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로그 아이슬란드 & 그린란드 - 2019~2020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정덕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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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의 오로라를 볼 수 있다면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인생의 몇 가지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는 오로라를 보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과학 잡지를 보다가 알게 된 오로라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그 오묘한 초록색이 너무 예쁘기도 했지만 지구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그 사진속의 장소가 너무 궁금했고 그때 처음으로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알게 되었다. 지구본의 가장 끝자락에 있었던 그 나라는 너무도 멀리 느껴졌던 기억, 마음속에 품고 있던 오로라를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은 아직도 초등학교 시절의 그 순간의 떨림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작년에 읽은 71일동안 히치하이킹과 캠핑으로만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고 온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책은 여행과 삶, 그리고 지금의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무척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그녀 때문에 더없이 아이슬란드를 꿈꿨었다.


트랩블로그에서 “혼자서도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 시리즈 중 하나인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에서는 최적화된 아이슬란드 여행 가이드를 소개하고 있다. 몇 년 전 “꽃보다 청춘”을 통해 더 많이 알려진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를 떠 올리면 추운 겨울이 떠오르지만, 사실 추운 겨울날도 영아 5도 이상 떨어지는 날이 없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체감 온도가 낮을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슬란드의 최적 여행 시기는 6~8월이 성수기이며 대부분의 물건들이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살인적인 물가를 기록하고 있다. 성수기의 여행 경비는 더 올라가며, 성수기를 벗어나면 30프로나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여름 성수기때 가장 쾌청한 날씨가 많고 뜨거운 여름 날씨가 싫은 여행자에게 여름 날씨는 매우 쾌적할 정도라고 한다.


살인적인 물가로 성수기인 여름에는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캠핑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고 가면 더 특별한 아이슬란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오로라를 보기 위해선 12월에서 2월까지가 적정기이니 어떤 것을 목적으로 할 것인지 선택해서 여행 시기를 정해야 한다. 겨울철에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이 4~5시간 밖에 안 되니 여행시 더 주의가 필요하고, 상점 닫는 시간이 빨라 물건을 사지 못할 수도 있으니 음식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보통 아이슬란드의 여행 루트는 수도 레이캬비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부분의 여행이 도시를 기점으로 이뤄진다면, 아이슬란드는 도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레이캬비크로부터 쭉 이뤄진 도로는 아이슬란드의 링도로를 만들었고 도로 중심으로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레이캬비크는 자전거나 도보 여행으로 최적지 이지만, 역시 추운 겨울에는 어려울 수 있다.


보통 아이슬란드는 13박 14일 일정이 가장 길고, 유럽인들의 단기 여행코스인 레이캬비크-골든서클-블루라군으로 이뤄진 2박 3일도 있다. 대부분은 모두 수도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루트가 형성된다. 인기 있는 코스끼리 묶어 놓은 것도 있고 혹 효도 관광으로 가고 싶다면 5박 6일짜리 루트를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그 유명한 블루라군이 아닌 ‘요쿨살론’이었다. 요쿨살론은 빙산으로 가득한 호수다. 빙하가 덩그러니 해변에 놓여 있는 사진 한 장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7~8월에는 40번의 보트 투어가 있다고 하니 여름 시즌에 간다면 쉽게 떠날 수 있는 곳이다. 해안가에서도 볼 수 있지만 빙산들이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니, 색다른 경험의 최고일 것 같다.



온천은 늘 일본만 생각했는데, 아이슬란드에 이렇게 많은 온천이 있는 줄 몰랐다. 물론 일본과 또 다른 온천 문화라서 더 색다르게 보였다. 세상에 이렇게 흥미롭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은데 쉽게 떠나지 못하는 현실이 슬프기만 하다. 언젠가는 꼭 밤하늘의 아름다운 오로라와 내 발 아래서 흔들리는 빙산을 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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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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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나의 선택의 행복론 [한국이 싫어서 - 장강명]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그게 뭐 잘못 됐어?” 11쪽




다른 나라로 여행을 오랫동안 갔다 오면 그 도시가 주는 여운과 새로움으로 늘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이런 나의 바람은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한달살기’가 유행하는것 같다. 오랫동안 그 나라에 살 수 없다면 한 달을 살며 더 많은 경험과 힐링을 즐기는 것이다. ‘살아보기’가 불가능한 많은 이들은 자신이 있는 곳에서 현실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은 늘 있었던 곳의 소중함을 때로는 누추한, 그러나 안락한 내 집에 오면 깨닫고 만다. 돌아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돌아봐야만 아는 것이다.



계나는 어느 날 지친 출퇴근을 하면서 호주로 이민을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가족은 어떤 사람도 없다. 그녀는 앞으로의 남은 시간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 살아가겠다며 짐을 싸서 호주로 떠났다. 계나가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던 인물도 아니지만, 그녀에게는 나는 가족에게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한국을 떠나면 더 낭만적인 삶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녀가 처음 호주에서 돈을 버는 곳은 국수 가게에서 설거지를 하는 것이었다. 신용카드 승인팀에서 일을 했던 계나의 한국의 경력은 호주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처음이야 대부분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고 적응 기간 동안 고된 시간이 필요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지만, 그녀가 포기한 한국에서의 삶 대신 더 안락한 환경이 주어진 것도 아니다. 계나 또한 그런 과정을 겪었을 뿐이라고 생각 할 수 있다. 그런 계나는 한국에서 행복해 질 수 없기 때문에 떠나온 호주에서 그 행복이라는 것이 보였던 것일까? 여기서는 못 살 것 같은 그 삶의 거처가 호주에서는 있었던 것일까? 계나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호주행을 선택했을 때야 비로소 그녀가 원한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구차한 변명과 이유는 필요 없다. 그저 이곳이 아닌 것 같으니 짐을 싸 다른 세상으로 나왔을 뿐이다. 그녀의 단순한 이유가 크게 나와 있지도 않을뿐더러 그것이 큰 이슈로 다뤄지지도 않는다. 소설속의 인물들도 이민의 고민들도 특별함은 없다. 그들의 고민과 희망, 혹은 그 갈망은 많은 이들이 한번쯤 생각해 보았던 흔한 이유들이 호주와 한국 사이에 부유물처럼 떠다니고 있을 뿐이다.



나도 한때 한국을 벗어나 이민을 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지만 갈 수 없었던 이유는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언어는 배운다고 하지만만,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지겨운 일상보다 더 지옥 같은 것은 아닐까. 허수경의 에세이에서 그녀도 독일에 홀로 외로이 공부를 하는 동안 갑자기 전화해서 떡볶이 먹으러 가지 않을래? 라는 일상의 연락에 마음 한 구석이 무너진다고 했었다. 어쩌면 그런 사소함이 살짝 날아올랐던 이민에 대한 상상을 꽉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이 싫어서]에 나오는 인물들도 그런 부류가 있다. 결국 그 사소함의 일상을 그리워하며 다시 한국으로 떠나는 이들도 있다. 새로운 것들을 잘 이겨 내고 견디는 이들만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계나처럼 결국 호주에 남아 그녀가 원했던 그 행복,을 찾아 가는 것이다.



장강명의 가장 큰 장점은 아주 잘 읽힌다는 것이다. 그가 그동안 출판한 책들을 읽으면서 이틀 이상 걸렸던 책이 없었다. 그만큼 잘 읽히고 좋았는데, 그의 장점이 그것으로 종결되는 것 같아 그의 명성에 비해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든 흔하게 어떤 게시판에 나의 유학 혹은 이민 스토리라며 소개할 법한, 아주 흔한 얘기였기 때문에 쉽고 재미있게 읽혔을 것이고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더 친숙하게 읽혔을 것이다. 그의 장점이 더 극대화하기 위한 그만의 노력이 더 필요할 때이다. 그래야 우리도 더 많은 고민을 하며 책을 읽을 테니까. 저자의 주제가 더 가슴 깊게 와 닿아 많은 고민의 시간을 줄 수 있는 그 시간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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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 모로코 - 2019~2020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정덕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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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여행안내서



트랩블로그 여행 시리즈의 가장 큰 모토는 ‘혼자서도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것인데 <블라디보스토크>도 그랬지만 책속에 그 나라의 역사가 많이 담겨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어서 즐거웠다.

보통 모로코는 스페인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옆 나라 포르투갈과 함께 3개국을 여행하는 경우가 많다. 패키지여행 상품도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로코의 주요 도시를 잇는 상품이 많다. 유럽에서 여행을 시작해 아프리카로 넘어 갈 때 가장 많은 루트가 아닐까 싶다.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지 못하고 사교육을 받으며 결정된 것을 찾는 삼이 사회에 나가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이때 자신이 결정하는 것을 배우지 못한 이들은 결정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사회의 도구가 되는 교육을 받고 로봇 같은 엘리트가 되지 말고 나 자신을 위한 교육을 받고 성장해야 한다.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인생을 설계하고 살 수 있어야 삶의 후회가 적고 만족도가 높다.

지금 당신의 집에서, 당신의 차안에서, 당신의 회사에서 힘들다고 느낀다면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라. 그리고 떠난다면 모로코를 추천한다.” 151쪽




모로코 여행은 짧게는 4박 5일, 길게는 3주 일정으로 여행을 계획 할 수 있도록 소개되어 있다. 유럽 여행을 하다 스페인을 통해 모로코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최적의 세계 여행이 되겠지만 누구나 그렇게 오랫동안 여행을 할 수 없다. 짧게나마 모로코만의 매력에 빠져 다녀오겠다면, 4박 5일 정도 3개의 도시를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모로코의 가장 유명한 도시는 카사블랑카라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수도인 라바트보다 카사블랑카가 더 유명하다) 탕헤르, 페스, 여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는 쉐프샤우엔은 너무도 매력적인 도시다.







이용한 작가가 찍은 쉐프샤우엔의 사진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양이를 중심으로 찍은 사진 속 도시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현실에 없는 마을 같았다. 쉐프샤우엔은 유대인들이 모여 만든 마을이고, 그들이 종교적 색체를 가지고 있는 푸른색은 이 마을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이 아닌 이슬람교도 인 모로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래도 그 푸른 색 마을, 일명 스머프 마을이라고 불리며 많은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모로코하면, 사하라 사막을 떠 올리겠지만 사실 나는 쉐프샤우엔의 그 푸른 대문과 계단이 가득한 골목의 향연이었다.



그리스에서 렌터카로 여행을 하면서 진정한 맛을 보았었는데, 모로코도 렌터카 여행이 잘 발달되어 있다. 무엇보다 책에서 소개한 렌터카 이용과 주의할 점, 자동차 보험과 교통 표지판 이용까지 안내 되어 있어 여행할 때 교통수단을 선정할 때 도움이 많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이렇게 자세한 렌터카 이용법을 소개한 책은 많이 못 봤다.

모로코를 여행하기 위한 가장 큰 목적은 사하라 사막 투어가 있을텐데, 그 투어 방법과 여러 루트를 안내되어 있으니 책만 참고해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여행에서 가장 잘 챙겨야 할 것은 ‘정신줄’이다. 그 정신줄을 잡고 여행을 하기 위해 계획을 잘 세워 놓으면 많은 어려움은 없겠다. 모로코는 가장 방문하기 좋은 계절이 4~5월의 봄과 10~11월의 가을이라고 하니, 때를 맞춰 여행 계획을 세우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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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11-13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 일요일에 ‘걸어서 세계 속으로’ 재방송을 봤는데, 모로코 편이었어요. 그 방송에 스머프 도시랑 사하라 사막이 나왔어요. 방송을 보면서 모로코가 아름다운 곳이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

오후즈음 2018-11-15 20:56   좋아요 0 | URL
네...저도 그 스머프 마일은 정말 꼭 가고 싶어요. 사실 사막에 대한 환상은 없는데, 그 파란 골목의 동네는 늘 마음속에 둥둥 떠 있네요.
 
고시맨
김펑 지음 / 마카롱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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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is my 희망? [고시맨 - 김펑]



드라마 작가를 꿈꿨던 친구는 오랫동안 여의도에 머물며 창작 활동을 했었다. 그리고 힘들게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끝이 나고 여의도를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날, 그런 얘기를 했었다. 여의도에는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들이 득실거린다고. 용이 되길 원했던 이무기들이 가득한 여의도를 떠나기로 결심했던 그 순간이 지금까지 결심한 것 중에 가장 힘들었지만 현명했었다고 했다. 포기 할 수 있는, 결심이란 마음에 얼마나 많은 구멍을 내는 것일까. 그리고 그 바람난 곳에는 어떤 상실과 희망이 채워 질 것인지.



sbs 스페셜 ‘아이돌이 사는 세상- 무대가 끝나고’ 에 나왔던 아이돌 한명은 아이돌이 되기 위해 노력했었던 삶을 더 빨리 떠나지 못했다는 것을 후회 한다고 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더 열심히 아이돌로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빨리 다른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그동안 시간을 투자 했던 아이돌의 삶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오로지 노래와 춤 밖에 없는 삶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남들이 여행을 가기위해 비행기 예약도 할줄 몰랐다는 한 아이돌은 친구들에게 바보 취급도 받았다고 했다. 꿈을 위해 애썼던 이들의 쓸쓸한 뒷모습이 참 애잔해 보였다. 그들처럼 신림동 고시촌과 노량진의 공시생들도 어쩌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사법고시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가득한 신림동의 고시촌에도 용이 되지 못한 이들의 낮과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 중 사법고시를 위해 신림동에 6년째 머물고 있는 박현우가 있다. 그는 해탈의 길 (그것은 고시생들이 아닌 배달원들이 붙여준)의 꼭대기에 있는 성문 고시원에서의 삶도 6년째 접어들었다. 한때는 세계를 여행하는 오지 탐험가가 될 줄 알았지만, 군대를 제대하고 집에서 원하는 법관이 되기 위해 신림동 고시촌에서 고행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사실 그는 사법고시에 패스하기만 하면 앞으로의 삶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일 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 6년이라는 시간을 신림동 고시촌에 쏟아 부은 것이다.

우선은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고, 어쩌다 보니 그 고지가 다 온 것만 같았다. 조금만 더 하면 닿을 것 같은 그에게 위기를 안기는 인물은 성문 고시원의 총무 안석주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성문 고시원을 떠나게 생긴 박현우와 안석주와의 갈등이 <고시맨> 소설의 주된 축으로 보였지만, 사실 이 소설에는 다른 소설이 하나 액자 구성으로 만들어져 있다.



고시촌을 벗어 날 수 없는 박현우와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총무 안석주 사이에 다른 갈등 구조를 갖는 것은 고시생들의 안식처이자 힐링맨의 미스터 앤서가 있다. 힘든 고시생들을 위로하며 원하는 답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격려차원으로 기름진 음식으로 포상도 해주는 그는 왜, 고시원을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우연치 않게 본, 쫄쫄이와 노란 헬맷을 쓴 고시맨이라 불리는 사내는 대체 누구일까? 그는 희괴한 차림을 한 변태인가? 고시맨은 고시촌에서 어떤 히어로로 남을 것인가? 구성이 쫄깃하게 짜여 있고 악당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안석주나 미스터 앤서까지 모두에게 느껴지는 따뜻함이 작가의 심성에서 나오는 것 같다. 지금은 비록 예전의 아우라를 품지 못해 마음 아픈 김려령의 초기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심성 좋은 작가가 쓴 작품을 읽을 때의 따뜻한 마음은 참 오랜만이었다. 작품과 작가는 다른 사람이고 하지만 나는 늘 좋은 심성을 갖고 있는 작가가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이 <고시맨>에 많이 녹아 있다.



sbs 스페셜 ‘아이돌이 사는 세상- 무대가 끝나고’에서 인터뷰한 아이돌이었던 이들은 무대의 맛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무대에 올라 자신들에게 환호했던 사람들의 모습은 힘든 아이돌 생활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원동력이며 자신들이 무대에 오르고 싶은 유일한 희망일지 모르겠다. 그들처럼 고시촌에서 늦은 밤까지 잠들지 못하는 고시생들도 여기서 조금만 넘어가면 그 굴곡의 시간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으로 살아가는 것일지도. 그래서 성문 고시원의 총무 안석주는 얘기 했었다. 고시촌에서 가장 부패하기 쉬운 음식이 희망이라고. 그 부패한 희망이라는 음식을 끊임없이 섭취하며 몸이 상하고 마음이 병들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희망의 부패함이 어디 고시촌에만 있을까?



여의도를 떠났던 친구는 간혹 자신이 조금 더 버텼다면 어땠을까 반문을 하기도 하지만, 현실의 문 앞에서 의연하게 뒤돌아 갔던 순간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친구처럼 소설 속 주인공 박현우가 고시촌을 벗아 날 수 있을지 궁금했지만 혹 그가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만큼의 충분한 배움의 가치가 있었다고 그를 위로 하고 싶었다. 비록 청춘의 시간을 오로지 한 가지를 위해 쏟아 넣은 것이 아깝긴 하겠지만.



비극적인 상황에서 늘 나타났던 고시맨과 앵무새 아미고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쩌면 누군가 나를 도와주었으면 하는 마음속의 구원이 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밤, 치밀어 오르는 실패의 분노와 허탈함의 끝에서 그동안의 노고에 어깨를 토닥이며 응원해줄 수 있는 그런 존재. 그런 기분 때문일까? 책을 읽은 후 때론 하늘을 볼 때가 있다. 혹 나를 구원해주기 위해 하늘에서 아미고가 날고 있지는 않을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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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지음 / 마음산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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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평이나 혹은 영화 비평을 담은 책을 읽을 때는 고민스럽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이나 영화를 평할 때는 공감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읽거나 보았던 것을 같이 공유하며 논할 때 더 재미있게 다가오니, 낯선 영화나 책이 나오면 흥미가 생기거나 그렇지 않을때가 있다. 씨네 21에서 약 2년 동안 연재되었던 문학 평론가 신형철의 영화 비평은 매우 신선했다. 좋아 했던 영화들의 비평에 집중해서 읽고 즐겼다. 다만, 2014년에 출판된 책이라 이 책에서 고민스러운 부분이 몇 개가 있긴 하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영화는 나의 일본 영화중 가장 먹먹했던 영화였다. 청춘을 겪으며 고통의 순간을 지나가는 성장통과 같았던 그들의 한때의 시절이 아름다웠고 가슴 아팠다. 다리가 불편한 조제가 사랑을 구걸할 것 같지만 그녀의 사랑은 당당했고, 구차하지 않았다. 나 같은 장애인이 어떻게 정상인 너와 사랑을 할 수 있을지가 아니라 나는 누군가와 사랑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던, 그래서 어떤 청춘의 순간에 외곽에 나와 있던 쓰네오와 사랑을 했고 많은 이들이 그렇듯 이별이 있었을 뿐이다. 그냥, 한 여자와 남자가 만나 사랑을 나누고 헤어졌을 뿐인데도 왜 조제의 사랑에는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일까?



“조제의 집을 떠나며 쓰네오가 한발 늦게 오열하는 장면이 그토록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것이 죄지은 자의 참회의 눈물이 아니라, 실패한 자의 통한의 눈물이기 때문이다. 죄가 아닌 실패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조제가 쓰네오를 비난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그를 비난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녀는 비난하지 않는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더 분명해지는 것이지만, 그녀에게 더 중요한 것은 ‘나는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였기 때문이다. 조제는 성공했다고, 이 영화는 말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아름다운 힘이다.” 23쪽



영화 <케빈에 대하여>를 처음 보았을 때는 그냥, 충격적이었다. 자신의 아버지와 여 동생을 살인하고도 그 어떤 죄책감도 없이 감정 없는 아들을 지켜봐야 하는 엄마의 심정으로만 영화가 눈에 들어 왔고, 사이코패스를 낳은 엄마의 모진 인생이 불쌍했지만 신형철의 평을 읽으며 사랑이라는 뒤편에 있는 이름을 보았다. 처음부터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닥친 임신은 큰 시련이었다. 하지만 그런 엄마라도 막상 아이를 낳으면 생길 것 같은 모성애는 없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들과 그녀 사이에서 팽팽하게 놓인 마음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아들과의 관계를 그저 길가다가 만날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만들어 놓았던 것일까? 하지만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했다고 모두 다 케빈처럼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케빈은 학교와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특별하게 나쁘지도 않았고 평범했다. 그저 평범하게 학교를 가고 아이들과 놀았던 십대였다. 힘들었던 관계는 오로지 엄마, 에바일 뿐이다. 두 사람 관계에서 가장 불행하게 보이는 것은 에바, 엄마이지만 케빈을 향한 엄마는 큰 모성애가 없을 뿐 아니라 애정도 없었다.



“이것은 그저 서로를 ‘정상적으로’ 사랑하는 데 실패한 두 사람의 이야기다. 한 사람은 덜 사랑했고, 바로 그랬기 때문에 다른 한 사람은 너무 사랑했다.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둘은 노력했다. 엄마는 아들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하는 척했고, 아들은 엄마를 사랑했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는 척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파국이었다. 이 영화는 둘 모두를 기소하는 데 실패한다.” 55 쪽



그가 영화를 보는 동안도 괴로웠다고 했던 김기덕의 ‘뫼비우스’의 평을 읽는 동안도 괴로웠다. 영화를 보지 않고도 이렇게 사실적인 평을 읽고 나면 정신이 매우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리지 않아도 머릿속을 떠다니는 영상의 잔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감독의 작품에, 그는 걸작이라는 말을 했지만 2018년에 있는 그는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가끔 작품과 작가의 도덕성을 같이 놓고 그 작품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작품으로 본다면 분명 걸작임이겠지만, 인간적인 도덕성이 없는 자가 만들어 놓은 작품을 좋아해야 할까. 그런 부분에서 본다면 앞으로 김기덕, 홍상수의 영화들은 불편할 것이고 앞으로 나는 보지 않을 것이다. 우디 앨런이 훌륭한 감독일지 모르겠지만, 입양한 자신의 딸과 열아홉 살 때부터 관계를 가졌다는 것은 팩트이고 그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이라면, 이런 정확한 그의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를 거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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