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각본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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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각본
#김지혜
#차별
#혐오


💭
저자 소개란을 유심히 바라봅니다. 사진 속 김지혜 교수를 가능한한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흐릿한 통창 배경으로 하얀커튼을 등지고 앉아 흐뭇함이 부드럽게 배어나오는 미소를 지은 모습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일면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유 모를 친근함 때문에 제 마음이 편하기만 합니다. 그러다 문득 꼬인 마음으로 다시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이상합니다. 그의 모습 어디에서도 고집스런 면을 찾아내기가 어렵습니다. 뚝심이랄 것도 없어 보입니다.

그런 김지혜 교수의 <가족각본>은 시종일관 우리 사회의 불편하고도 어두운 단면들을 강단있게 드러내고 지적하며 차별 문제를 고집스럽게 다루며 평등의 가치를 가차없이 주장합니다. 그의 지적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쉬이 외면하거나 피하는 문제들입니다. 그의 주장은 누구나 그래야 한다 동의하지만 ‘현실적‘이라는 상황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것들입니다.

이렇게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에서 소수자, 인권, 차별 문제를 가르치고 연구‘(책표지)하고 있는 김지혜 교수는 ‘평등한 사회를 바라지만 실현이 쉽지 않은 현실을 보며,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메우는 길을 찾고자 공부해‘(책표지)오고 있습니다.


📚
<가족각본>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장은 ‘며느리가 남자이면 안 되는 이유를 파고‘(12쪽)들면서 며느리의 역할을 질문합니다. 2장과 3장은 ‘동성커플은 출산을 할 수 없으니 결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따라가‘(13쪽)며 결혼과 출산, 그에 개입하는 공권력을 살핍니다. 4장은 ‘동성커플이 키우는 아이는 불행할 것이라 염려하는 마음을 돌아보‘(13쪽)며 육아의 역할론적, 성별론적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5장은 성교육을, 6장은 가족각본을 공식화하고 보호하는 법제도를 살피며 마지막 7장에서 가족각본을 넘어선 가족과 제도를 상상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
<가족각본>은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가족제도를 해부하면서 차별과 혐오로 점철된 전통적 가족제도에 대한 깊은 고민과 본질적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145쪽
다분히 유교적이고 한편으로 기독교적이기도 한 가족질서로서, 성별이분법을 기초로 하고 이성결혼과 출산을 신성한 의무로 여기며 고정된 성역할을 도덕처럼 따르도록 하는 가족각본을 가르쳤다.


📌
제가 만난 김지혜 교수의 저서로는 <가족각본> 말고도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있습니다. 두 저서의 공통 핵심 키워드는 ‘차별‘과 ‘평등‘입니다. 두 저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차별과 눈에 보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평등의 양가적 가치를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발견하게 만듭니다. 자연스럽게 그 발견으로 인해 스스로의 현실적 위치를 돌아보며 나름으로 성찰의 시간을 갖게끔 하는 힘까지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독자들을 계몽적으로 이끌려는 의도에서 비롯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저자 김지혜 교수는 어디까지나 무수한 의심과 질문을 던질 뿐이며, 마땅히 풀어야 할 문제들은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답을 찾아가보자 제안할 뿐입니다. 이 제안을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오직 독자의 선택이며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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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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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 말한다. "무의식적이었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억압에 기여한 행동, 행위, 태도에 대해 사람들과 제도는 책임을 질 수 있고 책임을 져야 한다." 여기서 ‘책임‘이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을 성찰하고 습관과 태도를 바꾸어야 할" 책임을 말한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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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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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라는 것이 가끔 불편한 것은 (조그마한 부분이긴 하지만) 내가 살아온 삶을 부정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 김지혜 #선량한_차별주의자


책의 프롤로그에서 김지혜는 자신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혐오표현에 관한 토론회에 참여했다가 토론 중에 ‘결정장애‘라는 말을 썼는데,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자신에게 왜 결정장애라는 말을 썼느냐고 묻더랍니다. 그것은 물음이 아니라 지적임을, 결정장애에서 ‘장애‘라는 표현이 부적절했음을 깨우치는 것이었습니다. 작가는 바로 잘못을 시인했지만, 결정장애가 왜 문제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장애인인권운동을 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는군요. 지인은 ‘우리 일상에서 얼마나 습관적으로 장애라는 말을 비하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6쪽)고 합니다. ‘무언가에 ‘장애‘를 붙이는 건 ‘부족함‘ ‘열등함‘을 의미하고, 그런 관념 속에서 ‘장애인‘은 늘 부족하고 열등한 존재로 여겨진다‘(6쪽)는 사실을, 그런 표현을 작가 자신이 무심코 스스럼 없이 사용했을 뿐인데 자신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생각을 가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많이 놀랐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나는 결정장애가 심해서 누가 뭘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어떤 선택의 상황에서 버릇처럼 내뱉는 저의 변명입니다. 한두 번이 아니게 많이도 사용한 변명입니다. 작가의 일화에서처럼 저 또한 장애인을 차별하는 생각을 가진 것이죠. 하지만 그것이 차별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눈을 주위로 돌리면 이런 사소함이 결코 사소한 것으로 치부될 일이 아님을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통해 깊이 반성하게 됩니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부는 ‘어떻게 차별을 보지 못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만들어지는지‘(11쪽)를, 2부는 ‘차별이 어떻게 지워지는지, 어떻게 ‘정당한 차별‘로 위장되는지‘(11쪽)를, 3부는 ‘차별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12쪽)를 단계별로 설명합니다.

이 책에서 저를 강타한 깨달음은 작가가 인용한 아이리스 매리언 영(미국의 정치 이론가이자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의 말에서 비롯됩니다.

영은 말한다. ˝무의식적이었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억압에 기여한 행동, 행위, 태도에 대해 사람들과 제도는 책임질 수 있고 책임을 져야 한다.˝ 여기서 ‘책임‘이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을 성찰하고 습관과 태도를 바꾸어야 할˝ 책임을 말한다. (189쪽)

무의식적이었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어찌나 놀라웠는지 모릅니다. 가뜩이나 책임도 지지않고 반성도 없는 우리 사회에서 그 말이 갖는 의미가 얼마나 뼈져리게 깊은지 모르겠습니다. 네, 다른 사람들더러 가르칠 일은 아닙니다. 저부터 깨우치고 반성하고 실천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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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즘은 시험해 보고 가정해 보는 태도이지만, 생각 속에서, 글 속에서, 삶 속에서 뚜렷한 윤곽을 그리는 습관이기도 하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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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으래비 한국희곡명작선 120
최기우 지음 / 평민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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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희곡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행복합니다. 다만, 주위에 희곡만을 놓고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주절거릴만한 상대가 없다는 이유로 이러한 행복은 자유롭게 공유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울 뿐입니다.

최기우의 희곡 <정으래비>는 ‘사농공상도, 반상 귀천도 없는‘(20쪽) 대동계를 조직하고 ‘천하를 어찌 어느 한 사람의 것이라 하겠는가.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요, 천하의 천하이기 때문‘(28쪽)에 왕위의 세습을 부인했던 혁명적 사상가 정여립과 그가 모반을 꾀한다는 고변서를 시작으로 1589년(선조 22년)에 동인계 인사들의 대대적인 처벌이 단행된 기축옥사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희곡 <정으래비>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다루지만, 이야기의 전체적 흐름은 민중을 대변하는 걸인들의 장면들로 채워집니다. 최기우 작가의 색깔이랄까요. 그의 희곡들은 역사적인 소재가 많지만, 역사를 풀어가는 것은 역사적 인물이기보다는 역사에서 지워지거나 잊혀진 인물, 즉 민초, 민중들이 그 중심을 이룬다는 특색이 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내용, 탁월한 구성, 뛰어난 연극성... 뭐하나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의 완성도는 비단 희곡 <정으래비>에 국한하여 칭찬할 일이 아닙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지만, 최기우 작가의 대부분의 희곡들이 다 그러합니다. (아니, 제가 지금까지 접한 최기우 작가의 희곡들은 그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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