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우스님의 극찬을 받은 [말라리아의 씨앗]과 이제는 고전 명작이 된 [침묵의 봄]을 최근에 구입했다. 의도한 건 아닌데, 사고보니 DDT 사용을 강력하게 옹호하는 책과 강력하게 반대하는 책을 동시에 읽게 되어 흥미진진하다.
DDT의 환경파괴력을 고발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레이첼 카슨의 글과, DDT로 인해 수백만명의 삶이 구제받았으나 DDT의 실내사용까지 불허한 `살충제 저항성 관료들` 때문에 열대 곤충매개 질환으로 인한 고통이 돌아왔다며 DDT의 인간을 위한 사용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데소비츠의 글을 같이 읽고 나면 나는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그 어떤 물질도, 제도도, 행동도 context를 제하고는 선과 악을 따질 수 없다는 생각은 이미 갖고 있지만, 두 책이 그 context인 현장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알려주고 나면 스스로가 더욱 작게 느껴지고 겸손함과 슬픔이 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다 못 읽은 [Access (의료접근성)]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신생아에게 B형간염 백신을 접종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아이러니가 한 문단으로 요약되어있다. 세줄 요약하면,
1. 현지 인프라가 너무 부족해서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수준), 백신을 확보했는데도 추가 재정 없이는 사람들에게 백신 전달이 불가능했다.
2. 당시 있는 인프라와 재정은 홍역과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시키기에도 부족했다. 심지어 말라리아가 다시 유행하고 있었다.
3. 하지만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가까운 지인을 간암으로 잃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지지해서, B형간염 접종 시범 프로젝트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이 부분을 읽고서, 현장을 모르고서는 어떤 선의도 선행으로 이어질거라 장담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실만 가지고는 세상의 문제들은 대부분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며, 반드시 현장에서 뛰는 사람과 소통해야 가능하다는 것. 이게 내가 대학원을 나와서 의전원에 가기로 한 이유이긴 하지만, 데소비츠 박사님의 글을 읽으면서 `과연 내가 이런 일들을 해낼 수 있게될까`라는, 전에는 그다지 느끼지 않던 두려움도 느낀다. 우선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책도 더 더 많이 읽어야겠지! 개강도 이제 2주 정도밖에 안 남았다. 이번 주말까지 이 세권은 꼭 마저 다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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