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초콜릿-신들의 열매]이란 책을 읽고 처음으로 음식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침 학부 때, 교양과목의 다양성이 부족한 우리 학교에도 인류학 교수님이 오셔서 <음식의 인류학>이라는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수업에서 [설탕과 권력 Sweetness and power]와 [포 피시 Four fish]라는 책과 [Food Inc.]라는 다큐멘터리를 접했다. (이 다큐는 나중에 책으로도 만들어진 듯 하다. 한국어 번역본도 나왔길래 첨부한다.)


  이 수업에서 무엇을 다룰 것인지 알려주기 위해 교수님께서는 !쿵 족의 지방에 대한 애착에 관한 짧은 칼럼으로 학기 첫 수업을 시작하셨었다. 수렵채집민이 지방을 어떤 식으로 귀하게 생각하는지 읽자마자 Food Inc.에서 보여주는 현대 축산업의 폐해와 몬산토를 비롯한 대규모 다국적 종자 회사들이 농민들의 삶을 손아귀에 틀어쥔 모습을 접하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당연히 다음 순서는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 Beyond beef]였는데...


  나중에 자세히 리뷰를 쓰려고 벼르고 있지만 언급한 김에 짧게 평을 적자면, 이 책은 도살장의 광경을 끔찍하고 과장되게 묘사함으로써 축산업에 (정당하지 않을 정도로) 나쁜 이미지를 씌우려 하고, 소 축산단지를 없애면 자연스럽게 인류의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비논리적인 주장이 많아 그다지 좋은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그러니까 12월 초 쯤에 갑자기 책에 대한 욕구가 폭발해서 알라딘 이용법과 북플도 알게 되고 서점에 들러서 책도 여럿 발견하고 구입했다. 아직 학생이라 수중에 돈이 많지는 않아서 (그리고 쓸데없이 책 고르는 데에 까다로워서) 고르고 고른 책들만 구입했는데, 그중 음식의 역사에 대한 책들은 아래와 같다.

  이 중 [빵의 역사]부터 읽고 있는데, 독서의 즐거움이 흘러넘칠 지경이다. [육식의 종말]은 저자의 주장이 비약이라고 생각될 때마다 멈추고 분석하게 되어서 좀체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는데 (잘 비판하기 위해서는 비판의 대상에 대해 아주 thorough하게 알고 분석해놓아야 한다는 또 쓸데없이 엄격한 원칙을 가지고 있어서) [빵의 역사]는 사소하지만 무척이나 재미있는 지식들과 의견들이 계속 멈추고 음미하고 감탄하게 해서 느리게 읽고 있다.


  나는 몇 년 전에 [누들 로드]라는 KBS 특별기획 시리즈도 무척 재미있게 시청했었다. (지금 찾아보니 책도 나왔길래 첨부한다) 종합하니, 이번에 구입한 책들까지 모두 읽게 되면 , 국수, , , 물고기, 그리고 설탕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다룬 책이나 영상을 한번씩은 본 것이 되겠더라. (혹은 ), 돼지, , 소금, 후추 및 향신료, 그리고 커피의 역사에 대한 책들까지 하나씩 골라읽으면 인간사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주요 식량들에 대해서는 얼추 이해하게 되지 싶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에 위의 식량들에 대한 좋은 책들을 알고 계시는 분들은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인간 문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것이 먹는 것이니 각종 식량들의 역사를 알면 역사와 문화와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이고, 사소하게는 누구와 무엇을 함께 먹든 나눌 재미난 이야기가 몇 개 쯤은 생길 것이라는 게 '식량의 역사'에 관한 책들을 섭렵하고 싶은 이유다. 

  아니면 사실 아무 이유도 없고, 그냥 러셀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말한 '무용한 지식의 즐거움'을 즐기면서, apricot의 어원이 precocious (조숙한; 살구는 다른 과일보다 이른 시기에 익는다)에서 왔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살구는 더 달게 느껴진다는 그의 말처럼 내가 지식을 통해 모든 음식에서 더 큰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될 거라 기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ㅎㅎ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이달 2021-10-13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