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누나야
강정규 지음, 김종민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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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벌써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어렸을 적에는 이렇게 구슬프지 않았는데 지금은 왜 그럴까... 아마도 강변 살자는 그 말이 가슴을 후비는 때문일까 싶다. 게다가 책의 뒷면에서 누나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아버지는 언제 오우?"



누나가 수를 놓다가 엄마에게 질문을 하고 엄마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먼 산만 바라보는 장면에서 우리는 알 수 있다. 아버지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을. 그래서 그곳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아버지가 혹시 정말 혹시라도 돌아오신다면 우리가 있어야 하니까.



이 글은 나이가 80이 넘으신 강정규 작가님이 일제강점기에 아버지를 그리워하시던 걸 떠올리시며 단숨에 쓰셨다고 한다. 그리고 글을 더욱 빛나게 하는 그림은 김종민 화백님의 작품이다. 마치 옛 기억을 떠올리는 것 같은 연필 느낌의 그림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시대적 불안함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게다가 종이의 두터운 질감은 마음을 더 무겁게 하여 저 밑바닥의 그리움과 두려움을 맞닥뜨리게 된다. 거친 종이를 넘기며 아버지 보고 싶다는 말을 삼키고, 묵직한 종이를 넘기며 형사 끄나풀에 대한 울분을 참는다. 글과 그림, 그리고 책 전체가 암울한 시대상을 담아내는 것 같아 읽는 내내 그리고 덮은 후에도 내 마음을 어딘가 기대어 놓고 싶다.



작가의 말에서 소개하는 2절 가사는 밤의 노래로 소개하는데 읽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초가집 처마 밑에 등물이 졸고


먼 산골짜기 여우가 우네.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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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의 다이어리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56
엘런 델랑어 지음, 일라리아 차넬라토 그림, 김영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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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리시의 다이어리'라고 적혀 있어서 당연히 영어는 'diary'일 줄 알았는데... 오잉? 


'dagboek'라고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번 그렇게 쓰여 있길래 검색 찬스!




네이버 사전


아하! 이제서야 네덜란드 작가님이라는 걸 기억해 냈다. 혹시 그래서 꽃 그림이 이리도 예쁜 건지 생각해 보았다.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꼬박꼬박 꽃과 식물이 모든 면에 그려져 있어서 좋았다. 심지어 오리가 얼음에 갇힌 겨울 그림에도 초록이 있었다. 식물을 정말 사랑하시나 보다.



아이고, 우리 리시가 와서 할머니는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세계 각국 할머니는 모두 손주 녀석들을 좋아하시는구나! 오늘 우리 아이들은 외할아버지 생신을 맞이하여 선물 대신 편지와 용돈 봉투를 준비했다. 내일 아이들을 맞이하면서 친정 부모님이 하실 말씀이기도 하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들 기다리느라 눈 빠지고, 목 빠질 뻔했네!


생각해 보면 나의 할머니도 나를 이렇게 반겨주셨다. 할머니를 기억할 수 있는 건 마음의 일기장에 차곡차곡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일기는 그런 것이리라. 과거와 현재의 나를 연결하여 미래로 보내는 것.



할머니 생신에 리시는 할머니의 일기를 만난다. 마침 '리시'라는 이름은 할머니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라 일기의 주인공도 리시, 우리 그림책의 주인공도 리시다. 돌고 돌아 이렇게 다 만나지는 것인가 보다. 네덜란드의 리시 할머니와 손녀 리시가 만나고, 리시 할머니가 손녀를 반기듯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도 손주 녀석들을 반길 테니 말이다.



손녀 리시는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하루하루의 기억들을 쌓아서 리시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 나갈지 궁금하다. 우리는 보통 일기를 쓰며 미래를 생각하기 보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느낌과 감정을 기록한다. 이 기록들이 스스로를 단단하게 하며, 단단한 내가 되었을 때 미래는 당연히 아름다울 수밖에! 이런 인과관계라면 일기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리시의 다이어리'는 내가 아침에 쓰는 일기를 계속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만들어 주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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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아버지 단비어린이 문학
이정록 지음, 배민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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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 대한 책은 종종 만났던 것 같은데... 아빠에 대한 책은 글쎄... 있었던가? 동시집에서 퇴근하는 아버지를 만났던 기억은 있는데 이렇게 글책은 드물다. 반가운 마음에 책을 펴들고 앉았다.




이정록 작가와 그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라 했다. 오래된 기억이라고 했는데 글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는 적당한 장면이 떠오르는 걸 보니 둘 중 하나다. 내 기억도 오래되었거나, 기억이 재미있거나. 다시 생각해 보니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인 것 같다.






소를 팔러 장에 가서 국밥 한 그릇 먹는 사이 소가 없어졌다. 이런 낭패가 있나... 소도 없고 송아지도 없고. 조그만 강아지도 아닌 데 그것도 두 마리씩이나 누가 훔쳐 갔단 말인가! 



책을 읽는 나까지 낙담한 채로 부자와 함께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어찌 된 일일까! 외양간에 소와 송아지가 떡하니 누워 자고 있는 게 아닌가!! '오홋.' 나도 모르게 웃었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었다. 





완전 빵 터졌던 장면이다.


"난 본래 안 씻어. 며칠 전 미술 시간에 묻은 거야."


우하하~~~ 며칠 전에 묻은 건데 아직 안 씻고 있다고 말하는 친구나 그걸 받아치는 친구나 모두 같다. 꼬질꼬질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나 국민학교 4학년 때 '신초코'라는 친구가 있었다. 성은 '신'이었고,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얼굴이 까매서 별명이 '초코'였다. 자꾸 부르다 보면 '신초코'가 아니라 '신쪼꼬'가 된다. 신쪼꼬. 이 부분에서 웃다가 갑자기 신쪼꼬가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



아버지의 솔직한 모습을 쓰겠다고 머리에서 예고하신 것처럼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만난 것 같았다. 옆집 아저씨를 본 것처럼. 그래서 우리 아부지도 생각난다. 헛기침 흠흠 하면서 전화 오기 전에 한 번 가봐야겠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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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미술사
마이클 버드 지음, 케이트 에번스 그림, 박재연 옮김 / 이마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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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하면서도 낯선 미술 앞에서 우리는 '내가 저 작품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미술이 특유의 신비로움을 영원히 잃지 않았으면 해요. 미술이 되는 순간, 그 특별한 순간은 신비한 마법과도 같으니까요.


마이클 버드


미술이 마술이 되는 순간을 경험해 보았을까?


애석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순간은 없었다. 이 책은 미술이 마술이 되기까지의 징검다리를 역사 이야기로 꾸며 놓았다. 그래서 책 표지의 안쪽이 이렇게 세계지도로 꾸며져 있는 것 같다.


 



미술이 탄생한 장소를 역사적 가치가 있는 도시들과 연관 지어 설명함으로써 우리가 세계사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올라탈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그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세계사를 유럽을 포함한 이슬람, 아프리카, 중국, 앙코르와트 등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기원까지의 고대 미술, 중세 시대, 르네상스, 16세기 전후, 산업혁명, 19세기, 세계대전, 현대에 이르기까지 8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미술과 역사를 연관 지었다. 역사는 인간의 삶을 통칭하기에 이를 기준으로 예술을 나누어 본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평소 자주 만나지 못했던 문화권의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도시에서 제일가는 서예가, 이븐 알 바와브.


코란을 반복해서 필사하며 모든 구절을 외운다는 그의 책이다. 어떤 구절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서아프리카는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로 인해 그들의 문화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고 한다. 풍부한 지하자원과 인적 자원으로 독특한 문화권이 형성되었다는데,,, 이 두상을 보니 더욱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태양은 그 어느 문화권에서나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특히나 남아메리카에서는 정말 중요한 존재이다. 지금의 멕시코쯤에 위치한 아즈텍 왕국은 강력한 왕권과 군사력으로 위세를 떨쳤다고 한다. 독수리 군사들은 태양신의 군대라고 했다. 한 마디로 천하무적이었다는... 와! 멋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인상주의 화가 모네.


한 장면을 빛과 시간에 따라 다르게 표현한 그의 그림은 마치 우리에게 계속 말을 거는 것 같다. 



오늘은 어땠어? 볕이 좋지 않아?


하늘에서 달빛이 쏟아져.


너무 어둡군.



뭐 이런 소리들이 들리는 듯하다. 그야말로 미술이 마술이 되는 순간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런 우리들이 모여 역사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면 그 어느 것도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 '우리'의 흔적이니 말이다. 그래서 제목이 모두의 미술사인가.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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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참 예쁘다 단비청소년 문학
심은경 지음 / 단비청소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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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참 예쁘다


엄마가 아빠에게 소리를 질렀다. 밖에 나가 돈 좀 벌어 오라고 내쫓다시피했고, 아빠는 쫓겨나듯이 나갔다. 그리고 감감무소식. 아빠에 대한 아들의 그리움과 남편에 대한 미안함이 솔직하게 드러난 글이었다. 



* 밥 먹고 가이소!


시골에 사시는 투박한 친할머니. 엄마와 아빠에게 마음과 다르게 거친 말을 던지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따뜻한 분이다. 생전 그 마음 그대로를 표현하지 못하시다가 돌아가시면서 자손을 두루 보살피신다는 이야기다.



* 수상한 녀석들


아이들 소설로 딱. 짧고 단순하고 그들의 이야기. 살면서 띵책을 만난다는 설정이 내 마음에 딱 들었다. 나의 띵책은 '헬렌 켈러'이다.



* 충전을 완료했습니다


세월호가 생각나는 스토리. 정치적이지도 사회적이지도 않은 그냥 엄마의 이야기였고, 나도 엄마의 마음으로 읽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가 아이와 똑 닮은 로봇을 입양한다는 이야기에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문장을 쓰면서도 감히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긴장된다. 


그 마음을 내가 헤아릴 수 있을까? 가족의 부재는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그 연유가 무엇이든 간에 그 상실감은 길고 깊게 흔적을 남긴다. 다른 사람의 길고 깊은 상실감에 나의  공감이 위로가 될까,,, 그보다 먼저 위로를 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묻게 된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아마 작가님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해본다. 나는 독자로서 머뭇거리면서 한 글자 한 글자 고심하면서 독후감을 쓰지만 작가님은 나보다 더한 고뇌와 망설임으로 이 글자들을 탄생시켰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나는 작가님의 생각에 얹혀 가련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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