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자신감 - AI와 코로나19에 녹다운된 나약한 우리를 위한 비장의 무기
임채엽 지음 / 라온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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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을 넘어[超] 초 자신감을 가지라는 충고, 아직 자신감도 채 갖지 못한 독자에겐 약간 무리일 수도 있겠다 싶었으나 그래도 책을 넘기면서 꼼꼼히 읽어 봤습니다. 오히려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한테 더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내용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자신감을 가진 사람보다도 말입니다.


"나는 ~인 줄 알았다." 이 말은, 물론 아무것도 아직 못 갖춘 이들에게는 처음으로 소속감이나 정체성을 마련해 주겠지만, 나는 이 정도가 고작이라고 여겨 온 이들에게는 오히려 가능성을 가두는 규정이기도 합니다. 바꿔 말하면 "나는 이 이상은 못한다" 정도. 그런데 이 규정, 이 테두리를 처음으로 깨 보는 쾌감은, 몸소 이걸 겪어 보고 성취해 본 사람이라야 그 가치를 실감합니다. 알고 보니 내가 ~이런 것도 더 할 수 있었다! 이런 껍질이 깨어지는 "유월"을 겪어 봐야, 사람은 능력치건 인격의 성숙도이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실직이다. 휴학이다, 이런 건 당사자에게 큰 불안감을 줍니다. 여기서 한 번 단절되면 영영 커리어를 못 이어가는 것 아닌가. 이런 감정을 떠나서, 어디에 계속 소속되어 있다가 그 소속이 해제되면, 특히 한국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는 영 낙오가 된 느낌밖에 안 들죠. 그런데 저자는 이를 역발상으로 활용하여, 지금까지 흐트러지거나 미처 챙기지 못한 자신을 추스리는 릴랙스의 기회로 삼으라고 합니다. 잘되는 사람은 이런 기회조차도 최상으로 활용하여 온전한 포텐을 일일이 더 실현시키는 시간이 된다는 거죠.


아무리 기술이 능숙해도 현장에서 전혀 여태 겪어 보지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당황하는 게 당연합니다. 저자는 베테랑 건축사인데도 "아니, 이게 왜 이러지?" 같은 난감한 장애 요소를 시공 현장에서 자주 겪어 봤다고 합니다. 그럴 때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사람을 끝까지 패닉 상태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이를 능숙하게 극복하게 돕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나는 그 일을 정말 목숨 걸고 했을까?" 사람은 그저 자신이 해 오던 루틴에만 기댈 게 아니라, 그야말로 젖먹던 힘까지 다 짜내어 최선을 다할 줄 아는 결기가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서양 격언에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건 내가 아무리 애 써 봐야 안 되는 일이라고 자포자기하지 말고, 되는 범위 안에서라도 다 해 본다는 각오로 일단 일을 마쳐야 합니다. 


"만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나온다" 이는 요절한 배우 제임스 딘의 말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왜 결과에만 그토록 집착하는 걸까요? 사람은 확실히 무엇을 해 내는 과정, 꼭 결과가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않다 해도 그 과정에서 내 능력의 한계도 넓혀 보고 주변의 인정도 얻어 내었다면 뭔가 마음이 뿌듯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근원적인 자신감도 확장하고, 내 일의 기술이나 통찰도 더 확장해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자신감을 넘어선 초자신감의 자양분이 되는 것이라고 이 책을 읽고나서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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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의 덫
김명조 지음 / 문이당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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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 범죄를 저질러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이가 있고, 바로 연결되는 특별한 보상이 없는데도 사명감이 더 크게 작용해서 그런 범죄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소설 가상의 주인공 유진하 형사 같은 사람이 바로 후자의 좋은 예입니다. 


택시 기사란 참 어려운 직업입니다. 손님을 한번 태우면 쉼 없는 수다를 이어간다거나, 필요없는 일에 주제넘게 간섭한다거나 하는 이들도 있지만, 혹시 손님한테 방해가 될까봐 그냥 침묵만 지키는 이들도 있고, 손님의 비매너(무의식 중에 한 일일 수도 있고)에 대해 짜증 내지 않고 점잖게 충고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비매너, 즉 토사물을 실내, 시트에 묻힌다든가 하는 아주 난감한 일이 있어도 어느 정도 감내하고 적정 비용만 청구하는 분도 있죠. p64에서 그런 택시기사분이 한 사람 등장하는데 너무 술냄새, 혹은 다른 냄새가 진동을 하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한편으로, 결말까지 다 읽고 나면 이 역시 작은 암시가 되었다는 생각에 살짝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습니다. 


미현은 선효에게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씨는 사윗감으로 그가 영 마뜩지 않습니다. 몽둥이까지 휘둘렀다니 말 다한 셈입니다. 이 대목은 제가 읽으면서 과연 사건 전개, 앞선 미스테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만... 세상에는 아주 작은 단서, 혹은 예상치 못하게 벌여 놓은 일 하나가 커다란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고 또 실제로 그대로 되는 일도 매우 잦습니다. 세상사가 그래서 재미있는 지도 모르죠.


예전 사극을 보면 상민들은 양반네 일을 돕고도 제때 삯을 못 받는다든가, 억울하게 값을 후려친다거나 하는 일이 많았다고 나옵니다. 서양 법제사가 "신분에서 계약으로"라는 말로도 요약되지만, 요즘은 아무리 일을 시켜도 돈은 주고 계약을 종료하는 게 룰입니다. 진하가 진술을 받는 구자길 같은 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억울한 일을 겪고 수모를 받아도 악착 같이 일을 해서, 말 그대로 개 같이 벌고 정승 같이 사는 게 해방 이후 한국인들의 모토였을지 모릅니다. 장 회장의 장례식장을 때려 부순 건 이런 기초적인 상식도 통하지 않는 지독한 인간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유진하는 "그래도 심했다"고 말하지만(공권력 집행자로서 당연한 반응이지만) 그래도 우리 독자들은 왠지 이런 사람에게 더 동정이 갑니다. 


신 부장은 말합니다. "나는 검사 이전에 시인의 시각으로 범죄를 살펴 보곤 해요." 시인의 시각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세상이 마땅히 갖춰야 할 질서가 있고 그에 따라 운행하지 않는 건 일단 의심의 눈길을 주고 보아야 한다는 뜻일까요? 검사로서 잔뼈가 굵은 그는,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유진하의 근성과 성실성, 집요함, 탁월한 "감" 등을 높이 평가합니다.


"이동전화번호". 참 요즘은 귀에 설게 들리는 말입니다. 그냥 폰 번호라든가 번호라고만 해도 유선전화가 사무실 말고는 거의 없는 요즘 다 알아 듣죠. 예전에는 집 전화가 보통이고 "이동전화"를 드물게 소지했던 때라 저런 말이 널리 통했고 말입니다. 아무튼 이 대목에서 사건은 그 해결을 향해 내리막길을 급하게 달려갑니다. 범인을 예상한 독자도 있을 테고 한 방 먹었다 싶은 독자도 있겠지만, 여튼 세상사는 매번 뻔하게 굴러가는 듯해도 때로 뜻밖의 지점에서 반전을 마련하는 법입니다. 결국 정의가 승리하는 게 우리 모두를 위해서 좋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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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현장! 부동산에 미치다 - 부린이를 위한 특급 투자 비법
이성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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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이론만으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며, 반드시 현장의 감각이 뒷받침되어야 목표한 대로 이익을 거둘 수 있겠습니다. 현장 투자 경험 17년차라는 저자의 감과 식견이 그대로 반영된 책이라서 다 읽고 나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량 앞에는 장사 없다." 2008년만 해도 아파트 값은 오히려 자꾸 떨어져서 문제였으며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분양가, 반대로 계속 커지는 대출금 상환 때문에 삶의 의욕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책 p55에는 이른바 "엘리트파"를 당시에 겪은 이들이 물량 공세의 무서움을 얼마나 잘 실감했을지 당시를 회상시킵니다. 저자는 이렇게 강조합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어야 진정한 투자이며, 사놓고 심장이 두근두근하면 (그건) 투기인 것이다." 우리들이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원칙이자 명언이 아닐 수 없네요. 


"정말 투자를 위해 절실한 사람은 점심식사도 빵이나 삼각김밥으로 때운다.(p75)"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은 모두 나의 스승이고 정보원이라는 가르침 뒤에 나오는 말입니다. 사실 인생의 많은 부분이 그러하지만 진실의 핵심은 책으로 배울 수가 없습니다. 현장에 나가서 사람을 부대끼고 대화를 나눠 보고, 그 원색적인 감정을 그대로 공유해 봐야, 아 이래야 돈이 벌리고 물건이 눈에 보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부동산) 소장님도 사람이다. 진심으로 대해 보라." 이른바 소프트 스킬이라는 게 능해야만 현장의 알짜 정보가 수월하게 습득이 되는 것이겠다 싶더군요. 이렇게 소장님하고 친해지라는 충고는 책 p24에도 나왔습니다. 한번 면박을 당해도 기운을 다시 차리고 다음 부동산중개소로 갈 수 있는 강한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결혼 상대를 소개는 받을 수 있지만, 결혼 여부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데서 소개를 받아도 호재, 악재, 입지, 투자금 등은 내 자신이 직접 따져 봐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소개를 하는 사람은 대개 나쁜 건 숨기고 좋은 점만 부풀려서 말하기 일쑤인데, 그저 말솜씨에 넘어가거나 사람이 믿을 만하여 덜컥 경솔하게 구매하는 건 나중에 큰 후회를 낳습니다. "호재, 악재, 입지, 투자금" 등의 조건이 어떤지 판단하려면 먼저 이런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겠죠. 책 말고도 참고할 사이트는 밸류맵, 호갱노노, 부동산지인, 행안부, 대법원 경매 사이트 등을 수시로 드나들라고 합니다. 이런 사이트를 "(발품이 아닌) 손품 파는 사이트"라고저자는 부릅니다. 이 역시 공부가 먼저 되어 있어야 해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이 눈에 잘 들어올 것 같습니다. 


"돈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사기꾼들이 득실거린다.(p122)" 저자는 또 "태권도도 노란띠일 때 겁이 없는 법"이며, 돈 냄새 풍기는 곳에서는 항상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체크를 하라고 합니다. 방심하여 "내가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착각)할 때 큰 사고를 치든지, 피 같은 종잣돈이 묶이게 된다"고 합니다. "공실 기법"이라는 것도 있는데, 매매가격은 상승하고 전세가가 하락할 시에는 만약 임대를 주면 매도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고 합니다. 이때 공실을 그냥 유지하고 추이를 지켜 보다 가장 높은 가격으로 전세를 주든지 하라고 하는데, 초보자들은 쉽게 할 수 없는 기법이라고 하네요. "초보자는 오늘 사는 게 가장 싸게 사는 거지만, 고수는 언제나 원하는 때에 싸게 사고 비싸게 팔 수 있다."


부동산은 현장에 가서 사진을 찍는 게 매우 중요한데, 임기응변을 잘 발휘하라고 합니다. 사진을 찍는 걸 꺼려하면(보통 집주인보다 임차인이 이걸 꺼린다고 하네요) 아내한테 보여 주려고 그런다는 등의 핑계를 적절히 대라는 거죠. 또 내부를 찍고 나서 물건의 주변 사진도 함께 찍어야 나중에 정리할 때 헷갈리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어플로는 에버노트라는 걸 추천하시네요. 


이 책은 후반부에서 구체적으로 저자분은 어떻게 현장을 답사했는지 구체적인 계획표를 보여 줍니다. 저는 천안 쪽에 특히 관심이 있어서 해당 파트를 아주 꼼꼼히 읽었는데, 역시 돈 버는 건 장난이 아닙니다. 이 정도 물적, 심적 준비가 꼼꼼하게 이뤄져야 부동산이든 뭐든 돈을 버는 것 아니겠습니까. "천안은 소비와 젊음의 도시다.(p178)" 또한 실거주하는 이들이 많고, 따라서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천안이 전철로 서울에 연결된다고는 하나 너무 멀죠. 또 현장을 처음부터 뛰면 누구나 낯설어할 테니, 내가 어렸을 때 놀던 곳, 어떤 추억이 있는 곳 중심으로 먼저 움직이면 나중에 현장 답사가 더 재미있어진다고도 합니다. 


현장의 부동산중개소를 찾을 때에도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 좋다고 합니다. 부부가 사이 좋게 같은 업을 영위하는 건 보기에도 좋으며, 이 외에도 부산에 소재한 인심 좋은 사장님한테 두 시간 넘게 좋은 강의를 들은 기억도 책에 나옵니다. 저자 같은 분에게 강의를 할 정도면 그야말로 부산에서 터를 잡고 오래 살아 온 부동산 고수라는 뜻이겠죠. 마린시티에 대해 마치 외국에 온 듯하다는 느낌도 털어 놓습니다. 


발품, 손품, 입품이 모두 필요한 게 부동산 매매이며 투자가 투기가 되지 않으려면 첫째, 둘째, 셋째 모두 공부가 그 비결입니다. 특히 부동산 공부는 현장에서 직접 보고 밟고(?) 익히는 감이 중요하며, 세상에 노력 없이 이뤄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점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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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셀프 경매의 정석 - 실전 사례로 풀어보는
전병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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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주택도 주택이지만 상가는 목 좋은 곳에 보유하면 상대적으로 고액인 월세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어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자리가 좋아도 초기 투자금이 너무 크면 곤란하다는 건데, 이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경매에 부쳐지거나 한 물건을 입수하면 좋을 듯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매 절차를 잘 알아야 하며, 어떤 입지를 가진 상가 건물이라야 경매에 참여하여 수고를 들이는 보람이 있을지, 낙찰을 받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또 어떤 점을 추가로 유의해야 하는지 등을 잘 살펴야 합니다. 


저자는 Lifetime Challenger 라고 해서 줄여서 라챌이라는 닉으로 활동하시는, 전직 국정원 사무관(5급) 전병수 선생입니다. 서문에서 그는 맥도널드를 세계적 프랜차이즈로 키운 레이 크록의 예를 듭니다. 크록은 맥도널드 형제가 운영하던 햄버거 식당에 갑자기 주목하여,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과감한 동업에 나선 후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입지전적 인물인데, 그 성공이 그의 인생에서 매우 늦은 나이에 이뤄졌다는 점이 또 유명합니다. 부인도 기를 쓰고 반대했으나 그는 뚝심있게 밀어붙여 신화를 만들었습니다. 저자가 구태여 이 이야기를 서문에서 하는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이라는 건 어떤 자격이 필요 없으며, 시대의 대세 중 하나를 정확히 읽고 확신을 가진 베팅을 하면 결국 그만한 결과가 따라와 준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저자의 투자 철학은 1) 지하철 노선이 개통될 만한 구역 물색 2) 이 지역에서 가장 있는 인기 있는 상권 공략 3) 남들이 주목하기 전에 입찰. 이 세 가지(p33)입니다. 실제로 그는 부천, 또 7호선 통과 예상 구역, 혹은 일산 행신 인근 등을 이런 방법으로 공략하여 큰 돈을 벌었다고 밝힙니다. 일산은 "서울로의 출퇴근이 불리한 베드타운(sic.)이라서 그리 썩 유리한 여건은 아니지만, 기본 인프라가 좋기 때문에 상가뿐 아니라 아파트도 공략"해서 역시 재미를 보셨다고 밝히네요.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부천, 7호선 일대, 일산에 고대로 저자를 따라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ㅎㅎ), 앞으로 어느어느 지역이 유망하게 부상하겠으며 선점(입찰 참여)을 노릴 때에는 어떤 포인트를 보아야 할지 등의 포인트이겠습니다. 사실 저자께서 스스로 밝히는 것처럼, 저런 투자를 시도할 무렵이면 경매에서 싼 물건을 낙찰받자는 일반의 인식도 매우 낮을 때였겠습니다. 책에는 76%를 써서 낙찰 받은 저자에게 뒤에서 수군대기를 "저럴 거면 동네 부동산에서 살 일이지 뭐하러 경매장에 나오나"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옛날 이야기일 뿐이며 지금은 100%도 예사로 나온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특히 저자는 직장에 아직 몸 담고 있었을 시절에는 투자에 전념할 수가 없었으므로, 상가 취득 후 임대를 통해 일정 수익을 올리고 나면 반드시 처분하여 이것으로 시드머니를 만드는 데 주력(p37)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시간이 많지 않을 직장인들도 쉽게 따라해 볼 수 있는 방법 위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낙찰을 받았다고 그게 끝이 아니라 건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이가 있으면 빨리 명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도 상대에 따라 대응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합니다. 외모, 옷차림 등을 보고 법적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사업 경험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을 한 후 그에 맞게 대응합니다. 가구점 사장과 협상을 한 예가 책에 나오는데, 사업경험은 많고 법적 지식은 대신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 상대 정도로 견적(?)을 내고, 이런 상대일수록 더 강하게, 확실하게 밀어붙여 명도 기간을 최소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만약 상대가 경매 낙찰도 여러 번 겪어 봐서 제법 노련한 사람이라거나, 반대로 사업 경력도 일천하고 무작정 남의 말은 안 듣고 보는 사람이라면 더 공을 들여서 꼬아 내는 방식으로 나갔을지도 모르죠. 아무튼 임장이라는 게 그저 낙찰만 잘 받는다(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고 다가 아니라 이렇게 사람 다루는 방법에도 능해야 한다는 점 다시 실감하게 됩니다.


낙찰도 받고 기존 임차인(혹은 전 주인)도 내보냈다고 해도 그 자리에 무엇을 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입니다. 저자는 당시로부터 몇 년 전 미국에 다녀왔던 경험에 비추어, 코인 빨래방을 1층에 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힙니다(이 무렵에는 이런 업종이 국내에 별로 없었다고 하네요). "가시성이 좋았다." 하긴 코인빨래방을 보면 대개 매장이 크고 가시성이 좋게끔 크게 간판을 내겁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리라는 전망에 기반한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데 잘 이해가 안 되었던 게, 전에 가구점 하셨던 사장님은 왜 그 자리를 고르셨을까요? 보통 가구점은 가구거리 중에 입주하는 게 보통인데도 말입니다. 이불점 같은 건 어쩌다 나홀로 가게가 가끔 보이긴 하지만... 뭐 여튼 투자는 타이밍이 그 핵심이라고 하면서, 좋은 물건이 나오면 즉시 사라고 합니다. 무엇이 좋은 물건인지 바로 알아보는 능력을 기르는 게 일단 보통 일이 아니지만 말입니다. 


역시 낙찰이란 건 이제 시작일 뿐 골칫덩이 일은 잔뜩 쌓여 있습니다. p55에는 사업자 등록도 안 내었고, 임차보증금 내역도 없는, 그야말로 "거액의 이사비 요구 등 명도를 곤란하게 할 의도밖에 없어 보이는 법인 임차인을 어떻게 다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법적 절차에 대한 공부도 공부지만, 임대사업이나 경매의 달인이 되려면 이런 법외의 스킬에 또 능해야 합니다. 책의 이런 대목에서, 현장의 잔뼈가 굵은 달인의 면모가 엿보입니다. 임차인인 세 법인은 모두 특정 건설사의 계열사였고 결정권자는 회장 한 사람이었는데 관리비는 잔뜩 연체되어 있고 집기에는 사방팔방에 가압류 딱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운명의 담판날 저자는 저쪽과 인원수를 맞추기 위해 아내분과 어린 쌍둥이 아들 둘을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 한판 험악한 대결을 펼칠 각오를 했을 것으로 보이는 회장은 이런 저자의 태도에 오히려 기가 막혔는지, "고가 낙찰을 받으셨다"며 위로금까지 건넸다고 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회장은 이런 식으로 물건 입찰을 사사건건 방해하고 누가 함부로 낙찰 받을 엄두를 못 내게 아주 지저분한 수를 쓰고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인간들이 잔뜩 도사리며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경매판이라는 곳에 한 발을 디디기도 망설여지는 게 현실이죠. 법이란 게 맹점이 많아서 바로 이런 인간들 때문에 생돈을 떼이고 선의의 다른 피해자들도 생기는 겁니다. 만약 낙찰자가 정말로 한판 붙어볼 생각으로 담판에 임했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그런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역으로, (어린이가 동반된) 가족을 동반하여 협상에 임했으니 그 회장도 상대가 무슨 생각인지 바로 짐작하고 그냥 좋게 물러난 거겠죠. 그런데 그 회장은 과연 상대가 전직 국정원 직원인 걸 알았을까요? 뭐 국정원 직원이라고 해서 어떤 다른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세상 물정 모르는 상대방이 미리 위축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 회장 같은 사람은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라 그게 쉽지 않다는 건 잘 알았겠지만요.


낙찰을 받아도 유치권 행사자 때문에 손을 못 쓰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임차인, 점유권자들이 그냥 실력 행사만 하고 들어도 보통 사람으로서는 어쩔 줄 모를 것인데, 민법이 보장하는 유치권까지 보유한 사람들이라면 얼마나 당황스럽겠습니까. 어떤 분은 "그런 경우에는 유치권이 성립하지 않습니다"라고 가볍게 여기기도 하던데, 그 판단은 결국 법원까지 가서 따져 봐야 하는 거라서 일단 저쪽이 그런 걸 들고 나오면 당장은 방법이 없습니다(경찰이 바로 개입 못함). p121에는 "유치권 격파(저자의 표현입니다"에 나선 저자의 경험담이 자세히 펼쳐집니다. 


제가 이 책을 읽고 감탄한 대목은, 경우에 따라서 다양한 방법을 저자께서 구사하신다는 점이었습니다. 아까 그 회장님처럼 산전수전 다 겪은 상대한테는 의표를 찌르며 온건책으로 대응하고, 사업 현황엔 밝으나 법에는 좀 서투른 사장님한테는 할 말만 딱 강하게 해서 빠른 해결을 도모하고... 이처럼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방법이 다 다르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책상에서 법만 공부한 사람 머리에서는 이런 수가 안 나오죠. 법공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건 기본이고 진짜 난제는 그 다음 단계입니다. 물론 경험 많은 변호사님들은 이런 것까지도 의뢰인에게 바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이겠습니다. 


사실 이런 건 법의 영역이라기보다 세상 사는 지혜이며 사람 다루는 수완입니다. "경매는 실전이다!" 독자들이 유념해서 많은 생각을 해 가며 읽어야 할 것입니다. 여튼 유치권이라는 게 보통 골치 아픈 이슈가 아니라서 이 책에서도 구체적인 전략을 p190 이하에 자세히 풀어 놓습니다. 진짜 이 대목만 읽어 봐도 책값 본전은 빼고도 남을 듯하네요. 


p143에는 저자가 아파트 혹은 상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관점이 그대로 나옵니다. "지금은 아파트 공화국이라서 인기가 좋지만 경기불황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속출하면 그때부터는 상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100% 맞는 말씀이며, 그래서 그나마 가격이 쌀 때 상가를 공략하라는 게 요지지요. 아까 도곡동의 모 아파트를 중국인이 100% 대출해서 샀다고 내국인 차별이라는 뉴스가 나오던데, 이 대출이라는 게 국내 은행이 아니라 국내에 지점도 없는 외국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산 것이니, 거시경제 관점에서는 오히려 호재입니다. 외국 돈이 우리 나라 자산을 탐내서 우리 나라에 굴러들어온 건데 오히려 박수를 쳐야죠. 또 저는, 지금 욕 많이 먹는 S 모 전문가의 7년 전 진단이 크게 봐서는 맞는 말이라고 봅니다. 그분 잘못은 중국 변수를 충분히 고려 못 한 점, 맞는 말을 나쁜 타이밍을 잡아서 한 죄밖에 없죠. 


롯폰기 복합센터를 건립한 모리 미노루 회장의 사례를 책에서 소개합니다. 이 모리 타워에서 저자가 주목한 포인트는 "아카데미 타워"입니다. 저자는 바로 앞에서 왜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만 스벅이 인기를 끄는지도 설명하는데, 이번에 화천대유-천화동인 주주 한 분도 부산 모처에 스벅 보유로 큰 화제가 된 것 아니겠습니까. 저자가 내세우는 키워드는 "코워킹 스페이스(p168)"입니다. 일개 독자인 저도 이 대목 읽으면서, 그저 "상가"가 아니라 어느 테마에 끼인 상가인지를 주목해야겠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part5에는 NPL 경매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오는데 물론 저자께서도 1차 소스를 보고 연구, 소화하여 자세히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는 거겠으나 읽어 보니 참 좋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제 독후감에 옮기기가 좀 죄송해지더군요. 아무튼 읽으면서 참 이런 신세계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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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돈 미천하니 거리낄 것이 없네 -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김헌식 지음 / 창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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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돈은 괴승으로 평가됩니다. 그가 걸었던 행보에는 분명 개혁적인 면모가 뚜렷한 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세에나 당대에나 그를 마냥 우호적인 평가를 보내는 입장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는 아마도 그가 원래 몸담았던 불교 측에서 봐도 그가 이질적인 존재였고, 신진사대부 측에서는 아무리 권문세가를 타파할 필요를 공유했다 하더라도 워낙 신돈이 견지한 입장과 출발점 자체가 현격한 차이가 나다 보니 도저히 공동전선을 구축할 수 없었을 겁니다. 



저자는 그를 둘러싼 편견, 그리고 섹슈얼리티에 대해서까지 고찰합니다. 이는 그가 승려이면서도 색을 탐했다는 일각의 비판 때문인데, 이 비판이 제법 강한 인상을 남겼는지, 혹은 반야라는 천민 출신의 여인이 그의 곁에서 행한 역할에 대한 미심쩍인 시선 탓인지, 여튼 프레임이 먹혀 들어 오늘날에까지도 개혁가로서 신돈을 바라보는 데 여전한 장애가 되고 있기는 합니다. 



전민변정도감은 공민왕과 그가 함께 이룬 업적의 상징처럼 평가됩니다. 원래 찰리변위도감이라 하여 충렬왕이 개혁사업으로 그 앞선 시대에 추진하던 기관이 있었습니다. 개혁 군주라고 하면 충렬왕을 대뜸 떠올리기 쉽지 않으나 원 간섭 시기에 최대한 자주를 지키면서 친원 세력과도 싸우던 힘겨운 군주로서 우리가 기억을 할 필요는 있습니다. 아무튼 공민왕 시기에 훨씬 앞서서, 이미 충렬왕 시기에도 불법적으로 귀족의 세력 하에 노비로 신세가 떨어진 양민, 또 무고하게 약탈당한 전답이 그처럼 많았다는 건 성찰을 해 보아아 할 일입니다. 원이 오히려 고려에 이처럼 만연한 노예제의 폐단을 빌미로 삼아 내정 간섭을 하고 들었으며, 비록 그 모든 게 위선적 제스처로서 오히려 부패한 부원배를 막후에서 더 키워 주는 결과를 빚었을망정 말입니다. 중국은 티벳을 병합할 때도 이처럼 내부 노예제 등의 악습을 핑계로 삼아 침략을 정당화했습니다.



역사나 문예에서 미화되기 십상이지만 보우 역시 대농장주로서의 면모가 있었고, 이에 반해 신돈은 그저 몸뚱이뿐이었다는 저자의 대조는 경청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우는 오늘날까지도 칭송 받는 고승의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하는 게 보통입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과연 우왕은 누구의 아들인지 고려사 최대의 미스테리 하나를 집중 조명합니다. 혹 우왕이 정말 신돈의 자식이었다면, 공민왕은 왜 하필 그런 수상쩍은 소생을 데리고 와 후계자로 공포했을까요? 이는 신돈과 공민왕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제대로 알아야 해명할 수 있겠는데, 복잡미묘한 공민왕이라는 통치자의 내면을 시원히 들여다볼 방법이 없는 만큼 참으로 큰 난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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