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대 입시의 신 - ‘불확실함’을 ‘확고한 믿음’으로
김민중 지음 / 라온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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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계는 예전부터 일반 이/문과와는 다른 전형을 마련하여 신입생을 뽑았습니다. 아무래도 "실기"라는 또다른 관문이 있기 때문에 그 어려움이 공부만 하는 것보다는 훨씬 클 것으로 짐작들을 합니다. 또 공부는 어느 정도까지는 노력으로 극복이 되는 문제이지만, 체육 실기는 선천적인 면이 크겠기에 그 점 역시 애로사항일 듯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선입견과는 상당히 다른 말을, "체대 입시의 신"인 저자는 이 책에서 하고 있더군요.


"뜬금 없이 '1억 모으기', '부동산 부자 되기' 같은 목표와, 대학 합격이란 목표는 매우 다르다. 고3 1년을 보람 있게 보내고 합격을 하려면, 미리부터 그에 알맞은 '근육'을, 중3, 고1, 이런 시기부터 만들어 두어야 한다.(p62)" 사실 저도 저자분이 예시한 저런 제목의 책들을 자주 읽고 리뷰를 웹에 남기는 편입니다만, 1억이 설령 요즘 그리 큰 돈이 아니라 하더라도 갑자기 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하면 그건 정말 뜬금없는 소리가 맞습니다. 어디 원인이 없는 결과, 노력이 없는 횡재가 가능하겠습니까. 저자는 역시 어린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답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자격을 갖춘 후에 어떤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길을 제시하는 듯합니다. "근육"을 미리 키워 놓지 않으면, 갑자기 스퍼트를 낼 때 해당 부위에 당연히 무리가 갈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에 안 키워 놓은) 근육이 다치면 당사자에게만큼은 그 "북" 찢어지는 소리가 신기하게도 순간 귀에 들리는 듯하더군요. 


나를 잘 다루기 위해 그저 너무 편하기만 한 전략을 세우면, 그건 고3이라는 기간을 잘 보낼 예열을 하기에 매우 부족할 것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반대로 애 잡는 스케줄로 호되게 몰아가는 일도 잦았는데, 이건 이것대로 문제가 크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너무 편하기만 한 전략 역시 도대체 나아지는 게 없으므로 역시 무익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예열", "키워 놓은 근육" 등의 키워드에서 저자의 교육관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서울대 들어가니 좋니?" 체육교육과에 합격한 제자에게 이 말을 건네니 그 고마워하는 눈빛과 자부심이 섞인 표정이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과연 그렇지 않겠습니까. 입시를 앞둔 어느 학생의 어머니를 만나 상담하며 "고3 키우시느라 힘드시죠?"라고 여쭈우니 왈칵 눈물을 쏟으시더랍니다. 이게 바로 정상적인 한국인들이 사는 모습입니다. 힘들여 노력해서 남들 좋다고 하는 대학에 들어가서 멋진 사회인으로 잘 성장하고 싶고, 내 아이를 남부럽지 않은 학교에 진학시키고 싶고...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첫눈에 들어온 대목은, 물론 입시의 기술자로서도 이 책 저자분이 최고이겠지만, 그에 앞서 수험생과 학부형에게 열렬히, 원초적으로 공감하는 자세였습니다. 가르치는 상대방에게 공감하지 않고는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공감이 진심이면, 그 공감을 받는 상대방이 먼저 그걸 압니다. 이러면 두 사람 사이에 즐탁동기, 진정한 노력과 노력이 합을 이뤄 결국 좋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p45에는 대략 고3 하나를 대학에 합격시키기 위해 얼마 정도의 비용이 드는지 "견적"이 나옵니다. 물론 이는 추상적이고 평균적인 학생을 염두에 둔 것이며 개별적으로는 훨씬 큰 금액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저자 역시 이 정도까지만 돈이 들어도 학부형들이 만족할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또한 장래 설계는 미리부터 해야 하며, 생기부의 기재 사항이 최근 바뀐 것은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자기 진로 설계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평가합니다. 또 컨설팅을 자주 하는 저자이니만큼 요즘은 중2때부터 상담을 원하는 부모님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독자인 제가 짐작하기에 학생 본인이 발휘하는 의지, 열정, 의욕 등이 시실제 입시 결과에서 큰 영향을 끼친다고 저자분이 믿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p54 이하에서도 그렇고, p65에서도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의 말을 인용하며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기출 면접 리스트는 갖다버려라!" 이 말만 들려 줘도 학생들은 벌써 부담이 줄어들어 환호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체대뿐 아니라 모든 면접은, 나중에 취업 과정도 그렇고 기출 문항 공부가 필수입니다. 그런데도, 그보다 더할 입시에서 저자는 저렇게 말합니다. 만약 일찍부터 자기 주도 학습이 몸에 배었고, 일찍부터 진로가 설계된 학생이라면, 현장에서 던져지는 질문 정도는 이미 내면에서 답할 준비가 다 이뤄졌다는 겁니다. 암기한 바를 더듬더듬 이야기하는 식이라면 그게 좋은 점수를 받기도 힘듭니다. 애초부터 올바른 전략으로 임한 학생은 면접 정도는 "평소 실력"으로 다 커버가 가능하다는 거라고 독자인 저는 주관적으로 해석했습니다. 적어도, 기출 갖다버리라는 말이 학생들에게는 정말 후련하게 다가올 듯합니다. 가뜩이나 공부할 바가 많은데, 뭔지 근본도 없어 보이는 기출 파일 하나가 또 추가되어 암기하라고 짐이 하나 지워진다면 부담이 얼마나 더하겠습니까. 


"학원이라고 다 같은 학원이 아니다(p166)" 이 비슷한 말은 저 앞 p25에도 나옵니다. 학생더러 그냥 알아서 진로대학을 정해 오라고 무작정 요구하는 학원은 아주 시대에 뒤떨어진 건데 아직도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곳이 있다는 거죠. 또 지도자나 학원장의 최종 학력은 그리 중요치 않으나, 경력은 눈여겨 꼼꼼히 보라고 합니다. 의외로 기초적인 정보조차 잘 정리되지 않은 학원이 많으니 조심하라고도 합니다. 실기 능력이 낮은학생들은 트레이너가 보강 수업을 "반드시" 시켜 줘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잘 마련되었는지 살피는 것도 핅수라고 합니다. 학원을 그저 집이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덜컥 등록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멀어도 좋은 곳을 찾아가서 배우라는 뜻입니다.


저자는 스스로 밝히기를 남들보다 수학은 좀 잘하는 편이었다(p38)고 합니다. 저자는 한참 뒤인 p137 이하에서도 수학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많은 학부형들이 애들한테 국어를 더 중시하여 강조하는데 그러다가 망한 케이스를 아주 많이 봤다고 합니다. 또 많은 체대가 탐구의 비율을 50%까지 반영하니 이 역시 소홀히할수 없다고 합니다. 사실 탐구는 점수 올리기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수학은 단기간에 향상되는 과목이 아니니 신경을 써야 하겠지요. 또 실기에 제자리멀리뛰기, 왕복달리기, 배근력, 메디신볼던지기 등이 있는데 이들이 일반 필기로 치면 국수영과 같은 과목이라고 합니다. 특히 저자는 제자리멀리뛰기의 경우 이걸 제외한다면 거의 갈 대학이 없다시피한데, 요즘 트렌드인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는 이런 점에서 매우 좋지 않다고 합니다.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며, 남들 피하는 과목을 나의 강점으로 만들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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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자의 일기
엘리 그리피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나무옆의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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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뒤표지에 보면 <커커스 리뷰>라는 매체에서 "누가 이 아름다운 고딕 이야기를 거부할 수 있으랴!"라고 평했다고 나옵니다. 확실히, 스릴러나 미스테리 장르와 고딕만큼 궁합이 잘 맞는 관계도 없겠으며, 이 작품은 소설 속 소설인 <낯선 사람>(이 작품 중에서 가상으로 지어진, 고딕 문학의 고전이라고 하네요)이 점점 그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는 템포와 멋지게 호흡을 맞추며 전개됩니다. 그러나 이 작품 자체는 고딕이 아니며, 물론 살인 사건이 중반부까지 두 번이나 벌어지지만 이야기 자체는 우리네 이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감정, 티격태격하는 관계, 지극히 인간적인 교류 등이 어우러집니다. 고딕풍처럼 앙상하고 살벌하며 싸늘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마저 듭니다. 


미스테리를 읽을 때 개인적으로는 "작품 속에 숨어 있는 소소한 단서를 찾아 논리적으로 범인이 왜 그/그녀일 수밖에 없었는지 깔끔하게 밝혀내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하지만, 이 작품은 1/3쯤 읽고 범인 찾는 노력은 포기했습니다. 세 명의 1인칭 화자가 번갈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형식인데(역자 후기를 읽어 보니 고딕의 컨벤션상 이 3이라는 숫자가 여기서도 의미를 갖는다고 하네요. 물론 본문 중에도 '고딕에선 세 번 되풀이해야 제맛'이라는 클레어의 대사[p176]가 있지만), 뭐 같은 사건을 세 명의 다른 시선으로 리프레이즈해 주니 단서가 더 늘어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소설에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그냥 코지한 탈것에 몸을 맡긴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만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일단 클레어가 화자가 되어 들려 주는 이야기에선, 남 보기에 정작 클레어가 어떤 스타일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2부부터 우리의 주인공 하빈더가 등장하여 그 사건 그 만남 등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여 주고 나서야 아 이분이 그런 외모를 가졌구나, 하면서 어느 정도 그림이 잡히기 시작했네요. 하빈더 카우어의 표현에 의하면 "그녀는 누구에게든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합니다. 이 말은 전반부에 등장하며, 저 후반으로 가면 사이먼(클레어의 전 남편)과 플뢰르를 같이 만나곤 "대체 왜 저런 남자한테, 괜찮은 여자 둘(클레어와 플뢰르)이 모두 끌렸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하는 하빈더의 대사가 나오는데, 그걸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그녀가 동성애자인 겁니다. 동성애자의 정의(!)가 그런 거죠. 반대로, 어떤 게이 우먼(즉 레즈비언)을 두고 "저렇게 괜찮은 여자가 왜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괜찮은 남자를 안 만나는지 알 수 없다"고 하는 이성애자를 떠올려 본다면... 아무튼 여기서 클레어한테 강렬한 감정을 유발당한 이들 중에는 자신도 포함된다는 걸 은연중에 드러낸 건데, 그래도 이런 부분은 대놓고 결코 말을 안 하는 게 그녀(화법)의 매력입니다. 경찰은 경찰 업무에만 집중하자! 미스테리 장르물은 (에로티시즘 아닌) 미스테리에만 집중하자! 이거죠. 참고로 저는 p111에 나오는 "처음부터 클레어 캐시디가 싫었다"는 왠지 하빈더가 자신을 속이거나 남 들으라고 하는 말 같습니다. 


클레어는 확실히 매력적인 여성인 게... 이런 건 본래 딸이 가장 잘 판단합니다. 조지(아)가 엄마와 함께, 교사 엘라의 장례식에 참석하러 갈 때 "웬 모델과 노숙자가 함께 간다"고 할지 모를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장면에서 알 수 있습니다. 딸이 엄마한테 열등감을 느끼면 그건 틀림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생긴 열등감 말고 어떤 억압, 세뇌, 암시 이런 건 다른 문제고요. 클레어는 심지어 딸에게 백 번 들려 줘도 해롭지 않을 "공부해라, 명문대 가라" 같은 흔한 충고도 의식적으로 삼가고 조심할 만큼 딸의 의사를 존중하는 엄마입니다. 반면 딸 조지아는 아무리 (어린) 자녀로서의 특권이 있다 해도, 전통적 가치에 대해 "그 쓰레기 같은 소리"란 말을 쉽게 입에 올릴 만큼, 좀 선을 자주 넘는... 클레어가 아닌 다른 엄마라면 그리 자랑스럽게 여길 딸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 처음에 얘를 용의선상에 올렸다는...)


클레어는 아주 부유하거나 귀족적인 가문에서 출생한 게 아닌데도 그 외모 때문에 남들에게 그런 인상을 주지만, 정작 자신은 상류층에 대해 거부감을 갖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1부 내용만 봐서는 이 여성이 어떤 이미지로 타인에게 다가오는지 잘 알 수가 없었는데, 그건 클레어가 적어도 자신이 풍기는 이미지와 진짜 내면이 꽤나 차이가 나는 유형이라서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클레어는 지적이고, 대단히 창의적인 타입이 아닐지는 모르나 전공인 영문학에 대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그 이상으로 보입니다만) 아주 깊은 이해를 갖고 있습니다. 또 자신의 전공과 지적 소양에 대해서도 적절한 자부심을 갖고 있죠. p245 같은 곳을 보면 딸한테 "영문학과에 가려면 성적이 좋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영미에서는 사실이 그렇죠. 


이 소설은 고딕물뿐 아니라 그야말로 영문학상의 온갖 상징, 명언, 작가와 작품 이름들이 줄을 지어 레퍼런스되는 잔칫상과도 같습니다. 에드가 상까지 받은 장르물의 모범이지만 미스테리에 관심 없는 독자라도 이 재미 때문에 읽어 볼 만한 이유가 하나 뚜렷이 생깁니다. 고전뿐 아니라 영국 작가 수 타운센드가 지은 <비밀일기>라든가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라든가(p98), P G 우드하우스라든가(p71)... 그런데 하빈더는 클레어의 말에 의하면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써붙이고 다니는 사람" 같다는 건데, <비밀일기>의 주인공 에이드리언처럼 (어린) 남성우월 인종차별주의자하고 어떤 지점에서 만날 수 있을지 말이죠. 


업무 파트너인 닐 윈스턴은 대체로 호감을 부르는 인상이라는 것 외에 (아직) 비중이 적습니다. 경찰은 실제로도 두 명이 조를 짜서 다니지만 이 작품 중에는 <스콧 앤 베일리>라든가 <캐그니와 레이시> 등 TV 프로그램이 언급됩니다(p346). BBC 드라마 <셜록>에서는 홈즈와 왓슨을 애봇 앤 코스텔로에 빗대며 조롱하는 대사도 있었죠. 이 작품에는 <스트릭틀리 컴 댄싱>(p34를 비롯 아주아주 자주 언급)부터 해서 p57의 <유니버시티 챌린지(한국 mbc의 <퀴즈 아카데미>가 이 포맷을 많이 참조했죠)>, 포스트게임쇼인 <매치 오브 더 데이>(p278) 등 TV 프로그램들이 정말 많이, 인물들의 대화 중에 환기됩니다. 


책 앞날개에서도 그렇고 역자 후기(중 p506)를 봐도 이 작품은 발표 당시(2018)에는 "독립적인 작품(스탠드얼론)"이었을 겁니다. 저는 읽으면서 작가 엘리 그리피스가 어느 정도까지 하빈더 카우어를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이제는 속편이 나왔고 역자분도 p506에서 이 작이 시리즈의 첫 인스톨이 되었음을 분명히 알려 줍니다. 처음에 저는 읽으면서 하빈더의 정체성이 참 천천히 드러난다 싶었습니다. 클레어도 PC스러운 조심성 때문인지 첫만남에서의 하빈더에 대한 인상 표현이 무척 절제됩니다. 하빈더의 온전한 모습은 중반 이후에나 편안하게 우리 독자들에게 공개되는데 이를테면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카레를 만드는데 뭐하러 식당에 가서 사먹는..." 같은 대사(p170)가 그렇습니다. 이 소설에서 두 번 직간접 언급(p13, p201)되는 푸아로(=포와로)도 그리 잘생긴 외모가 아니며 이방인 벨기에 출신인데, 하빈더가 그런 점에서는 닮았습니다. 연령과 성별 면에서는 거리가 있지만. 


하필이면 모교("똥통"이라고 작중에서 두 번 정도 비하됩니다)관련 벌어진 살인사건을 맡게 된 그녀는 아주 성적이 좋지는 못했으나 영리한 학생이었다는 평판은 남깁니다. 학창 시절에 그녀를 가르친(최소한 기억하는) 교사도 아직 있고, 잠시 감정을 나눴던 친구(!) 한 명도 현직 교사로 일하는 모교... 수업은 안 듣고 뒤에서 제임스 허버트의 공포 소설을 즐겨 읽던 학생(p232)이었지만 범죄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영감은 누구못지 않습니다. 


다시 클레어로 돌아와서, 그녀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를 논하던 중 삐에르와 나타샤의 로맨스에는 무관심했다고 할 때 왠지 공감이 크게 되었습니다. 그 대하소설에서 삐에르도 외모가 시원찮은 남주였죠. 이처럼 영문학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고전도 언급이 되는데 예를 들면 역주에서 친절히 설명이 되듯 p183에서의 "나는 이보다 더 심한... "는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한 구절입니다. 바로 그 다음에 나오는 "콘숨마툼 에스트"는 기독교 신약 복음서의 한 구절(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다 이뤘도다"라고 한 것)을 라틴어로 쓴 거죠. 


아무리 논리적인 범인 추리를 포기했다고 해도 독자로서 "마구 때려맞히는 재미"마저 놓아버릴 수는 없습니다. 독자가 실력이 없어서 작가와의 게임은 GG를 쳤지만 읽어가면서 OOOO, 혹은 OOOO이 범인이 아닐까도 잠시 생각했으나 만약 그 둘 중 하나라면 이건 너무 싱겁죠. 그리 빤히 의심 받는 작자들이 결국 범인이라면 아마 에드가 상을 못 받았을 테고(ㅋ), 개인적으로는, 결말에서 진범으로 드러나는 OOOO도 아닐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그건 반칙 아닌가... 헌데 그렇다고 해서 좀 맥이 풀리더군요. 뭐 사정을 읽어 보니 또 그럴 만도 하겠다 싶기도 하고, 좀 더 힌트를 많이 주거나 비중을 늘렸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래도 남자라서인지 저는 하빈더 말고 클레어가 계속 나오는 시리즈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뭐 그건 힘들지 싶습니다. 길게 이어질 속편 중에서 가끔이나마 안부 전해주길요~~ 


*네이버 책좋사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제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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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사회복지사 연구소 지음 / 해커스사회복지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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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9회부터, 2014년 12회까지 총 8회분 기출문제 해설이 실려 있습니다. <해커스 사회복지사 1급 통합이론+기출(ISBN 9791165400484)>하고는 편제가 크게 다릅니다. 


일단 이 책은 두 권으로 분책이 된다기보다 "이미 분책이 된" 두 권이 한 데 묶인 것입니다. 한 권은 이론핵심요약+8회분 기출문제, 다른 한 권은 그 기출문제 세트의 상세한 해설입니다.


저는 특히, 다른 기출문제 해설집도 이 책의 이런 편제를 좀 따라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기출문제를 다루며 수험생 입장에서 가장 불편한 건, 오답 선지인 나머지 4개 문장에 대해 자세한 해설이 보통은 없다는 건데요. 이 책은 일단 답이 왜 답인지 분명히 해설을 해 준 다음, 나머지 4개가 오답인 이유까지 다섯 줄 정도로 길게 설명해 줍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해설이 내용요약도 겸하는 건데(물론 내용 요약은 또 별개로 잘 되어 있습니다) 기출문제집이라고 하면 이 정도 성의는 베풀어져 있어야 합니다. 기출문제+핵심요약이 334페이지, 기출해설이 408페이지라서 도합 750페이지 정도인데 두 권 다 2색 인쇄라서 눈에도 잘 들어옵니다. 


핵심이론은 말 그대로 핵심이론만 요약한 거라서 모두 80 페이지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 정말 핵심 중의 핵심만 추린 것입니다. 기출문제 엄선이 포함되었기는 하나 자매 교재 기본서(ISBN 9791165400484)가 모두 1,000페이지에 달하는 걸 생각하면 거의 8% 정도로 내용요약을 한 거죠. 당연히 시험 칠 때에는 기본서를 꼼꼼히 다 소화해야 하며, 이 내용요약은 그야말로 시험 직전에만 자기 실력을 점검하는 용도로 써야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27 같은 데를 보면 사회복지 조사 과정 파트에서 질적 연구와 양적 연구를 표로 구분하여 그 특징이 한눈에 들어오게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모든 내용이 다 망라되어야 하는 기본서의 본문하고는 또 다릅니다. p12 생애 발달의 통합적 이해를 보면 특히 표 안에 따로 작은 표를 배치해서 알쏭달쏭한 내용이 잘 이해되게 해 놓았습니다. 역시 소통의 묘는 편집에 있는데 특히 공부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이하에서는 "론핵심요약+8회분 기출문제"를 1권, "8회분 기출문제 해설"를 2권으로 지칭하겠습니다. 


2021년도 3교시 22번 문제, 즉 1권의 p104와 2권의 p53을 보면 2권 해설 중에 난이도 상이라고 나오는데 제 주변에서도 이 문제가 어려웠다는 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사항인데, 고용보험료의 "징수"에 대해서는, 고용보험위원회나 근로복지공단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그 주체라는 점, 잘 알아 둬야 할 것 같습니다. 부과는 근로복지공단이 그 주체라는 점도 더불어 말이죠. 


고용보험위원회는 정확하게는 고용부 산하 고용보험심사위원회인데, 이곳은 근로자측의 실업급여 신청 등과 관련한 이의신청을 심사하거나 고용부의 여러 특정 중요 안건을 의결하는 곳입니다. 혼동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3교시 32번 문제는 1권의 p, 2권의 p55에 그 해설이 나옵니다. 이 문제도 역시 난이도 상입니다. 이 문제의 답은 ①이고 그 부분 해설은 좋으나 유독 이 문항만 나머지 ②③④⑤에 대한 해설이 없어 그 부분은 좀 아쉬웠습니다. 물론 기본이론서를 보면 잘 나오겠지만 수험생에게 시간 문제도 그렇고, 해설에서 특정 이슈에 대해서만 포커스를 맞춰 따로 설명을 해 주는 것도 의미가 크기 때문이죠. 다만 전 자매편인 기본이론서가 너무 좋아서 만족했더랬기 때문에 더 이상은 비판을 삼가겠습니다. 다만 이 문제는 제 주변 기준으로는 그리 어렵다는 반응이 없었습니다. 


2019년도 17회 1교시 5번도 역시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이 책에서도 난이도 상으로 분류합니다. 특히 이 문항 해설(2권 p122)은 해커스 교재의 장점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오답주의]라고 따로 표시가 되어 있으며 그에 걸맞게 상세한 해설도 따라 나옵니다. 불안, 공포 상태에서 "반응을 못 하는 게 아니라 반응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해설이 나옵니다. 그저 막연히 이러하겠거니 하고 우리는 "반응 못한다"라고 지레짐작하기 쉽죠. 기본서 중 해당 파트뿐 아니라, 저 앞 p25를 보면 프로이트의 모델을 설명하면서 인간의 심성 중 투쟁적인 면이 있다고 분명히 나오기도 합니다. 이처럼 잘된 기본서는 디테일의 설명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라 큰 관점에서 무엇을 핵심으로 먼저 짚고 들어가야 하는지부터 알려 줍니다. 저 투쟁적 성격, 능동적 성격을 이해했다면 여기서 정반대의 착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2018년도 16회 3교시 10번을 보면 이 역시 난이도 상으로 교재에서 평가되네요. 이 문항도 오답 선지 ②③에 특히 [오답 주의]라는 표시가 두드러집니다. ①은 정률인데 왜 역진이냐, 원래 역진성을 극복하기 위해 세율은 고소득을 누진처리하게 됩니다. 그럼 누진으로 처리되지 않고 고소득 여부에 무관하게 정률이면 그건 역진적인 거죠. 사실 ②는 보면 바로 오답인 게 드러나죠. 실제로 겪어 보는 우리들도 인적 공제가 없어서 매번 불리하다고 불평을 하니까 말입니다. ⑤에 대한 해설은, ②의 해설 중에 이미 자세히 나왔으므로 따로 안 나옵니다. 사회 보험료는 "추정된 부담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대신 반대급부는 특정되어 있다는 점 잊지 않아야 할 듯합니다. 


2권의 p255 하단에 보면 QR코드가 나와 있습니다. 이런 걸 찍어 보면 무료해설강의영상으로 바로 이어집니다. 설령 내용을 다 이해한 수험생이라고 해도 아 이렇게 제공되는구나 하고 내용도 듣고 머리도 식힐 겸 볼 필요도 있습니다. 


1권 p251 14회 2교시 2016년도 14회의 19번 같은 걸 보면 순서 바로잡는 문제인데 이 역시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유형입니다. 펄만의 문제해결모델이 등장한 게 꽤 예전이고 설마 한국의 "사회복지사업법" 제정, 시행이 이보다 앞선 시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므로 (ㄱ)이 가장 나중이라는 건 짐작이 가능합니다. 무조건 한국의 사건이 가장 나중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이 문제의 선지들은 비교적 초기의 사건들을 설명하므로 정답을 고르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듯합니다. 


2015년도 13회 2교시 68번(1권의 p290)을 보면 난이도 상입니다. 이 문항도 해설(2권 p335)을 보면 역시 [오답 주의]에서 아주 설명이 상세합니다. (ㄹ)이 오답인 이유는 갈등이론을 전제로 할 때, 갈등 상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역으로 "누구와 연대할 것인지"가 문제로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학부형은 그래서 제외될 수가 없습니다. 


확실히 기출문제집+해설까지 1회독을 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미심쩍인 게 있으면 바로 기본서로 돌아가서 확인을 해야 빈틈이 안 남을 듯합니다. 책 옆면에 회차별 색인이 다 매겨진 것도 문제 풀고 찾아보는 데 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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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해커스 사회복지사 1급 통합이론+기출(합격의 必) - 11개년 시험 기출문제 분석반영(기출+OX 2,681제)ㅣ동영상강의 100강 무료ㅣ본 교재 인강 할인쿠폰
해커스 사회복지사 연구소 지음 / 해커스사회복지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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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회복지사는 근래 유망자격증으로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추세입니다.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쳬계적인 공부와 이론적 바탕이 탄탄히 이뤄진 상태에서 응시하여야 하며, 아무리 4년 동안 학과 공부에 임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다소 불안한 면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험에 최적화한 교재, 믿을 수 있는 내용, 수험생들과 소통, 피드백이 원활한 강사진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게 필수라고 하겠습니다. 


이 책은 통합이론서와 기출문제를 한 권에 묶어 놓았습니다. 분책이 가능한 편제인데 이론서+기출로 나뉘는 게 아니라, 1교시+2교시+3교시 이렇게 세 권으로 가를 수 있습니다. 254+312+448 페이지이니 1,000페이지에 달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폭 넓게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 단권화를 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합격이 어렵습니다. 어떤 시험이건 기본이론서는 꼼꼼히 봐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론을 빠짐없이 다룬 책+ 최신 기출의 철저한 분석, 이 두 가지 조건이 반드시 갖춰져야 합니다. 더군다나 1급이라면 말입니다. 


1교시(기초) 사회복지기초는 1영역+2영역, 2교시(실천) 3+4+5영역, 3교시(정책, 제도) 6+7+8영역입니다. 쉬운 자격증 시험이란 애초에 없지만 특히 사복 1급은 이처럼 과목 범위가 넓습니다. 해커스 다른 교재도 그렇지만, 따분하게 이론만 정리한 게 아니라 기출 문항을 근거리에 유기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수험생 입장에서 좀 더 빠른 이해가 가능하게 돕는 편집이 마음에 들고, 정신적으로도 안정이 됩니다. 


p10에는 10주 학습 플랜이 나옵니다. 사실 이 일정이 모범적이긴 해도 좀 "빡센" 편이 맞습니다. 그러나 수험생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내용을 머리에 담고 고사장에 가야 하므로 이 정도 수고는 당연히 각오를 해야 할 것입니다. p14 이하에는 수험생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가 정리되었는데 특히 "3급"이 2018년에 폐지되었다는 점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통계도 심지어 나옵니다. 물론 고 2 이과 수준이긴 하지만... 


p25의 방주(사이드 노트 - 이 책에서는 "선생님의 알짜 해설"로 레이아웃됩니다)를 보면 원래 제4영역(2교시 실천)에 포함되었던 "정신역동모델"이 제외되었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이런 변경은 학교과목 지침서에 따른 것입니다. 이게 학교에 따라 또 교수에 따라 여전히 강조되는 곳도 있으나 지금 우리는 사복 1급이라는 자격증을 따는 게 목적이므로 커리큘럼에 따른 지침서의 태도를 반드시 알아야 하겠습니다. 1) 비합리적, 수동적 2) 결정론적 3) 투쟁적 존재로 인간을 규정한 프로이트의 이론은 어떤 당부를 떠나 성격이론의 창시자와 같은 위상이므로 상식으로라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또 기출로도 세 차례 출제된 원초아, 자아, 초자아와 의식/전의식/무의식의 상관 관계도 정확히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초자아가 곧 의식의 영역에 다 포함되는 줄 착각도 하곤 합니다. 


공부하면서 항상 헷갈리는 게 감각운동기 단계 이론, 전조작기, 구체적 조작기의 특징입니다. 이 부분은 내용도 어렵거니와 사복학 전공자들이 초창기에 크게 데이곤 하는 난관 파트입니다(이 부분 영향을 크게 준 심리학이 본래 어렵습니다). 제가 여태 읽어 본 중에는 이 해커스 기본서가, 이런 내용 도표, 도식화를 가장 깔끔히 해 놓아서 보기가 가장 편합니다. pp.52~53을 한번 펼쳐보면 타 기본서와 확실히 비교가 됩니다. 가뜩이나 내용도 어려운데 편집의 요령도 없이 그냥 줄글로만 죽 적어 놓으면 어디 머리에 들어오겠습니까. 이래서 교재는 해커스처럼 유명하고 규모도 있고 공신력 있는 곳에서 낸 걸 골라야 합니다. 


심리학 설명이 마무리되는 부분에서는 예컨대 p97에서처럼 "인간발달학과 사복이 어디서 만나는지" 정리해 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따라서 인간행동의 요인이 유전과 환경의 양측면이라는 걸 이해하고 실천현장에서 이를 적용해야 한다." 


사복이 얼마나 많은 (타 학문의) 범위를 커버하는지는 p100의 내용만 잠시 훑어봐도 알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생명과학 시간에 배운 유전 질환, 즉 다운증후군, 터너증후군, 클라인펠트 증후군 같은 게 모두 나옵니다. 이러니 공부할 게 얼마나 많습니까. 같은 1,000페이지 책이라도 최신 경향에 맞는, 정말 시험에 나오는 내용만 추려서 묶어도 이 정도 분량입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제발 내 기본서의 내용이 최대한 적중하기를 기대하며, 이 책은 그래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든든합니다. 


서열척도 파트도 원래대로라면 내용이 어렵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저는 거트만 척도와 의미 분화 척도가 볼 때마다 헷갈렸는데... 그러나 이 책 pp.184~186을 보면 정말 깔끔하게 정리가 됩니다. 각 척도의 장단점이 빠짐 없이 정리가 되었으면서도 서술이 쉽게 이어집니다. 또 p185의 "선생님의 알짜 해설", "집단 내 사회적 거리를 측정하는 데 의미분화척도나 소시오그램이 유용하다"는 설명이, 개인적으로 헷갈리던 걸 한방에 깔끔하게 정리해 주더군요. 


사복은 역시 타 분야의 학문을 끌어와 사회복지사 고유의 업무에 맞게 응용하는 부분이 백미입니다. 2교시 4영역 "자살에 대한 위기 개입"을 보면(2권 p138)을 보면 언어적 단서, 신체적 단서, 행동적 단서 등이 설명되는데 최근에 자주 출제되었던 파트입니다. 내용은 어렵지 않으나 내부 자원, 외부 자원 등 관련 개념을 잘 알아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는 특히 MRI 상호작용모델 파트의 설명이 잘 되어 있어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부분이 해결되었습니다. 


이론파트가 영역별로 끝날 때마다 기출문제 세트가 나옵니다. 2권(2교시) p213의 2014년 기출 40번을 보면 지지집단, 자조집단 둘 중 하나가 답인데 5선지 중에 지지집단밖에 없으므로 답이 그것이라고 알려 줍니다. 제 주변에서는 이게 자조집단이 (선지 중에 없다뿐) 답이 되느냐 아니냐를 놓고 의견 다툼이 있었는데 해설을 보고 말끔히 의문이 해결되었습니다. 

 


한국은 지자제도 실시 연혁이 일천하며 사복제도 역시 (최근에는 잘 발달되었지만)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2권 p240을 보면 1995년에 지자제가 전면 실시되었다고 하는데, 원래는 1991년에 기초, 광역의회 선거는 실시가 되었으나 단체장 선거가 이뤄지지 않았죠. 헌법은 1987년에 개정되었는데 그 구체적 실천은 이처럼이나 늦은 셈입니다. 


2교시 영역은 아무래도 실천이다 보니 사복 고유의 이론사항이 많이 나옵니다. 사복 실무에 가까운 내용들이라 공부 의욕도 높아지고 내용도 좀 쉬운 편이지만 그래도 꼼꼼히 봐 놓아야 하겠습니다. 이론 내용도 깊이 있는 부분을 묻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니 말입니다. 여시 잘된 책이라는 게, 예전 올드한 내용은 비중이라든가 강조하는 게 줄고, 최신 경향 부분이 눈에 잘 띄게 편집되어 있습니다. 


p121을 보면 모 센터장이신 유OO님의 짧은 수기가 나옵니다. 우리 모두 공부 하면서 이런 기록을 읽고 어떤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복은 연령대 분포가 타 자격증 시험에 비해 넓은 편이죠. 50대이시면 사실 통념으로는 더 이상 새롭거나 난이도 있거나 그저 양만 많아도 커버하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그런데도 기존 2급에 만족하지 않으시고 주변 시선(?)을 자극제로 삼아 1급에 합격하셨다고 하니 진짜 놀랍습니다. 


3교시 과목들은 아무래도 정책, 제도다 보니 경제학, 재정학, 행정학 등과 겹치는 내용이 꽤 많습니다. 정보의 불완전성(비대칭성), 사복재화의 공공재적 성격, 역선택, 정부의 실패 등 경제학의 고전 개념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p62(3권, 3교시)를 보면 쓰레기통 모형, 정책 결정의 4가지 흐름 등이 설명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3권 p68에 나오는 정책 분석이 어렵게 느껴지던데 개념이나 이론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어떻게 문제화가 되는지,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 같아서 애로를 겪었더랬습니다. 확실히, 묵은 책, 혹은 좀 부실하게 쓰여진 책을 보다가, 이처럼 메이저에서 펴낸 최신간을 읽으면 뭔가 확 혈이 뚫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3권 p183 같은 데를 보면 좀 아리까리하다 싶은 대목에서 기출 사항을 OX 문제로 변환해서 수험생이 스스로 체크하게 돕습니다. 이걸 딱 수험생이 머뭇머뭇하는 포인트를 짚어서 해 줄 때, 아 내 마음을 읽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감탄이 느껴지는데 이럴 때 수험생은 능률이 크게 오르고 이 시각에 접한 사항을 잘 잊지 않게 되더군요. 


사복에는 정말 없는 내용이 없습니다. 3교시 마지막은 법제사 파트인데 자연법, 실정법, 공법, 사법부터 해서 이번에는 법학 내용의 퍼레이드입니다. 암기할 사항이 많지만 해방 후 한국이 헌법적, 정치적으로 걸어온 길과 사복관련 법제의 변천을 꼼꼼히 연결시키면 정복될 수 있는 파트입니다.


동영상 100강 무료 제공이라고 하니 정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은 꼭 들어보셔야 할 듯합니다. 해커스 같은 메이저 학원에서 나온 교재는 이런 점이 참 좋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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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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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면서 남한테 원한 살 만한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 뭐 이런 생각이 이 소설을 읽고 특히 들게 됩니다. 여기서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인물은 크게는 두 사람인데(물론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그에 얽힌 사연이 나오지만), 하나는 마사이 족인 올레 음바티안이며 다른 하나는 위도상으로 지구 반대편에 산다고 할 빅토르입니다. 올레 음바티안은 책의 설명에 의하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하는데 독자인 저는 이 부분 설명에 그리 동의하기 힘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과연 금수저인가?' 대개 금수저는 신분 사칭 족보 조작을 할 필요가 없는데 이 음바티안은 그 음바티안이라는 이름부터가 사칭입니다. 다만 (훌륭하고 올바른) 출신을 배신하고 타인의 이름을 도용함으로써 스스로 나쁜 길을 들어섰다고 작가가 규정하는 뜻으로 받아들였네요. 


남한테 원한도 많이 사고 신분도 사 들였으며 금수저 물고 태어난 출신이 확실하게 아닌 경우는 빅토르입니다. 처음에 못된 잔머리를 굴리며 그 나름 못되게 열심히(?), 악착같이 사는 설명이 나와서 계속 이처럼 청년 모습으로 나오겠다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신분 세탁에 청년시절부터 무려 20년 동안 공을 들인 후 비로소 어엿한(?) 악당의 꼴을 갖추게 됩니다. 올레 음바티안도 마찬가지인데 이 사람에 얽힌 사정은 무려 3대의 그것이 압축 소개되어 우리가 소설에서 본격적으로 보게 되는 건 그 아들과 손자의 이야기입니다. 빅토르도 자립한 게 마흔이 다 되어서이니 그 아들, 불쌍한 사생아 아들이 저 멀리 아프리카에 유기되어 한을 품고 성장하여 본격 복수를 도모하는 건 그 아비 빅토르가 이미 중년이 된 후입니다. 


올레 음바티안의 후손들은 행동과 사고 방식이 코믹하긴 해도 그리 악한 사람인 줄은 잘 모르겠는데(물론 착한 건 분명히 아닙니다), 빅토르는 정말로 인간성이 비틀린 타입입니다. 소년 시절에는 네오나치 사상에 빠져 지내는데 폭군 같은 아비에게 학대를 받았다는 암시도 나오지만 사실 좀 모호하긴 합니다. 그냥 본인이 저지른 악행 때문에 몇 차례 심하게 구타를 당했다는 정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이 역시 학대이긴 합니다만). 여튼 이 역시 안 그래도 비틀려진 채 태어난 애가 완전히 엇나가기엔 충분한 동기입니다. 이런 애를 구태여 네오나치로 설정한 작가의 선택에서 어느 정도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는 듯도 합니다. 


네오나치인 것도 문제이지만 빅토르의 신분 상승 방법은 대단히 그 질이 나쁩니다. 이성적으로 끌리지도 않는 어느 불행한(예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총명하지도 못한) 딸을 둔 부호에게 환심을 사서 20년 동안 매니저로 일한 후 딸과 결혼하여 그 부친이 죽은 후 재산을 가로채고 부인과는 이혼해 버리는.... 행실도 좋지 못하여 (자세히 보지 않으면 흑인인 줄 알 수 없는) 어느 매춘부와의 사이에 사생아를 두고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아이를 유기하기까지 합니다. 웃기는 건 흑인 아이라서 아프리카까지 데리고간 후 갖다버린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유럽에서 소수에 속하는 인종, 민족 들은 그들의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네오나치의 정강정책에 크게 영향 받는 그의 내면 과정이 우스꽝스럽게 설명됩니다. 트럼프도 하긴 이 비슷한 말을 한 적 있습니다.


여튼 빅토르가 케냐에 갖다버린 케빈은, 저 올레 음바티안에게 느닷 발견되어(안 그랬으면 정글의 사자떼한테 룸서비스로 제공되었으리라고 합니다) 마사이족의 온갖 좋은 교육은 다 받고 멋진 성인으로 자라납니다. 음바티안은 신(엔카이)이 그에게 이 멋진 "아들"을 점지해 준 것이라 여기고 케빈은 고마운 양아버지의 이 착각을 측은히 여기지만, 사실 밖에서 보는 우리 독자들은 정말로 이것이 어떤 신의 섭리가 아닐까 생각도 하게 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약 스포 있으므로 주의하세요)

소설 속에서 끝없이 희화화되지만 사실 빅토르는 꽤 머리가 좋은 사람입니다. 이 소설에서 냉철하게 계산할 걸 다 하고 남의 생각도 미리 읽고 합리적으로(...) 미래 사건 진행, 경우의 수를 다 따지는 사람은 빅토르뿐입니다. 예를 들어 그는 자신이 수간(...), 미술품 위조, 마약 소지 혐의로 구금되었을 때, 결국은 사건의 진상을 알아채고 케빈과 옌뉘, 음바티안, 또 생각도 못하게 끼어든 광고맨(이자 복수유한회사의 CEO) 후고 등이 자신의 OOO에 OOO할 것을 정확히 예측하고 미리 덫을 치죠. 빅토르의 계산대로 우리 착한 주인공들은 정확히 함정에 말려들고 증거도 불리한 게 다 잡힙니다. 후고는 광고에는 천재적이었지만 기타 사업을 영위할 때 필요한 전략적 두뇌나 조심성, 현실 감각 등은 현저히 부족한 분 같았습니다. 저 먼 오지에서 자신 부족만의 사고 방식으로 평생을 산 음바티안과 별 차이도 없어 보입니다. 착한 사람들은 이처럼 뭔가 나사 하나가 빠진 채 상황에 떠밀려가고, 반면 천하의 악당인 빅토르는 냉정히 말해 지독히 운이 없었을 뿐 그의 입장에서는 최상의 합리적인 수(手)를 하나 하나 두어 가니 이걸 어쩌겠습니까. 


저는 문제의 그 그림 정체가 과연 무엇일지가 궁금했습니다. 옌뉘는 다른 건 몰라도 미술품 감정만큼은 하늘이 낸 감각과 안목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그녀가 첫눈에 보고 "이르마 스턴의 진품"이라 단정했다면 이건 뭔가 사연이 있긴 하다는 뜻이죠. 그런데, 케빈은 이 그림이 자신의 양아버지 음바티안이 제작한 것이므로 그런 레전드 화가가 그린 진품일 리 없다고 확언합니다. 이게 독자를 처음에는 헷갈리게 하는 부분입니다. 이 의문은 후반부에 "더 확실한 경위를 통해" 깔끔하게 해소가 됩니다. 


p193을 보면 "진품 인증"이라는 말을 옌뉘가 꺼냅니다. 그녀는 아버지의 가업을 진정성과 전문성 다 갖추어 이을 뻔한 인재이므로(이를 못 알아본 그 부친의 잘못이죠..) 이런 전문 용어를 알고 있죠. 영어로 provenance라고 하는 그것일까요? 이에 지레 겁을 먹거나 실망한 후고는 기발하게도 "짝퉁을 진품으로 보이게 하는 게 불가능하니, 그 반대로, 진품(인지 모르지만)을 최대한 짝퉁처럼 보이게 하자"고 제안합니다. 악당을 벌하기 위해 그 나름 의협심으로 크루가 모여 기발한 응징책을 짜내는 장면은 마치 2016년 OCN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 <38사기동대> 등 케이퍼물을 생각나게도 합니다. 


진인사대천명, 혹은 모사재천성사재인이라고, 일은 사람이 최대한 머리를 굴려 꾸미지만 그 성패 여부는 오로지 하늘만이 안다... 이 소설을 두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앞서도 말했지만 저는 후고 등이 꾸민 일은 정말로 허점이 많았던 반면, 빅토르는 그렇게나 제 나름 치밀한 계산 하에 움직였고, 도중에 (자기 입장에서는) 일이 꼬여도 최대한 잘 수습하며 현명하게 대처했다고 생각이 됩니다. 결국 일이 그렇게 된 건 뭔가 하늘의 섭리가 개입하여 악인이 응징된 것이라고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악한 계획이나마 저처럼 치밀하게 진행시킬 줄 아는 캐릭터에겐 왠지 끌릴 법도 한데 독자는 정말로 이 빅토르에게는 한톨의 공감이나 수긍을 할 수 없습니다. 너무나도 치사하고 저열한 악한이기 때문이죠. 


이 소설을 읽고 저는 이르마 스턴이라는 실존(물론 음바티안 가문과 만난 건 전적으로 허구입니다) 인물과 그 작품 세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p48에서 키르히너가 1938년 자살하는 동기를 제공한 "아돌프"라는 인물은 물론 히틀러를 가리키고 실제로도 그러했습니다. 이 소설에는 흥미롭게도 히틀러라는 단어는 잘 안 나오죠. 추상화는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한 여러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고, 이 소설에 소개된 거장들은 몇 가지의 선, 색만으로도 그런 효과를 내기에 천재라 불리는 것입니다. 이런 고급의 미적 영감과 각성의 효과를 모른 채 그저 예전식의 구상(具像)만 강조하는, 둔하고 편협한 예술관이 조롱받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후고는 자칫하면 빅토르 식의 삶을 살 뻔한 사람입니다. 물론 부모님의 두터운 보호를 받은 환경이었으나,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당시 그 역시 불안정하고 아무런 보장이 없던 인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을 알아보고 키워 준 로빈 회장에 대해 큰 고마움을 품지 않았던 듯합니다. 예술품에 대해 감식안이 제로에 가깝고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품으로는 빅토르와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후고를 구원해 준 건 케빈, 옌뉘, 음바티안 등의 선의였고, 안 그랬으면 그는 빅토르처럼 아무의 우정이나 공감을 받지 못한 채 OOO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엑스맨>의 한 대사가 떠오르네요. "아무리 그래봐야 넌 혼자지만 우리는 이처럼 옆에 친구가 있다." 무모하고 어설픈 계획도 친구들과 함께라면 의외의 요행까지 한편이 되어 준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복수이든 혹은 헛소동이든 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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