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식 똥, 재래식 똥 - 반짝이는 유년의 강가에서
윤중목 지음 / 미다스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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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떠억~ 메미일 떠억~' 고요한 새벽녘에 쩌렁쩌렁 동네를 순회하며

떡을 외치는 떡장수의 외침을 들으면 아련한 옛 추억이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꾸물꾸물 피어오른다.

빡빡머리 소년이 뭐가 그리 즐거운지 헤벌쭉 입이 찢어지도록

웃으며 달려가는 모습을 담은 <수세식 똥 재래식 똥> 책 표지를 보면서

부모님의 유년시절을 상상해보았다.

 



그 시절, 그 시기에 태어나지 않아서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잘 모르는 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그 시절의 행복과 기쁨, 그리고 슬픔과 아픔이 두루두루 뭉쳐져

오늘날 나에게 크고 작은 여운과 감동을 주는 건 사실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1989년 7편의 연작시 <그대들아>로 제2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평소 전방위 글쓰기를 표방하여 역사, 철학, 문학과 영화의 '크로스오버(경계교차)'를 시도한

<인문씨, 영화양을 만나다>란 책을 지었으며, 이는 문화부선정 2007년 우수교양도서로 뽑혔다.

저자는 아련한 유년기 시절을 거슬러 올라 총 16편의 토막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냈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일상적인 단편과 에세이가 주를 이루는

<수세식 똥 재래식 똥>은 예전에 방영되었던 어린이만화 <검정 고무신>을 떠올리게 했다.

저자 윤중목은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호기심 많고 활발한 개구쟁이 모습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러진 안경다리>를 잠깐 적어보려고 한다.

 

선천적으로 시력이 안 좋았던 저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안경을 썼다고 한다.

그렇게 안경을 착용하고 다니던 무렵,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방과 후 친구들과 다소 과격하게 몸을 부딪치며 농구 게임을 하다가

그만 친구 녀석에게 맞고 튕겨 나와 저자의 얼굴을 농구공이 일직선으로 강타한 것!

그렇게 안경다리 한쪽이 여지없이 부러지고 마는데…….

 



 

 

「궁리궁리, 고민고민 끝에 일단은 시간을 벌기로 했다.

위장술인지 변장술인지를 동원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술책인 즉,

부러진 다리를 본드로 발라 붙이는 것이었다.」p.66

 

차마 부모님께 말을 못하고 최대한 접착력이 강한 접착제로 어설프게

보수공사(?)를 마쳤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저녁밥을 먹는데 뽀얀 김이 폴폴 나는

김치찌개가 사건의 발단이었다. 저자는 찌개를 먹기 위해서 냄비 쪽으로

숟가락과 함께 얼굴을 들이미는데, 뜨거운 김으로 말미암아 안경다리의 접착제가

녹으면서 그만 냄비 속으로 안경이 풍덩 빠지고 만 것!

 



<부러진 안경다리>는 시작에 불과하다. 정말 배꼽을 잡는 토막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얼마나 가슴을 졸이며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냈을까! 라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기도 한다.

나는 언젠가는 유년기를 그리워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그리워하고 가슴 저리도록 나를 콕콕 찌를 유년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까?

추억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하는 걸까?

 



아름다운 추억의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다.

<수세식 똥 재래식 똥>을 통해서 그 옛날 눈물 콧물 범벅되어 동네방네

뛰어다니던 시절로 돌아가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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