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고 싶은 볕이 가득한 시간이다. 몸이 원하는 온기와는 달리 코끝이 찡하는 차가움을 기다리는 것은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마음의 반응이리라.

천년의 시간을 품은 느티나무 잎이 마지막 볕을 품는 것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음을 안다. 왔던 곳으로 돌아가 세상에 나와 시나브로 품었을 시간을 되돌려주기 위해 마지막 의식이다.

볕 좋은날, 절기를 외면하려는듯 햇볕이 가득하다. 조금은 거리를 두었던 사이가 가까워져야 할 때임을 아는지라 귀한 볕을 한조각 덜어내어 품에 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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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가볍기가 솜털 같고

마음은 무겁기가 태산 같고


산을 넘고자 하나

발이 붙잡힌 이는

고개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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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냉기를 품은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풀어진 웃깃을 여미면서도 그리 싫지는 않다. 그저 지금이 겨울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당부가 같아서 찬바람이 오히려 반갑기만 하다.

꽃에 앉아 계절을 건너온 이야기를 전하는 벌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바람 끝에 도착한 안부에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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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살나무
때를 놓치고 보지 못한 꽃이 한둘이 아니다. 시나브로 꽃놀이를 다니지만 볼 수 있는 꽃은 한정되기에 늘 놓치게 된다. 이렇게 놓친 꽃에 대한 아쉬움이 고스란히 열매로 집중되는 식물이 제법 많다. 이 나무도 그 중 하나다.

여름에 피는 꽃을 놓친 이유 중에 하나는 연한 자주색으로 피는 조그마한 꽃이 잎 속에 묻히는 것도 있다. 마주나는 잎 겨드랑이에서 피기에 유심히 봐야 보이는 꽃이다.

작살나무의 가지는 정확하게 서로 마주나기로 달리고 중심 가지와의 벌어진 정도가 약간 넓은 고기잡이용 작살과 모양이 닮았다. 작살나무라는 다소 거친 이름이 붙은 이유라고 한다. 비슷한 나무로 좀작살나무가 있는데 꽃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지만 열매를 보면 금방알 수 있다.

단풍 들어 산도 그 산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도 요란한 때를 지나고 나서야 주목을 받는다. 그 틈에서 보이는 열매들이 초겨을의 정취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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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素소'

겨울 첫날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이다.

소素=맑다. 희다. 깨끗하다.

근본, 바탕, 본래 등의 뜻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근본 자리가 항백恒白이다.

겨울의 첫날이 가슴 시리도록 푸른하늘이다. 손끝이 저린 차가움으로 하루를 열더니 이내 풀어져 봄날의 따스함과 가을날의 푸르름을 그대로 품었다. 맑고 푸르러 더욱 깊어진 자리에 명징明澄함이 있다. 소素, 항백恒白을 떠올리는 겨울 첫날이 더없이 여여如如하다.

素소, 겨울 한복판으로 걸어가는 첫자리에 글자 하나를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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