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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기술 밀란 쿤데라 전집 11
밀란 쿤데라 지음, 권오룡 옮김 / 민음사 / 2013년 1월
평점 :
일시품절


 

 

 

 

 

 

 

 

 

책을 절반 정도 읽다가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책은 아직 나에게 오기엔 이르다는 생각, 즉 이 책은 나에게 잘못 왔구나 싶었다. 너무나 유명한 밀란 쿤데라이지만 나의 비약한 도서 목록에는 그의 책이 많이 자리 잡지 않고 있기에 너무나 철학적이고 방대한 그의 작품을 논한 이 책은 어려운 숙제를 놓고 다 풀어야 하는 학생의 입장으로 책상에 앉아 며칠을 끙끙거리며 읽었다. 참 오랜만에 책상에 앉아 정독을 하고 다시 밑줄 친 부분을 또 읽으며 책을 곱씹어 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책 표지에는 밀란 쿤데라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출생하여 1975년 프랑스로 정착하여 살았다는 소개가 전부다. 그래서 그의 전면을 좀 알아보고자 인터넷을 뒤졌다. 1929년생인 그가 절반의 인생은 분열되기 전인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살고 인생의 절반은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프랑스로 정착한 몇 년 후에 프랑스 시민권 취득 후 그는 프랑스인이 되었다. 그간 체코어로 적어 놓은 그의 책들도 프랑스어로 다시 번역을 하기도 했다고 해서 그가 추방당한 체코를 잊은 것인가 생각이 들지만 그의 책속에는 그의 출생지인 체코슬로바키아의 그리움은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하다.

 

 

부유한 환경에 놓였던 밀란 쿤데라여서 음악도 공부하고, 영화도 공부하고 문학과 함께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의 소설이나 사상은 깊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의 음악적 재능이 소설 속에서 강약과 빠르고 느리고의 흐름을 가져 주는 것도 그의 강점인 듯 하다.

 

그의 가장 대표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일 것이다. 한때 영화광이었던 나에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영화 “프라하의 봄”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원작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여 찾아 읽어본 책이 어쩜 나는 밀린 쿤데라의 소설과 처음 만남이었다. 이후 그의 작품은 《농담》이 전부가 되어 [소설의 기술]을 읽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가 생각하는 소설이란 어떤 것인지 그 얘기 중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가지고 대담으로 나눠진 부분은 참 흥미롭게 읽은 것을 보면 역시 그의 작품을 읽지 않으면 이 책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말았다.

 

 

그가 풀어 놓은 소설의 기술이라기보다, 유럽 문학의 기반과 특히 러시아 문학의 소중함을 말하는 그의 간결한 말들을 잘 느낄 수 있다. 나 또한 톨스토이부터 도스토예프스키, 헤밍웨이까지 러시아 문학을 꽃피웠던 그 시절의 문학을 가장 좋아하고 그들의 책을 통해 고전의 진리를 느낄 때가 많다. 우리가 읽고 있는 고전들은 대부분 유럽 문화 속에서 꽃피웠던 문학들이고 그 문학의 근간은 그가 말하려고 하는 소설의 한 시절 가장 단단했던 기둥을 가지고 있다.

 

 

그가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에 대한 부분을 여러 번 읽으면서 그 둘의 문학적으로 다른 부분들 다시 한번 떠 올려 봤다.

 

 

 

“ 도스토옙스키는 자기 논리의 끝까지 자기를 고집하는 이성의 광기를 포착한다. 톨스토이는 그 반대다. 그는 비논리적인 것, 비합리적인 것의 개입을 드러내 보여 준다. 내가 그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톨스토이를 참조함으로써 브로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리는 결정에서 비합리적인 것이 맡는 역할에 대한 탐구’라는, 유럽 소설의 위대한 탐구의 맥락 속에 자리 잡게 된다.” P90

 

 

 

그동안 계속 미루고 있었던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그의 언급이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안나 카레니나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라는 그의 질문과 그의 답변은 책을 정독하며 다시 느낀 그의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아 여러 번 또 읽게 된다.

 

그가 느낀 소설은 어떤 것일까.

 

 

 

“소설이 우리의 시대정신과는 평화롭게 살아갈 수 없다는 것과, 만일 소설이 아직 찾아지지 않는 것을 계속 찾아 나가고자 한다면 소설이 소설로서 ‘진보’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세계의 진보에 역행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P35

 

 

 

 

하지만 이 얘기보다 그가 만들어 놓은 그의 작품과 관련된 언어 사전속의 소설적 의미가 더 쉽게 와 닿는다.

 

 

 

"소설 작가가 실험적 자아(인물)를 통해 실존의 중요한 주제를 끝까지 탐사하는 위대한 산문형식.” P191

 

 

 

인터넷을 통해 찾은 소설의 사전적 의미는

 

 

명사

 

1 .<문학>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 양식. 일정한 구조 속에서 배경과 등장인물의 행동, 사상, 심리 따위를 통하여 인간의 모습이나 사회상을 드러낸다. 분량에 따라 장편ㆍ중편ㆍ단편으로, 내용에 따라 과학 소설ㆍ역사 소설ㆍ추리 소설 따위로 구분할 수 있으며, 옛날의 설화나 서사시 따위의 전통을 이어받아 근대에 와서 발달한 문학 양식이다. [비슷한 말] 이야기.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일도 쉽지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기승전결을 꾸려 소설을 쓰는 일은 그의 말처럼 위대한 일인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똑같은 산문형식이지만, 그가 말한 것처럼 위대한 일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의 전집들이 궁금해졌다. 그의 전집을 다 읽고 나면 [소설의 기술]이 훨씬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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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2013-03-24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을 읽을 때도 '오후즈음'님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오후즈음 2013-03-25 21:53   좋아요 0 | URL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ㅠ.ㅠ
너무 어려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