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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파탈 - 치명적 매혹과 논란의 미술사
이연식 지음 / 휴먼아트 / 2011년 10월
평점 :
금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
어느 사회나 어떤 시대나 금기사항은 있었다. 사회적 규범이나 법률로 하지 말아야 할 것, 해서는 안 되는 것 등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마치 국방부에서 작성한 읽지 말아야할 도서 목록에 올라온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일처럼 말이다. 금기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음란’, ‘폭력’ 등이다. 이것들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범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금기시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합의된 이유일 것이다.
‘금기’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의 설명에 의하면 ‘종교적 관습에서 어떤 대상에 대한 접촉이나 언급이 금지되는 일’이라고 한다. 또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이 금지되는 것에는 행동과 말 양쪽을 포함하며 터부(taboo,tabu)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금기의 기준이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의하기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위의 말에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 권위나 권력을 가진 측에서 그 권위나 권력을 지켜가려는 의도가 다분하게 들어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이 금기는 사회적 환경이나 조건에 의해 범위나 대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창작자의 자유의지나 자율성이 중요한 덕목이 되는 예술계 특히 미술이나 영화 등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을까?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 영화가 아닐까 한다. 19세 관람가능이라는 등급을 전해두고서도 화면에 이상한 처리를 하는 것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역사적 맥락을 살펴 그 현상을 파헤쳐 보는 책이 이연식의 저 ‘아트파탈 : 치명적 매혹과 논란의 미술사’다. 미술은 애초부터 ‘음란’하기 위해 존재했다고 전재하며 동서양의 미술작품 속에 나타난 누드 작품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살피고 있다.
저자는 이를 위해 먼저 음란함에 이르게 되는 생각의 도구들인 알몸과 성기 등에 대해 살핀다. 절정에 대해 살핀다. 또한 종교 속에 나타난 음란함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성과 성에 관련된 시각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비교 분석한다. 세상의 근원, 올랭피아, 풀밭 위의 식사, 레다와 백조, 여인숙에서, 빗장 등의 작품이 저자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팜 파탈’에 대한 저자의 해석과 ‘춘화’를 통해 동양의 한국, 중국, 일본을 비교하는 점이다. ‘팜 파탈’은 여성의 성을 매개로 남자들을 몰락시킨다는 점인데 ‘유딧과 살로메’를 통해 다르게 나타나는 여성의 성을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춘화는 성적인 생각에 이르게 만드는 장면 묘사가 중심인데 한중일 삼국의 춘화에 나타나는 차이로 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 춘화에는 키스는 물론 성기를 제외한 몸의 다른 부분을 적극적으로 애무하는 모습도 없다. 이는 이들 나라의 문화적 차이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되지만 춘화가 남아 있는 절대적 수량에 의해 다 살피지 못하는 점도 있다는 것이다.
서양미술의 역작이라고 평가되는 여러 가지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여성의 누드가 포함되어있다. 신화나 전설, 성서 이야기 등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들 속에 나타난 누드는 무엇이며 이런 표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저자는 음란함의 기준이 '공식적인 영역'에서 인정할 수 있느냐, 아니면 '비공식적인 영역'에 머무르도록 해야 하느냐에 따라 각 시대의 기준이 달랐다고 한다. 이러한 기준에 의하면 산화나 종교화에 등장하는 누드는 당시 시대상에 의해 허락된 부분과의 타협의 결과로 보고 있다. 이후 19세기 현대 미술로 접어들면서도 공식적인 부분과 비공식적인 부분에 대한 입장과 견해에 의해 달라져 왔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창조적 활동을 유난히 강조하는 현대사회에서도 금기는 존재한다. 금기의 기준이 저자의 말대로 ‘비공식적 영역’이라는 경계에 한정될 경우 대부분 인정된다. 하지만, 미술이나 영화 등 표현 예술의 경우 비공식적 영역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예술가의 창작물이 대중과 호흡하지 못한다는 것은 예술의 영역을 극도로 제한하는 일과 관련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개인적 영역에 국한되었던 금기의 영역을 비록 서적이라는 형태일지라도 공식적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