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박종대 옮김 / 시공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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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의 숱한 변주를 현대인의 자아 찾기와 연결시키는 교묘한 소설적 장치, 모든 심각한문제를 놀이하듯 경쾌하게 해체해버리는 유희적가벼움, 정의와 역사, 두 개의 독일에 대한 깊은성찰, 그리고 삶을 살아낼 생각은 않고 관념적으로만 고민하는 현대인의 문제점에 대한 예리한지적은 슐링크가 왜 독일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지 그 이유를 짐작케 한다. - P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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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박종대 옮김 / 시공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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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썼던 글과 그가 저지른 행위에 대해 모든 책임을 면제시켜주는 그의 이론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만 그가 걸었던 인생길만큼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현실에서 득세한 것을 늘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항상 그것에서 다시 몸을 빼내마지막엔 그 과정 자체를 합리화하는 이론을 개발한 것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의 유희적가벼움도 감탄스러웠다. 사실 그런 가벼운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했지만, 나로서는 그것이 마음만큼 쉽지 않았다. 나 역시 너무 가볍게, 너무 유희적으로 역사의 대기실에 앉아 있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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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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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은자, 그 죄로 삶이 망가진자 ,속죄에 대한 이야기 이 작가 의 오랜만의 신작이라서 기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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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토당토않고 불가해한 슬픔에 관한 1831일의 보고서 문학동네 청소년 60
조우리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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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서 밸런스를 맞출 거야. 다음 생에서."
선생님은 사회복지사보다 사이비 교주가 더 어울려요.
문득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엄마는 피너츠 속 등장인물들이 다 조금씩 이상해서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어 ‘Nuts‘가
‘제정신이 아닌‘과 ‘미친 듯이 사랑하는‘이라는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알려 줬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는 미친 듯이 사랑하는감정과 닿아 있다고.(하긴 라이너스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쩌면선생님은 미친 듯이 삶을 사랑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그런 선생님의 말대로라면 나는 슬픔의 할당량을 진작 다 채웠을 테니 기쁨만이 남은 것이다. 무근거, 무논리의 이론이었지만이상하게 위안이 되었다.

언젠가 끝날 줄 알면서 사랑하고, 언젠가 죽을 줄 알면서 사는 것,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다들 그런 것쯤은 견뎌 가며 살아가는 걸까. 영화의 결말을 스포하면 사람들은 화를 내면서 이토록이나 끝이 분명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지 허무주의에 빠지지도 않고.

"이 세상은 거대한 마트고 난 잊힌 재고품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해. 구석에 처박혀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데 마트 사장님은 나의 존재도 모르는 거야."
"마트 사장님?"
"마트 사장님은 신이지. 하나님 같은 암튼 나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물건인데 잘못된 장소에 잘못 놓여서 누구의 눈에도 띄지 못하고 닳아만 가고 있는 중이야."

"너, 불운의 속성이 뭔지 알아? 피하고 숨으면 더 찾아다녀. 자기를 의식하는 사람들한테 애정을 가지고 있거든. 아주아주 외로운 놈이야 그거."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내 말 잘 들어."
선생님은 몸을 내게로 기울이고 목소리를 낮췄다. 인생의 엄청난 비밀이라도 알려 준다는 듯이. 그 비밀에서는 땀 냄새와 점심에 먹은 된장찌개 냄새가 났다.
"불행이 다가오면 움직여선 안 돼. 반응하지 말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거지. 아침밥 먹고 점심밥 먹고 저녁밥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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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끝
미나토 가나에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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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 “ 고백”이라는 초초대박 작품때문에 그녀 자신의 한계를 넘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자신의 데뷔 작품을 능가하는 작품을 기대하는 많은 독자들에게 늘 “고백”보다 더 큰 쇼크가 있을 까 하는 의문 , 기대 때문에 그녀도 오랫동안 힘들지 않았을까 ? 하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 이번 작품에 녹아든것 같다. 


이야기는 어느 산골에 사는 에미라는 소녀로 부터 시작된다. 조그마한 동네에 빵집딸인 그녀는 한번도 산너머 시내를 가본적이 없다. 어릴적 우연히 받은 추리소설을 읽고 그로 인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취미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빵집에 자주 오던 단골 손님과 친한 사이가 되고 남자친구로 발전해 훗날 약혼자까지 된다. 에미를 기꺼이 산너머 마을로 데려다 주기도 하고 그녀에게 추리소설 신간도 빌려주는 그를 통해 에미는 점점 글쓰는 재미를 붙이게 된다. 어느날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친구가 도쿄에서 유명한 작가 밑에 일하면서 에미의 작품을 보여준다. 그 작품이 맘에 든 유명작가는 에미를 제자로 받아들이테니 도쿄로 오라고 한다. 이말을 부모님과 약혼자에게 전했더니 다들 반대한다. 그동안 에미의 글을 적극 지지했던 약혼자는 유명작가가 제자들, 특히 여자관계가 문란하다는 점 때문에 반대를 한다. 

에미는 그들의 반대에 수긍하면서 부모님 빵집 “라벤더 베이커리”를 운영하기로 하던 중 갑자기 짐을 챙겨 도쿄로 가기위해 기차역으로 간다. 하지만 거기에 약혼자가 나와있다. 

여기까지 (하늘 저편)의 이야기이다. 결말은 없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에미의 이야기 (하늘 저편) 빛바랜 인쇄물이 되어 각자의 사연을 가진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자신이 읽고 다음에 만나는 사람에게 전해진다. 

하늘 저편 )에미가 가고 싶다던 홋카이도의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로 .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훗카이도 여행을 오게 된 사람들은 각자 인생의 전환점을 서있다. 

그래서 하늘 저편)의 에미 처럼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 그들에게 에미가 선택의 시점 , 도쿄을 가느냐 마느냐 선택을 통해 자신들의 현실에 감정이입해서 바라보게 된다. 에미의 결말을 각자의 사정과 시각으로 마무리를 지으면서 같은 이야기에 색다른 결말이 입혀진다. 

누구는 자식을 위해 죽음을 선택하고 , 꿈을 접고 부모님의 가업을 선택하고 , 딸의 꿈을 이해못하는 아버지 , 서로 다른 꿈과 이상때문에 헤어져야했던 연인 등등 단편처럼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전개 되지만 (하늘 저편)이라는 소설을 통해 모두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그들이 만들어가는 에미의 결말이 또다른 시작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모두 다른 결말이 이지만 그 결말에도 다 수긍이 가는 묘한 이야기의 끝이 이어진다. 

그래서 이야기의 끝이 있지만 끝이 없다. 모두들 각자의 인생을 이어가고 있으며 어쩌면 에미의 결말은 살아가면서 바뀌는 인생처럼 결말은 늘 바뀔 수도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미나토 가나에 새로운 스토리방식 끝에 약간의 반전이 있긴 하지만 그것에 집중 되기보다는 각각의 단편 스토리에 담긴 감동들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읽다보면 나라면 에미의 결말을 어떤 식으로 끝맺을까?라는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이야기의 끝은 끝이 없다. 이제 부터 시작이다. 나만의 이야기로 .. 

그리고 훗카이도 배경 묘사를 통한 여행욕구까지 뿜뿜하게 될 수도 .. 읽고 훗카이도 라벤더 꽃밭이 그렇게 가고 싶어졌다 .. 


살인사건과 없고, 살 떨리는 경험도 , 칼날 같은 감정도 없다. 우리 주위에 널리고 널린 사연들 뿐이다.

한 편의 소설을 통해 다시 살겠다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 새로운 한걸음 내딛겠다고 , 지금의 삶을 받아들이겠다고 , 화해하겠다고 사과하겠다고 결심한다.   


역자후기 “순한 맛 , 미나토 가나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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