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란 무엇인가 - 반프랑스 혁명에서 현대 일본까지
우노 시게키 지음, 류애림 옮김 / 연암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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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출판사 중 하나인 이와나미 쇼텐에서 발간한 신서의 번역본이다.
신서라는 특성 때문인지 핵심이 간략하게 요약되어 있고, 일본 작가 특유의 꼼꼼함도 엿보인다.
(개인적으로 신서나 문고본 같은 저렴하고 휴대성 높은 판본의 책들이 우리나라에도 정착되면 좋겠다)

저자는 보수주의를 1) 프랑스 혁명, 2) 사회주의, 3) 큰 정부를 반대하는 사상으로 규정하면서 각각 에드먼드 버크, T.S. 엘리어트, 밀턴 프리드만과 같이 핵심적인 보수주의자들의 이론을 함께 소개한다.

이 책은 보수주의 사상의 원류에 대한 소개서를 찾는 사람에게 적절할 듯싶다.그치만 아마도, 책을 읽으면서까지 보수주의 정치사상을 알고자 하는(려는) 사람들은 스스로 보수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진보에 가까운 사람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인데 괜한 편견일지 모르겠다

한편 저자는 일본 보수주의를 ‘보수주의 없는 강한 보수‘라고 묘사하는데, 일본과 한국의 보수주의가 유사한 부분인 것 같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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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선고 모리스 블랑쇼 선집 1
모리스 블랑쇼 지음, 고재정 옮김 / 그린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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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소설가로 불린다는 모리스 블랑쇼.
어려운 책을 읽을 때는 해제나 평론가들의 비평을 먼저 읽는 편인데, 이 분께서는 그마저도 많지 않다.
철학 색깔이 짙게 깔린 프랑스 소설은 아직까지 나한테는 무리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
근데 이상하게도 스토리는 아리송한데 이야기는 자꾸 머리에서 넘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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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바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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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당시 성서해석의 자유를 요구하며 ‘종교적 관용‘을 강조했던 신교.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 역시 ‘권력화‘의 길을 걷게 된다. 이 책은 ‘신교도에 의한 이단자 처형‘으로 기록된 어떤 사건을 다룬다.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종교개혁가 칼뱅(Calvin)은 제네바에 신정도시를 세우고 종교를 앞세우며 시민들을 압제로 다스린다. 그는 단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세베르투스(Severtus)‘라는 인물을 잔혹하게 화형에 처해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제네바 시민은 공포와 무관심으로 칼뱅의 이와 같은 행위들을 제어할 수도 반대할 수도 없다.

이때 한 사람이 세베르투스 처형은 잘못이며 종교적 관용을 베풀라며 칼뱅과 맞선다.
˝한 인간을 죽이는 것은 절대로 교리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냥 한 인간을 죽인 것일 뿐이다˝
이 책 주인공 카스텔리오(Castellio)다.

인물묘사에 능한 츠바이크의 강점이 이 책에서도 드러난다. 책은 한 권이지만 카스텔리오, 칼뱅 이렇게 두 명의 평전을 읽은 기분이다.

칼뱅을 바라보는 츠바이크의 시선은 의외였다는 사실은 고백해야겠다. 츠바이크는 ‘칼뱅을 폭군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유형‘의 인간으로 분류한다. 비인간적란 이유 때문에서다. 종교개혁가 정도로 칼뱅을 알고 있던 나는 꽤 충격을 받았다. 츠바이크의 칼뱅 묘사가 하도 의심스러워 어느 정도나 사실인지 검색해보니, 실제로 기독교 내에서도 칼뱅의 행적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하니 츠바이크의 칼뱅에 대한 설명이 거짓은 아니었다. 종교개혁가들에 대해 공부를 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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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2-22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는 <에라스무스 평전>에서도 그랬지만
모든 종류의 광신을 극도로 혐오하는 것 같습니
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세베
르투스를 화형에 처한 칼뱅을 격렬하게 비판한
것 같습니다.
 
십이지 이야기
모로하시 데쓰지 지음, 최수빈 옮김 / 바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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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 이야기’는 12지(자축인묘.....)를 상징하는 동물들에 얽힌 고사와 한자성어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교양서다. 내용이 한자/한문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한자에 익숙하다면 이 책을 읽기가 수월하고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양도 많겠지만, 한자를 많이 모르더라도 내용을 파악하고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다.

저자인 모로하시 데쓰지는 ‘한화대사전(전 13권)‘을 만든 이다. 사전을 만들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 분은 한마디로 박람강기, 박학다식, 무소부지, 무불통달한 사람이다. 사전 편찬은 국가적 역량이 투입되는 거대한 사업일진대, 개인의 힘으로 사전을 만들어낸 이 분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분을 국민으로 둔 일본은 복받은 나라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화대사전‘을 출간한 덕택에 모로하시 데쓰지는 일본정부로부터는 문화훈장을, 중국정부로부터는 학술포장을 받았다. 일본인에 의해 ‘한화대사전‘이 출간된 것에 자극받은 대만과 중국은 이후에 각각 ‘중문 대사전(전 10권)‘과 ‘한어대사전(13권)‘을 출간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이 분은 원래 ‘한화대사전‘을 저술할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 일본의 대수관(다이슈칸) 서점 주인이었던 스즈키 잇페이의 권유로 사전 편찬을 시작했다는데, 작업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스즈키 잇페이는 아들들에게 학업을 중단시키고 이 일을 돕도록 해서 사전 편찬을 지원했다고 한다. 모로하시 데쓰지도 대단하지만 스즈키 잇페이의 안목과 열정, 그의 아들들의 헌신도 참 대단하다.

한국 사람이라면 가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까먹는 경우는 있어도 자신의 ‘띠‘를 잊어 버리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12지에 대한 최소한의 인문학적 교양을 얻을 목적에서라면 이만한 책이 없을 것 같다. 물론 재미삼아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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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인 죠지 레이코프(와 엘리자베스 웨흘링 공저)의 <이기는 프레임>이다. 부제는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이다.

그의 전작들이자 베스트셀러인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프레임 전쟁>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진보진영이 보수진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이기는 프레임)을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제시한다.

이 책은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씌였다. 보수적 성향의 사람들이 읽어도 나쁠 것은 없지만 이 책 저자가 (극단적) 보수에 대해서는 냉혹하리만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염두에 둬야 할 듯싶다.

책은 구성은 이렇다
1. 프레임의 기본 원리들
2. 극단적 보수주의의 민낯
3. 이기는 프레임을 짜는 핵심 개념들
4.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기 위한 언어들
1장과 2장은 기초 개념설명, 3장과 4장은 실행방안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진보진영에게 제시하는 전략 하나를 소개해본다.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때, 패배의 원인을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계급적 이해에 반하는 투표를 한 탓‘으로 돌릴 때가 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 정책(정당)은 분명 부자(기업)을 위한 것인데, 왜 사람들이 그 정책(정당)에 투표했을까?‘하는 의문을 가져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 레이코프는 이렇게 말한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정책보다는 자신의 도덕적인 이익에 따라서 투표‘하므로, 그들에게는 누구에게 표를 줄지를 결정할 때 ‘계급적 이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그리고는 진보진영을 향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제시한다.
‘도덕적 담론으로 보수적인 유권자를 설득시켜야 그들로부터 진보진영이 표를 얻을 수 있다‘.

‘도덕‘, ‘가치‘, ‘언어‘ ‘공공성‘, ‘국가권력‘, ‘자유시장‘, ‘민영화‘ 등등 원리와 개념들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매우 흥미롭고 유익하다. 그의 분석이 상당부분 ‘언어‘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비트겐슈타인과도 맥이 닿아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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