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방관육아 - 프랑스도 인정한 한국 엄마의 특별한 육아법 자발적 방관육아
최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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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방관 육아>는 초등 교사이면서 두 딸을 기르는 엄마인 저자가 그간 학교 현장과 육아에서 깨달은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써 내려간 책이다.

프롤로그에는 제목부터가 구미를 당긴다. ‘나만 알고 싶은 상위 2% 아이를 만드는 비법’으로 시작하는 이 글에서는 매일 교실에서 만나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을 가정에서는 어떻게 키우는지 비법을 전수한다.

방관 육아라 해서 좀 여유 있게 아이를 키우라는 육아서라 여겼는데, 제목하고 다르게 처음 책을 펼쳐 이 부분을 읽으며, 교사가 만난 공부 잘하는 아이는 비법이라 하니 정신 바짝 차리고, 꼼꼼히 봐야 하나 싶었다. 공부 잘하는 아이의 노하우니 또 스트레스 같은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려고 하였다. 하지만 읽어가면서 마음이 풀어지면서 가슴이 따뜻해지고, 우리 아이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표지


저자의 소개


그래서 그 상위 2%의 아이를 만드는 그 비법이 도대체 뭔가?

그건 아이들을 의도적으로 방관하며 키우는 것. 쉽고 간단한 비밀이다.

하지만 이 ‘의도적 방관’이라는 키워드 안에는 수많은 노하우가 숨어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나이대별로 나누어 설명해 준다.

<1장 공부 잘하는 아이는 뭐가 다르지?>에서는 초등 교사만의 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아이들 판별 비법을 소개한다.

소위 ‘앞으로’ 공부 잘할 아이들은 어떤 특징을 지닐까?

현장에서 봤을 때 공부 잘하는 아이는 ‘이곳’을 자주 안 가고, 1학년 때 ‘이것’ 시켜보면 어느 정도 고학년의 모습을 가늠한다고 한다.

음...‘이곳’은 어딜까? 화장실? 땡!!!

답은 보건실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보건실에 자주 드나드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런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가정에서 안전과 소속, 애정의 욕구가 덜 채워져서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이가 기본적이면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면 공부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가 보다.

나도 이 말에 극히 공감한다. 저자는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을 들어 설명하는데, 정서적으로 기본적인 욕구(안전, 애정, 소속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학교에서 존경과 자아실현의 욕구, 즉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한다. 어릴 때 사랑받은 경험이 없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믿고 비빌 곳이 보건실이라 자주 드나든다고 하니, 초등 자녀를 두었다면 한 번쯤 아이에게 넌지시 이 부분을 물어볼 만하다.

그리고 초1 때 '이걸' 시켜보면 어느 정도 추후에 공부를 할 만한 녀석인지 가늠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줄넘기다. 가장 줄넘기를 오래 하는 아이가 그 반에서 가장 수업 태도가 바른 아이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줄넘기, 줄 서기, 앉아 있기, 이 모든 것은 자기 조절력과 관계가 있다. (31쪽) 자기 조절력은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여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능력인데, 저학년에는 신체 조절력을 요하는 활동을 하다 보면 자기 조절력을 어느 정도 알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 조절력이 있어야 추후에 학교 단체 생활에 맞춰 살아가며, 공부 시간에 주의 집중과 시간 조절, 계획 등을 조절하여 공부를 잘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프롤로그


이렇게 읽다 보니 예비 초등 3학년인 우리 집 아들의 지난 학교생활이 궁금해져 중간중간 질문도 해보고, 이미 지나온 지난 2년간의 학교생활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비록 나만의 분석 결과지만, 저자의 이런 생각들이 거의 들어맞는 거 같다. 반에서 줄넘기를 잘하는 아이들은 독서록, 일기장 등의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정도와 그 결과(반별 수상 경력), 학습 태도, 교우 관계 등이 비례하여 좋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앞으로’ 공부 잘할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령별로 나누어 중점을 두어 지도할 사항들이 잘 나와 있다.


목차 설명


목차들의 소제목만 봐도 여느 한국 맘의 양육 방식과는 반대로 이야기하고 있는 거 같다.

누가 이렇게 대놓고 집 안 치워도 되고, 밤새도록 책 많이 안 읽어줘도 되고, 좋은 책상 사주지 말고, 한자 급수 시험 안 봐도 된다고 자신 있게 책에 쓸 수 있을까?

저자는 초등 저학년 아이가 길러야 할 자율성과 주도성을 위해 부모는 이유 있는 자발적 방관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엄마의 욕심에 의해, 미숙함을 견디지 못해 아이가 할 수 있는 기회를 가로채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유식을 먹을 때도, 비록 먹는 것은 절반도 안 되지만 가족과 함께 식사 시간에 참여하고, 숟가락을 쥐고, 오래 자리에 앉아 있는 아이를 지켜봐 주자.

집중력이 짧은 아이들은 놀이할 때도 이 놀이, 저 놀이 여러 가지를 한다. 그러다 보면 집 안이 지저분해지기 일쑤다. 하지만 아이는 그다음 날도 자신의 계획에 따라 어제 하던 놀이를 이어 나간다. 그래서 마무리하지 못한 놀이가 있는 아이를 위해 집은 덜 깨끗해도 되고, 바로 청소하지 않는 편이 낫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가방 속에는 먹다 만 물과 간식 통, 아이가 만든 작품이 뒤섞여 있을지언정 아이 스스로 이 모든 걸 챙겨 온 것을 칭찬해 주자.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그곳에서 잘 지내다 온 아이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친구와 다투고 온 아이를 보고, 아이보다 더 속상해하며 화내지 말고, 아이들의 싸움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말자. 다만 내 아이의 편이 되어 속상한 마음에 공감해 주자. 그리고 위로받은 아이가 스스로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때로는 거짓말도 필요하다. “이건 비밀이야, 너를 @@보다 더 좋아해.”라는 말은 아이에게 보내는 따뜻한 정서적 지지가 되어준다.


책 살펴보기


읽다 보면, 따뜻하지만 이유 있는 방관을 도모하는 육아서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지켜봐 주고 아이의 정서를 지지해 주는 것만큼 아이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지만 결국 세상에서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실행해 볼 만한 다양한 정보도 담겨있어 좋은 육아 실용서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 중>


/집 안 치워도 괜찮아요/

아이는 놀이를 하면서 내 눈치를 보더니 놀이하다 말고 정리를 했다. 아이는 집에서 쉬지를 못했다.

밥에 계란프라이 하나 얹고 간장 넣고 비벼주면서 오늘 뭐 했는지, 웃으며 오냐오냐 사랑으로 먹였다면 그게 더 영양식이었을 텐데 말이다. 뒤늦게 후회하는 일은 정말 많다.

아이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청소도 좀 내려놓고, 아이에게 예쁜 옷 입히려는 욕심도 내려놓고, 다른 사람 시선에서 내려와도 괜찮다.

놀이를 이어가고 싶은 아이들

아이들은 집을 어질러도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집 청소는 딱 그때만 치우고 다시 어지르는 것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만 치우자. 설거지가 좀 안 되어 있으면 다음으로 미루면 된다. 그다음 날 아침에 에너지가 생기면 그때 치우자. 밥하기 싫은 날은 밖으로 나가면 된다. 산책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 몇 권 사주고 밖에서 저녁 한 끼 먹이고 돌아오면 된다.

너무 게으른 것 아닌가 걱정하고 있을 엄마들에게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어야겠다. 바로 놀이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치우면 안 된다. 아이들은 집중력이 짧아서 하나의 놀이를 끝까지 이어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하나의 놀이를 하다가 두 번째 놀이를 만들고, 세 번째 놀이를 만들어낸다. 그러다 그다음 날이면 어제 하던 두 번째 놀이를 이어서 하고, 세 번째 놀이를 이어서 하다가 첫 번째 놀이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놀이를 이어나가는데, 엄마가 치우면 어떻게 될까?

-61, 63쪽


/준비물을 하나하나 챙겨주지 마세요 /

아이에게 자기 주도성을 심어주는 일은 어쩌면 엄마가 아이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져 아이를 마음에서 놓는 연습을 하는 과정은 아닐까? 그렇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인지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태도'다. 자기 주도성이란 학교에 와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오기 전에 가정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자기 주도성이 있어야 학교에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다. 지금 앉아 있어야 하는지, 서 있어야 하는지, 움직여도 되는지,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숙제가 무엇인지, 내가 집에 가서 알아 와야 할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 학교에는 엄마가 없다. 선생님은 엄마가 아니다.- 145쪽

나는 알림장에서 숙제를 확인해도 늦은 밤까지 아이에게 절대 묻지 않는다. 자기 직전에도 하지 않으면 "숙제가 있지는 않아?" 하고 묻는다. 없다고 하면 가서 혼나든 어쩌든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는데, 대부분은 생각해 내어 졸린 눈을 비벼가며 숙제한다. 준비물은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나도 챙기지 않는데,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직접 잘 챙겨 학교에 간다.

"학교는 네가 다니는 곳이지, 엄마는 너의 반 학생이 아니야." -147쪽


/가정에서 만들어주는 학군이 진짜 학군이다/

맞벌이하며 아이를 잘 챙겨주지 못해 늘 마음이 쓰인다는 학부모님이 생각난다.

학부모 상담에도 참석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쁘셔서 전화로 상담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는 늘 정서적으로 따뜻하고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부모님이 잘 못 챙겨주셨지만, 부모님의 단단한 마음 위에 공부를 잘했다. 심지어 오빠는 아팠다.

선천적인 문제로 오빠가 큰 수술을 해야 할 때마다 아이는 이모 집, 할머니 집을 전전해야 했다. 그런데 아이는 늘 괜찮다고 했다. 필통을 보여주며 "저는 엄마가 저를 매일 사랑하는 것을 알아요."라고 했다.

아이의 필통 안에는 "엄마가 매일 사랑해."라고 적혀 있었다. 메시지 내용은 매일 바뀌었지만, 하루도 거른 날이 없었다. 아이는 매일 아침 오늘은 이런 말을 적어주셨다며 수줍게 말했다. 말수가 적은 아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늘 말이 많았다.

어떤 학군이 좋은 학군인지 아이들을 통해서 알게 된다. 경제적으로 좋은 학군에서도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을 많이 만난다. 부모가 돈이 얼마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좋은 집에 사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정서적으로 따뜻한 곳이 좋은 학군이다. -216, 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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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어휘 지식 백과 : 생활 교양 편 영어 어휘 지식 백과
이지연 지음 / 사람in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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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괜히 부아가 올라왔다. 아...왜 이런 책은 내 중고등학생 시절엔 없었던 거지? 단어를 이렇게 공부했다면 넓고도 깊게 영어 어휘를 익혔을 텐데...

아니, 어쩌면 영어를 좋아할 수도 있었겠다.

이 책을 고른 이유도 사실 다른 이들이 써준 전편 <영어 어휘 지식 백과 -인문 교양 편>에 대한 서평을 재미나게 읽어 이번 서평을 신청했던건데, 역시 긴 시간 동안(이 책이 나오기까지 7년이 걸렸다고 한다) 공들인 정성이 여기 저기서 느껴져서 작가의 이력과 머릿말을 중간중간 다시 돌아와 살피기도 했다.

<책의 표지 전면>


영어 어휘를 외우는 방법은 참으로 많다. 단어에서 연상되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한 단어장부터 단어의 발음을 우리나라 말과 유사한 단어와 연계하여 뇌에 각인시키듯 외우는 등 의도적이면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어야 영어 어휘가 습득된다.

그러나 그렇게 들인 시간이 무색하게 잊혀지는 것은 순식간인 거 보면, 어휘 외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 책은 영어 어휘에 대해 일곱 가지의 큰 주제로 나누고, 이를 또다시 세분화하여 어휘를 영역별로 묶어 소개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원과 어휘가 나오게 된 문화적, 역사적 배경과 함께 내용을 풀어나간다. 그렇기에 단어 공부로 접근한다기보다는 상식서나 교양서를 읽는 기분이 들어 외우는 것에 대해 부담을 떨치게 한다. 과연 '영어 어휘 지식 백과'이라는 제목에 딱 들어맞는다.


<책의 표지 후면과 7개의 주제>


저자 이지연은 현재 영어 연구소 소장이며, 미국 남가주대 영어교육학 TESOL석사를 취득한 영어 교육 전문가이자 지금까지 100여권의 영어교재의 저술해왔고, 현재는 영어 관련 연구 및 강연을 하고 있다.

이런 영어 전문가가 생각하는 영어란 글로벌 시대에 '권력'이면서 동시에 참지식을 맛볼 수 있는 '통로'라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어는 현재도 여러 나라에서 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역사가 꽤 오래된 언어이다. 또한 영어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용어이기도 하다. 많은 문화권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사용한 영어는 파생된 어휘들도 아마 상당할 것이다. 그러기에 이런 영어의 어휘는 여러 문화로 연결 통로가 되어 준다고 여기는 것 같다.


<책의 표지 날개에 적힌 저자의 말>


저자는 영어 어휘의 방대함과 지식적 가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영어 어휘는 무척이나 다양한 언어들의 영향을 받은 결과물이다. 로마제국 시대에는 라틴어, 노르만 정복으로는 프랑스어의 영향을 받았으며, 좀 더 가까이는 신대륙의 발견과 함께 이민자의 나라답게 다양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미국에 와 수많은 언어가 섞이면서 현재의 영어 어휘가 탄생하게 되었다. 어휘 하나를 파고들다 보면 어떻게 해서 이런 뜻을 지니게 되었는지 어원을 알게 되고, 어원을 알게 되면 그 옛날 해당 어원이 그 뜻을 지닐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을 알게 된다. 이런 포괄적 지식들의 결합체인 어휘를 알아갈 때, 교양의 토대가 되는 배경지식도 함께 쌓인다. 단순히 어휘의 1차적인 우리말 뜻을 아는 것을 넘어 교양서를 읽어 내는 지식의 보고가 손 안에 들어온다."

단순히 어휘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어휘에 딸려있는 수많은 배경지식을 한 권에 녹여내다보니 책이 꽤 두껍다. 하지만 이렇게 어휘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관련 지식과 다양한 표현들까지 알려주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을 거다.


<책의 목차>

책을 살펴보면, 각 장은 7개의 주제로 나뉘는데, 이는 오락과 스포츠, 뷰티 패션 집, 음식, 건강, 정보통신과 교통수단, 경제, 사회와 제도이다.

각 장은 또다시 소주제로 나뉜다.

<3장 음식>을 예로 들면, '음식'이란 주제 안에 8개의 소주제로 식사와 식당, 식습관과 다이어트, 양념과 향신료, 6대 영양소와 식중독, 육류와 곡류, 생선과 해산물, 과일과 채소, 음료와 디저트로 유닛을 나누고 있다.

이들 유닛마다 소주제에 관한 개관, 소주제마다의 세부적 어휘를 분류하여 그 어휘의 어원과 사회, 문화, 역사적 배경이 소개된다. 물론 어원에서 파생된 다양한 품사의 어휘도 나온다. 이 설명 부분을 참 재밌게 읽었고, 어원에서 파생된 다양한 어휘도 자연스레 알게 되어 매우 유용했다. 각 유닛마다 나왔던 모든 어휘는 원어민 발음으로 들을 수 있도록 음원도 QR코드 링크를 두어 제공하고 있다. 각 장마다 추가로 유닛에 따로 담지 못한 관련 표현들까지 나와서 끝까지 정성을 들인 노력이 보인다.


<1장 오락과 스포츠 중 일부>


<유닛마다 다양한 사진과 그림>


이 책이 더욱 와닿는 건 아마도 영어에 대한 저자의 확고한 철학이 반영되어 있기에 그러한 거 같다.

"영어 어휘와 교양, 대부분 사람들은 이 두 가지의 접점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아마 영어 어휘와 우리말 해석이라는 1대1 대응에 익숙해져 거기서 어떤 교양과 관련된 지식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고정관념 때문일 것입니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고, 영어를 처음 접했던 중학교 1학년 시절이 떠올랐다.

매번 수업 시작 시 분단마다 아이들을 줄세워 단어를 물어보는 영어 선생님이 공포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어떤 부연설명도 없이 영어 어휘들과 우리말을 우격다짐으로 외우게 했는데, 그때의 어휘보다는 성질내는 선생님의 얼굴과 수업 전 긴장했던 느낌이 먼저 떠오르는 건 유감이다.

만약 중학교 때 'salt'를 배우면서, 라틴어로 소금인 'sal'에서 유래되어 '소금으로 절여진'이란 뜻의 salsus나 이탈리아 소시지인 salami, sausage가 자연스레 연결되도록 배우고, 로마시대 급료를 소금으로 받던 데에서 유래한 봉급이란 뜻의 salary까지 배웠다면 얼마나 잘 외워졌을까? 한 단어에서 알토란처럼 여러 어휘들을 넝쿨째 알게 되고, 배경지식도 얻게 되니 이만큼 훌륭한 교재도 없으련만...지금이라도 만나 아쉬움을 달랜다.

한 단어에서 수많은 가지치기가 가능하려면 어휘마다 언어적, 문화적, 역사적, 필요한 경우 전문영역별으로 접근해야 가능해지는데, 이렇게 접근하는 방법은 사실 시간적으로나 지식적으로 한계가 따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렇게 다양한 지식의 창고로 연결고리가 생겨나 따로 찾아보는 노력이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의 막막함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언어에 대해 어원 및 언어 사용 문화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있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인 거 같아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해박하면서도 깊이있는 영어 지식에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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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킹 101 : 더 나은 삶을 위한 생각하기 연습
안우경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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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책을 즐겨 읽지만 주로 정신과 전문의가 쓴 책을 읽었던 거 같다. 하지만 저자가 심리학과 교수라면 왠지 전공서적과 같이 어렵고, 일상과 동떨어진 학문의 영역으로 접근해야 할 거 같아 망설였다. 사실 이 책도 그런 느낌이지만 항상 말랑말랑한 위로의 심리학 책 말고 뭔가 전문적인 어른 책을 읽고 싶어 시작했었다.

게다가 예일대 심리학 교수의 인지심리학 책이라고 하니 관심이 갔다. '뭔가 공부 좀 되겠는데?' 하면서 책장을 펼쳤더랬다.

저자에 대해서는 신문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다.

안우경 교수는 현재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석좌교수다. 한국에서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2022년, 뛰어난 교수 능력을 인정받아 예일대학교에서 수여하는 렉스 힉슨 상을 받았다. 레스 힉스 상은 순전히 강의를 들은 학생들의 평가만으로 수여하는 상으로 대단히 영예로운 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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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 재단 : 확보하고 격리하고 보호하라 6 - 비일상 미스터리 그래픽 노블 SCP 재단 그래픽 노블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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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이거나 초자연적인 존재나 현상은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런 이야기에 열광하기에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기이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은 언제 어디서나 있어 왔고, 지금도 이야기된다.

꼬리 9개로 둔갑술을 펼치는 우리나라의 구미호에서부터 달빛을 받으면 늑대로 변하는 유럽의 늑대 인간까지, 다양한 괴물이나 비현실적인 존재는 시간을 거듭하며 문학이나 영화 등에서 계속 다뤄지고, 때로는 새롭게 변화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에서 이런 비현실적인 상상력을 모아 보면 어떻게 될까?

엄청난 내용들이 쏟아져 나올 거 같은데...

실제 이런 일을 진행하고 있는 재단이 있다고 하니, 나만 여태 몰랐구나!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바로 SCP 재단이다!



SCP 재단은 2008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창작물 프로젝트로, 전 세계의 누구나 참여하여 초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독창적이고 놀라운 이야기를 모으고, 생산하고, 관리하고 있다. 그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내용을 모아 <확보하고 격리하고 보호하라 SCP 재단> 시리즈를 엮어 한국판으로 소개되어 나왔다.

마치 요즘 아이들이 열광하는 포켓몬 시리즈의 온갖 괴물들처럼 이 재단 소속의 여러 초자연적 존재들을 등급화하여 이들을 등장시킨 에피소드들로 이야기를 엮어가니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판타지나 미스터리 마니아들이 계속해서 찾는 인기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SCP 재단의 존재들은 하나같이 기괴하고, 상상력을 초월한다. 또한 이들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면 사실 여러 분야의 전문 용어도 등장하고, 여러 나라의 다양한 신화나 종교, 민간 설화 등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경우도 있어 그 범위가 상당히 방대하다. 전 세계 100만 명이 참여하기에 이야기의 내용은 풍부하고 무척 흥미로우며, 때로는 이질적이기도 하다.


용, 빙의가 가능한 샤워기 등 다양한 비현실적 존재들이 가득!


이번 <확보하고 격리하고 보호하라 SCP 재단 6> 권에서는 SCP 재단의 격리 등급 중 '안전' 등급인 일련번호 566-KO를, 이를 노리는 '삼대천'그룹의 사람들로부터 지켜내는 것이다.



그러나 재단의 요원이라는 사람들은 이 일을 하기에 매우 잘 훈련된 거 같지 않다.

어설프지만 여러 우여곡절도 등장하는데, 이들이 마주치는 이들은 하나같이 뭔가 의뭉스러운 면이 있고, 단순하지만은 않다. 재단 요원들은 566-KO를 과연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지.


제일 재미있던 442-KO 황소 설명 24


개체들의 등급


소개된 개체마다 창작자 표시


중간중간 소개되는 SCP 재단의 다양한 항목들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왜 삼대천에서는 이 566-KO를 노리는지,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존재들과 어떻게 대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지 보는 것도 포인트다. 여기서 가장 힘이 없고, 무엇에 쓰는 물건? 인지 존재감이 없던 그 무엇에 의한 반전 포인트도 볼 만하다!

물론 여러 존재들이 억지로(?) 등장하는 부분과 조금 폭력적인 장면, 항목 해설이 어린이들이 보기에 좀 과잉인 측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런 부분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창의적이고 기발한 존재들이 많고, 그 설명들이 흥미롭다.

곧 SCP 재단 도감도 나오지 않을까나? 아니 벌써 나왔을지도...

계속 시리즈로 소개될 SCP 재단의 존재들도 궁금하고, 이들과 펼쳐질 에피소드들도 궁금하여 계속 찾게 될 거 같다.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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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3 문해력이 평생 공부습관 만든다 - 글쓰기로 완성하는 우리 아이 공부머리
임영수 지음 / 청림Life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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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2년은 우리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거대한 실험을 한 듯하다.

평소에 막연히 생각만 갖고 있던 것을 시험 삼아 시도한 것들이 참 많았다.

그중 학교교육에 원격교육을 도입한 것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인 것 같다.

우리 집 초2 아이도 그 변화에 부응하듯 마스크는 속옷처럼 절대 벗으면 안 되는 것과 더불어 화면이나 동영상으로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에 익숙해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달갑지는 않지만 줌으로 소통하고, 유튜브 영상을 통해 개념을 숙지하는 것이 아이는 친숙해진 거 같다.

중간중간 원격으로 공부하던 유치원과 초등 1학년 과정을 지나 2022년에는 온전히 학교에서 공부하며 다행히 2학년을 잘 마쳐 3학년을 기다리고 있다.

3학년을 기다리며 받아 온 교과서는 1,2학년의 귀엽고, 만만해 보이던 내용이 아닌 본격적인 공부를 알리기라도 하듯 국어, 사회, 과학, 수학 등등 과목명이 딱 박혀있다. 그 내용을 가볍게 들쳐봐도 1,2학년의 내용과는 매우 다른 차원이다.

우선 수학부터 살펴보면 그 용어가 한층 수학적으로 변했다. '선분, 직선, 반직선'에서부터 분수, 소수에 이르기까지 이제 수학다워진 용어를 사용한다. 또한 과학에서도 물체와 물질이라는 용어의 구분부터 시작한다. 이젠 각 학문마다의 어휘와 개념을 슬슬 머릿속에 탑재해야 하고 이들 용어로 대화와 사고를 하며 수업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는 초등 3학년에서 아이들의 학습 격차가 많이 벌어진다고들 한다.

예비 3학년이기에 와닿지 않다가 교과서를 보니 눈이 번쩍 뜨여 요즘엔 집안에 있는 다양한 도서를 통해 곧 접하게 될 다양한 기본 개념과 어휘를 다시 한번 읽어보도록 하고는 있다.

이러한 3학년 아이들의 변화를 이미 현장에서 간파한 임영수 교사는 <초3 문해력이 평생 공부습관 만든다>이라는 책을 통해 초3부터 목격되는 학습 격차의 이유와 해결책을 말한다.

<표지와 저자소개>

<책의 목차>

저자는 똑같은 수업을 듣더라도 수업 시간에 잘 따라오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교사가 하는 말은 물론 교과서에 실린 지문 자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수업 시간에 힘든 아이들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어휘력은 비단 국어뿐만 아니라 타 교과 수업에도 연결이 된다. 타 교과의 지문에는 교과와 관련된 학습 용어가 늘 새롭게 나온다. 어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다른 교과 학습에도 영향을 준다. 어휘를 모르면 자연스럽게 수업 시간에 집중이 되지 않고 재미없고 힘든 시간만 이어지게 된다.(21쪽)"


<초3학년부터 교실에서 학습 격차가 벌어진다. 21쪽>

이렇게 어휘력이 부족하고, 글을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고(기초 문해력 부족), 관련하여 사고하는 단계(추론, 분석, 비판, 해석 등의 사고력을 요하는 문해력)로 발전할 수 없다면 결국은 학습 능력의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비단 학교 수업 시간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문해력은 삶의 질까지 결정한다고 한다.(24~27쪽) 잘 다져진 문해력을 통해 좋은 글을 읽으며 쌓은 재료를 이용하여 지식을 변형하고 창조하며, 인생에서 스스로 중심을 잡고 잘 살아게 하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단순히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한다.

요즘은 문서 정보가 넘쳐나고 접할 기회도 많지만, 분절된 글이 아닌 '온전한' 글을 '제대로' 읽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온작품' '온책' 읽기 등의 움직임도 여기에서 나온 거 같다.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제대로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의 장점은 이 물음들에 답해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제대로 읽기'란 책과 '나'와 연결되는 것이라 한다. 책을 '나'와 연결하여 완전히 이해하고 이해를 넘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러야 '제대로' 읽었다 말할 수 있다. 이는 글을 읽는 동안이나 읽은 후에도 하나의 메시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책을 내면화하여 나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처럼 제대로 된 읽기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문해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7단계의 글쓰기 루틴을 제시했다. 물론 현장에서 초등 국어과 수석교사를 하며 얻게 된 수업 경험을 기반으로 하였다.

문해력을 기를 때 유독 '글쓰기'를 강조하였는데, 읽기만 해서는 생각이 흩어져 버리기 때문에 7단계 글쓰기 루틴을 통해 나와 책을 연결하도록 한다.

눈으로만 쓱 읽고 지나갈 게 아니라 루틴을 통해 여러 읽기와 쓰기 미션을 수행하며 책을 온전히 읽을 수 있다. 쓰기는 읽기에 비해 좀 더 능동적인 활동이고, 의미를 창조해 내는 적극적인 행위이기에 글을 제대로 읽게 해준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능동적인 글 읽기를 통해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평생 독자가 되도록 한다.


7단계 루틴 제시(78~79)

7단계 글쓰기 루틴은 밑줄 긋기-문장 수집하기-독서 노트 쓰기- 요약하기-생각 정리 글쓰기-배움 정리 글쓰기- 쓰기 루틴 만들기로 단계를 나눈다.

각 단계별로 개인적인 글 읽기에 활용하기에도 좋고, 자녀가 있다면 오늘부터 실천해 봐도 좋을 전략이 소개되어 있다.

이 중 아이와 해본 활동이 문장 수집하기 전략 중 전사하기였다. 초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아이들이 쓴 글을 분석해 보니 읽었던 글의 특징이 반영되어 있었다는 연구가 있다고 하니 의식적으로 좋은 문장과 바른 문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이가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특정 작가의 작품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써보도록 하였고(전사하기), 이 문장을 변형(문장 변형하기) 하여 자신의 일기에 활용해 보도록 했다. 또한 저자가 제시하는 독서노트 쓰기 단계에서 사색질문하기 전략도 바로 활용해 볼 만했다. 아이와 책을 읽으면서 질문을 서로 던져 보았다. 물론 아직 이 책을 읽고 적용해 본 지 얼마 안 되었지만 평상시 책을 그냥 읽기만 하는 것에서 내 삶에 적용해 보는 여러 전략들을 알려주어서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따라해 본 전사하기>

이 책에서는 읽고 쓰는 능력은 타고난 게 아닌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역량이라 평생 끊임없이 읽고 쓰고 갈고닦아야 한다고 말한다. 초석을 다져야 할 아이들뿐 아니라 읽기와 쓰기에서 멀어진 어른들도 적용할 만한 다양한 전략과 의지를 다질 수 있는 조언이 들어있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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