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안과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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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악... 어디선가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 우리는 까마귀가 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부터 어른들한테 가스라이팅 당했나? 까치에 비해서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데, 꽤 영리한 새라고 들었다. 은후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를 찾기 위해 둘러보다가 아빠의 유품이었던 손거울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냥 포기할 수 없는 아빠의 유품이었기에 까마귀가 날아간 곳으로 쫓아간 창고. 그곳에 있던 거울과 부딪히고, 어디론가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만나게 된 "보름달 안과" 평범하지 않은 이상한 안과. 까마귀를 연상시키는 도선생과 그 곳에서 일하는 미나를 만났다. 도선생의 통역(?)으로 까마귀는 석달만 안과에서 일하면 거울을 돌려준다고 한다. 그래서 알바를 시작하게 된다.

환자 차트에는 증상과 더불어 영혼의 색, 영혼의 무게까지 적혀 있다. 이 곳은 까마귀의 인도로 찾아온 사람들의 영혼을 치유해 주는 곳이다. 치료를 받고 치료비로 도선생이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목숨이라 할지라도...다른 것은 안된다.

변윤하 작가는 이번 책으로 처음 만났는데, < 그림자 상점 >에 이은 이 책은 두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어 보니 첫번째 소설에도 관심이 생기게 된다. 비슷한 힐링 판타지 소설일 것이 분명할 것 같다.

초반에는 등장인물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 은후와 아빠의 유품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미나와 도선생에 대한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게 되면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판타지 요소가 듬뿍 들어 있었던 책이어서 금새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2편이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정말 2편이 나오나?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까? 혹시 나도 모르게 "보름달 안과"에 다녀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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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브라운 - 2024년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고예나 지음 / 산지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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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베향이 은은하게 날 것 같은 소설 < 경성 브라운 >. 하지만 결코 그렇게 은은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낭만적이리라 생각될 것 만 같았던 주인공들의 얽힌 관계가 1918년에서 1919년이라는 시대를 생각해볼 때 어쩜 폭풍전야를 느끼게 해주는 느낌이랄까. 경성브라운에 기가 막히게 커피를 만든다는 여급 '홍설'. 그녀를 주시하는 '요한'과 '미스터 리'. 그리고 궁녀 출신의 요리사 '명화'. 초반의 그들의 얽힌 관계들은 묘하다.

다급하게 일본에서 도망치는 홍자, 어쩌면 일본이 아니라 이번생에서 도망치려 했는지 모르지만, 낯선 은인이 건넨 배표, 이곳을 떠나 새로 시작하라는 말로 그녀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겉은 냉철한 모습이지만, 다정다감한 그녀에게 언듯 언듯 보이는 과거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만 한다. 거사직전 동료들을 다 붙잡히고 혼자만 살아 남았던 요한은 홍설에게 배표를 건네주고 현해탄에 몸을 던진다. 하지만 지금은 경성에서 방물장수로 일하며 홍설을 마주했다. 궁녀로 지내다 궁궐을 나온 명화는 잠시 요한의 옥바라지를 했었다. 그리고 한량이며 이름을 밝히지도 않던 "미스터 리" 과연 그는 누구일까.

연애소설의 느낌을 지울수 없던 초반의 분위기가 역전이 되는 시점이 바로 개똥이의 죽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개똥이의 모습과 오버랩 되던 홍설의 과거가 정치적인 것에서 도망치기 위해 미스터 리의 제안을 받아들이려고 했던 홍설이 마음을 바꾼 것은 개똥이의 죽음과 요한의 정체를 알고난 후부터인 것 같다.

잃어버린 나라를 찾지 못하면 일본은 조선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서 언제까지나 무력을 휘두를 것이란 걸요. 우리 대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변절자까지 늘어나 고통은 배가 될 겁니다.(p.134)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계속해서 바위를 치고, 누군가는 포기를 해버리게 된다. 그냥 포기만 하면 될 걸 변절을 하고 동료들에게 무력을 휘두르게 된다. 만약 나도 저 당시에 있었으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게 될런지 매우 궁금하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 역사를 이미 알고 있는 이 시대에서는 당연하게 독립을 위해 투쟁할 수 있겠다라고 할수 있지만, 한치앞도 모를 그 순간에는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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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의 품격
김희재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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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베테랑 작가들이 풀어내는 '막장'에 관한 품격있는 장르 앤솔로지

이 이야기는 꽤 독특하다. 큰 줄기의 이야기 속에,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윤정 작가는 방송 입봉작인 미니시리즈가 대박을 쳤다. 방송사는 신인배우의 2배 고료로 80회 계약을 한 것이다. 계속되는 윤정 작가 작품의 히트는 위약금을 물고, 다른 방송국과 계약을 해도 되었지만 국장과의 의리를 지키고 있었던 참이다. 최국장은 남은 계약건을 터는 조건으로 '톱스타 데리고 막장하기'를 제안했다. 그래서 그 기획안에 따른 세가지 단편이야기가 실려있다. 물론 큰 줄거리가 되는 윤정작가와 지민호 작가와의 이야기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욕하며서도 본다는 '막장' 기획안과 드라마 집필하는 작가들의 이야기. 꽤 흥미롭다.

당대 최고의 드라마 콤비. 지민호 감독과 이윤정 작가가 재회했다. 그리고, 드라마 주인공은 톱스타인 정수호와 추예지. 그래서 등장하는 세가지 기획안의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들은 다 정수호와 추예지이다. 첫번째 이야기 「남자를 나눠가진 여자들」은 각각 회사를 운영하던 추예지와 정수호. 회사를 합병하고 결혼을 한다. 그런데, 결혼식 전날까지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 이야기에 남편의 뒷조사를 시킨 예지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여자를 가리지 않고 만난 남편. 나는 신혼인데 이게 무슨일이람. 남편의 내연녀들과 합심하여 이 나락으로 빠트릴 예정이다. 두번째 이야기 「막장 조작당」에서는 사귄지 5년. 기념여행에서 남자친구 엄마에게 이별을 통고받은 정아. 자살할 요량으로 뛰어들었던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던 수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되고 자신이 복수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국민 시어머니" 오디션을 통해 응징을 할 예정이다. 가상인물 "예지"로 거듭나는 정아. 과연 그녀는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세번째 이야기 「귀혼」 취업준비생인 추예지. 그녀는 대원그룹에 입사한다. 하지만 사장 비서실에서 만난 사장은 그야말로 '갑질 오브 갑질'을 한다. 하지만 어느날, 사장의 행방은 묘연하고, 대원그룹 오너가로부터 예지에게 영혼결혼식을 제안받는다. 댓가로는 어마어마한 돈을 제시받는다. 그 제안을 수락한 예지에게 사장의 영혼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들의 안녕을 빌기보다는 집안의 평화를 위한 음모가 있게 됨을 알게 된다.

이야기들은 정말 둘째가라면 서러울 막장 이야기이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맴도는 느낌은 없다. 역시 소설이라 그런가. 그런데 사실, 이 이야기들을 막장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에는 현실에서 더 막장같은 이야기들이 많기는 하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들에 '막장'이라기 하기에는 애교정도라고 봐줄까. 그야말로 '막장의 품격'을 지킨 이야기라고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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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요리사 - 다섯 대통령을 모신 20년 4개월의 기록
천상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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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오래전에 청와대 견학을 가려 했었는데, 구제역이 꽤 크게 돌았었다. 그 때, 발신번호 제한으로 전화가 왔었다. 청와대였다. 구제역 확산을 방지를 위해 청와대 관람을 자제해 달라는 전화였지만... 사실상 오지말라는 통보였다. 우리집은 경기도라 하지만, 서울과 인접된 도시인데... 축산농가는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늘상 출근을 서울로 하는데 이게 뭔인일가 기분은 나빴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다. 아무래도 청와대는 국가 원수가 머무르는 곳이니까, 지나쳐도 된다 싶다.

청와대에서의 공직생활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5년을 주기로 교체되는 것이 다반사이지만 천상현 요리사는 20년 4개월을 대통령의 요리사로 지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모신 대통령이 무려 다섯분이다. 대통령의 삼시세끼를 챙긴다는 것도 참 힘든 일이다. 게다가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예전 조선시대의 왕보다 조금은 더 친근해서(국민이 뽑기에) 그런지 기미상궁까지 있던 그 시대는 당연해 보여도 대통령의 식사를 그렇게 검식관(대통령이 먹을 식재료를 사전 검사하는 것에서부터 완성된 음식을 시식하는 일가지 담당)이 필요하다는 것은 한번도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국정을 운영하는 분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인데, 왜 여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당시의 상황을 맞춰서 식단을 짜기도 하지만, 대통령이 원하는 음식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런데 해외 순방길에 비행기 안에서 준비되지 앟은 메뉴를 찾았다는 일화가 있었다. 기지를 발휘해서 음식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굳이 비행기라는 밀폐된 공간에서는 그냥 드시고 싶어도 참고 착륙한 뒤에 찾으시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는 했다. 어쩜 재료가 미처 준비되지 않았다고 하면 다음에 해달라고 하셨겠지만, 또 모시는 입장에서 그런 기지를 발휘해서라도 원하시는 걸 준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퇴직을 하고 개인 식당을 운영하고 계시다는데, 한번 찾아가봐야 할 것 같다. 대통령이 드시던 음식일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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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든 사냥꾼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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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현은 법의관이다. 어느날 소도시 용천시에서 발견된 변사체 하나를 맡게 되었다. 세현은 사체를 부검하면서 낯설지 않은 인상을 받게 된다. 바로 그자다. 조균. 어린시절 조균은 사람을 죽이고 나서 뒷처리는 자신에게 맡겼다. 그는 분명 죽었을텐데.. 만약 그가 살아 있다면 경찰에서 그를 찾기 전에 먼저 찾아내야 한다. 아버지에게 벗어나 신분을 세탁하고 나서 촉망받는 법위관으로 살아가는 세현은, 조균이 경찰에 먼저 잡혀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강력계 팀장인 정현은 기름처럼 다른이들과 섞이지 못하는 가운데, 자꾸만 옛 미제 사건에 시선을 돌리는 것이 세현의 입장에서는 탐탁치 않아 보인다. 그러던 어느날, 세현은 조균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그를 만나게 되던 그 순간 묵직한 것에 맞아 정신을 잃게 된다.

작가는 경찰행정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꽤 사실감 있게, 법의관의 모습이나 경찰을 그려내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출간전에 이미 영상화가 확정된 것 같다. 과거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세현역이 누구일지 꽤 궁금하다. 세현을 '소시오패스'라고는 하지만, 나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다. 어릴적부터 범죄에 노출되었고, 그 중심에 있었지만, 어른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서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에 소시오패스라는 말은 좀 거북해보이지만, 어쩌면 이 것이 "소시오패스"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욕망을 잘 억제할 수 있는지... 참.. 어쨌든 나는 세현이 소시오패스라는 것엔 동의하기는 힘들 것 같다.

사건현장을 바라보는 세현의 눈은 날카롭다. 정현은 경찰대를 졸업하고 다른 형사들보다는 어린나이에 팀장에 오른 것 같다. 늘상 그렇듯이 살짝 겉도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세현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정현만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현과 정현이 서로 합심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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