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세상에 머무르는 까닭
김상량 지음 / 아침놀북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장 극적인 변화의 시대를 살아온 세대의 삶 이야기, 77년의 삶의 발자취를 따라 시간여행을 시작하다.

이 책은 77세인 저자의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이 책이 낯설지 않았던 것이 엄마도 올해 77세였기 때문이다. 엄마는 출생신고가 조금 늦었다고 했지만, 45년생이든 46년생이든 다들 해방둥이라 하니 그런걸로 그냥 나 혼자 결론 내린다. 이 책 속의 시간여행을 쫓아가보면 낯설지 않음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해방이 되고 나 직후라, 일제 강점기를 경험하지는 못했어도 어린 나이에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들이다 보니 지금에서야 머리에 서리가 내려 앉았다 하더라도 당시는 10세 미만의 어린이들 아닌가. 지금 곳곳에 분쟁이 있는 곳에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떨리는 몸을 어찌할 줄 모르고 공포에 질린 모습들이 당시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엄마도 그랬다. 공직생활을 하셨던 할아버지는 수난을 당하셨다는, 제주도로 피난을 갔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고, 큰오빠(나의 외삼촌)와 막둥이만 살아남아서 외삼촌이 어른이 될때까지 고모할머니가 키워주셨다는 이야기까지.. 전쟁은 겪었던 그 세대들의 이야기들은 이제서 보면 아주 오래된 일들이지만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나도 전쟁 세대가 아니라서, 그저 어린시절 민방위 훈련쯤으로만 기억하던 일들이고 마냥 낯설기만 한데 내 다음세대들은 피부에 와닿기라도 할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가 살아왔던 그 격변의 시대를 함께 따라 가본 것 같은 시간여행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
오수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왜 축구에 열광을 할까. 나는 축구는 못한다. 잘 못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축구공 자체를 차 본적이 없다. 대학을 다닐때도 과 행사나, 동아리 행사를 가게 되도, 특히나 남학생들은 공을 그냥 뻥뻥 차며 달리곤 했다. 국제 경기에 한국이 출전을 하게 되더라도 괜히 심장이 떨려서, 내가 보고 있으면 질 것 같아서 잘 보지 않게 된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다. 왜 사람들은 축구에 열광하는지... 그런데 이 소설은 먼 우주에서 외계인이 찾아왔다. 그들도 축구에 진심이었다.게다가 축구 시합에서 이긴다면, 원하는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축구공 한번 차보지 못했지만, 나도 축구를 배워서 시합에 나가봐야 할 것만 같다.

욘은 부상으로 은퇴한 전직 축구선수였다. 함께 살던 여자친구는 떠났고, 집을 수리할 돈도 없고, 미래도 없다. 그런데 외계인들이 나타나서 축구시합을 한단다. 사실 욘도 부상당한 무릎 때문에 시합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축구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기 위한 축구교실을 열었다. 욘 옆에는 낚시터에서 만난 친구 리오가 있었다. 리오는 범상치 않다. 뱀이 출몰하는 지역에서도 뱀은 그를 피한다. 골대가 필요하다고 느끼자 리오의 친구들이 골대를 세워준다. 축구를 하고 싶은 욘은 무릎이 깨긋하게 나아서 축구를 할수 있게 되었다. 리오의 곁에 있으면 뭐든 원하는 대로 이루어 지는 것 같아, 그의 정체가 의심스러워 진다. 과연 욘은 외계인들과의 축구시합에서 이길 수 있을까?

초반에는 어쩌다가 외계인에게 이기는 사람이 있었지만, 조금씩 그 승리를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건, 아마도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꼭 이겨야겠다는 불순한(?) 의지만이 있어서 아닐까.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꽤 SF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될 수 없는건 진정으로 즐기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이드
니타 프로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몰리는 리전시 그랜드 호텔 메이드이다. 객실을 완전 무결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몰리는 사회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순수하고 따듯한 성품을 지녔다라고 생각했다. 처음 읽는 순간은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는 그 순간에는 몰리는 전혀 사회성이 떨어진다거나 순수하다거나 하는 것은 아닌것 같다. 그녀만큼 영악한 사람이 있을까. 섣불리 그녀를 판단해서는 안될 것 같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살던 몰리는 이제 혼자서 생활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상 할머니는 곁에서 몰리를 지켜주는 것만 같다. 어느날, 몰리가 블랙씨 부부가 머무는 펜트하우스를 청소하려 들어갔을 때, 평소와는 다르게 블랙씨의 아내 지젤이 욕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욕실만 제외하고 펜트하우스를 완전무결하게 만든 몰리는 다시 와서 욕실을 치우겠다고 했다. 다시 펜트하우스로 돌아온 몰리는 그곳에서 죽어 있는 블랙씨를 발견하고 만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몰리를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하게 된다. 과연 무슨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몰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무언가를 생각하는데 있어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할 까. 그렇다. 조금은 어눌에 보이기도 하고 엉뚱해 보이기도 한 그녀를 사람들은 조금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수석 메이드 셰릴은 팁을 많이주거나 관리가 편한 객실을 관리하고 어려움이 있는 곳에는 몰리를 보내는 것 같다. 몰리의 전 남자친구도 그녀의 은행 비밀 번호를 알아내고서는 할머니와 모은 돈을 모두 훔쳐 달아났다. 몰리가 호감을 보이는 로드니도 몰리를 위하는 것 같지만 그녀를 곤경에 빠트린다. 세상은 좀 약아빠지게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좋은 사람이라고 보여져서는 안되는 것 같다. 무던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허를 찌르고 그 사람을 이용하게 된다는 것을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려거란전쟁 - 하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고려거란전쟁 (上) >에서는 전쟁의 묘사가 많아서 그런지 책장을 넘어가기가 좀 더딘편이었는데 < 고려거란전쟁 (下) >에서는 이제는 이 전쟁에 익숙해서인지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며 읽게 되었다. 어쩌면 책장이 넘어가지 못했다는 말은 변명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내가 고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일거다.

거세진 거란의 기세로 현종은 개성을 떠나야했다. 전쟁중에 수도를 버리고 왕이 피난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들이 아닐 것이다. 항상 이럴때는 여러마음들이 존재한다. 몸을 사리면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의 목숨만을 챙기려는 자가 있고, 나라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게 생각하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고 했던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것 같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이란 다 똑같기 때문에 옛일을 기반으로 미래의 일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고려에 관련한 많은 이야기를 읽은 것은 아니지만, 강감찬장군은 워낙 유명에서 과거에 몇몇 책들을 읽었었다. 그리고 강감찬 장군이 혹여 이순신장군으로 환생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조선에 이순신이 있다면 고려에는 양규가 있다"라는 문구가 낯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는 아닐텐데 말이다. 1000여년 전, 이 곳에서는 많은 고려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내걸었다. 역사서에 이름을 남기든 아니면 흔적을 남기지 않았던 간에 그들의 마음은 다 똑같지 않았을까. 수많은 영웅들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이 땅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웅장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고려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읽고 싶어졌다. 게다가 원래 영상물과 책은 함께 보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원작으로 방영되는 드라마를 한번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화성이 보름달이 보이는 자리에(태양-지구-화성, 이 위치를 '충'이라고 한다) 위치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밤하늘에 보름달 근처에서 보이던 유난히 붉었던 별이(사실 행성이지만) 생각났다. 유난히 붉다라고 생각했던 것이 화성이었다. 화성이었을테다. 별이라 보기에는 좀 크게 보였으니까 분명 화성이 맞았을 것이다. 나는 짚어주지 않으면 별자리도 잘 모르는 사람이니까, 혹은 아닐수도 있겠지만 나는 화성이라고 믿는다. 화성은 그렇게 우리와 가까운 행성이다. 만약 지구에 문제가 생겨서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면 거부감이 들었겠지만, 화성은 밤하늘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위화감은 없다. 다만 공기는 매우 희박하고 물이 흘렀던 자국만 있을뿐 물이 없는 메마른 땅이라는 것이 맘에 걸리긴 하다. 그렇다고 상상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작가도 외교부로부터 "먼 미래에 화성 이주가 본격화 되면 화성에 어떤 세계가 들어설 것인가"라는 주제로 연구 의뢰를 받았다고 하니, 언젠가는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닐까.

이 책에는 「붉은 행성의 방식」, 「김조안과 함께 하려면」, 「위대한 밥도둑」, 「행성봉쇄령」, 「행성 탈출 속도」, 「나의 사랑 레드벨트」의 제목을 가진 6편의 단편이 담겨있다. 「붉은 행성의 방식」은 화성 초기 정착 단계에서 일어난 첫 살인사건을 다룬다. 살인사건이라고 특별하게 스릴러 같다고 보이지만 그런 분야는 아니다. 초기 정착단계이기도 하고, 화성의 환경을 고려하면 살인자는 도망갈 곳도 없다. 나는 이 사건보다 다른 점에 눈이 갔다. 초기 정착 단계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여러가지 일을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이야기에도 등장하지만, 화성으로 초기 이주한 사람들은 여러분야에 박사학위를 가진이들이다. 한개의 박사학위는 명함도 못 내밀판이다. 이동하는 시간이나 그런 예산을 미루어 볼때 임무들이 겹친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희나는 이 점을 '화성의 회복력'이라고 말하는 것이 꽤 인상적이다. "무슨 일을 겪어도 화성인은 반드시 회복하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예요.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가 돼 있죠. 위성도 조종사도 필수 인력이나 핵심 장비도, 서로서로 임무가 포개져 있어요. 하나를 잃어도 다른 개체가 이어받도록. 애초에 그렇게 구성해서 화성으로 보내진 거예요.(p.43)" 사고로 희나의 빈자리가 있었지만, 그 자리는 다시 지요가 채우고 있었다. 그게 붉은 행성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아마도 지요는 희나의 자리를 채워서 임무는 수행해 나가지만 지요의 마음 속에 생긴 희나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그건 사람의 살아가는 방식이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