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가의 남도 섬길 여행

<말랑하고 쫀득한 미국사 이야기, 남도 섬길여행>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남도 섬길여행 - 도보여행가 유혜준 기자가 배낭에 담아온 섬 여행기
유혜준 지음 / 미래의창 / 2010년 8월

  올 여름 휴가 때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가 보길도다. 고산 윤산도가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이끌고 강화도로 갔으나 조선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은거하겠다는 생각으로 제주도를 향해 가다가 풍랑을 만나서 머물게 된 곳이 바로 보길도란다.

  이곳에 다녀온 사람들이 그렇게 좋다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기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으나 올 여름에는 기회를 놓쳤다. 대신 경남 여러 지역을 여행했다. 그래서 보길도에 못 간 아쉬움이 크긴 했지만 이 여행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남도 섬길 여행>을 통해 보길도를 만나게 되어 기뻤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은 도보여행가가 쓴 것이란다. 누가 우리나라를 작다고 했는가? 돌아다녀 봐라. 정말 넓다. 지도상에서 아주 작게 보이는 섬들도 막상 가보면 엄청 크다. 이런 넓은 지역들을, 게다가 섬들을 도보여행으로 다녔다니 대단하다. 섬들은 육지보다 교통이 덜 발달하고 인가도 드물어서 다니기가 힘들었을 텐데 말이다. 하긴 이런 사람의 노고가 있었으니 차로 돌아다녔으면 대충 봤을 것도 상세하게 알려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나라 남해에는 섬이 참 많다. 그래서 남해를 다도해라고 하지 않는가. 그 많고 많은 섬들 중에서 저자는 어디를 다녀왔을까 몹시 궁금했다. 진도, 소록도, 거금도, 거문도, 청산도, 노화도, 보길도다.

  이 중 진도나 보길도, 청산도, 소록도는 다녀오지는 못 했지만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진도나 보길도는 워낙에 유명한 곳이고, 청산도는 영화 ‘서편제’로, 쉽게 말해 뜬 섬으로 ‘슬로 마을’로도 유명하다.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 수용한 곳으로 예전부터 알려졌던 곳이다. 그렇지만 이곳들 모두 워낙에 아는 바가 없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김일 선수의 생가가 있고 다시마 된장 공장이 있고 해변에 공룡알처럼 큰 돌이 깔린 거금도, 영국군 묘지가 있는 거문도, 국내 최대의 전복 생산지인 노화도에 관한 이야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어서 처녀지를 여행하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동행할 수 있었다.

  나도 걷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에도 멀다 싶은 거리도 걸어 다닌다. 걸으면 다리는 아프지만 그 대신 남들은 보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도 이런 즐거움을 누리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대단하다. 저자 소개에도 나오지만 전국 팔도와 섬들을 도보로 섭렵했으며 히말라야 트레킹에도 나섰고 만리장성의 도보여행에도 도전한 도보 여행 베테랑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보았고 더 많은 것을 느꼈고 더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새로운 곳을 알려주는 길 안내서의 역할보다는 그곳만이 가진 사람들과 자연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데 치중한다.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찾는 길손을 다정하게 맞이하는 사람들과 낯선 여행자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선사하는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가 많다.

  내게는 섬에 대한 추억이 없어서 섬이라 해도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다만 이색적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매혹적인 곳이라는 느낌뿐이었다. 그저 이런 의미뿐이었는데 이 <남도 섬길 여행>을 통해 인정(人情)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이 외롭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섬으로 도보 여행-너무 무리인가, 아니면 그냥 여행이라도-을 떠나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