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재채기나 기침 소리만 들려도 깜짝깜짝 놀라게 됩니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Bless you!"를 외칠 만큼 여유롭지도 않고 말이죠.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는 가고 싶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메르스(MERS)의 확산과 그로 인한 깊어지는 공포는 나로 하여금 '바른 생활 사나이'가 되도록 강제하였습니다. 물론 좋은 점도 있습니다. 거절하기 애매한 술 약속이나 저녁 약속도 메르스를 둘러댐으로써 단박에 거절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저녁을 먹고 느긋하게 책을 읽을 수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5월에 나온 신간 에세이를 둘러보며 그 중 읽고 싶은 책 몇 권을 골라보았습니다. 책을 고르는 시간의 숨결 속으로 투명한 고요가 내려앉았던 것도 나는 몰랐습니다.
제목이 맘에 들었어요. 사실 은퇴 후의 제 꿈이기도 하답니다. 이루어질지 아닐지 저로서도 장담할 수 없는... 누구나 꿈을 꾸는 건 자유니까요. 작가의 이름도 생소한 이 책을 고른 후 저는 주문을 외듯 "이루어지리라. 이루어지리라." 중얼거렸습니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어느 날 어쩌면 제 꿈이 마법처럼 이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빠가 자신의 딸을 위해 도시락을 싸고 그 속에 담긴 냅킨에 마음을 담아 꼭꼭 눌러 쓴 사랑의 편지를 읽는 딸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요? 위지안의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나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를 읽었을 때의 감동이 지금 이 순간에 되살아나는 느낌이 듭니다. 살면서 감동이 느껴졌던 그 순간은 너무도 쉽게 잊혀집니다. 어쩌면 내일이 있다는 여유 때문인지도...
자주 보면 그닥 감흥이 없지만 이따금 읽는 서간집은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게다가 장르가 다른 두 예술가의 편지는 좁혀질 것 같지 않던 머릿속 간극을 단박에 좁혀놓습니다. 루시드 폴과 마종기 시인의 서간집 <아주 사적인, 긴 만남>처럼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그들과 내가 하나도 다를 게 없다는 느낌도 들고, 인생이란 게 영화처럼, 한 편의 시처럼, 한 곡조의 음악처럼 흐른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입니다. 이 책의 소개글에는 "1996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2001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2003년 <위안>으로 발간되었다가 이제 다시 <우리가 어느 별에서>란 이름으로 새로이 증보된 이 산문집은, '작가의 말'에 밝힌 대로 "책에도 운명이 있다"는 말을 그대로 체현한다."고 적혀 있더군요. 저는 사실 이 책 이전의 산문집을 모두 읽었습니다. 개정 증보판이라고는 하여도 제가 읽지 않았던 산문은 몇 편 되지 않겠지요. 그렇더라도 정호승 시인의 산문은 읽을 때마다 새롭습니다. 한 편의 시처럼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