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기들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하게 부부가 되려고

한다.대개는 고독에 대한 두려움이 사람들로 하여금 짝을 짓도록 

부추긴다.

스물다섯 살에서 서른 살 사이에 결혼하는 젊은이들은 아직 처음 몇 층밖에 지어지지 않은 고층 빌딩들과 같다. 

그들은 나머지 층이 다 올려지면 두 건물 사이에 다리가 놓일 거라고

생각하며 나머지 층을 건설하기로 결심한다. (중략)

두 남녀가 하나의 커플을 이루려면, 둘이 아니라 넷이 되어야 한다.

저마다 자기 안에서 "또 다른 자아"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자기 안의 여성성을 받아들여야 하고, 여자는 자기 안의 

남성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완전해진 두 남녀는 자기에게 없는 것을

더 이상 상대방에게서 구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자기들 안에서 이상적인 여자나 이상적인 남자를 

찾아냈기 때문에 어떤 이상형에 대한 환상을 품지 않고 서로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p. 451 부부 -


오래전에 이 책을 읽었다. 사실 베르베르의 어떤 작품보다 흥미있게 읽었다. 그의 노트를 옮겨 놓은 듯한 책. 요즘 뜨고 있는 TV프로그램 "알쓸신잡"에 뒤지지 않을 박학다식이다. 그리고 거기에 곁들여지는 베르베르의 단상 또한 맛있다.

그래서 요즘도 가끔 이 책을 떠들어 보곤 한다. 사전을 찾아보듯...

그 중 "부부"라는 제목의 자꾸만 되새겨진다. 맞아... 맞아... 하면서...


올해로 결혼 스무한해가 되었다. 이제 조금 더 있으면 내 부모 형제와 살았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남편과 보내게 되는 셈이다. 아니... 대학 입학 후부터는 거의 독립이라고 봐도 되겠다.

그러니 남편과의 시간이 더 많다. 결혼 초.. 대략 결혼 후 십여 년은 그랬던 것 같다. 결혼 해서 즐거움 보다는 후회... 실망... 아쉬움... 그래서 원망스럽고... 왜 그랬을까?

베르베르의 지적이 딱이다. 나는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남편이 채워주길 바랬다.

어린 시절 동화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였을까? 백마탄 왕자까지는 아니더래도 그 비슷한 것은 소망했던 것 같다. 남편 역시 그러지 않았을까? 아이 키우고... 경제 활동에 집안 일까지. 나만 독박쓰는 것 같아 억울했었는데. 그래서 상대의 아픔이나 고통에 둔했었는데... 아니 나만 아픈 것이다라고 굳게 믿고 애써 외면했던 것이다. 그러다 퍼뜩 정신이 났다. 그 사람도 감정이 있고 아픔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을 각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결론.

지금은 기대보고픈 상대가 아니라 함께 손 잡고 동행하는 동반자이다. 

그래서 지금은 남편과 함께 하는 인생이 즐겁고 행복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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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란 안온한 생활에 만족해야 하는 법이라고 말해 보았자

  그것은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사람이란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엔 필경 만들어내고야 만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나보다도 평온한 생활에 얽매여 있고

  또 수백만의 사람들이 그 운명에 말없이 항거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반란을 제외하고서도 얼마나 많은 반란이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격동하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성은 대체로 평온한 존재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오빠나

  동생들과 똑같이 자기의 능력과 노력을 발휘할 터전을

  필요로 하고 있다.  

  너무나 가혹한 속박, 너무나 완전한 침체에 괴로워한다는 점에선 

 여성도 남성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 여성들이란 집 안에 처박혀서 

 푸딩이나 만들고 양말이나 짜고 피아노나치고 가방에 수나 놓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보다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남성들의 소견 없는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관습에 의해서 여성에게 필요하다고 선고된 일 이상의 것을 하고 또 배우려고 하는 여성을

 탓하거나 비웃는 것은 소갈머리 없는 짓이다.

 - 제인에어1(샬롯 브론테 지음) p.171~172 -


 【제인 에어】는 1847년에 발표되어 많은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작가가 분명 남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처음 발표할 때 샬롯이라는 이름이 아닌 남자 이름의 가명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작가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대단히 실망했다고 했다. 샬롯 브론테가 살았던 그때는 그랬다. 위에 발췌한 단락은 분명 제인의 입을 통해 외치는 샬롯 브론테의 외침일 것이다. 인간이 정해 놓은 관습과의 싸움이 너무도 처절했던 탓일까?

샬롯 브론테는 이 작품을 발표 후 오래지 않아 병으로 죽게 된다. 


그리고, 2017년 11월 13일 현재도 오랜 관습과의 싸움은 끝이 나지 않았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작품을 눈물을 삼키며 읽었고...

오늘도 뉴스면에는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 계속 되었다.

그리고, 세계 어느 곳에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샬롯 브론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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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창하고 눈부신 5월이었다. 푸른 하늘과 따사로운 햇볕, 그리고

 부드러운 서풍이나 남풍이 5월을 채워주었다. 초목도 생기발랄하게

 자라고 로우드는 그 머리채를 마구 흔들었으며 온통 초록빛으로

뒤덮였다. 커다란 느릅나무, 물푸레나무, 참나무의 해골이 늠름한

 모습을 회복하였다. 숲속 으슥한 곳에서는 화초들이 마구 싹을 틔웠고

 수없는 가지각색 이끼가 웅덩이를 메웠고 마구 흩어져 핀 야생의 

 앵초는 마치 지상의 태양인 양 보였다. 나는 그 앵초의 담황색이

 응달에서 아름다운 광택을 흩뿌리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모든 것을

 나는 마음껏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거의 혼자 즐겼다. 

 여태껏 없었던 자유와 즐거움에는 까닭이 있었다. 이제 나는 그것을

 이야기해야만 되겠다. 

   언덕과 숲으로 싸인 시냇가에 선 학교라고 하면 자못 아늑한 장소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분명 아늑하고 쾌적한 장소였음에는 틀림이 

 없지만 건강에 좋은 곳이냐고 물어본다면 문제는 전혀 달라지게 된다.

 로우드 학교가 자리 잡은 숲에 싸인 골짜기는 안개와 안개가 길러내는 유행병의 온상이었고 소생하는 봄과 함께 소생한 유행병이 이 '고아원'에 침투하여 학생들이 잔뜩 들어 있는 교실이나 기숙사에

발진 티푸스균을 불어넣었고 5월이 되기도 전에 학교를 병원으로 바꾸어 놓았다.

- 제인에어(샬롯 브론테 지음) p.117~118-


제인에어가 8년동안 지내야 했던 로우드 학교는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었으나 사람이 살기에는

그리 좋은 곳은 못 되었나보다. 지독한 배고픔과 더불어 견디어야 했던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비로소 찾아온 봄. 하지만 그 찬란한 봄날의 태양 빛은 제인의 마음에 까진 도달하지 못했다.

 배고팠던 로우드학교의 학생들은 추운 겨울이 지나 따스한 봄이 되자 전염병에 시달렸다.

80명의 학생들중 절반 가량이 발진 티푸스에 감염되었고 그 중 상당수가 사망하였다.

제인의 절친 역시 그때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요즘에야 별거 아닌 전염병이겠으나 그때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200년 남짓 과거임에도 그때는 모두에게 치명적이었다. 


배고프고 고달퍼도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라면 마음은 행복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제인이 보았을 그 빛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그러나 그건 사치다.

배고픔과 추위를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이 누리는 사치인것이다. 


문명이 세상을 파괴하고 인간의 이기적인 기술이 생태를 헤치는 것은 분명하지 싶다. 

하지만 슬프게도 난 그 문명과 기술때문에 오늘 너무도 편안하고 안락하다.

(왠만한 추위와 왠만한 전염병은 견딜 수 있으니까.)

그와 동시에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고 싶다.

오늘처럼 심한 미세먼지 탓에 환기하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는 날엔 더 더욱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이 더욱 간절하다. 그러려면 많이 불편해야겠지. 덜 먹어야겠고 덜 써야겠고....


* 목적지가 정해진 길을 가기는 하지만 그 중간중간 딴청을 부려보려고 한다. 

그 길에 떨어진 돌멩이도 들추어 보고 이름모를 꽃도 살펴보고 주질러 앉아 딴 생각도 하고

그렇게 책을 읽으려 한다.  생각이 머물렀던 문장에 밑줄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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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야 알게 됐다.

 영국에서의 여성 투표권은 1919년에야 겨우 성사됐다.

 자유와 평등과 박애의 상징인 프랑스에서는 1945년이 되어서야 여성

 참정권이 이루어졌던 것을 알았을 때의 충격은 대단했다.

 영국에서 여성의 대학교육이 가능하기 시작했던 게 19세기 초,

 여성의 재산권이 인정된 것이 19세기 말, 여성 참정권은

 20세기 초라니, 인간 세상은 너무 오랫동안 야만의 상황에 빠져 

있던 것 아닐까? - 여자의 독서 김진애 지음 p.63-


 



우린 어쩌면 원래 저절로 그렇게 된거야 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원래 그렇게 저절로 발전하고 편리해지고...

 원래 공평하고... 평등하고.. 정의롭고...


아니다. 적어도 인간이 사는 세상은 그냥 놔두면 저절로 살기 좋아지는게 아니다. 엉망 진창이 된다.

마구 죽이고, 마구 때리고, 마구 훔치고... 인간이란 종이 그렇게 못되먹었다.


본시 선하게 태어났으나 환경 탓에 그리 되었다라는 주장도 있으나, 분명 인간은 그냥 두면 악하다.

인간은 욕망의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여자라는 인간은 슬픔 그 자체였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사람으로 취급되지 않았던 시간들이 꽤 있었다.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에 등장하는 여인들을 보라.

불과 지금으로부터 대략 100년 전이지만... 여자들은 병에 걸려 곧 죽게 되어도 남편이 허락치 않으면 의원에게 가는 것 조차 여의치 않았다. 양반집 여인으로 삶도 고달팠지만 농부의 아내로서의  삶은 더 고달팠다. 노비는 말할 것도 없고....


청년 전태일이 온 몸을 불살라 근로기준법의 준수를 외쳤던 그때는 또 어떠한가.

밀폐된 공간에서 오빠의 학비를 위해 남동생의 학비를 위해.. 아님 쓰러져 가는 가계를 돏기 위해

끝없이 돌고 도는 미싱을 돌리다 쓰러져간 우리 누이들. 여공들의 삶은 또 어떠했는가 말이다.


저절로 되어진 것이 아니다. 오늘 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은...

우리보다 앞서간 누군가의 피의 투쟁이었고 눈물이었던 것이다.


여성들이여.... 공부합시다. 

지난 시간들이 어떠했는지 공부하고... 우리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공부합시다.


여자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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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드리드에서 먹고사는 것이 바로 돈이었다. 

   고향에서는 아무 데서나 주워 오면 그만일 나무토막도 여기서는

   돈을 주고 사야 했고, 텃밭에서 마음껏 따먹도 채소와 열매도 여기서는

   시장에서 구입해야 했다.

 

  -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라헐 판 코에이 지음) p. 73 -



  17세기 그때도 지금이랑 큰 차이 없었나 보다.

  도시에서의 생활은 뭐든 돈이 들어간다는 것.

  집도 협소해지고, 넓은 마당도 없어지고.

그래서 뭐든 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생활의 모든 것을 돈을 주고 바꾸어야 하니까.

그렇게 모두들 돈을 벌기 위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분주하다.


심지어 밥 먹을 시간도 없다. 모순이다.


이제 돈은 우리 삶의 주인 노릇을 한다. 

돈만 있으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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