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콩

보랏빛 날개를 단 앙증맞도록 작은 새 무리가 숲 속으로 날아갈듯 고개를 든다. 제각기 날아갈 방향을 정해 두었는지 조금의 미동도 없다. 숨죽이고 가만히 살피는데 아차 나무가지를 건드리고 말았다. 날아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새콩은 산 가장자리나 들의 햇볕이 잘 들어오고 물 빠짐이 좋은 곳에서 자라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전체에 밑을 향한 퍼진 털이 난다. 줄기는 덩굴지어 자라서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간다.

언제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 모르나 내 뜰에 제법 보인다. 라일락, 사과나무, 수국 등에 감고 올라가 꽃을 피우고 있다. 실처럼 가는 줄기가 질기다.

새콩은 콩이 작다거나, 볼품없다거나, 거칠어서 그다지 유용하지 않은 경우를 뜻하는 형용명사 '새'와 합성된 명칭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콩과의 꽃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인 새콩은 '반드시 오고야말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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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꽃
조선 정조 때를 배경으로 한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김탁환의 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시투구꽃의 실물이 궁금했다. 투구꽃에 각시가 붙었으니 투구꽃보다는 작다라는 의미다. 여전히 각시투구꽃은 보지 못하고 대신 투구꽃을 만났다.

꼬깔인듯 투구인듯 머리에 모자를 눌러쓴 것이 감추고 싶은 무엇이 있나보다. 자주색 꽃이 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아래에서 위로 어긋나게 올라가며 핀다. 병정들의 사열식을 보는듯 하다. 여물어 가는 가을 숲에서 보라색이 주는 신비로움까지 갖췄으니 더 돋보인다.

꽃이 투구를 닮아 투구꽃이라고 한다. 맹독성 식물로 알려져 있다. 인디언들은 이 투구꽃의 즙으로 독화살을 만들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각시투구꽃도 이 독성을 주목하여 등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집안도 형태적 변이가 심하여 복잡하다. 투구꽃, 세뿔투구꽃, 바꽃, 지리바꽃, 놋젓가락나물, 한라돌쩌귀 등이 있다. 겨우 두 세 종류만 보았고 또 비슷비슷 하여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장미에 가시가 있듯 예쁘지만 강한 독을 지닌 투구꽃은 볼수록 매력적이다. 독특한 모양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뭔가 감추고 싶어 단단한 투구를 썼는지도 모를 일이다. '밤의 열림'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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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꽃

가을 산야에 환희 빛나는 꽃

亭上卽事 정상즉사

坐待群賢倚柱眠 좌대군현의주면

雲端縹緲過飛仙 운단표묘과비선

茅花晩日因風起 모화만일인풍기

疑是江村釀雪天 의시강촌양설천

정자 위에서 곧바로 읊다

여러 사람을 기다리다 기둥에 기대어 조노라니

구름 끝에 아득히 신선이 날아가네.

저문 햇살 속 억새꽃 바람에 일렁이니

강가 마을은 온통 백설 천지인 듯싶네.

-조팽년, 계음집 권1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쉰 번째로 등장하는 趙彭年(조팽년 1549~1612)의 시 "亭上卽事 정상즉사"다.

억새는 산과 들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산 정상과 들판의 양지에서 자란다. 억새는 종류가 상당히 많아서 10여 종이나 된다. 그중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보는 것은 자주억새이다. 흰색 꽃을 피우며 잎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거치가 있다.

억새가 주목받는 때는 가을이 무르익어갈 즈음이다. 군락을 이루고 바람 따라 흔들리는 모습이 장관이라 억새 명소에는 때맞춰 사람들이 몰린다. 주요 장소로는 서울 하늘공원, 정선의 민둥산, 포천의 명성산, 장흥의 천관산, 울산의 신불산과 간월산, 창녕의 화왕산, 경주의 무장산, 합천과 산청의 황매산 등이 알려져 있다.

사진은 황매산 억새다. 올해는 조금 이른 시기에 찾아 하늘거리는 흰물결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대신 몇 번의 방문에도 황매산 정상을 올라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우여곡절 끝에 정상을 올라랐다. 능선을 중심으로 합천과 산청의 억새밭 전경을 볼 수 있었다.

억새를 사이에 두고 햇빛과 마주보며 백색 물결의 일렁임이는 모습은 본다는 것은 누려본 이들만 느끼는 감동일 것이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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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너는 내 운명

예술가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가 없어서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지식인이란

인류를 사랑하느라

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성인이란

우주 전체를 사랑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없앤 사람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풀 한 포기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문재 시인의 시 '너는 내 운명'이다. 깊어가는 가을, 자연 속에서 만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아닐까.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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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
짠물 건너야 볼 수 있나 싶었다. 육지에서도 크고 작은 사찰 근처에서 생강과 닮은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긴 했으나 꽃피는 시기를 맞추지 못하니 꽃을 보기가 힘들었다.

꽃무릇 보러간 강천사에서 우연하게 만났다. 그후 노고단을 내려와 들린 천은사 입구에서 다시 본 것이다. 지난해 벗들과 꽃 흔적만 보았던 선암사도 있고 집근처 관음사 입구에도 태안사 능파각 지나서도 있다.

여름에 엷은 노란색 꽃이 피나 하루 만에 시든다고 한다. 특이한 향기가 있고, 어린순과 피기 전의 꽃줄기는 먹는 식재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특이한 모양과 색으로 눈길을 사로잡았기에 제주에서 얻어온 뿌리를 담장 밑에 묻어 두었는데 감감 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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