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의 덫
김명조 지음 / 문이당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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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 범죄를 저질러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이가 있고, 바로 연결되는 특별한 보상이 없는데도 사명감이 더 크게 작용해서 그런 범죄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소설 가상의 주인공 유진하 형사 같은 사람이 바로 후자의 좋은 예입니다. 


택시 기사란 참 어려운 직업입니다. 손님을 한번 태우면 쉼 없는 수다를 이어간다거나, 필요없는 일에 주제넘게 간섭한다거나 하는 이들도 있지만, 혹시 손님한테 방해가 될까봐 그냥 침묵만 지키는 이들도 있고, 손님의 비매너(무의식 중에 한 일일 수도 있고)에 대해 짜증 내지 않고 점잖게 충고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비매너, 즉 토사물을 실내, 시트에 묻힌다든가 하는 아주 난감한 일이 있어도 어느 정도 감내하고 적정 비용만 청구하는 분도 있죠. p64에서 그런 택시기사분이 한 사람 등장하는데 너무 술냄새, 혹은 다른 냄새가 진동을 하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한편으로, 결말까지 다 읽고 나면 이 역시 작은 암시가 되었다는 생각에 살짝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습니다. 


미현은 선효에게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씨는 사윗감으로 그가 영 마뜩지 않습니다. 몽둥이까지 휘둘렀다니 말 다한 셈입니다. 이 대목은 제가 읽으면서 과연 사건 전개, 앞선 미스테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만... 세상에는 아주 작은 단서, 혹은 예상치 못하게 벌여 놓은 일 하나가 커다란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고 또 실제로 그대로 되는 일도 매우 잦습니다. 세상사가 그래서 재미있는 지도 모르죠.


예전 사극을 보면 상민들은 양반네 일을 돕고도 제때 삯을 못 받는다든가, 억울하게 값을 후려친다거나 하는 일이 많았다고 나옵니다. 서양 법제사가 "신분에서 계약으로"라는 말로도 요약되지만, 요즘은 아무리 일을 시켜도 돈은 주고 계약을 종료하는 게 룰입니다. 진하가 진술을 받는 구자길 같은 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억울한 일을 겪고 수모를 받아도 악착 같이 일을 해서, 말 그대로 개 같이 벌고 정승 같이 사는 게 해방 이후 한국인들의 모토였을지 모릅니다. 장 회장의 장례식장을 때려 부순 건 이런 기초적인 상식도 통하지 않는 지독한 인간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유진하는 "그래도 심했다"고 말하지만(공권력 집행자로서 당연한 반응이지만) 그래도 우리 독자들은 왠지 이런 사람에게 더 동정이 갑니다. 


신 부장은 말합니다. "나는 검사 이전에 시인의 시각으로 범죄를 살펴 보곤 해요." 시인의 시각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세상이 마땅히 갖춰야 할 질서가 있고 그에 따라 운행하지 않는 건 일단 의심의 눈길을 주고 보아야 한다는 뜻일까요? 검사로서 잔뼈가 굵은 그는,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유진하의 근성과 성실성, 집요함, 탁월한 "감" 등을 높이 평가합니다.


"이동전화번호". 참 요즘은 귀에 설게 들리는 말입니다. 그냥 폰 번호라든가 번호라고만 해도 유선전화가 사무실 말고는 거의 없는 요즘 다 알아 듣죠. 예전에는 집 전화가 보통이고 "이동전화"를 드물게 소지했던 때라 저런 말이 널리 통했고 말입니다. 아무튼 이 대목에서 사건은 그 해결을 향해 내리막길을 급하게 달려갑니다. 범인을 예상한 독자도 있을 테고 한 방 먹었다 싶은 독자도 있겠지만, 여튼 세상사는 매번 뻔하게 굴러가는 듯해도 때로 뜻밖의 지점에서 반전을 마련하는 법입니다. 결국 정의가 승리하는 게 우리 모두를 위해서 좋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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