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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쉐이크 - 영혼을 흔드는 스토리텔링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글을 쓴다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무언가를 끄집어 내 다른 이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글로 토해낸다는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던가,,, 어린 시절 원고지를 받아들면 어떤 글을 써야할 지,,, 나의 굴러가지 않는 뇌는 새하얀 백지로 변해가고, 두 눈은 연필심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입술을 연신 가까스로 축여가며, 침만 꼴딱꼴딱,,, 동시 한 편, 동화 한 편, 수필 한 편은,,, 그리도 어려웠던가? 잠시 눈을 들어 창밖 저 멀리 뭉게구름 가득한 푸른 하늘에 시선을 던진다. 그리고,,, 풀려가는 글 한 편,,, 깨닫지 못했던 그 순간,,, 글은 풀어나간다.

한 인간의 뇌세포보다도 많고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보다도 많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영혼을 흔드는 그 순간을 우린 어떻게 찾아가야할까? 김탁환이란 이야기꾼은 우리에게 그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사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은 나에게 그 어떤 욕망보다 가장 큰 욕망일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걸어갈지에 대한 길은 막연하기만 하다. 소설이란 장르는 더더욱 말이다. 소재에 대한 구상, 망상은 가득하지만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노력은 더더욱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소설 작법이나 시나리오 작법에 대한 책을 한 번쯤 읽어봤음직도 하련만,,,
어찌된 일인지,, 소설이나 시나리오 작법에 대해선 단 한 번 손길을 준 적이 없다. 그만큼 두려웠던 탓일까? 어찌됐든,, 김탁환의 쉐이크는 나에게 이야기꾼으로서의 첫 작법을 제시하고 있다. 오감을 넘어 육감으로 인물과 공간을 휘감아 독자나 청자를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오게 만들 자신의 감각을 일깨울 기본적인 생각들을 정리해 놓은 ‘봄꽃동산 코스’를 지나 이야기의 판을 만드는 작업에 필요한 철저한 준비(100권의 책과 10권의 노트), 초고- 퇴고의 과정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나열해 놓은 ‘여름 사막 코스’, 그리고 글에 대한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작업실 준비와 글을 쓰기 시작할 때의 감각적인 단어와 문장,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멀리 바라보는 법을 통해 완급 조절을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는 ‘가을 바다 코스’, 마지막 초고를 쓴 시간만큼 필요한 퇴고의 과정인 ‘겨울 설산 코스’를 통해 어떻게 소설이 탄생되는지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그리고 24코스마다 게스트하우스 질문을 통해 습작의 여지를 남겨놓았는데,,,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노트를 한 권 구비해 코스별로 글을 한 편씩 써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듯 싶다.

이야기로 영혼을 흔드는 나만의 방법,,,
소설 작법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더라도,,, 만드는 방법을 다시금 김탁환에 대비시켜본다면,, 그의 소설이 어떻게 탄생됐는지, 어떤 노력의 흔적들이 담겨있는지,, 새삼 가슴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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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 - 김병만 달인정신
김병만 지음 / 실크로드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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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던가요? 개그맨 김병만씨를 봤던 것이,,
꽤 오래 전,, 그와 개그맨 이수근씨가 함께 했던 코너(주로 도사 복장으로 출연했던)가 전 어찌나 재밌었던지,,, 날렵한 움직임 때문에 무도인이 개그맨이 됐나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참,,, 못 뜨더군요. 키 158.7, 외모는 뭐,,, 지금에야 그 나이로 보이지만,, 당시에도,, 뭐,, 지금의 외모와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 그렇다고,, 너무나도 해학적인 얼굴도 아니었고 말이죠. 하지만,, 그는 많은 실패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더군요. 아니,,, 포기가 아니라,, 더더욱 열의를 갖고 다시 도전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이 자리가 그저 요행으로 얻어진 자리가 아니란 사실을 말이죠.

남보다 많이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지만,,,
코미디에 대한,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과 노력은 최고였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키워온 꿈, 계속되는 오디션 낙방, 무명 개그맨 생활, 그리고 눈물어린 '달인'으로의 최정상에 오르기까지의 인생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담백한 인생이야기는,,, 책을 읽어 내려간 이로 하여금,,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사실,, 우린 뭔가 실패했을 때 맞게 되는 좌절감에 먼저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툭툭 털고 힘을 내기까지 참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오뚜기 같은 열정은 우리에게 꿈을 잃지 않은 인생은 언젠가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패 없이 성공을 일궈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시행착오와 실패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얼마나 되새겨 자신에게 이로운 일로 만들어 가느냐가 바로 우리 인생의 방향타를 조정하는 키가 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
어려운 가정환경도, 연예인을 하기엔 부족한 신체조건도, 개그맨 시험에만 8번 떨어지며 겪어야 했던 좌절감도,,, 그를 무너뜨리지 못했습니다. 왜? 바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죠. 오랜 무명생활 끝에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걸어온 인내와 노력은 우리에게 하나의 위로로, 하나의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달인(達人); 명사
1.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
2. 널리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

그가 바로 진정한 달인이었군요.
꿈을 향해 지치지 않고 달려가는 달인의 앞으로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는 1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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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1초들 - 곽재구 산문집
곽재구 지음 / 톨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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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포구기행>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곽재구 시인이
9년 만에 신간 에세이를 들고 왔다.
포구의 먹빛 바다를 바라보면서 거친 바다 사내들의 왁자함을 얘기하고,
등대의 불빛에서 어둠을 감싸고 있는 인간의 따뜻함을 표현한 포구기행,,,을 만난 독자라면
<우리가 사랑한 1초들>에서도 그의 따뜻함을 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7월,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하던 시 강의를 잠시 멈추고
아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타고르의 시편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곽재구 시인.
타고르의 고향인 산티니케탄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방의 등불,,, 시인,,, 타고르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1929년에 일본을 방문한 타고르에게 <동아일보> 기자가 찾아가 조선 방문을 요청했지만
정상 불가능해 사과의 뜻에서 이 시를 써 주었다는 일화가 있는 시로,,,
학창 시절 많이 외우며,,, 전율이 일었던 시였는데,,,
곽재구 시인 역시 스무살 시절 사랑했던 타고르의 뱅골어로 쓰여진 시편을
우리말로 옮겨 직접 번역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해
540일 동안 타고르의 고향 산티니케탄에 체류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여행을 한 흔적들을 모아놓은 산문집이
바로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이다.
역시 시인이라 그런지 낭만적이다.
스무살 시절 좋아하던 시인의 시를 직접 번역해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아직까지도 간직하고 있었다는 게 말이다.
그리고,, 이 낭만적인 마음은 산티니케탄 사람들에게도 전해진 모양이다.

산티니케탄을 처음 방문했을 때 열차 3등 칸에 앉아 있는 곽재구 시인에게
한 남학생이 묻는다. “왜 왔느냐”
곽재구 시인은 스무살 타고르 시인의 시,
그 중 챔파꽃이란 시를 좋아해 그 꽃을 보러 간다고 대답했더니,,
갑자기 웅성대며 열차 안에 타고 있던 스무 명쯤 되는 학생들이
곽재구 시인에게 노래를 불러주기 시작한다.
환영의 의미,,, 그네들의 시인과 시인이 사랑한 챔파꽃에 그들 역시 감동한 것이겠지.
그 환영의 노래가 타고르 시편을 한국어로 번역하겠단
곽재구 시인의 의지를 더 굳건하게 만들었을까?
시인은 다시금 산티니케탄을 찾았고
그곳에서 바람과 나무와 꽃의 향기를,
그리고 순박하면서도 소박한 그곳 사람들의 미소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아름다운 마음은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다 전달이 되는 모양이다.

한적하기 이를 때 없는 타고르 시인의 고향 산티니케탄,
그나마 타고르의 고향이기에
문학, 예술, 철학과 역사와 시를 논하는 젊은이들이 공부를 하러 오는 곳이긴 하지만
평균 30도를 웃돌고 한창 더울 땐 50도를 훌쩍 넘는 곳인데다가
다운타운이란 곳도 한두 평짜리 가게가 서른 개 남짓?
피씨방이 있긴 하지만 인터넷 속도가 느려 사진 한 장 전송하는데
한 두 시간 걸리는 건 기본,. 하루에 서너 차례는 정전이 되는 곳,,
150루피, 3,750원이면 여섯 명의 학생이 실컷 먹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곳,,,
빈부격차가 심한 곳이다 보니 주민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하지만 시인은 이곳에서 많은 것을 얘기하고 있다.
적은 돈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고
돈은 생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
많은 돈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돈이 더 가치 있다는 것,,
돈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에게 일깨워주기도 하고
가장 소박하지만 가장 완벽한 삶의 방식을 간직한 산티 사람들과 교류하고 공감하면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열반의 순간들을
그리고 아름다운 인연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에세이로 선물하고 있다.

하루 24시간 86,400초, 540일 46,656,000초,,,
그 1초, 1초,,, 산티니케탄에서의 모든 순간들이
다 기억하고 사랑한 시간들이었다는 곽재구 시인의 마음을 통해
지금 우리 곁을 스쳐 가는 1초 1초들 역시 사랑의 순간임을
다시금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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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일요일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지음 / 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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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작가의 등단 이후 첫 산문집이다.

‘음,,, 그래,, 그녀가 산문집을 낸 적이 없었구나,
 그러고 보니 소설만 읽었었구나.
 그나마 소설도 그녀의 작품은 한동안 읽지 않았구나.’

두껍디두꺼운 <새의 선물>을 단숨에 읽어내려 간 이후
그녀의 소설은 차곡차곡,, 내 책상에 쌓여갔다.
<타인에게 말걸기>, <내가 살았던 집>, <그것은 꿈이었을까>,
<서른 살의 강>, <아내의 상자>,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뚝,,, 지겨워졌다.
왜,,, 한 작가의 작품을 독식하다보면,,, 어느 순간,, 쉬어야할 시기가 다가온다.
물론 한 템포 쉰 다음엔,, 다시 그 작가의 작품에 매료될 수도,
아니면 더 지긋해하며 쳐다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뭐,,, 난,,, 대부분,,, 전자에 가깝긴 하다. ^^;;;

암튼 한동안 읽지 않았던,,, 그렇다면 신간은 거의 읽지 않았단 얘긴데,,,
이 책은 <소년을 위로해 줘>란 소설을 집필하며 남긴 메모와
트위터에 남긴 얘기들을 모아 놓은 산문집이다.
때문에 좀 산문이라 하기엔 좀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은희경 작가 특유의 그 매력적인 문장들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차례에 나오는 제목들만 읽어도 그대로 가슴 깊이 파고들 문장들이 말이다.
산문집엔,,, 그녀의 자질구레한 일상이 잔잔하게, 때론 대범하게,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돌발적 표현들을 리드미컬하게 다가온다.

“한시적인 소란과 과장된 감성과 헛된 열정이 낯 뜨겁고 공허해 보여 
 책을 묶기까지 여러 번 망설였다. 그러나 눈을 드니 멀리에서부터 
 다시 천천히 내게 다가오고 있는 고독, 가까워질수록 그 얼굴이 익숙했다. 
 그 얼굴 너머로 이제는 멀어져버린 아득하고 천진한 
 나의 한 시절을 기억해두고 싶어졌다.” - 은희경

<소년을 위로해 줘>를 읽고 <생각의 일요일들>을 읽었다면,,,
그녀의 상태를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p 167
여행에는 그게 있어요. 돌아오면 역시 또 그 사람으로 살겠지만 나,
떠나기 전과 100 퍼센트 똑같은 사람은 아니에요.
여행의 시간은 흘러가버리지 않고 내 몸 안에 새겨집니다.
여행을 하고 있을 때는 그것을 수행하느라 긴장되고 바쁘잖아요.
그런 점에서 어쩌면 여행의 여정이란 돌아온 다음부터,
내 마음 속의 반추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떠나기 전과 100 퍼센트 똑같은 독자는 아니겠지만,,,
그녀의 문장들이 오롯이 반짝거리며 새겨진 지금,,,
어쩌면 그녀에 대한 새로운 반추가 시작될 른지도 모르겠다.
<소년을 위로해 줘>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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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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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빌이 어디일까? 처음 들어보는 지명인데,,,

오로빌: ‘새벽의 도시’란 뜻의 인도 남부 코르만젤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마을로 모든 인간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이상을 꿈꾸던 인도 사상사 스리 오로빈도의 신념에 따라 1968년 첫 삽을 떴고, 전 세계 40여 개국 2천 여명이 모여 평화와 공존을 실험하고 있는 생태 공동체이자 영적 공동체이다.

언제나 조곤조곤 마음을 파고드는 힘을 가진 시인 김선우가
여행 가방 하나 짊어지고, 지친 흔적들을 내려놓기 위해, 잘 돌아오기 위해,
몹시 궁금하면서도 서둘러 가고 싶지 않았던, 퍽 이채로운 머뭇거림을 요구한 곳,
가장 좋은 시절 인연을 기다리라는 암묵적인 텔레파시를 보내는 그곳으로 향해갑니다.

오. 로. 빌

“세상의 아름다운 곳들이 그렇듯, 오로빌의 시작을 상상하면 가슴이 뛴다.
 혼자서 꿈을 꾸면 꿈에 그치지만 여럿이 함께 꾸면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는 말.
 절망과 포기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인생이라 여기기 쉬운 우리의 심장에
 강렬한 비트를 선물하는 이런 말들이 나는 여전히 좋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 발 딛고 있지만 살짝 발뒤꿈치를 든 반 뼘만큼의 틈새,
 현실에 있으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어떤 지향의 상태-몇 센티미터의 그 틈새가
 결국 개인을 구원하는 열쇠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나는 또 곰곰 생각하는 것이다.”


살짝 발뒤꿈치를 든 반 뼘만큼의 틈새,,,
가슴이 뻥 뚫어지는 이 느낌은 뭐란 말인가?
그 몇 센티미터의 틈새에서 느껴지는 눈부심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서두부터 김선우 시인의 오로빌 예찬은 나를 달뜨게 만들었다.

사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정의로운, 선한 사회를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그저 그 모든 것이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줄 뿐이다.
저 몇 센티미터의 틈새만큼의 행복도 가져다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오로빌에선 가능한 일일까?
김선우 시인의 발걸음을 따라가 본다.
  

오로빌 도착 후 보름 동안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냥 여기저기 쏘다니며
숲길을 헤매거나 오가며 마주친 많은 사람들과 따뜻한 미소를 나누는 행복,
새로운 경험은 행복의 감각을 증폭시키기 마련인가 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존재다. 어차피 존재의 고독은 혼자 감당하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고, 고독은 행복의 반대편에 있는 말이 아니다. 행복한 사람에게도 고독이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행복한 사람일수록 존재의 고독에 명민하게 깨어 있고 고독을 잘 보살피는 것이리라. 그러니 고독은 존재의 자기 증명 방식이기도 하다. 고독을 잃어버린 삶은 영혼의 어떤 부분이 마모되어버린 삶일 것이다. 그러므로 나 고독해, 나 외로워, 라며 사뭇 괴로운 포즈로 엄살 피우는 예술가들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고독을 잘 감당하는 사람, 고독을 잘 즐기는 사람이 좋다. 자신의 고독의 무게도 다른 사람까지 무거워지게 하지 않는 삶이 나는 좋다.”

음,, 그녀의 고독 예찬론이 참 맘에 든다.
다른 사람까지 무거워지게 하지 않는 삶,,, 고독은 존재의 자기 증명 방식,,,
고독은 행복을 더하게 만드는 동반자란 생각을 나 역시 갖고 있었기에,,,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드는 그곳,,, 오로빌에선 그것이 가능한 듯 보였다.
꿈이 꿈을 낳고, 다시 현실이 되는 곳,
한 사람 한 사람이 본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하면서,
또한 그대로가 하나가 되는 신기한 도시,,,

“세상 어디에도 파라다이스는 없어. 우린 다만 꿈꿀 뿐이지.
조금씩 더 좋아지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꿈꾸고 노력할 뿐야.”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
가까운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먼 것으로 나아가라.
자신의 성장은 자신의 마음의 인도를 받아야한다.”

공작새 블링블링과 밥을 나누어 먹고,
떨어진 꽃을 주워 거름을 만드는 은발의 오로컬쳐,
향기 뿜는 흙 한 줌에 코를 묻으면 얼굴 가득 미소가 떠오르고,
오로빌에서 만나는 존 레논의 이매진,
영혼과 교감을 잃지 않은 채 온전히 성장해가는 아이들,
내면의 소리를 따라 성장하는 교육,
아이들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밴드 마스터 조니,
비온 뒤 흙탕물을 뒤집어쓴 나뭇잎을 닦아주던 여인,
작가를 늘 무장해제 시키던 만인의 친구 꼬마 은수,,,

작가는 얘기한다.
마음을 열어놓는 일, 자신을 비우는 일, 내가 어떠어떠한 사람인데!라는 아상을 내려놓는 일
이것이 오로빌 바깥세계에서도 개인의 행복을 위해 아주 필요한 마음자세라고,,,

+ 더 많이 행복해지기 위해,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내 안의 있는 것들을 조금 비워내고 몇 센티미터의 틈새를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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