 07번도 고득점용입니다. 피용인인 중개사뿐 아니라 이를 고용한 개업공인중개사도 처벌(벌금형)을 받는데(이른바 양벌규정), 이때 행위자가 아닌 개업중개사의 자격은 취소되지 않는다는 게 그 요지입니다. 해설에는 안 나오지만 위법행위 본인이라고 해도 300만원 이상이라야 취소가 되며, 양벌규정(행위자와 고용인, 또는 법인)에는 자격 취소는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이런 것도 해설에 좀 명기를 했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문제집 본책이 318페이지인데 1편 공인중개사법편이 200페이지입니다. 이 과목에서는 공인중개사법의 비중이 절대적이므로 철저히 조문 위주로 학습해야겠습니다. 


제2편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p213에 신유형 09번, 이게 유형 자체가 새로운지는 잘 모르겠으나 최근 들어 이 파트가 출제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건 사실인 듯합니다. 이 법상 거래신고 사항이 아닌 걸 고르는 건데 ⑤가 답이죠. 다만 별책 p49 해설에 "법인의 매출액"은 신고 사항이 아니라고 했는데, "보유 주택 수" 역시도 해당 없습니다. 둘 다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p234의 09번, ① 대가를 받고 지상권을 설정하는 경우에도 매매에 준하여 허가를 받아야 하겠습니다. ②는 거래허가를 득할 시 만약 원래 농지였다면 따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은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③은 농지법상의 규정과 무관하게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하므로 틀린 것입니다. 


제3편 중개실무 


p264의 12번에서 관습법상의 여러 권리는 가급적이면 확장해 주지 않는다는 게 판례의 태도입니다. 분묘기지권도 그렇고 경작자의 작물에 대한 권리(부합의 법리 적용 제외), 명인방법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가급적이면 인정 안 해 주려는 게 판례의 태도이므로 분묘의 외형도 갖추지 못한 평장, 암장의 경우 분묘기지권이 인정될 리 없습니다. 더군다나 저 외형은 공시 방법이므로 물권법상의 성립요건 둘 중 하나가 결여된 거나 마찬가지죠. 


p271의 27번. ①이 어렵습니다. 선지에는 농지취득자격증명원이라 되어 있으나 임대차의 경우에는 그 임대차 사실의 확인만 받으면 충분합니다. 등기가 없어도 이처럼 보호를 해 주는 것은 도시의 경우 주택임대차 보호 제도를 떠올리면 되며, 또 농지법에서는 원래 경작자를 폭 넓게 보호하기 때문이죠. ④는 1차 과목 민사특별법에 나오는 내용인데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해 계약갱신요구권이 있는 것이고 임대인에게 그런 권리를 인정할 이유가 없죠. ⑤는 농지법상 아예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표 하나에 임차인을 보호하는 3법의 내용을 다 담아서 문제화한 게 특이합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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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의 기적
케리 버넬 지음, 김래경 옮김 / 위니더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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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그때 그런 일이 벌어졌었다"고 합의한 이야기라고 해서 언제나 진실이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역사 왜곡이라는 문제도 벌어지는 거고... 더군다나 그런 이야기가 어떤 강한 도덕적 당위를 지니고 있다거나, 그 이야기만 들으면 삶의 의욕과 희망이 샘솟는다거나, 이러면 이 이야기는 이미 사실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집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걸 두고 사실과 구별되는 진실이라며 따로 의미를 부여하지만, 이런 건 악용의 가능성이 있기에 권장할 게 아닙니다.


"마블"이라는 별명을 가진 소년은 불과 다섯 살 때 어미곰한테 잡혀가 죽을 뻔하다가 손에 쥐고 있던 하키 스틱으로 곰을 쳤고, 이 틈을 타 어느 주민("한물간 스토니")이 총을 쏘고 곰에게 겁을 줘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연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마브를 희망, 용기,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며 널리 그 이야기를 퍼뜨렸습니다. 


그러나 다섯 살 때의 일이지만 그 일을 겪은 당사자 마브의 기억(지금 7~8년이 흘렀다고 합니다)은 좀 다릅니다. 마브(아마 마빈 정도의 약칭이겠죠)는 그 일 이후로 경이롭다는 "마블"이란 별명을 얻었는데 마치 예전 권투선수였고 최근에 사망 소식이 들린 마빈 해글러가 마블러스라는 이름(나중에는 아예 호적상의 이름으로 바꾸었죠)을 얻었던 것과 비슷합니다. 여튼 마브가 몸소 겪은 기억에는 "어떤 여자 아기, 살려는 의지가 강했고 곰보다 더 야생적이었던 아기가 분명히 그 자리에 있었고, 자신은 그 아기를 구하려 들었던 것"뿐입니다. 그러나 엄마를 포함 어떤 어른들도 "아기? 무슨 아기?"라며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물론 아무리 애라고 해도 그 아찔하고 강렬한 기억을 어떻게 잊겠냐고 할 수 있지만(또 한국과는 세는 나이도 다르겠지만), 과연 다섯 살의 기억이 그리 믿을 수 있겠는지 조금은 의심이 들었습니다. 또 그 경고문에 나온 세 문장이 다섯 살의 마브에게 과연 그리 의미가 깊이 다가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스쳐가더군요. 여튼 마브, 그 일 이후로 "하키 실력도 엄청 늘었다는(!)" 15세 소년은 여전히 그 아기와 어미곰의 기억을 마음에 품고 지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일생을 두고 풀어야 할 자신만의 의문과 수수께끼를 가질 수 있습니다만 마브는 그 계기를 매우 드라마틱하게 마련한 셈입니다. 


"곰이야." '내 곰인가?'(p68) 사람은 어렸을 때 품은 의문을 그 일생 동안 해결하려 드는 버릇이 있습니다. 마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자신에게 위협적이었던 그 큰 어미곰보다는 아기와 가까이 있었던 새끼곰이겠지요. "여자애랑 곰이 같이 자랐다면, 둘은 서로를 특별한 마음으로 아끼는 사이일거야.(p73)"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게 마브 특유의 순수한 마음 아니겠습니까. 어른들은 그저 야생동물을 포획하거나 살상해야 할 위협적 존재로만 보는데 말입니다(물론 현실에서, 곰은 정말 조심해야 할 동물이긴 합니다).


"프로미스가 또 의상을 망가뜨리면 그레타가 산 채로 가죽을 벗길 거야."(p92)


이처럼 이 책은 약간 무서운 표현이 등장하기도 하고(물론 결론은 감동적이고 모든 문장이 순수한 동심에의 복귀를 강조하는 착한 마음을 담았습니다만), 약간 내용이 좀 많습니다. 위니더북의 기존 어린이책을 생각하신 학부형들은 좀 의외로 여길 만도 합니다. 


마브는 놀랍다는 듯이 말합니다. "여자애가 스케이트를 끝내주게 잘 타는 것 같아요.(p125)" 아빠와 엄마 리언은 카니발 구경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며, 이 시점부터 아들 마브의 일생을 둔 수수께끼에 드디어 동참하는 것 아닌가, 독자인 저는 개인적으로 그리 느꼈습니다. 


"이름이 왜 튜즈데이에요?" "화요일은 걔 운이 좋은 날이거든."(p135) 하지만 마빈은 벌써 직감합니다. 이 구경이 내 일생을 바꿔 놓겠구나 하고 말이죠. 왜인지 아십니까? 바로 앞의 그 곰 사건도 화요일에 벌어졌으니까요. 


"네가 곰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잘 알아. 그레타가 곰이랑 너를 너무 가까워지게 놔 뒀지. 그래봤자 동물인데 말이야." 서베스천이 이렇게 책망해도 튜즈데이는 여전히 기가 죽지 않고 대꾸합니다. 이런 걸 보면 확실히 우리말로 (번역)된 텍스트가 맥락의 파악에 훨씬 유리한 것 같습니다. 분위기나 인물의 내심도 더 전달이 잘 되고요.


"저건 긴 망토를 입은 여자애 아냐?" (p188) 카, 여기서 마브, 엄마곰 뒤를 여태 따라온 마브는 드디어 누구를 만납니다. 과연 누구일까요?


"너희 둘을 다 찾았다니 믿을 수 없어."(p190) 

"아니, 우리가 널 찾은 거야."

크.. 역시 OOOO 다운 말입니다.(누군지는 스포라서 가립니다)


드디어 만나야 할 사람들(...)은 만나고야 만다... 인생의 영원한 진리입니다. 소설 제목에도 "기적"이 붙었지만, 이 장편소설(생각보다 기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으십시오)은 정말 끝까지 읽은 독자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우리 어른들도 어린 시절의 동심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야, 생에서 얻는 감동과 감격, 뭉클함이 더 잦아지고 많아집니다. 마브의 모험을 보면서 제가 느낀 건 이런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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