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편지 - 제2회 네오픽션상 수상작
유현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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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센터의 창고에서 목매어 자살한 한 여고생의 사건을 형사 정진우가 맡게 되었다.  40대를 접어든 그는 아직도 젊은 나이임에도 몸에서 벌써 삐꺼덕대는 증세들을 보이는 바람에 어쩌면 이번 사건이 마지막이 되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해 이직을 고려 중이다.   그럼으로 더욱 이 사건에 매달리게 되는 정진우, 자살이란 뉘앙스가 풍기는 현장 분위기 속에서 실은 연쇄살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을 수사본부에서 듣게 되고 만다.   열의를 다해 이 사건을 풀고싶은 정진우, 가출소녀이며 원조교제까지 한 이 여고생 남예진의 주변 사람들을 조사하던 과정 중에 김경만 학생을 알게 된다.   김경만은 어린시절 남예진과 친하게 지내던 관계였기에 그 역시 이 사건에 매달리게 되면서 정진우 형사와 한 팀을 이루며 범인의 존재를 쫓아간다.

 

  벌써 몇 번째 자살처럼 보이는 목맨 사람들의 사건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 사건들에는 공통점들이 있는데, 바로 빨랫줄을 범행 도구로 사용하며 교수형 매듭을 짓는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살인은 4월에 일어난 모터사이클 선수의 죽음이었다.   그리고는 퇴역한 육군대령이고, 이번에 여고생 남예진까지 모두 교수형 매듭으로 목을 메었다.   그리고 날아드는 살인자의 편지.....

 

  사건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후로도 어린이집 원장의 남편과 부녀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살인자가 선택한 그들은 알고보면 파렴치한 사람들이었다.   즉 모터사이클 선수같은 경우는 혼인빙자간음을 수시로 하고, 어린이집 원장 남편은 술만 취해서 들어오면 어린이집 아이들을 구타하여 결국 죽음으로 이끈 경우도 있는 등등 죽은 사람들의 행적이라는 것이 하나같이 나쁜 것이었다.   그래서 살인자는 정의로 처단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의라는 이름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진정 정의일 수 있을까.

 

  여기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주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수사하는 사람 두 명, 나쁜 사람 한 명 이런씩이 아니라 우리는 남예진의 사건을 쫓는 정진우와 김경만을 만나야 하고, 연쇄살인을 쫒는 수사본부측의 사람들인 박은희와 서영혜, 이경훈을 그리고 기자 유제두도 만나야 하는 것이다.   살인자는 죽어야 할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정의라기 보다는 악의가 가득찬 살인에 불과함을 알게 된다.   살인자는 왜 매번 편지를 적은 것일까, 그가 살인을 저지른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읽어 가는 내내 속도감을 멈추지 않은 채 마지막장까지 덮을 수 있었다.   그가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동기, 그가 선택한 마지막 피해자, 그리고 그의 과거...아찔하게 다가오는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까지 재밌는 추리 소설이었다.  

 

[기억에 남는 구절]

"아닐거야.   범인은 그저 죽이는 게 좋아서 죽이는 거야.   설사 거창한 명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건 망상에 지나지 않아.

세상을 한 번에 뒤집어 놓을 수는 없어.   우리는 인간이야.   인간에겐 날개가 없어.   인간은 자신이 처한 조건 속에서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야 해.   그러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   그게 인간이야. " / 352쪽

 

"들어봐.   산다는 건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은 거야.   모험은 할 수 있지만 언제나 균형을 지켜야 해.   균형이 중요해.   내 말을

믿어라.   두 발을 페달 위에 올려놓고 손으로 손잡이를 꼭 잡고 전방을 주시하며 속도를 조절하는 것, 그게 인생이야."  /3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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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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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또 복권의 1등을 원하듯이 나도 가끔씩은 이런 걸 꿈 꾸기도 했어.   누군가 나에게 어마어마한 유산을 남겨주는...

  마사오는 좋겠다.   엄마가 옛시절의 누군가와의 인연으로 막대한 유산을 받게 되었거든.   마사오, 이제는 호숫가 별장 몇 개는 살 수 있는 억만장자의 아이가 되는 거야.   근데 말이지, 갑자기 어마어마한 돈이 생긴다는 것은 좋은 일만은 아닌가 봐.   각종 기부단체에서의 전화와 개인적으로 도와달라는 사람들의 협박성 요청, 돈을 노리는 강도도 걱정해야하고, 주변의 시기와 부러움을 한몸에 받아야 하니 말야.

 

  마사오에게는 또 하나의 걱정이 생겼어.   이건 마사오의 개인적인 문제지만 입이 근질하니깐, 살짝 귀를 빌려줘.   글쎄, 마사오가 지금의 아버지가 아닌 다른 아버지의 아들일 수도 있다는 거야.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온줄 아니?

  마사오의 엄마가 막대한 유산을 받았다고 했잖아.   그 이야기는 마사오 엄마의 젊은 시절의 순간으로 돌아가야 해.   마사오의 엄마 사토코는 이웃인 사와무라가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을 때, 도와준 인연이 있어.   그때, 사와무라는 사토코에게 언젠가 성공을 하게 되면 이 은혜를 꼭 갚겠다고 말했다지.   여튼 사와무라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인가봐.   정말 큰 부자가 되자, 죽음을 앞두고 그 재산을 사토코에게 남겨줬으니 말야.   근데 마사오의 아버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의심을 하게 된다지.   설마 그런 인연으로 그 많은 돈을 남겼을라고, 분명코 서로 연인 사이였을테고, 마사오가 그들 사이의 아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못된 의심을 말야.   여기서 못된 의심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마사오의 아버지는 현재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거지.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거 아니겠냐고,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자신이 바람을 피우니 아내도 부정하게 바라보는 것 아니겠냐구.   혹은 자신의 바람을 정당화하기 위한 그래서 떳떳하게 내연녀에게 가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겠냐 말이지.   내가 좀 흥분을 했으니 가라앉히고, 마사오의 이야기를 계속 들려줄께.

 

  마사오에게는 셜록 홈즈같은 친구 시마자키가 있어.   아, 이런 친구가 곁에 있으면 너무 재미날 것 같아.   무슨 사건이 생기면 홈즈처럼 척척 추리를 해준단 말이지.   고작 중학생인 그들인데도 시마자키 경우는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여, 마사오는 시마자키와 함께 사와무라가 진짜 자신의 아버지일까 아닐까를 확인하기 위한 추리를 시작하는 거야.   근데 그 와중에 마사오와 엄마 사토코가 납치를 당하게 되고, 역시 어마어마한 돈을 가지고 있다는 건 무서운 일인 것 같아.   그 납치의 끝은 책에서 확인해야하니깐 다 말 안해줄래.   여하튼 복잡한 선들이 그 납치 속에 얽혀 있다는 것만 귓띔해줄게.   보이는 것이 진실의 모두는 아니더라구...

 

  책은 두껍지 않아서 금세 읽을 수 있을 것이고, 역시 미야베 미유키의 글이니 술술 넘어가는 책이야.   마사오가 말한단다.  이 이야기는 가슴이 아파올 만큼 달이 아름답게 빛나는 밤을 위한 이야기라구, 그 밤이 오늘일까.....

 

[생각나는 글귀]

나에게 가르침을 준 사람의 이야기를, 제일 빨리 달리는 게 반드시 이기는 게 아니고, 이긴 것처럼 보이는 게 반드시 승리가 아니라는 것을, 뭔가를 걸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알기 위해서는

역시 뭔가를 걸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있다는 사실을.                     /309쪽 마지막 장에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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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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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그를 만난 것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와 시골에서 지내다 다시 학업을 시작하기 위해 돌아왔을 때였다.   윤교수의 강의실 그곳에 그는 있었고, 그의 옆에 꽃무늬 플레어 치마를 입고 있는 미루라는 여인이 있었다.   정윤, 그녀가 다시 그를 만난 것은 시위가 한창이던 거리에서였고, 그렇게 둘은 서점으로 피신해 들어갔었다.  

 

  그녀인 정윤은 그인 명서를 사랑했었다.   물론 그인 명서 역시 그녀인 정윤을 사랑했고....

  하지만 정윤은 8년이 지나서야 명서에게서 윤교수의 운명이 다가오고 있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그렇게 사랑했던 그들은 8년이란 시간이 흐르고서야 윤교수의 죽음을 앞두고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왜 그들은 사랑이라는 이름 속에서도 기다란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미루는 언제나 같은 치마를 입고 다니며, 자신의 언니가 찾아 헤매던 그 사람을 찾아 나선다.   자신의 언니가 사랑했던 남자인 실종된 그 사람은 그들이 서로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죽었을 것이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실종이라 말하며 긴긴 세월 속에서도 그 사람을 찾아 나선다.   미루는 죽은 언니가 그 사람을 찾아 나섰듯 언니를 대신하여 그 사람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결코 찾아지지 않을 죽은 그 사람을 실종되었다 말하며 찾는 미루, 그녀는 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었다.  

 

  단은 윤과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이다.   윤을 사랑하지만 윤의 사랑을 받지는 못하는 단, 그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도피하듯 군대를 선택했지만 그곳은 그에게 또 다른 멍에일 뿐이었다.   그렇게 그는 야간 사격훈련 중의 오발사고를 빙자한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말 정도로...

 

  윤과 명서는 미루의 소식을 오래도록 듣지 못한다.   실종된 그 사람을 찾아 나섰다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 무소식이었던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듣게 된 소식은 미루의 죽음....

 

  윤은 단이 이미 6개월 전에 죽었는데도 그가 일년 전에 보내온 편지들에 대한 답장을 뒤늦게 적고 있다.   언젠가는 함께 경회루  이층의 누에 올라가자고, 미루는 윤에게 말했었다.   언젠가는 자신의 외할머니 댁에 함께 가자고...

  윤은 명서에게 말한다.   언젠가는 처마에서 내리는 봄비를 함께 받자고.....하지만 그 언젠가는 그들에게 이루어지지 못한 일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명서는 언제나 그렇게 말했을까.   오늘을 기억하자고.....

 

  윤과 명서는 서로 사랑하지만 이별을 하게 된다.   명서에게는 미루의 죽음이 있었고, 윤에게는 단의 죽음이 있었다.   그리고 명서는 단을 기억하고 있었고, 윤 역시 미루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의 사랑 속에는 그렇게 아픈 기억들이 있었고 끝끝내 그 아픔을 이겨내고 사랑을 이어나갈 자신이 없었다.

 

   이 책 속에는 사랑의 아픈 상처들을 껴안고 살아가는 청춘들이 나온다.   미루의 언니인 미래가 그러했고, 윤교수 역시 청춘시절의 아픈 사랑이 있었으며, 윤과 명서도 그러하지 않은가.   하지만 윤은 이렇게 마지막 말을 한다.   그에게 내가 가겠다고...

 

  윤과 명서, 미루는 함께 쓰는 노트가 있었다.   윤과 명서는 시를 읽는 것을 좋아했고, 단은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윤교수는 자신의 교수실 책장에 33살 전에 요절한 사람들의 책은 거꾸로 꽂아 두고 있었다.   윤교수는 제자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술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  /291쪽]   윤은 그 뜻을 이렇게 말하지 않던가.  [살아 있다는 것은 곧 다른 모양으로 변화할 것을 예고하는 일이고, 바로 그것이 우리들의 희망이라고  /347쪽]   그래서인가.   절망하고 고뇌하는 청춘일지라도 굳건히 살아 남아야 하는 그 이유를 그래서 다시 일어서고 시작해야하는 그 이유를 만나게 되는 느낌이 드는 건...

 

  명서가 늘 말하던 것처럼 오늘을 기억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윤이 명서에게로 가겠다고 말했던 것처럼 아픈 터널의 그 끝에 다시 시작할 사랑도 있다는 것을, 윤교수의 말처럼 살아내고 있으면 그 끝에는 희망이 마주서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싶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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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털어라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이원열 옮김 / 시작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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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의뢰를 받은 사건을 네 번이고 다섯 번이고 다시 해결해야한다면, 마치 기껏 청소를 다해놓았더니 "청소 안 했니?"라는 소리를 듣는 것만큼 찜찜하고 화가나는 일일 것 같다.   유엔 주재 탈라보 대사가 에메랄드를 하나 가져 오란다.   절도범이고, 이제 막 출소한 도트문더에게 말이다.   뭐, 훔치는 것을 제일 잘하는 도트문더니 에메랄드, 까짓거 훔치지 뭐.  

 

  그냥 쉽게 생각했다.   물론 보호가 철저히 되어 있는 보석을 훔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승률이 좋은 도트문더이고 그는 절도범이지 않은가.   여하튼 뉴욕 콜로세움에 전시되어 있던 에메랄드를 훔쳤다.   훔치기는 했는데, 에메랄드를 손에 쥐지는 못 했다.   절도에 성공했는데, 결과물인 보석은 없다니, 말이 안 되는 것 같은가.   자세히 말하자면 팀원이었던 그린우드가 에메랄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가 잡혔다.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그린우드를 탈옥시켜야지, 보석의 행방을 알 수 있다.  

 

  그린우드를 탈옥시켰다.   그런데 또 여전히 보석은 손에 쥐지 못 했다.   헛,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 것일까.  

  그린우드가 보석을 교도소에 오기 전의 경찰서에 두고 왔단다.   이번에는 삼엄한 경비의 경찰서를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에메랄드 하나, 훔치는 일이 사람 잡네.....숨 쉴 틈없이 도트문더 팀은 다시 경찰서를 향한다.

 

  경찰서를 갔는데, 그린우드가 숨겼던 자리에 보석이 없다.   그럼 이 에메랄드는 발이 달려 도망을 쳤다는 것인가.   여하튼 또 다시 에메랄드를 찾아 나서는 도트문더 일행, 정신병원까지 가게 된다.   그리고 정신병원에서 데려 나온 인간이 이번에는 보석을 은행 금고에 넣어뒀다나...이렇게 하여 탈라보 대사한테 에메랄드를 훔쳐 오라는 의뢰를 받았던 도트문더 일행은 보석을 훔치기 위해 전시장을 털었고, 교도소를 털었고, 경찰서를 털었으며, 정신병원과 은행을 털게 되었다.   그때마다 다 성공했는데, 보석은 손에 쥐지를 못 했으니 언제나 찜찜한 결과를 안고 만 것이다.

 

  도트문더 일행이 보석을 훔치기 위해 절도 장소들을 여러 곳 가게 되고 모두 성공하게 되는 그 모험의 이야기, 또 탈라보 대사는 왜 에메랄드를 훔쳐 오라고 의뢰하게 되는지 그 호기심들은 책에서 확인해야 할 것 같다.   도트문더가 절도를 위해서 계획을 세우는 일은 최고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니 말이다.  

 

  에메랄드 하나를 훔치기 위해 여러번의 모험을 맞게 되는 도트문더, 그의 절도는 실패였던 것일까, 성공이었던 것일까.   여하튼 결과적으로는 도트문더의 손이 들려진다.   하긴 그렇게까지 고생시켜놓았으니 말이다.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뒷이야기도 막판에 언급되어 있는데, 재미났다.   에메랄드를 훔치기 위해 뉴욕의 곳곳을 털어야 했던 도트문더, 다음부터는 하나의 절도는 하나의 절도로 결과를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이젠 덜 고생하고, 자신의 고생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게....물론, 삶은 내 물건이 아닌 것을 절도 하면서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건 소설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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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행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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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다 슈이치가 <도시 여행자>란 책을 내었다.  글쟁이의 인생을 산 십 년을 되돌아보면서, 그때 그때마다 적어내었던 단편들을 모은 책이라고 한다.  1997년 <최후의 아들>로 작가 생활을 시작한 요시다 슈이치, 어느새 십여 년의 삶을 작가로 살아내고 있는 그, 이 단편집은 저자가 그 중 십 년의 작가생활 중에 적어왔던 단편들을 묶은 것으로 10편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영하 5도]라는 단편의 배경은 바로 서울이다.  그 반가움에 더욱 눈을 빛내며 읽어내려 가게된다.  일본인의 한 여성이 한국영화에서 보았던듯한 기억의 장면들을 부여잡으며 서울여행을 감행했다.  그리고 그 똑같은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 한국인의 한 남성은 그 이야기가 일본소설에서 보았던듯하다는 어렴풋한 기억을 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의 같은 장면에 마음이 고정되어버린 일본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 하지만 서로가 기억하는 것은 달랐다.  다만, 그 이야기의 장면이 서로에게 무슨 일에선지 그 순간 행복감을 안겨주었다는 사실, 그 하나의 공통점이 있을 뿐이다. 

 

  [녀석들]이라는 단편은 지하철이 배경이 되고 있다.  무네히사는 남자지만 어느날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성추행을 당하고 만다.  그 순간,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분노가 쌓이게 된다.  그래서 며칠 그때의 성추행범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던 날들의 어느 날, 잊을 수 없었던 바로 그를 만난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그때 소리치지 못했던 일을 만회하려는냥, 자신이 피해자라고 외치며 그를 잡아끌고 간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무네히사를 피해자라 생각하지 않았다.      

 

  요시다 슈이치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삶의 이야기 속에서 사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 그 잔잔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일상의 한 자락을 끄집어내어 그 속에 서 있는 인간의 마음을 보여주는 그의 글은 어쩐일인지 지루하지도 않고 심심하지도 않다.  그가 보여주는 이야기 속의 삶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각각의 모양새를 만들어가고 있는 인간의 마음,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도시 여행자>라는 제목으로 나온 10편의 단편들, 잔잔한 일상의 파도가 넘실대는 삶 속에 서핑을 하고 있는 인간의 마음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장편이 아닌 단편들, 거기에는 또 어떤 모습들의 사람들이 있을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가 십 년에 걸쳐 적어왔던 단편의 모음집, 그를 향한 설레임으로 첫 장을 넘기고 그를 향한 그리움으로 마지막 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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