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날은 밝았고 밝아온 그 시간의 중심으로 묵묵히 걸어간다. 어제도 그래왔고 오늘도 그 길 위에 서 있으며 내일이라고 다르지 않으리라. 어설픈 마음이 애써 구분하고 구분한 그 틈으로 스스로를 돌아보자는 것이다. 

댓잎에 앉은 서리는 자신을 사라지게할 햇볕에 반짝인다. 오늘을 사는 일도 자신을 사라지게할 시간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끝과 시작이 따로 있지 않다.
여전히 그 길 위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뭇사람들의 어께에 기대어 함께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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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꽃으아리'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다. 첫눈맞춤을 하고 나면 여기저기서 보아달라는 듯 불쑥불쑥 고개를 드리밀고 나온다. 심지어 출퇴근길 운전하면서도 눈맞춤할 수 있다.


사진으로만 애를 태우던 녀석이 어두워져가는 숲에서 문득 눈앞에 고개를 내민다. 으아!. 여태 저기에서 나를 기다리다 곱던 꽃밭침잎에 눈물자국까지 남았구나. 꽃잎처럼 보이는 것이 꽃받침잎이다. 이 커다란 꽃받침잎이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꽃은 5~6월에 피고 백색 또는 연한 자주색이고 가지 끝에 1개씩 달리며 꽃받침잎은 6-8개이고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서 끝이 뾰족하다. 야생에서는 아직 하얀색 이외의 다른 색은 만나지 못했다. 열매는 둥근 모양으로 익는데 암술대가 긴 꼬리 모양으로 남아 있다.


큰꽃으아리라는 이름은 납작하게 펴지는 으아리 종류에서 그 크기가 가장 커서 쉽게 구별할 수 있어 우리말 이름이 큰꽃으아리라고 한다. 이 꽃을 처음보고 으아리큰꽃으로 불렀다가 무안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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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로부터 자발적인 단절를 선택하고 스스로를 지키고자 애썼던 지난 몇 년이었다. 시간이 쌓이니 내성도 생기고 어설픈 몸짓일지라도 다시 밖으로 향하고 있음을 스스로가 안다. 

쌓인 시간 속에는 옮긴 터전 주변의 우리 들꽃이 있었고 우리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연장이 있었고 입술 터지지 않을 정도로 단련된 피리 리드가 있었다. 또하나 절대적 도피처이자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되었던 책이 있었다.

날을 세우고 벽으로 둘러싸고 안으로 움츠러든다고 자신을 지킬 수 없음을 안다. 달리 방법이 없어 밖으로 모난 가시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이제 그 드러낸 가시에 스스로를 찌르지 않을 정도로 무디어졌다.

이 겨울이 지나면 움틀 새싹처럼 서툰 못짓, 어눌한 말일지라도 다시 세상으로 향한다. 그 세상은 그리 넓을 필요는 없다. 감당할 범위에서 깊어지고자 한다. 그렇다고 일상에 특별한 변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들꽃을 찾을 것이고 공연장을 기웃거릴 것이며 피리를 불 것이고 책은 내 손에 있을 것이다.

하여, 아지랑이 피어오를 따뜻한 봄을 반겨 맞이하기 위해 겨울의 차가움을 누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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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특별한 시간이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밝아오는 하루가 찬란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 스스로를 돌아보고자 자신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양한 모습이 담겼다. 그 속내가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한 것은 하늘이나 사람이나 다르지 않다.

다시, 그 하늘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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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마가지나무'
남쪽 섬 금오도 바닷가를 따라 난 비렁길을 걷다 걸음을 멈췄다. 봄날씨 같았지만 한겨울이라 가지 끝마다 꽃을 매달고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이 여간 기특한게 아니었다. 할머니의 외씨버선 닮은 꽃봉우리가 열리면서 노란 꽃술이 삐쭉 고개를 내밀고 있다. 과하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파고드는 향기는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이 매력적인 향기로 인해 얻은 이름이 길마가지나무라고 한다. 길을 가는 사람의 발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 정도로 향기가 좋다는 의미다.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그런 해몽이라면 용납이 되고도 남는다.


그렇게 먼길 나서서 마주한 꽃이기에 만나기 쉽지 않을거라는 예상을 뒤집고 주변 숲이나 길가에서 자주 만나게 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다. 이 길마가지나무와 비슷한 올괴불나무가 있다. 두 나무는 서로 비슷하여 구별이 쉽지 않다. 올괴불나무의 꽃밥이 붉은 것으로 구별하기도 한다.


늦봄 날씨마냥 포근했던 날, 3~4월에 핀다는 꽃을 만났다. 순창 회문산 산중에서 드문드문 피어있어 이름처럼 길을 막아서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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