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어휘 지식 백과 : 생활 교양 편 영어 어휘 지식 백과
이지연 지음 / 사람in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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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괜히 부아가 올라왔다. 아...왜 이런 책은 내 중고등학생 시절엔 없었던 거지? 단어를 이렇게 공부했다면 넓고도 깊게 영어 어휘를 익혔을 텐데...

아니, 어쩌면 영어를 좋아할 수도 있었겠다.

이 책을 고른 이유도 사실 다른 이들이 써준 전편 <영어 어휘 지식 백과 -인문 교양 편>에 대한 서평을 재미나게 읽어 이번 서평을 신청했던건데, 역시 긴 시간 동안(이 책이 나오기까지 7년이 걸렸다고 한다) 공들인 정성이 여기 저기서 느껴져서 작가의 이력과 머릿말을 중간중간 다시 돌아와 살피기도 했다.

<책의 표지 전면>


영어 어휘를 외우는 방법은 참으로 많다. 단어에서 연상되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한 단어장부터 단어의 발음을 우리나라 말과 유사한 단어와 연계하여 뇌에 각인시키듯 외우는 등 의도적이면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어야 영어 어휘가 습득된다.

그러나 그렇게 들인 시간이 무색하게 잊혀지는 것은 순식간인 거 보면, 어휘 외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 책은 영어 어휘에 대해 일곱 가지의 큰 주제로 나누고, 이를 또다시 세분화하여 어휘를 영역별로 묶어 소개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원과 어휘가 나오게 된 문화적, 역사적 배경과 함께 내용을 풀어나간다. 그렇기에 단어 공부로 접근한다기보다는 상식서나 교양서를 읽는 기분이 들어 외우는 것에 대해 부담을 떨치게 한다. 과연 '영어 어휘 지식 백과'이라는 제목에 딱 들어맞는다.


<책의 표지 후면과 7개의 주제>


저자 이지연은 현재 영어 연구소 소장이며, 미국 남가주대 영어교육학 TESOL석사를 취득한 영어 교육 전문가이자 지금까지 100여권의 영어교재의 저술해왔고, 현재는 영어 관련 연구 및 강연을 하고 있다.

이런 영어 전문가가 생각하는 영어란 글로벌 시대에 '권력'이면서 동시에 참지식을 맛볼 수 있는 '통로'라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어는 현재도 여러 나라에서 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역사가 꽤 오래된 언어이다. 또한 영어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용어이기도 하다. 많은 문화권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사용한 영어는 파생된 어휘들도 아마 상당할 것이다. 그러기에 이런 영어의 어휘는 여러 문화로 연결 통로가 되어 준다고 여기는 것 같다.


<책의 표지 날개에 적힌 저자의 말>


저자는 영어 어휘의 방대함과 지식적 가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영어 어휘는 무척이나 다양한 언어들의 영향을 받은 결과물이다. 로마제국 시대에는 라틴어, 노르만 정복으로는 프랑스어의 영향을 받았으며, 좀 더 가까이는 신대륙의 발견과 함께 이민자의 나라답게 다양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미국에 와 수많은 언어가 섞이면서 현재의 영어 어휘가 탄생하게 되었다. 어휘 하나를 파고들다 보면 어떻게 해서 이런 뜻을 지니게 되었는지 어원을 알게 되고, 어원을 알게 되면 그 옛날 해당 어원이 그 뜻을 지닐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을 알게 된다. 이런 포괄적 지식들의 결합체인 어휘를 알아갈 때, 교양의 토대가 되는 배경지식도 함께 쌓인다. 단순히 어휘의 1차적인 우리말 뜻을 아는 것을 넘어 교양서를 읽어 내는 지식의 보고가 손 안에 들어온다."

단순히 어휘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어휘에 딸려있는 수많은 배경지식을 한 권에 녹여내다보니 책이 꽤 두껍다. 하지만 이렇게 어휘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관련 지식과 다양한 표현들까지 알려주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을 거다.


<책의 목차>

책을 살펴보면, 각 장은 7개의 주제로 나뉘는데, 이는 오락과 스포츠, 뷰티 패션 집, 음식, 건강, 정보통신과 교통수단, 경제, 사회와 제도이다.

각 장은 또다시 소주제로 나뉜다.

<3장 음식>을 예로 들면, '음식'이란 주제 안에 8개의 소주제로 식사와 식당, 식습관과 다이어트, 양념과 향신료, 6대 영양소와 식중독, 육류와 곡류, 생선과 해산물, 과일과 채소, 음료와 디저트로 유닛을 나누고 있다.

이들 유닛마다 소주제에 관한 개관, 소주제마다의 세부적 어휘를 분류하여 그 어휘의 어원과 사회, 문화, 역사적 배경이 소개된다. 물론 어원에서 파생된 다양한 품사의 어휘도 나온다. 이 설명 부분을 참 재밌게 읽었고, 어원에서 파생된 다양한 어휘도 자연스레 알게 되어 매우 유용했다. 각 유닛마다 나왔던 모든 어휘는 원어민 발음으로 들을 수 있도록 음원도 QR코드 링크를 두어 제공하고 있다. 각 장마다 추가로 유닛에 따로 담지 못한 관련 표현들까지 나와서 끝까지 정성을 들인 노력이 보인다.


<1장 오락과 스포츠 중 일부>


<유닛마다 다양한 사진과 그림>


이 책이 더욱 와닿는 건 아마도 영어에 대한 저자의 확고한 철학이 반영되어 있기에 그러한 거 같다.

"영어 어휘와 교양, 대부분 사람들은 이 두 가지의 접점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아마 영어 어휘와 우리말 해석이라는 1대1 대응에 익숙해져 거기서 어떤 교양과 관련된 지식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고정관념 때문일 것입니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고, 영어를 처음 접했던 중학교 1학년 시절이 떠올랐다.

매번 수업 시작 시 분단마다 아이들을 줄세워 단어를 물어보는 영어 선생님이 공포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어떤 부연설명도 없이 영어 어휘들과 우리말을 우격다짐으로 외우게 했는데, 그때의 어휘보다는 성질내는 선생님의 얼굴과 수업 전 긴장했던 느낌이 먼저 떠오르는 건 유감이다.

만약 중학교 때 'salt'를 배우면서, 라틴어로 소금인 'sal'에서 유래되어 '소금으로 절여진'이란 뜻의 salsus나 이탈리아 소시지인 salami, sausage가 자연스레 연결되도록 배우고, 로마시대 급료를 소금으로 받던 데에서 유래한 봉급이란 뜻의 salary까지 배웠다면 얼마나 잘 외워졌을까? 한 단어에서 알토란처럼 여러 어휘들을 넝쿨째 알게 되고, 배경지식도 얻게 되니 이만큼 훌륭한 교재도 없으련만...지금이라도 만나 아쉬움을 달랜다.

한 단어에서 수많은 가지치기가 가능하려면 어휘마다 언어적, 문화적, 역사적, 필요한 경우 전문영역별으로 접근해야 가능해지는데, 이렇게 접근하는 방법은 사실 시간적으로나 지식적으로 한계가 따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렇게 다양한 지식의 창고로 연결고리가 생겨나 따로 찾아보는 노력이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의 막막함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언어에 대해 어원 및 언어 사용 문화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있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인 거 같아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해박하면서도 깊이있는 영어 지식에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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