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생이 어디가서 맞고 들어온거 같다. 알라딘 파이팅!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125/pimg_760031175820366.jpg)
읽을 책이 많아 지르고 싶은 책의 욕망 꾹꾹 누르며 책주문 하지 않았는데, 간만에 알라딘 대문앞에 정정당당하게 내건 도서정가제 반대합니다란 문구를 응원해주기 위해 주문했다. 친하게 지내는 블러거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 동안 주문하지 않고 멀뚱히 바라만 보고 버티던 몇권의 책들과 더불어~~
출판사에서 알라딘에 책을 주지 않든 말든, 늦게 받아도 상관 없다. 어차피 책이 쌓여 있는 집이니깐... 오기로라도 알라딘에 주문할 거다.
알라딘이 자신의 회사 이익을 위해 내건 문구이건 나발이건 간에, 알라딘이란 회사가 도서정가제에 대한 의견 하나 피력 했다고 출판사들이 책을 주지 않겠다고 단체로 똘마니같은 행패를 부리는 짓거리에 더 열 받고 있다. 알라딘이란 온라인서점은 자신의 회사 이익을 위해 저런 문구 하나 못 거나. 출판사들도, 동네서점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도서 정가제 로비하는데, 알라딘이라고 자신의 회사 이익을 위해 도서정가제 반대 운동 하지 않을 합당한 이유라도 있나. 알라딘이 앉아서 당해야 하는 이유가 뭔데. 지금 합심해서 알라딘에 책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출판사들의 행패가 조폭하고 다를 게 뭐 있나. 알라딘이 다른 온라인서점하고 합심해서 도서정가제 반대 운동이라도 펼쳤다면, 출판사들의 행패가 이해가 되는데, 이건 뭐 있는 것들이 더 무섭다고 아주 지랄쇼를 하는구나.
개인적으로 삼십년 이상 서점에 들락거리며 책 산 사람으로서, 동네 서점의 한계는 삼십년 이상 존재했다. 일단 책이 다양하지 않는다는 것. 중고등학교시절부터 다녔던 동네서점에는 수 십년동안 베스트셀러와 참고서만 반반 자리하고 있었다. 원하는 책이라고 하나 사 읽으려면 서점에 주문해서 삼사일 기다려 받았고, 그나마 교보같은 대형서점이 생기고 나서 급한 책들은 시내 나가서 구입했었다. 동네 서점이 자신들의 자구책을 위해 한 것이 뭐 있나 묻고 싶다. 수십년 동안 가봐도 변하지 않는 채 그대로인데.
동네 서점의 몰락은 온라인 서점이 생기기 전부터 서서히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온라인 서점이 생기기도 전인 2000년대 초반에 벌써 서점의 상권이 건물 지하로 옮겨지지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시작된 시기와 맞물려서. 인터넷은 동네 서점이 지하로, 그리고 인터넷과 등장한 온라인 서점은 동네 서점을 잡아 먹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나 또한 한동안은 온라인 서점이 동네 서점을 잡아 먹는 괴물이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는데, 우리 동네 서점 한 곳의 장사 수법과 운영 상태를 보고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근래 들었다. 그 동네 서점 역시 지하에 자리 잡고 있는데, 제법 장사가 잘 된다. 왜냐하면 이 서점은 신간은 10% 참고서는 20~25% 할인을 해 주기 때문에. 다른 동네 서점에 절대 말하지 말라면서. 언제나 가보면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나 중고등학생들. 모자가 운영하는데, 아이들하고 친하게 지내다 보니 주변 학교 학생들의 참고서 상권을 꽉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게다가 참고서 할인소문이 나서 나 또한 왠간해선 참고서만은 그 서점에서 해결한다. 나 뿐만 아니라 인근 아파트 아줌마들은 거진 다 그 곳에서 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참고서 장사가 잘 되니깐 신간도 한두권이라도 제법 갖춰 놓고 있고, 참고서 사면서 신간 들춰보다가 신간도 사 올때도 있다. 문제는 신간이나 다른 도서들을 사람들이 안 사 먼지가 쌓여 있는 게 문제지만. 여튼, 다른 동네 서점이 할인은 설레 설레 흔드는데, 이 동네서점은 무슨 수로 할인이 가능할까? 사실 다른 동네 서점들도 할인이 가능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할인불가를 외친 것은 아닐까.
솔까말~ 요즘 책 읽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나, 치매 예방을 위해 온라인 고스톱은 열심히 권장돼도 나이 들어 독서는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이 나라 국민 정서인데. 너는 책 읽을 시간이 있어서 좋겠다~라는 비아냥 소리 듣기 싫어 어느 순간 책 읽는다는 소리 안 하게 되고 책은 유아나 초등학생 전유물로 인식된 지가 한참이다. 그나마 요즘 애들, 책 보다 게임 좋아하는 애들이 더 많은데 뭘. 독서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동네 서점이 문제가 아니고 책 자체가 몰락해 가는 피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도서정가제가 철저히 시행되는 일본출판계와 서점이 불황에 허우적 거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단순히 도서정가제의 찬반이 출판사를, 동네 서점을 살릴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동네 서점 뿐만 아니라 책의 시대는 이제 서서히 저물어 가며 불게 물드는 노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라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데, 옛날 방식 그대로 유지한(책 도매상이든 동네 서점이든)들 그게 얼마나 먹히겠는가. 출판사의 유통구조도 변해야 하고, 동네 서점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하고(동네 서점도 할인에 대한 적극적인 방법 모색같은), 모든 것을 다 바꾸고 찾고 변해야 하는 마당에 달랑 내 놓은 도서 정가제가, 출판사를, 동네 서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