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브라운 - 2024년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고예나 지음 / 산지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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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베향이 은은하게 날 것 같은 소설 < 경성 브라운 >. 하지만 결코 그렇게 은은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낭만적이리라 생각될 것 만 같았던 주인공들의 얽힌 관계가 1918년에서 1919년이라는 시대를 생각해볼 때 어쩜 폭풍전야를 느끼게 해주는 느낌이랄까. 경성브라운에 기가 막히게 커피를 만든다는 여급 '홍설'. 그녀를 주시하는 '요한'과 '미스터 리'. 그리고 궁녀 출신의 요리사 '명화'. 초반의 그들의 얽힌 관계들은 묘하다.

다급하게 일본에서 도망치는 홍자, 어쩌면 일본이 아니라 이번생에서 도망치려 했는지 모르지만, 낯선 은인이 건넨 배표, 이곳을 떠나 새로 시작하라는 말로 그녀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겉은 냉철한 모습이지만, 다정다감한 그녀에게 언듯 언듯 보이는 과거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만 한다. 거사직전 동료들을 다 붙잡히고 혼자만 살아 남았던 요한은 홍설에게 배표를 건네주고 현해탄에 몸을 던진다. 하지만 지금은 경성에서 방물장수로 일하며 홍설을 마주했다. 궁녀로 지내다 궁궐을 나온 명화는 잠시 요한의 옥바라지를 했었다. 그리고 한량이며 이름을 밝히지도 않던 "미스터 리" 과연 그는 누구일까.

연애소설의 느낌을 지울수 없던 초반의 분위기가 역전이 되는 시점이 바로 개똥이의 죽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개똥이의 모습과 오버랩 되던 홍설의 과거가 정치적인 것에서 도망치기 위해 미스터 리의 제안을 받아들이려고 했던 홍설이 마음을 바꾼 것은 개똥이의 죽음과 요한의 정체를 알고난 후부터인 것 같다.

잃어버린 나라를 찾지 못하면 일본은 조선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서 언제까지나 무력을 휘두를 것이란 걸요. 우리 대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변절자까지 늘어나 고통은 배가 될 겁니다.(p.134)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계속해서 바위를 치고, 누군가는 포기를 해버리게 된다. 그냥 포기만 하면 될 걸 변절을 하고 동료들에게 무력을 휘두르게 된다. 만약 나도 저 당시에 있었으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게 될런지 매우 궁금하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 역사를 이미 알고 있는 이 시대에서는 당연하게 독립을 위해 투쟁할 수 있겠다라고 할수 있지만, 한치앞도 모를 그 순간에는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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