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다 보면 이런저런 사념이 든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한,
낯 뜨거운 고백,
아직 뜨거워 당황스러운 열망,
여전히 막막한 두려움,
그 모든 것을 여기 덧붙인 들쑥날쑥한 내 문장처럼 정처 없다.
다듬고 정리하지 않은 문장들을 그대로 내놓는 것은
시가 마음의 격동을 허락하는 유일한 문장인 까닭이다.
그러므로 그대는 그대의 시 옆에 그대의 문장을 적기를.
시를 읽다 보면 마음을 뺏긴 한 줄의 문장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문장 너머로 시는 계속 이어진다.
밑줄 친 금언, 근사한 아포리즘 너머에 진짜 삶이 있는 것처럼,
그래서 쓸쓸하고 그래서 오기가 생기는 것처럼,
짧은 시도 끝까지 다 읽어야 그 뜻을 알 듯,
삶도, 짧고 보잘것없는 삶도 끝까지
다 살아야 비로소 뜻을 알 것이다.
아니 어쩌면 다 읽어도 알 듯 모를 듯한 시처럼
다 살아도 모를지 모른다.
그 막막함이 다시 시를 부를 것이다.
언젠가 그 막막함의 끝에서 우리 다시 만난다면,
한 잔의 술을 따르고 한 편의 시를 읊자.
- 오늘도 시집 한 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