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지사 새옹지마(人生之事 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다. 중국 <회남자(淮南子)>의 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직역하자면 "인생지사가 새옹의 말"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이야기 한 편이 숨어 있다.

 

말을 잘 키우기로 유명한 새옹에게는 그가 아끼고 사랑하는 말 한 필이 있었다. 어느 날 그 말이 국경을 넘어 오랑캐땅(胡地)로 도망가버렸고, 이 소식을 들었던 동네 사람들(隣人)이 위문을 왔다.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묻자 새옹은 조금도 슬픈 기색이 없이 "이것이 어찌 복이 될 수 없겠는가?(此何遽不爲福乎?)"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여러 달이 지나 그 말이 오랑캐의 준마를 거느리고 돌아왔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그에게 축하의 인사를 하자, 새옹이 말하길 "이것이 어찌 화가 될 수 없겠는가? (此何遽不爲禍乎?)"라고 하였다. 집에 좋은 말이 많아지자 그의 아들이 말타기를 즐겨 하다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그를 위로하자 그는 다시 "이것이 어찌 복이 될 수 없겠는가?" 하였다. 1년이 지난 후 오랑캐가 쳐들어오자 장정이란 장정은 모두 징발되었고, 그들 중 열에 아홉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새옹의 아들은 절름발이였기 때문에 새옹과 함께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 것은 그 변화가 불측하여 끝을 알 수가 없고, 그 이치가 깊고 깊어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故福之爲禍, 禍之爲福, 化不可極, 深不可測也)

 

오늘은 입춘. 봄의 시작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날은 차고, 시국마저 뒤숭숭하여 사람들의 마음까지 얼어붙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었고, 뜻하는 바 이루지 못할 것이 없었던 듯 보였던 사람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걸 보면 '인생지사 새옹지마(人生之事 塞翁之馬)'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제는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있었다. 청와대는 갖은 핑계를 대며 이를 저지했지만 봄이 오고 사람들 얼굴에 화색이 돌 때면 우리는 또 수의를 입은 대통령의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보게 될 것이다. 지금은 비록 떵떵거리며 큰소리를 치고는 있지만 말이다. 지금의 권력자에게 부역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말도 되지 않는 행동으로 저항하며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보려 애는 쓰고 있지만 한 번 틀어진 역사의 흐름을 어찌 되돌릴 수 있으랴.

 

KBS의 아나운서였던 정모 여인은 특검의 압수수색에 대해 살의를 느낀다고 했다. 검찰도, 특검도, 영장을 발부한 법원도 한결같이 대통령의 죄가 중하다고 여기는 것인데 그녀는 어느 나라 국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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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17-02-05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했습니다. 새옹지마 출전이 회남자였다는 것도 알고 가네요.^^

꼼쥐 2017-02-07 17:58   좋아요 0 | URL
모두가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것처럼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대통령이 선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새옹지마‘라고 할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