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도서관 규장각에서 조선의 보물 찾기/열네 살이 어때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열네 살이 어때서? - 노경실 작가의 최초의 성장소설
노경실 지음 / 홍익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열네 살, 중1을 말한다. 초등 6학년생과 중학 1학년생은 천지 차이다. 이들은 부르는 말도 달라진다. 초등학생까지는 어린이이지만 중학생은 본격적인 학생 범주에 든다. 주위에서 대하는 것도 확연히 달라지지만 아이들의 마음가짐 또한 완연히 달라진다. 물론 중학교에 들어가면 교칙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도 제멋대로 할 수 없고 꼭 교복을 착용해야 한다. 또 학교 환경도 초등학교와는 전혀 다르다. 아이들은 이런 외형적인 변화 말고도 내적인 변화도 겪게 된다. 대부분 사춘기에 접어드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기주관도 뚜렷해지고 생을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은 달라진다.

  이런 것을 예상했기에 나는 아이를 처음 중학교에 보낼 때 각오를 단단히 했었다. 그동안 유순하게 부모님 말씀에 고분고분하던 아이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이해 전과는 완전 다른 모습을 다가올까봐 내심 마음의 준비를 했었던 것이다. 가급적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때 이른 걱정이었다. 내 아이는 열다섯 살이 되었지만 사춘기의 시간들을 조용히 넘겼다. 이런 걸 행운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인생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아이에게 좀 더 성장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가 유순하게 내적 성장의 시기를 보내니까 내 마음은 편하지만 아이가 더 안쓰러워 보인다. 자녀를 중학교에 보내본 부모들은 알 것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수행이다 시험이다 해서 마음 편히 쉴 날이 드물다. 고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공부에 찌들어 사는 아이들을 보면서 더욱 마음 아플지도 모르겠다. 나도 고등학생이 될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래서 이 책의 연주처럼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열네 살이 아이들에게 성장하기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에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인생에 대한 생각은 자라면 자랄수록 더 많이 해야 될 과제이고 늘 함께 해야 할 숙제다. 그래서 그 시간을 여러 생각 없이 보낸 아이를 보면서 부모로서 잘못 인도한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 책에서는 중학생이 됐으면 이제 쓸데없는 생각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부모님의 뜻에 따라 미국으로 유학 가는 지섭이를 보거나 노래 대회에서 떨어진 뒤로 마음을 다잡은 연주를 보면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자기만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방황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열네 살은 그래도 되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꼭 내적 방황의 시간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반드시 올바른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는 조건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너희가 울든, 웃든, 노력하든 포기하든, 주저앉든 다시 일어나든.....시간은 단 한 번도 멈추거나 쉬거나 요령을 피우지 않고 계속 앞으로, 앞으로만 가고 있다는 것을.’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연주가 지섭의 시계에 집착하게 된 이유일 수도 있겠다. 우리의 시간은 쉬지도 않고 다시 돌아오지도 않는다. 누구나 아는 얘기다. 이것만 명심한다면 인생을 헛되이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래를 위한 탄탄한 기반이 되는 방황을 할 것인지, 시간 낭비가 되는 방황을 할 것인지는 본인이 정해야 할 일. 어쨌든 열네 살은 공부에 본격적으로 구속되는 첫발이 아니라 본격적인 인생을 향한 첫발이라고 행복하게 여겼으면 하는 것이, 인생 선배로서 열네 살을 맞이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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