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셀프 경매의 정석 - 실전 사례로 풀어보는
전병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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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주택도 주택이지만 상가는 목 좋은 곳에 보유하면 상대적으로 고액인 월세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어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자리가 좋아도 초기 투자금이 너무 크면 곤란하다는 건데, 이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경매에 부쳐지거나 한 물건을 입수하면 좋을 듯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매 절차를 잘 알아야 하며, 어떤 입지를 가진 상가 건물이라야 경매에 참여하여 수고를 들이는 보람이 있을지, 낙찰을 받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또 어떤 점을 추가로 유의해야 하는지 등을 잘 살펴야 합니다. 


저자는 Lifetime Challenger 라고 해서 줄여서 라챌이라는 닉으로 활동하시는, 전직 국정원 사무관(5급) 전병수 선생입니다. 서문에서 그는 맥도널드를 세계적 프랜차이즈로 키운 레이 크록의 예를 듭니다. 크록은 맥도널드 형제가 운영하던 햄버거 식당에 갑자기 주목하여,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과감한 동업에 나선 후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입지전적 인물인데, 그 성공이 그의 인생에서 매우 늦은 나이에 이뤄졌다는 점이 또 유명합니다. 부인도 기를 쓰고 반대했으나 그는 뚝심있게 밀어붙여 신화를 만들었습니다. 저자가 구태여 이 이야기를 서문에서 하는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이라는 건 어떤 자격이 필요 없으며, 시대의 대세 중 하나를 정확히 읽고 확신을 가진 베팅을 하면 결국 그만한 결과가 따라와 준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저자의 투자 철학은 1) 지하철 노선이 개통될 만한 구역 물색 2) 이 지역에서 가장 있는 인기 있는 상권 공략 3) 남들이 주목하기 전에 입찰. 이 세 가지(p33)입니다. 실제로 그는 부천, 또 7호선 통과 예상 구역, 혹은 일산 행신 인근 등을 이런 방법으로 공략하여 큰 돈을 벌었다고 밝힙니다. 일산은 "서울로의 출퇴근이 불리한 베드타운(sic.)이라서 그리 썩 유리한 여건은 아니지만, 기본 인프라가 좋기 때문에 상가뿐 아니라 아파트도 공략"해서 역시 재미를 보셨다고 밝히네요.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부천, 7호선 일대, 일산에 고대로 저자를 따라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ㅎㅎ), 앞으로 어느어느 지역이 유망하게 부상하겠으며 선점(입찰 참여)을 노릴 때에는 어떤 포인트를 보아야 할지 등의 포인트이겠습니다. 사실 저자께서 스스로 밝히는 것처럼, 저런 투자를 시도할 무렵이면 경매에서 싼 물건을 낙찰받자는 일반의 인식도 매우 낮을 때였겠습니다. 책에는 76%를 써서 낙찰 받은 저자에게 뒤에서 수군대기를 "저럴 거면 동네 부동산에서 살 일이지 뭐하러 경매장에 나오나"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옛날 이야기일 뿐이며 지금은 100%도 예사로 나온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특히 저자는 직장에 아직 몸 담고 있었을 시절에는 투자에 전념할 수가 없었으므로, 상가 취득 후 임대를 통해 일정 수익을 올리고 나면 반드시 처분하여 이것으로 시드머니를 만드는 데 주력(p37)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시간이 많지 않을 직장인들도 쉽게 따라해 볼 수 있는 방법 위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낙찰을 받았다고 그게 끝이 아니라 건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이가 있으면 빨리 명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도 상대에 따라 대응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합니다. 외모, 옷차림 등을 보고 법적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사업 경험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을 한 후 그에 맞게 대응합니다. 가구점 사장과 협상을 한 예가 책에 나오는데, 사업경험은 많고 법적 지식은 대신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 상대 정도로 견적(?)을 내고, 이런 상대일수록 더 강하게, 확실하게 밀어붙여 명도 기간을 최소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만약 상대가 경매 낙찰도 여러 번 겪어 봐서 제법 노련한 사람이라거나, 반대로 사업 경력도 일천하고 무작정 남의 말은 안 듣고 보는 사람이라면 더 공을 들여서 꼬아 내는 방식으로 나갔을지도 모르죠. 아무튼 임장이라는 게 그저 낙찰만 잘 받는다(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고 다가 아니라 이렇게 사람 다루는 방법에도 능해야 한다는 점 다시 실감하게 됩니다.


낙찰도 받고 기존 임차인(혹은 전 주인)도 내보냈다고 해도 그 자리에 무엇을 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입니다. 저자는 당시로부터 몇 년 전 미국에 다녀왔던 경험에 비추어, 코인 빨래방을 1층에 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힙니다(이 무렵에는 이런 업종이 국내에 별로 없었다고 하네요). "가시성이 좋았다." 하긴 코인빨래방을 보면 대개 매장이 크고 가시성이 좋게끔 크게 간판을 내겁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리라는 전망에 기반한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데 잘 이해가 안 되었던 게, 전에 가구점 하셨던 사장님은 왜 그 자리를 고르셨을까요? 보통 가구점은 가구거리 중에 입주하는 게 보통인데도 말입니다. 이불점 같은 건 어쩌다 나홀로 가게가 가끔 보이긴 하지만... 뭐 여튼 투자는 타이밍이 그 핵심이라고 하면서, 좋은 물건이 나오면 즉시 사라고 합니다. 무엇이 좋은 물건인지 바로 알아보는 능력을 기르는 게 일단 보통 일이 아니지만 말입니다. 


역시 낙찰이란 건 이제 시작일 뿐 골칫덩이 일은 잔뜩 쌓여 있습니다. p55에는 사업자 등록도 안 내었고, 임차보증금 내역도 없는, 그야말로 "거액의 이사비 요구 등 명도를 곤란하게 할 의도밖에 없어 보이는 법인 임차인을 어떻게 다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법적 절차에 대한 공부도 공부지만, 임대사업이나 경매의 달인이 되려면 이런 법외의 스킬에 또 능해야 합니다. 책의 이런 대목에서, 현장의 잔뼈가 굵은 달인의 면모가 엿보입니다. 임차인인 세 법인은 모두 특정 건설사의 계열사였고 결정권자는 회장 한 사람이었는데 관리비는 잔뜩 연체되어 있고 집기에는 사방팔방에 가압류 딱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운명의 담판날 저자는 저쪽과 인원수를 맞추기 위해 아내분과 어린 쌍둥이 아들 둘을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 한판 험악한 대결을 펼칠 각오를 했을 것으로 보이는 회장은 이런 저자의 태도에 오히려 기가 막혔는지, "고가 낙찰을 받으셨다"며 위로금까지 건넸다고 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회장은 이런 식으로 물건 입찰을 사사건건 방해하고 누가 함부로 낙찰 받을 엄두를 못 내게 아주 지저분한 수를 쓰고 있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인간들이 잔뜩 도사리며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경매판이라는 곳에 한 발을 디디기도 망설여지는 게 현실이죠. 법이란 게 맹점이 많아서 바로 이런 인간들 때문에 생돈을 떼이고 선의의 다른 피해자들도 생기는 겁니다. 만약 낙찰자가 정말로 한판 붙어볼 생각으로 담판에 임했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그런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역으로, (어린이가 동반된) 가족을 동반하여 협상에 임했으니 그 회장도 상대가 무슨 생각인지 바로 짐작하고 그냥 좋게 물러난 거겠죠. 그런데 그 회장은 과연 상대가 전직 국정원 직원인 걸 알았을까요? 뭐 국정원 직원이라고 해서 어떤 다른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세상 물정 모르는 상대방이 미리 위축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 회장 같은 사람은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라 그게 쉽지 않다는 건 잘 알았겠지만요.


낙찰을 받아도 유치권 행사자 때문에 손을 못 쓰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임차인, 점유권자들이 그냥 실력 행사만 하고 들어도 보통 사람으로서는 어쩔 줄 모를 것인데, 민법이 보장하는 유치권까지 보유한 사람들이라면 얼마나 당황스럽겠습니까. 어떤 분은 "그런 경우에는 유치권이 성립하지 않습니다"라고 가볍게 여기기도 하던데, 그 판단은 결국 법원까지 가서 따져 봐야 하는 거라서 일단 저쪽이 그런 걸 들고 나오면 당장은 방법이 없습니다(경찰이 바로 개입 못함). p121에는 "유치권 격파(저자의 표현입니다"에 나선 저자의 경험담이 자세히 펼쳐집니다. 


제가 이 책을 읽고 감탄한 대목은, 경우에 따라서 다양한 방법을 저자께서 구사하신다는 점이었습니다. 아까 그 회장님처럼 산전수전 다 겪은 상대한테는 의표를 찌르며 온건책으로 대응하고, 사업 현황엔 밝으나 법에는 좀 서투른 사장님한테는 할 말만 딱 강하게 해서 빠른 해결을 도모하고... 이처럼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방법이 다 다르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책상에서 법만 공부한 사람 머리에서는 이런 수가 안 나오죠. 법공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건 기본이고 진짜 난제는 그 다음 단계입니다. 물론 경험 많은 변호사님들은 이런 것까지도 의뢰인에게 바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이겠습니다. 


사실 이런 건 법의 영역이라기보다 세상 사는 지혜이며 사람 다루는 수완입니다. "경매는 실전이다!" 독자들이 유념해서 많은 생각을 해 가며 읽어야 할 것입니다. 여튼 유치권이라는 게 보통 골치 아픈 이슈가 아니라서 이 책에서도 구체적인 전략을 p190 이하에 자세히 풀어 놓습니다. 진짜 이 대목만 읽어 봐도 책값 본전은 빼고도 남을 듯하네요. 


p143에는 저자가 아파트 혹은 상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관점이 그대로 나옵니다. "지금은 아파트 공화국이라서 인기가 좋지만 경기불황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속출하면 그때부터는 상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100% 맞는 말씀이며, 그래서 그나마 가격이 쌀 때 상가를 공략하라는 게 요지지요. 아까 도곡동의 모 아파트를 중국인이 100% 대출해서 샀다고 내국인 차별이라는 뉴스가 나오던데, 이 대출이라는 게 국내 은행이 아니라 국내에 지점도 없는 외국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산 것이니, 거시경제 관점에서는 오히려 호재입니다. 외국 돈이 우리 나라 자산을 탐내서 우리 나라에 굴러들어온 건데 오히려 박수를 쳐야죠. 또 저는, 지금 욕 많이 먹는 S 모 전문가의 7년 전 진단이 크게 봐서는 맞는 말이라고 봅니다. 그분 잘못은 중국 변수를 충분히 고려 못 한 점, 맞는 말을 나쁜 타이밍을 잡아서 한 죄밖에 없죠. 


롯폰기 복합센터를 건립한 모리 미노루 회장의 사례를 책에서 소개합니다. 이 모리 타워에서 저자가 주목한 포인트는 "아카데미 타워"입니다. 저자는 바로 앞에서 왜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만 스벅이 인기를 끄는지도 설명하는데, 이번에 화천대유-천화동인 주주 한 분도 부산 모처에 스벅 보유로 큰 화제가 된 것 아니겠습니까. 저자가 내세우는 키워드는 "코워킹 스페이스(p168)"입니다. 일개 독자인 저도 이 대목 읽으면서, 그저 "상가"가 아니라 어느 테마에 끼인 상가인지를 주목해야겠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part5에는 NPL 경매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오는데 물론 저자께서도 1차 소스를 보고 연구, 소화하여 자세히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는 거겠으나 읽어 보니 참 좋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제 독후감에 옮기기가 좀 죄송해지더군요. 아무튼 읽으면서 참 이런 신세계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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