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여행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요시다 슈이치가 <도시 여행자>란 책을 내었다.  글쟁이의 인생을 산 십 년을 되돌아보면서, 그때 그때마다 적어내었던 단편들을 모은 책이라고 한다.  1997년 <최후의 아들>로 작가 생활을 시작한 요시다 슈이치, 어느새 십여 년의 삶을 작가로 살아내고 있는 그, 이 단편집은 저자가 그 중 십 년의 작가생활 중에 적어왔던 단편들을 묶은 것으로 10편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영하 5도]라는 단편의 배경은 바로 서울이다.  그 반가움에 더욱 눈을 빛내며 읽어내려 가게된다.  일본인의 한 여성이 한국영화에서 보았던듯한 기억의 장면들을 부여잡으며 서울여행을 감행했다.  그리고 그 똑같은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 한국인의 한 남성은 그 이야기가 일본소설에서 보았던듯하다는 어렴풋한 기억을 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의 같은 장면에 마음이 고정되어버린 일본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 하지만 서로가 기억하는 것은 달랐다.  다만, 그 이야기의 장면이 서로에게 무슨 일에선지 그 순간 행복감을 안겨주었다는 사실, 그 하나의 공통점이 있을 뿐이다. 

 

  [녀석들]이라는 단편은 지하철이 배경이 되고 있다.  무네히사는 남자지만 어느날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성추행을 당하고 만다.  그 순간,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분노가 쌓이게 된다.  그래서 며칠 그때의 성추행범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던 날들의 어느 날, 잊을 수 없었던 바로 그를 만난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그때 소리치지 못했던 일을 만회하려는냥, 자신이 피해자라고 외치며 그를 잡아끌고 간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무네히사를 피해자라 생각하지 않았다.      

 

  요시다 슈이치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삶의 이야기 속에서 사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 그 잔잔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일상의 한 자락을 끄집어내어 그 속에 서 있는 인간의 마음을 보여주는 그의 글은 어쩐일인지 지루하지도 않고 심심하지도 않다.  그가 보여주는 이야기 속의 삶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각각의 모양새를 만들어가고 있는 인간의 마음,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도시 여행자>라는 제목으로 나온 10편의 단편들, 잔잔한 일상의 파도가 넘실대는 삶 속에 서핑을 하고 있는 인간의 마음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장편이 아닌 단편들, 거기에는 또 어떤 모습들의 사람들이 있을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가 십 년에 걸쳐 적어왔던 단편의 모음집, 그를 향한 설레임으로 첫 장을 넘기고 그를 향한 그리움으로 마지막 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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