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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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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읽었어요...라고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수록 에세이 모두, 읽을 때마다 너무 많은 감탄과 질문이 쏟아지고 매번 다른 감탄과 질문이 나오는데 `이미 읽었다`라고 할 수 있을까? 내게는 이 책은 두고두고 `읽는 중`일 책이다.
근대사에 무지하고 철학에 무지해서, 그리고 처음으로 읽은 철학 책이 이 책이어서 내게는 아직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 거진 100년 전에 쓰인 책인데, 읽으면서 `이렇게 당연한데 신선한 얘기가!` `이 문제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구나` `왜 이 누가봐도 명백한 해결책을 러셀이 제시한 지 100년이 지났는데 아무 변화가 없었지?`를 계속 반복했다. 언젠가 많이 읽고 많이 배워서 이 책을 졸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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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체크리스트 - 완벽한 사람은 마지막 2분이 다르다
아툴 가완디 지음, 박산호 옮김, 김재진 감수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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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인간의 기억력의 한계보다 더 많은 정보를 동시에 빼놓지 않고 정확하게 다룰 것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의 고급 업무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훌륭한 통찰과 문제의식과 (일견 공포스러운) 의료계 고발까지 담은 의학&보건학 책이다.
건설업계와 항공기 조종사 교육 등에 대해 공부해가며, 의료계가 공학계에 비해 얼마나 원시적으로 일해왔는지, 그리고 WHO와 세계 각지의 다양한 병원에서 체크리스트 사용이라는 단순한 해결책이 얼마나 어이없을 정도로 많은 성과를 불러왔는지 증명까지 해냈다.

물론 책의 앞, 뒤, 챕터 제목, 챕터별 글머리, 글말미 등에 정신사나운 초록색 체크 그림이 난무하고 `완벽한 사람은 마지막 2분이 다르다`는 식의 문구 때문에 이런 내용일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들다.
아툴 가완디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는 책 판매가 어려울 거라 봤던 걸까? 책은 더 잘 팔렸을지 모르나, 나는 이 포장과 책 분류 때문에 이 책을 놓쳤을 사람들이 아쉽다. 자기계발서를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지만, 나는 이 책이 전달하는 작가의 시각도 귀하고 쓴 솜씨도 워낙 훌륭해서, 이 표지와 디자인보다는 더 우아한 포장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ㅠ 게다가 이 책의 체크리스트와 가이드라인은 단체 작업 용이고 매우 전문화/세분화된 작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어차피 혼자서 활용할 만한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완디라는 작가가 보건학을 공부하고 나서 처음 쓴 이 책에서 그의 보건학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업계 간 업무 과정 비교는 `박학다식함` 수준에서는 불가하고, 적어도 두 분야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어야 가능한 것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보건학이라고 하면 자동적으로 예방의학과 통계 아니면 국제보건 정도만 떠올렸는데, 외과 수술에 보건학이 할 역할이 있을 줄은 몰랐다. 보건학을 진로로 염두에 두고 나서는 당연하게 내과계열전공만 고려했던 나는 얼마나 시야가 좁고 어리석었나.
역시 전공은 가장 재미있고 최대한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학문의 영역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조합만 가능한 조합이 아니라는 것도 다시 깨닫는다.

레지던트일 때 쓴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에서는 자신의 판단에 대한 불안감을 솔직하게 토로하고 의학이 결국은 인간의 판단에 기대기 때문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했던 저자가, 외과 교수가 된 후 쓴 이 책에서는 자신은 이런 기초적인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므로 체크리스트가 자기 수술에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 확신했었다고 털어놓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하지만 다른 많은 성공적인 의사들처럼 경험이 쌓이고 실력에 자신감이 생겼더라도, 이전부터 `의학을 행하는 사람의 불완전성`에 대해 오래 생각해왔기 때문에 체크리스트라는 보조기구를 착안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생각한다. 자기 글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동료 의사들이(!) 읽을지 알면서도 이렇게 솔직하게 쓸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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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대하여 - 개정판 사이언스 클래식 20
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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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어릴 때부터 집에 있던) 2000년 판본을 읽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지나치게 난해한 문장이나, 영어 원문이 어떤 식으로 쓰여있었는지 짐작이 갈 정도로 직역에 머문 문장이 많았고, 간혹 원 표현을 잘못 해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들도 있어서 읽는 동안 꽤나 불편했다. 책의 내용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1978년에 나온 책임에도 여전히 새롭고 좋아서, 나중에 원문으로 다시 읽거나 혹은 새 번역본이 나오면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책에서 유전 정보에 의해 신체적/정신적 발달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깊거나 얕게, 넓거나 좁게 파인 도랑들이 이어진 산비탈 꼭대기에 공을 올려놓고 어느 쪽으로 굴러가나 지켜보는` 것으로 비유했는데 아주 수긍이 가고 이해가 쉬운 좋은 비유라고 생각했다.
아주 얕게 파인 고만고만한 도랑들이 여러개 모인 갈림길에서는 공이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아주 넓은 도랑이 하나 있다면 그쪽으로 갈 확률이 높겠다. 깊은 도랑에 한번 들어가면 다른 길로 빠지는 일 거의 없이 그 도랑의 하류로 쭉 직진할 것이다. 발달에 덜/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유전자(들)의 영향을 이만큼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게 설명한 책은 처음이다. 파인만이 말한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할 수 없다면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의 대우 명제인 ˝제대로 이해했다면 아이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다˝가 참인 책이라고 봤다. 그래서 더욱, 읽기 불편했던 번역이 아쉬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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