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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1초들 - 곽재구 산문집
곽재구 지음 / 톨 / 2011년 7월
평점 :
<곽재구의 포구기행>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곽재구 시인이
9년 만에 신간 에세이를 들고 왔다.
포구의 먹빛 바다를 바라보면서 거친 바다 사내들의 왁자함을 얘기하고,
등대의 불빛에서 어둠을 감싸고 있는 인간의 따뜻함을 표현한 포구기행,,,을 만난 독자라면
<우리가 사랑한 1초들>에서도 그의 따뜻함을 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7월,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하던 시 강의를 잠시 멈추고
아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타고르의 시편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곽재구 시인.
타고르의 고향인 산티니케탄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방의 등불,,, 시인,,, 타고르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1929년에 일본을 방문한 타고르에게 <동아일보> 기자가 찾아가 조선 방문을 요청했지만
정상 불가능해 사과의 뜻에서 이 시를 써 주었다는 일화가 있는 시로,,,
학창 시절 많이 외우며,,, 전율이 일었던 시였는데,,,
곽재구 시인 역시 스무살 시절 사랑했던 타고르의 뱅골어로 쓰여진 시편을
우리말로 옮겨 직접 번역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해
540일 동안 타고르의 고향 산티니케탄에 체류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여행을 한 흔적들을 모아놓은 산문집이
바로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이다.
역시 시인이라 그런지 낭만적이다.
스무살 시절 좋아하던 시인의 시를 직접 번역해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아직까지도 간직하고 있었다는 게 말이다.
그리고,, 이 낭만적인 마음은 산티니케탄 사람들에게도 전해진 모양이다.
산티니케탄을 처음 방문했을 때 열차 3등 칸에 앉아 있는 곽재구 시인에게
한 남학생이 묻는다. “왜 왔느냐”
곽재구 시인은 스무살 타고르 시인의 시,
그 중 챔파꽃이란 시를 좋아해 그 꽃을 보러 간다고 대답했더니,,
갑자기 웅성대며 열차 안에 타고 있던 스무 명쯤 되는 학생들이
곽재구 시인에게 노래를 불러주기 시작한다.
환영의 의미,,, 그네들의 시인과 시인이 사랑한 챔파꽃에 그들 역시 감동한 것이겠지.
그 환영의 노래가 타고르 시편을 한국어로 번역하겠단
곽재구 시인의 의지를 더 굳건하게 만들었을까?
시인은 다시금 산티니케탄을 찾았고 그곳에서 바람과 나무와 꽃의 향기를,
그리고 순박하면서도 소박한 그곳 사람들의 미소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아름다운 마음은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다 전달이 되는 모양이다.
한적하기 이를 때 없는 타고르 시인의 고향 산티니케탄,
그나마 타고르의 고향이기에
문학, 예술, 철학과 역사와 시를 논하는 젊은이들이 공부를 하러 오는 곳이긴 하지만
평균 30도를 웃돌고 한창 더울 땐 50도를 훌쩍 넘는 곳인데다가
다운타운이란 곳도 한두 평짜리 가게가 서른 개 남짓?
피씨방이 있긴 하지만 인터넷 속도가 느려 사진 한 장 전송하는데
한 두 시간 걸리는 건 기본,. 하루에 서너 차례는 정전이 되는 곳,,
150루피, 3,750원이면 여섯 명의 학생이 실컷 먹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곳,,,
빈부격차가 심한 곳이다 보니 주민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하지만 시인은 이곳에서 많은 것을 얘기하고 있다.
적은 돈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고
돈은 생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
많은 돈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돈이 더 가치 있다는 것,,
돈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에게 일깨워주기도 하고
가장 소박하지만 가장 완벽한 삶의 방식을 간직한 산티 사람들과 교류하고 공감하면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열반의 순간들을
그리고 아름다운 인연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에세이로 선물하고 있다.
하루 24시간 86,400초, 540일 46,656,000초,,,
그 1초, 1초,,, 산티니케탄에서의 모든 순간들이
다 기억하고 사랑한 시간들이었다는 곽재구 시인의 마음을 통해
지금 우리 곁을 스쳐 가는 1초 1초들 역시 사랑의 순간임을
다시금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