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맨 학교로 출동/한권으로 보는 그림문화재 백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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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맨, 학교로 출동! ㅣ 시공 청소년 문학 38
이명랑 지음 / 시공사 / 2010년 10월
평점 :
눈시울이 뜨거워지게 하는 이야기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돌아 진흙에 뒹굴기도 하면서 제자리에 돌아온 느낌이다. 현상이는 외고 입학에 실패에 한 뒤 모범생 자리를 박차고 나와 망가지기로 결심한다. 오로지 외고 입학이라는 목표를 향해서만 달려왔지만 그 꿈이 좌절되자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가시적이고 갑갑하다고 느낀다.
일반고에 들어간 현상이는 이제는 공부를 안 하겠다고 결심하지만, 늘 공부하던 습관이 몸에 배 자기도 모르게 아침 일찍 일어나 영어 테이프를 튼다.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그동안의 자기와는 다른 사람이 되기로 작정한다.
그의 바람이 이뤄지기라도 하듯 영어 시간에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 영어 선생님이 경찰에 신고하는 사태를 초래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학교에 배치된 학교지킴이 할아버지에게 장기간 훈육을 받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된다.
현상이는 불량스러워 보이는 승준이와 함께 기합을 받게 되는데, 알고 보니 승준이는 현상이가 중학교 때 짝사랑했고 예고에 입학해서 이제 자신과는 다른 길을 간다고 생각했던 신유와도 친한 사이였다. 현상이는 이런 관계들이 이상하게 보였고 폴리스맨 할아버지도 의심스러웠는데, 겪어보니 모두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학교지킴이 할아버지는 전직 경찰로서 ‘한번 경찰은 영원한 경찰’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사는 사람이다. 자칭 ‘폴리스맨’이라는 이 할아버지는 한때 오토바이 폭주족이었던 승준이도 바른 길로 인도하고, 외고 실패 때문에 엇나가기로 작정했던 현상이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이 할아버지는 진정한 폴리스맨이었다. 이런 할아버지가 모든 학교에도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는 입시의 실패가 최대의 좌절이다.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작은 일에 불과하지만, 그들에게는 인생 최대의 시련이다. 그런 절망의 늪에 빠졌을 때 자포자기해서 갈 길을 잃는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줄탁동시’란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병아리도 알 속에서 알을 깨려고 노력하지만 그때 어미가 조금 도와주면 훨씬 더 쉽게 깨고 나올 수 있다. 청소년들도 그렇다. 자신들의 일이므로 스스로 시련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선행돼야겠지만, 그에 아울러 주위 어른들이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한다면 어렵지 않게 본래의 자기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 이야기는 청소년들을 격려해 주는 책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의 내용 중 현상이가 아빠를 바라본 모습(245쪽 중간)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내 남편이 거기 있었다. 아니 우리 대부분의 아빠와 남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 글을 보는 순간 힘이 쭉 빠지고 마음이 텅 비는 듯했다. 청소년문학이라고 한정돼 있지만 부모들도 봐야 할 것이다. 우리 자녀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우리 가정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