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예행연습을 하듯 이른 더위가 극성이었던 5월. 세월호의 아픔과 끈적거리는 슬픔을 안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한 느낌이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듯 슬픔과 더위가 용융된 대기의 불쾌함에 책을 읽는 일마저 기쁨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밝아졌으면 좋겠다. 어룽어룽한 그 느낌이 사라지고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투명해졌으면 좋겠다. 6월에는 그런 책을 만났으면 좋겠다.
얼마 전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소설의 일반적이고도 정형화된 구성에서 벗어나 작가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여실히 드러낸 작품이었다. 지적인 문체도 간과할 수 없는 매력이지만 말이다. 그때의 좋은 느낌으로 이 책을 고른다. 설레고 기대된다.
국내에 번역된 후지와라 신야의 책은 거의 다 읽었었다. <인도 방랑>을 비롯하여 <동양기행>, 인생의 낮잠>, <황천의 개> 등 그의 저작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지만 작품 내면을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 우리가 사는 이 사회를 바라보는 정직한 시선이었다. 그는 사진작가이자 여행가이기 이전에 올바르게 사유하는 참인간이었다. 나는 그 점이 좋다.
정혜윤 PD의 글에서는 성격만큼이나 꼼꼼함이 배어나온다. 하나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 그녀의 세심함이 때로는 답답할 때도 있지만 작가의 작품을 여러 권 읽어 그 권수가 더해질수록 답답함은 미더움으로 변한다. 그리고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탄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