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한 마음 델핀 드 비강의 마음시리즈 1
델핀 드 비강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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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네 명의 주인공들이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짧은 호흡으로 이어져 있는 소설은 읽는 내내 긴장감을 유발한다. 네 명의 주인공들은 모두 충실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학교 선생 엘렌은 어릴 적 학대받았던 경험이 있다. 선생님이 되고 나서 학대받는 아이를 잘 알아보고 돌봐주기로, 자기처럼 갇혀서 당하고만 살게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테오를 보고 학대받는다고 생각한 사람은 엘렌 하나뿐이다. 그녀는 테오를 돕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선을 넘기도 했다. 테오는 이혼한 부모의 집에서 일주일씩 번갈아가며 산다.

테오 어머니는 테오에게 필요한 것들을 제공한다. 그러나 테오 앞에서 아빠/전남편을 욕하는 말을 아무렇게나 한다. 테오는 그것이 상처가 되고 스트레스지만 말하지 않는다.

테오의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으로 폐인의 삶을 살며 테오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지만 테오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테오의 친구 마티스도 친구를 위해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한다. 마티스는 테오를 위해 술을 마신다. 마티스의 어머니 세실은 남편의 컴퓨터에서 온라인 자아를 목격한다. 대외적으로 착하고 올바른 남편이 인터넷 세상에서 입에 담지 못할 글들을 꽤 오랫동안 써오고 있단 걸 목격한다. 밖에 나가서 함께 겪었던 일들을 거짓말을 약간 가미하여 과장해서 말할 때 암묵적 합의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두려움을 가지고 농담던지기를 하는 남편에게 일침을 고하기도 한다. 이 대목은 남편에게 충실했던 마음을 자신에게 충실하기로 마음먹고 실행해 옮긴 사건이라 생각한다. 읽으면서 테오가 가장 걱정이 되었다. 학대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부모 아래에서 겨우 열두 살 반 테오는 아버지처럼 알코올로 고통을 회피하려고 한다. 그 와중에 누구에게도 피해주고 싶지 않아서 숨어서 마신다거나, 자신에게 마음을 펼치는 친구와 어른에게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다. 어릴 적 학대받은 기억으로 아픔이 있는 엘렌은 테오의 상황을 모른척하지 못하지만 결국 그것이 학교에서 강제 병가를 내게 되는 이유가 된다. 함께 술을 먹고 돌아갈 곳이 있는 마티스와 돌아갈 곳이 없는 테오의 상황을 보니 지금도 수많은 학대 받는 어린이들의 현실이 떠오른다. 열두 살 반 마티스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결국 그 자리에선 도망쳤지만 용기를 내 엘렌에게 전화를 한다. 이후 상황은 모른다. 상상에 맡긴다. 시원한 결론을 내지 않는 것이 이 작가의 스타일이라고 한다. 테오는 무사히 어딘가로 이동했을까? 일주일씩 번갈아가며 엄마/아빠 집에서 지내는 것이 아이의 정서에 괜찮을까?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인데 어머니는 아버지가 밉다는 이유로 자기 아들이 처한 환경을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은 잘못이 아닐까? 겉으론 충실해 보이지만 읽는 내내 불안과 초조함 긴장을 유발하는 소설이었다. 작가의 이전 소설들도 가정 폭력, 직장 내 폭력, 성폭력 등 사회 문제를 다룬 소설들이라고 한다. 프랑스 사회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낸 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작품들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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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서가명강 시리즈 7
김현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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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로 라틴아메리카 현대시와 현대소설, 문학적 유산을 떠받치고 있는 문화적 뿌리도 함께 연구, 탐구하고 있다. 서어서문학이란 스페인어권 세계의 언어와 문학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문헌학적 접근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통해 우리의 인식 지평을 넓히는 한편, 인간다움의 추구라는 인문학의 근본정신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유행하는 주제도 아니고 자극적이지도 않은 이 책을 읽게 된 독자에게 보르헤스의 일화를 앞세워 감사하다고 작가는 먼저 말한다.

첫번째 대표 시인으로 루벤 다이로에 대해 소개한다. 루벤 다리오는 1967년 칠레에서 탄생 100주년 우표가 발행될 정도로 중요한 인물로 생각되는데 사실 그는 칠레 출신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스페인에서 굉장히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서구에서는 문학에 철학이 없다며 비판받는다. 작은 시골 출신으로 그는 성공한 삶을 사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시인의 삶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고달픈 것일까. 시인을 추방하고 예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영혼 없는 사회와의 불화가 그의 죽음을 앞당긴 건 아닌지, 임종을 앞둔 루벤 다리오의 모습이 쓸쓸해보인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로 유명한 파블로 네루다. "시가 내게로 왔다"는 천상 시인의 말을 남긴 시인이다. 그는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매몰된 칠레 광부들이 그의 시를 읽으며 삶의 의지를 일깨워 줬을 정도니 말이다. 그의 시는 유난히 서민들에게 많이 읽혔으며 그가 쓴 사랑의 시는 지금 읽어도 가슴을 젖게 한다.

세번째는 영혼을 위무하는 시인 세사르 바예호다.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다.", "장대비 쏟아지는 파리에서 죽겠다"라는 시를 쓴 것처럼 그는 고통의 시인이다. 젊은 나이에 고향을 떠나 줄곧 이주자의 삶을 살았으니 평탄치는 않았을테다. 바예호는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았다. 단 세 권의 시집으로 최정상에 섰다.

평생 가난했고 불운했던 인생은 그의 시 전반에 드러난다. 그의 절망적인 삶을 시로 표현할 수 있었기에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시인으로 살면서 부와 명예를 다 쥔 네루다의 시도 밝고 즐겁게 읽을 수 있지만 기형도와 비슷하다고 말하는 바예호의 시는 가난했던 대중들을 대표하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니카노르 파라는 반시인이다. "시만 빼고 모든 게 다 시다!"는 발언은 매우 좁은 의미로 정의되던 시의 개념 자체를 무한대로 확장시켜버린다. 그가 쓴 시들은 파격적이다. 지식인들이 정해진 틀에 맞춰서 써야 한다는 시의 편견을 깨버렸다. 주기도문을 코카콜라를 마셔라는 말과 결합해서 쓰고 여성이 다리를 벌리고 있는 그림을 시에 함께 실으며 타 시인들의 여성 고착화에 전면으로 맞선다. 시인이라 함은 뭔가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것 같이 느껴지고 그들도 그렇게 보이게끔 행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파라는 시인은 신성하지 않은 존재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고착화된 이미지를 깨부순 용기있는 도전을 한 파라에게 가장 많은 정이 갔다.

유명한 시인 4인을 추리기 쉽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쉽지 않았지만 수확은 있었다. 내가 몰랐던 지식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며 내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에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궤적을 좇는 일은 흥미롭다. 대부분의 시인들은 가난하고 힘겹게 살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 부와 명예를 쥐었지만 여러 도전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나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개척하고 살아가야할지 고민해본다. 쉽고 가벼운 책은 금방 읽고 즐거우나 지식을 얻는 책은 조금 힘겹게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책장을 덮었을 때의 그 기쁨이란. 잘 읽히지 않는 분야의 책을 쓰느라 고생한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새로운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대해 공부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이런 보석같은 책들을 독자들이 발견하여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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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터 북 by 아방 아트 포스터 시리즈
아방(ABANG)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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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00명의 팔로워와 소통하는 셀럽 아방 작가님!!! 유럽에 있는 듯한 착각, 따뜻한 감성, 평범한 일상을 그린 포스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지요


더 포스터북에는 10장의 다양한 그림이 실려 있어요

제가 12월 초에 이사 예정이거든요

#서울러 가 될 예정...떨립니더 후후

'가장 나다운 쉼'을 주제로 유럽 어느 카페에 앉아있는 상상, 좋아하는 나른한 순간 등을 그렸습니다

by아방

지금은 온 벽에 아이들 낙서와 쌓여 있는 짐들 때문에 어디에 배치를 해놓아도 그림이 죽는 이상한 효과가 일어났다.. 이사 가서 얼른 하얀 벽지에 그림을 걸어놓고 싶다. 아이들을 어린이집 다 보내고 , 남편이 셋째를 데리고 외출 했을 때 혼자 나른한 집안에 누워서 그림을 바라보면 유럽의 어느 공간에 내가 잠시 존재하는 착각을 일으켜줄 따뜻한 그림들. 꼭 고가의 비싼 액자를 걸지 않더라도 내 집의 분위기에 맞는 그림 한 두 작품이라면 카페 부럽지 않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각자 취향에 맞는 그림들을 골라 집 안에 걸어놓아 기분 전환을 꾀하는 것도 참 좋겠다. 내 마음에 드는 그림들을 수집하여 집을 꾸미면 나만의 전시회 공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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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 - 여자들에게만 보이는 지긋지긋한 감정노동에 대하여
제마 하틀리 지음, 노지양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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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

그러나 요청하기, 좋은 말로 부탁하기는 추가되는 감정노동일 뿐이다. 일을 배분하고 지시하려면 반복적으로 요청해야 하고 그것은 종종 잔소리로 여겨진다.p17

나는 모든 집안일을 세세하게 관리감독하고 지시하고 싶지 않다. 나는 동등한 주도권을 갖는 파트너를 원한다. p23

쓰레기를 버리는 건 좋다. 그러나 우리는 파트너가 쓰레기통을 지금 비워야 한다는 것을 먼저 알아챌 만큼 나와 동등한 책임감을 갖길 바란다. p24

감정노동은 일의 결과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 언어, 행동에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을 신경 쓰는 일이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여성은 대가 없이, 주변 모든 사람을 무슨 일이 있어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기대를 받는다. p33


p76

"제대로 해내야 한다"라는 압박감은 이전의 어떤 경험과도 달랐고 강도도 높았다. 아기를 만든 건 우리 두 사람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은 오직 나였기 때문이다. p82


p111

여자들은 어릴 적부터 남의 눈치를 보고 살라고 강요당한다. 동등한 연애관계에서도 파트너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눈치를 보고 감정을 숨긴다. 그것이 사랑해서 맞춰주고 싶은 거일 수도 혹은 맞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서로가 함께 사랑하지만 남자에게는 연애하기 직전 사귀기 전에만 잠시 감정노동을 할 뿐이다.

여자들은 "기대하는 게 너무 많아서" 지쳐버린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지쳐버린 것이다. 우리는 모든 일의 해답인 것처럼 "내려놓으라"는 말을 듣는다. 우리의 일이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일회용 물건인 것처럼 말이다. p123

"힘들면 그만해"라는 말을 한다. 우리는 음식이 눌어붙은 식기가 쌓여있는 싱크대를 보는 일도 걸어갈 때마다 장난감을 피해야 하는 방도 매일매일 계란 프라이만 먹이고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지내는 아이를 볼 수 없다. 여자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단번에 안다. 남자들은 감정노동이라는 걸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공감하기 쉽지 않다.

우리에게 감정노동과 가사노동을 내려놓으라고 하는 건 호의가 아니다. 애초에 왜 감정노동을 맡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해서 하는 말이다. p126

나는 돌봄노동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저 다른 사람도 나만큼 신경 쓰길 바란다. p127

감정노동을 수행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지 않는 남자들에게 삶이 더 편할 수는 있겠지만 삶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감정노동을 무시할 때 남성들은 자기 삶의 수동적인 구경꾼이 된다. p145

ㅡ감정노동을 대신 해주는 파트너가 죽고 나서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많다. 그들은 파트너만 잃은 것이 아니라 삶의 방법까지 잃은 것이다. 감정노동은 여성들의 편의를 위해서 함께 해야하는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서도 해야한다.


p173

여성들이 처리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음식이 떨어지기 전에 장을 보고 채워놓는 것, 아이들의 준비물을 챙기는 것, 아이들의 옷이 떨어지지 않게 사계절 옷의 개수와 상태를 파악해 미리 준비해놓는 것, 치우고 돌아서자마자 어지르는 장난감을 다시 치우는 것, 밥을 먹고 나서 상을 닦는 것, 설거지 후 마른 그릇을 선반에 올려놓는 것 등등.. 이런 것들을 하기 싫단 게 아니다. 다만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전업주부 말고도 워킹맘들도 집안의 감정노동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자신의 몸을 소진시킨다. 유난히 여성들에게 높은 잣대를 들이댄다. 여성들이 힘들다고 징징대면 예전 세대 할머니 어머니들은 더 힘들었다고 말한다. 남성들은 여성들이 하는 감정노동의 반의 반만 해도 칭송받는다.

내 평생 이보다 더 열심히 일한 적은 없었지만 나의 사회적 위치는 이보다 더 낮을 순 없었다 p174

아이를 키우는 경험은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처음이다. 여자는 그 작은 인간을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사망하지 않기 위해서, 애착관계가 파괴되지 않기 위해서, 그와 동시에 집안이 제대로 굴러가게 하기 위해서 하루 24시간 내내 신경을 쓴다. 그러나 사회적 위치론 그저 집에서 놀고먹는 한심한 아줌마다.

"남성들이 아직 정복하지 않은 가장 큰 세계는 다른 사람을 돌보는 세계"라고 말한다. p193

어쩌면 우리는 남성들에게 돌보는 세계를 하지 못한다고 지레 생각하고 경험의 기회를 주지 않아서 그들이 못할 수도 있다.


p239

여성들은 높은 사회적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감정노동과 실력을 겸비해야한다. 남성과 같은 선상에 서기 위해서 여성은 두 배 넘게 노력해야 한다.

피해자가 수행한 감정노동을 면밀히 조사하는 이유는 범죄를 저지른 남성보다 피해당한 여성의 행동을 비난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때문이다. 강간 문화는 피해자들이 최초 경험을 말하기 두렵게 한다. (…) 강간범의 "창창한 미래"가 피해자의 고통보다 중시된다. p245

"남자는 여자가 자기를 비웃을까 봐 두렵고, 여자는 남자가 자기를 죽일까 봐 두려워한다."우리의 감정 조절과 행동 조절의 밑바닥에는 언제나 자기 보호가 자리하고 있다. p251

ㅡ왜 맞고 사냐, 맞서라고 말한다. 맞섰을 때 마지막은 죽음이란 걸 시시때때로 목격했기 때문에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웃으라"는 어이없는 명령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 무서워서 받아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p262

아이슬란드 남성에게 남자다움이란 남녀의 동등한 힘을 믿고 실천하는 행동과 연관되어 있다. p287

여성들이 떨쳐버려야 할 문화는 감정노동을 평가절하하고 보는 문화는 아니다. 우리의 감정노동이 인정받고 칭찬받을 준비는 언제든지 되어 있다. 그 지점에서 바꾸어야 할 쪽은 남성이다. 여성들이 버려야 할 것은 완벽주의 성향이다. 이것은 곧 통제 성향으로 이어지고 누구도 우리처럼 할 수 없다는 잘못된 서사를 믿게 한다. p323

감정노동은 내려놓기에는 너무나 소중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감정노동의 힘을 이해하고 계발하길 바란다.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이해하는 파트너를, 이해에서 나온 결속을 원한다. 우리와 똑같이 참여하고 책임을 지고 함께 삶을 만들어가는 파트너를 원한다. p331

p339

나는 목격되고 싶었다. 나는 가치 있게 여겨지고 싶었다. 내가 하는 매일의 감정노동이 가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p340

p345

오죽하면 집안일하느라 힘들었다는 말 한마디에 여자들이 눈물을 터뜨릴까 노동의 강도는 결코 낮지 않다. 하지만 그 노동은 그림자노동으로 값이 매겨지지 않는다. 시키면 하기는 하지만 여성들은 그런 물리적인 할 일을 조금 덜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보이는 수많은 것들이 남편의 눈에도 함께 보이기를, 그래서 이 모든 것을 "함께 하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 남편이 시키면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고 기분이 나빴던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었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남편과도 함께 실시간으로 공유를 하며 이야기를 나눌 만큼 아내가 혼자서 짊어지고 있는 감정노동에 대해 토론할 의향이 있다면 꼭 부부가 같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일단 나의 완벽주의 성향, 그러니까 내가 해치우는 것처럼 해주길 바라는 높은 기대를 버려야 한다. 스스로가 내가 있어야 집이 돌아간다는 착각도 버려야 한다. 처음에는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기다려주어야 한다. 나도 처음부터 이렇게 하지 못했던 것처럼 남편도 과도기가 필요한거다. 이것도 노동이다. 무언가를 배우고 해내기에 적응기간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지만 여전히 나도 어릴 적부터 할머니, 엄마가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터라 감정노동을 반씩 딱 나누지는 못하고 있다. 여전히 남편이 집안일을 조금이라도 많이 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고 내가 나서서 하려고 한다. 남편이 하려고 하지만 내가 하는 것이 마음에 들고 더 빨라서란 이유다. 남편의 기분이나 나의 기분은 당연히 좋지 않다. 남편이 감정노동을 함께 나눌 의지가 있다면 나도 지켜봐 줄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남편이 자기는 나처럼 멀티플레이가 안된다고 하는데 과연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 가능했을까. 계속 내가 일을 처리하다 보니 다 처리하기 위해선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변화한 건 아닐까. 자신의 일이란 걸 자각하고 반복하다 보면 남편도 남편 나름의 순서를 갖게 되고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 믿는다. 여성이 사회진출을 하고 미약하게나마 유리천장을 깨곤 있지만 여전히 감정노동은 여성이 대부분 처리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처럼 나라가 나서서 평등을 이루려고 해도 남성들의 지지가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 가정에서부터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그래서 우리 아이는 감정노동을 모르고 살기도, 혼자서 다 짊어내려 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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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하브루타 대화법 - 아이를 혼내기 전 읽어야 할
김금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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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브루타는 '헤브루타'라고도 하는데 둘씩 짝지어 대화, 토론, 논쟁하는 유대인의 전통 교육 방식이라고 한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질문하고 대화하는 것, 그것이 하브루타다.


p9

1부에서는 세 아이를 직접 키우며 하브루타 대화법을 실천하여 효과를 보여주고 2부에서는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사례들을 알려준다. 상황에 맞는 <탈무드>이야기를 소개하여 실전에 써먹을 수 있게 되어있다.


p34

많은 부모들이 기다려주는 걸 힘들어한다. 나 또한 성격이 급해서 아이에게 질문 던지고 기다리기보다는 앞서 알려주기 바쁘다. 좋은 질문에서 좋은 답이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 어린이집 다녀와서 아이가 뭘 하고 지냈는지 말을 안 한다고 하소연하기 전에 좋은 질문을 한 적이 있는지 되돌아보았다. 늘 단답형으로 끝나는 대답을 유도했거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게 두루뭉술하게 물어왔었다. 질문하는 것도 공부와 연습이 필요하단 걸 알았다.


p171

하브루타의 장점은 직접적으로 잘못을 지적하여 고치려 들지 않는다. 이야기와 질문을 통해 스스로가 깨닫게 한다. 어른도 대놓고 지적당하면 기분 나쁘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부모라는 자격으로 아이를 함부로 판단하고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우를 범한다. 문제 있는 부모는 있지만 문제 있는 아이는 없다고 했던가. 아이를 키우는 것은 항상 새로운 퀘스트를 깨는 것과 같다. 이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오고 무한 반복이다. 어릴 때는 아이가 무서워서라도 말을 잘 듣는 척할수도 있지만 잠시뿐이다. 스스로가 알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리고 서로를 존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하브루타 대화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변화하길 바랄 때 어떻게 말을 해야할까 고민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잔소리하고 화내는 거지만 효과는 없다. 상황별 예시가 있어 비슷한 상황일 때 이야기를 읽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스스로가 생각해보고 자신의 행동을 점검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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