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다 보면 이런저런 사념이 든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한,

낯 뜨거운 고백,

아직 뜨거워 당황스러운 열망,

여전히 막막한 두려움,

그 모든 것을 여기 덧붙인 들쑥날쑥한 내 문장처럼 정처 없다.


다듬고 정리하지 않은 문장들을 그대로 내놓는 것은

시가 마음의 격동을 허락하는 유일한 문장인 까닭이다.


그러므로 그대는 그대의 시 옆에 그대의 문장을 적기를.


시를 읽다 보면 마음을 뺏긴 한 줄의 문장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문장 너머로 시는 계속 이어진다.


밑줄 친 금언, 근사한 아포리즘 너머에 진짜 삶이 있는 것처럼,

그래서 쓸쓸하고 그래서 오기가 생기는 것처럼,

짧은 시도 끝까지 다 읽어야 그 뜻을 알 듯,

삶도, 짧고 보잘것없는 삶도 끝까지

다 살아야 비로소 뜻을 알 것이다.


아니 어쩌면 다 읽어도 알 듯 모를 듯한 시처럼

다 살아도 모를지 모른다.


그 막막함이 다시 시를 부를 것이다.


언젠가 그 막막함의 끝에서 우리 다시 만난다면,

한 잔의 술을 따르고 한 편의 시를 읊자.


- 오늘도 시집 한 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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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8-01-07 1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 하루 시 한편이 위로가 되는 날들이 있어요.^^
유레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yureka01 2018-01-07 21:14   좋아요 1 | URL
사는게 힘들 때..이심전심해주는 시구절이 때론 위안이죠..
감사합니다.꿈꾸는섬님도 새해 복된 시간 되시구요...^^

stella.K 2018-01-07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한 잔의 술을 따르고 한 편의 시를 읊자.
풍유를 아시는 분이시군요.
이런 분과 대작을하면 술을 안 마셔도 취할 것 같군요.^^

yureka01 2018-01-07 21:15   좋아요 1 | URL
술 한 잔에 최고의 안주가 시였으면 좋겠습니다.^^..
술에 취하고 시문장에 취하고~~~^^.

비연 2018-01-07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시를 읽어본 지가 언제인가....
좋은 시집 한권 들고 술한잔 쭈욱... 해야겠네요^^

yureka01 2018-01-07 21:15   좋아요 1 | URL
네 술의 가장 멋찐 친구가 시집 아니겠습니까..ㅎㅎㅎㅎ

2018-01-07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7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8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8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01-08 05: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은 시, 맘에 와 닿는 시를 만나고 나면 혼자 알고 있지 않고 자꾸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들려주고 싶어지더라고요.
시집을 자주 소개해주실 것 같아 앞으로 yureka님 서재에 더 자주 들락거릴 것 같습니다.


2018-01-08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1-08 1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간밤에 시집을^^ 시집을 한 권도 안 읽고 지나가는 달은 중요한 뭔갈 안한 것 같아요;

yureka01 2018-01-08 11:12   좋아요 2 | URL
오래전인가 다짐한게 한달에 꼭 한권의 시집을 소비하자.
그래서 일년 12권쯤이면 사진에 약간의 도움이라도 되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사의 언어가 사유의 기름칠쯤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옥 2018-01-08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시를 읽기 딱 좋은 날이네요.
하루종일 읽고 음미하기 좋은 날~
시는 시시한 사람들이 쓰는 거라던데 ㅎㅎ
어쩌면 시시한 사람들이 읽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머리맡에 두고 싶은 시집을 만나고 싶어요~

yureka01 2018-01-08 14:19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일요일 날씨가 비가 내릴락 말락하는 우중충한 것도 시집을 든 이유도 될 거 같아요..
네 그런 시시함이 시를 찾게 되는 건지도요...

가끔 사진 찍어놓고..이 사진에 걸맞는 시가 어떤게 있을까...
시집을 자주 뒤적이곤 합니다.ㅎㅎ찾는 재미가 좋더군요..
그러면서 또 시한 한권이 휘리릭 지나가요.~^^.

cyrus 2018-01-08 18: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드는 시, 내가 아끼는 시가 있다면 그 시가 있는 시집을 사야 해요. 그래야 생각날 때마다 시를 볼 수 있으니까요. 시집을 사지 않은 사람이라면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

yureka01 2018-01-08 22:18   좋아요 1 | URL
그럼요 ,,가슴 꽉 막히는 문장을 만나면 .....울컥하죠~~~~^^..

2018-01-09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9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