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헬기의 책을 읽고서야 나와 내 동시대인들이 지배 담론에 얼마나 단단히 사로잡혀 있는지 깨달았다. 그의 글은 교육이 ‘투자‘ 이고 자연이 미개발 ‘자원‘에 불과하다는 경제학 언어에 포위되지 않았다. 자연이 더 숭고한 것, 더 귀한 것, 정의를 넘어서는 것, 어쩌면 ‘성스러운‘ 것일 가능성은 우리 시대에 타당한 논증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헬기에게는 관광객 유치나 고용, 수출 실적을 거론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었다. 그는 아름다움과 자연과 숭고함을 자신이 느끼는 대로 쓸 수 있었다. - P69
해수 산성화의 밑바탕에 있는 과학을 들여다보고 얼마나 많은지구촌 주민이 바다의 건강에 의존하는지 살펴본다면, 2019년에 해수 산성화 개념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1930년에 ‘홀로코스트‘ 라는 단어가 1960년에 비해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과 비슷하지 않은지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해수 산성화 개념의 중요성이 ‘홀로코스트‘ 만큼 커지면 미래 세대의 가장 간절한 소원은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 낙원의 완전한 상실을 막는 것이 될 것이다. - P90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 ••• 건강에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가족, 공감, 기도, 활력, 아니면 다른 분야에서 보내는 시간 등도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세계경제 위기에 타격을 덜 받을 것입니다. 저는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위기는 우리에게 돈 이외에도 가치들이 있음을 잊지 말라고 일깨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질적 가치에 연연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마음의 평화, 만족, 기쁜 삶을 선사하는 다른 일들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나: 삶의 의미는 어떻습니까? 찾으셨는지요? 자신을 위해서말입니다.
저의 믿음이나 경험, 저 자신의 삶에 비추어 보건대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롭거나 도움을 줄 수 있으면 행복해집니다. 자신의 삶이 쓸모가 있게 되는 거니까요. - P122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 ••• 나: 존자께서는 이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전혀 쓴소리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티베트는 중국의 폭압에 시달립니다. 용서가 정의나 처벌을 대신할 수 있나요?
거기에는 전혀 모순이 없습니다. 용서는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상대에게 아무런 증오와 분노를 갖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타인의 불의를 받아들인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는 중국의 부당한 태도와 정책에 맞서 투쟁하지만 그들이나 우리나 모두 똑같은 인간입니다. 우리에게는 공동의 풍요로운 문화유산이 있습니다. - P124
"미래에는 빙하 해빙이 전쟁의 불씨가 될지도 모릅니다. 중국에서 물이 부족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중국 정부가 방글라데시로 흘러드는 브라마푸트라강의 물길을 중국으로 돌리기로결정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역사적인 인더스 수계 배분 조약이 가뭄 때문에 유명무실해져 인도와 파키스탄이 강물을 독차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빙하 해빙은 불안정, 흉작, 기근, 갈등 등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재난을 일으킬 것이 분명합니다." 그가 그리는 미래상은 무시무시하다. - P130
『도덕경』에서는 없음이 쓰임이 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 자체의 쓰임새를 알아보지 못한다. 비어 있는 곳은, 바퀴통은 끊임없이 유린된다. 생명의 바퀴가 회전을 멈출 때까지. _ 그러므로 있음이 이로운 것은 없음이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 - P158
동물은 지구의 열매와 같아서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처럼 자란다. 나무는 시들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 P165
‘바람직한 경제 전망‘ 이라는 말 속에는 지구에 치명적이고 미래에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들이 숨겨져 있다. ••• 경제성장은 지속 가능성과 지속 불가능성을 구별하지 않는다. 튼튼해지는 것과 뚱뚱해지는 것, 자궁에서 태아가 자라는 것과 종양이 자라는 것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상상해보라. 그들에게 성장은 무조건 좋은 것이다. 양성이든 악성이든.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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