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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2021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ㅣ 꿈꾸는돌 28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21년 4월
평점 :
*
2021 뉴베리 수상작.
이 책을 읽고 나니 새삼 뉴베리상에 대한 역사를 되새기고 싶다. 뉴베리상은 18세기 영국의 출판인이자 서적 상인인 존 뉴베리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상이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시작할 무렵이었고, 읽을거리가 귀했던 시절에 손바닥만 한 책을 보따리에 싸서 다녔다. 이런 뉴베리 덕분에 이야기는 여기서 저기로 전해지고, 독자들은 다른 이야기와 다음 이야기를 목말라했을 것이다. 또 글을 궁금해하고, 이야기에 살이 붙으면서 스토리가 풍성해졌을 것이다. 독자들의 구미에 맞춤형으로.
뉴베리상에 딱 맞는 스토리였다. '해님 달님'을 모티브 삼아 작가 본인의 이야기까지 녹여낸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은 풍성한 식탁과 같았다. '조아여'를 '조용한 아시아 여자애'로 말하면서 타국살이에 대한 고단함이 담겼고, 아시아인의 특유함이 있었다.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존재'의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가장 강렬했던 자극은 여성들이 이야기의 모든 것을 이끌고 있었다.
애자 할머니와 엄마 존, 언니 샘과 우리의 주인공 릴리. 3대에 걸친 여성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작가의 가족을 보는 것 같았다.
https://blog.naver.com/imdol79/222335205165
[2021 뉴베리 수상작] 판타지로 변신한 한국 전래동화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태 켈러 #뉴베리상 #해님달님)
한국 전래동화 「해님 달님」에서 튀어나온 듯한 마법 호랑이와 강인한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 할머니, 이야...
blog.naver.com
나는 태 켈러가 여성이었기에 이야기가 이토록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성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특유의 생각과 난관을 헤쳐나가는 태도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는 뜻이다. 유리병에서 이야기를 꺼내는 방식은 마치 이야기 주머니에 갇혀 있던 이야기를 구하는 전래동화와 너무 비슷하지 않나! 외국 작가이지만 여기저기 한국의 냄새가 가득하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낯설지도 그렇다고 너무 익숙하지도 않은 새로움과 낯익음의 줄타기.
감정의 줄타기를 마치면서 나는 결국 울고 말았다. 이 작가님 증말... 이러면서 나는 다시 읽을 수밖에 없다. 이야기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다시 맞춰가며 호랑이의 행적은 외우고 싶었다. 우리에게 호랑이는 그만큼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던가!
https://youtu.be/SmTRaSg2fTQ
특별한 호랑이가 대물림되는 모습에서 나는 민족성은 읽을 수 있었다. 아마도 작가님이 본인을 '1/4만 한국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하면서 깜짝 놀랐던 것은 작가님 내면에 있는 호랑이가 꿈틀댔기 때문일 것이다.
언니야를 Unya, 애기 Eggi, 할머니 Halmoni, 엄마 Umma를 그대로 표기했던 것도 우리의 밑바닥에 깔린 정서를 그러모으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혼자서 피익 웃음을 터트렸을 때는 호랑이가 자신의 성별과 식이요법을 밝혔을 때다. 작가는 내가 그리고 독자들이 이렇게 피식 웃을 줄 알았을까?
"그 이야기들, 위험하잖아."
"그 이야기들은 힘이 세지."
"사람을 바꿔 놓는 힘이 있다면서. 네가 그랬잖아."
173쪽
위험하지만 우리를 바꿔놓을 센 이야기,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을 읽고 나는 내 안의 호랑이를 찾고 싶다. 또는 내 이야기를 만들고도 싶다.
여기 비밀스러운 역사가 있었다. 곰이 한국 여성, 또는 고생과 말 없는 인내가 핵심인 어떤 여성다움을 상징한다면 호랑이는?
고생을 거부한 대가로 추방을 당한 여자는?
그리고 그 여자가 다시 돌아온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여자는 무엇을 원할까?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330쪽
그 이야기의 시작을 맨 뒤에서 알려주는 건... 나에게도 시작을 해 보라는 작가님의 덫 인가?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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