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방관육아 - 프랑스도 인정한 한국 엄마의 특별한 육아법 자발적 방관육아
최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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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방관 육아>는 초등 교사이면서 두 딸을 기르는 엄마인 저자가 그간 학교 현장과 육아에서 깨달은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써 내려간 책이다.

프롤로그에는 제목부터가 구미를 당긴다. ‘나만 알고 싶은 상위 2% 아이를 만드는 비법’으로 시작하는 이 글에서는 매일 교실에서 만나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을 가정에서는 어떻게 키우는지 비법을 전수한다.

방관 육아라 해서 좀 여유 있게 아이를 키우라는 육아서라 여겼는데, 제목하고 다르게 처음 책을 펼쳐 이 부분을 읽으며, 교사가 만난 공부 잘하는 아이는 비법이라 하니 정신 바짝 차리고, 꼼꼼히 봐야 하나 싶었다. 공부 잘하는 아이의 노하우니 또 스트레스 같은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려고 하였다. 하지만 읽어가면서 마음이 풀어지면서 가슴이 따뜻해지고, 우리 아이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표지


저자의 소개


그래서 그 상위 2%의 아이를 만드는 그 비법이 도대체 뭔가?

그건 아이들을 의도적으로 방관하며 키우는 것. 쉽고 간단한 비밀이다.

하지만 이 ‘의도적 방관’이라는 키워드 안에는 수많은 노하우가 숨어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나이대별로 나누어 설명해 준다.

<1장 공부 잘하는 아이는 뭐가 다르지?>에서는 초등 교사만의 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아이들 판별 비법을 소개한다.

소위 ‘앞으로’ 공부 잘할 아이들은 어떤 특징을 지닐까?

현장에서 봤을 때 공부 잘하는 아이는 ‘이곳’을 자주 안 가고, 1학년 때 ‘이것’ 시켜보면 어느 정도 고학년의 모습을 가늠한다고 한다.

음...‘이곳’은 어딜까? 화장실? 땡!!!

답은 보건실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보건실에 자주 드나드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런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가정에서 안전과 소속, 애정의 욕구가 덜 채워져서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이가 기본적이면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면 공부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가 보다.

나도 이 말에 극히 공감한다. 저자는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을 들어 설명하는데, 정서적으로 기본적인 욕구(안전, 애정, 소속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학교에서 존경과 자아실현의 욕구, 즉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한다. 어릴 때 사랑받은 경험이 없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믿고 비빌 곳이 보건실이라 자주 드나든다고 하니, 초등 자녀를 두었다면 한 번쯤 아이에게 넌지시 이 부분을 물어볼 만하다.

그리고 초1 때 '이걸' 시켜보면 어느 정도 추후에 공부를 할 만한 녀석인지 가늠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줄넘기다. 가장 줄넘기를 오래 하는 아이가 그 반에서 가장 수업 태도가 바른 아이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줄넘기, 줄 서기, 앉아 있기, 이 모든 것은 자기 조절력과 관계가 있다. (31쪽) 자기 조절력은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여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능력인데, 저학년에는 신체 조절력을 요하는 활동을 하다 보면 자기 조절력을 어느 정도 알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 조절력이 있어야 추후에 학교 단체 생활에 맞춰 살아가며, 공부 시간에 주의 집중과 시간 조절, 계획 등을 조절하여 공부를 잘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프롤로그


이렇게 읽다 보니 예비 초등 3학년인 우리 집 아들의 지난 학교생활이 궁금해져 중간중간 질문도 해보고, 이미 지나온 지난 2년간의 학교생활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비록 나만의 분석 결과지만, 저자의 이런 생각들이 거의 들어맞는 거 같다. 반에서 줄넘기를 잘하는 아이들은 독서록, 일기장 등의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정도와 그 결과(반별 수상 경력), 학습 태도, 교우 관계 등이 비례하여 좋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앞으로’ 공부 잘할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령별로 나누어 중점을 두어 지도할 사항들이 잘 나와 있다.


목차 설명


목차들의 소제목만 봐도 여느 한국 맘의 양육 방식과는 반대로 이야기하고 있는 거 같다.

누가 이렇게 대놓고 집 안 치워도 되고, 밤새도록 책 많이 안 읽어줘도 되고, 좋은 책상 사주지 말고, 한자 급수 시험 안 봐도 된다고 자신 있게 책에 쓸 수 있을까?

저자는 초등 저학년 아이가 길러야 할 자율성과 주도성을 위해 부모는 이유 있는 자발적 방관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엄마의 욕심에 의해, 미숙함을 견디지 못해 아이가 할 수 있는 기회를 가로채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유식을 먹을 때도, 비록 먹는 것은 절반도 안 되지만 가족과 함께 식사 시간에 참여하고, 숟가락을 쥐고, 오래 자리에 앉아 있는 아이를 지켜봐 주자.

집중력이 짧은 아이들은 놀이할 때도 이 놀이, 저 놀이 여러 가지를 한다. 그러다 보면 집 안이 지저분해지기 일쑤다. 하지만 아이는 그다음 날도 자신의 계획에 따라 어제 하던 놀이를 이어 나간다. 그래서 마무리하지 못한 놀이가 있는 아이를 위해 집은 덜 깨끗해도 되고, 바로 청소하지 않는 편이 낫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가방 속에는 먹다 만 물과 간식 통, 아이가 만든 작품이 뒤섞여 있을지언정 아이 스스로 이 모든 걸 챙겨 온 것을 칭찬해 주자.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그곳에서 잘 지내다 온 아이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친구와 다투고 온 아이를 보고, 아이보다 더 속상해하며 화내지 말고, 아이들의 싸움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말자. 다만 내 아이의 편이 되어 속상한 마음에 공감해 주자. 그리고 위로받은 아이가 스스로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때로는 거짓말도 필요하다. “이건 비밀이야, 너를 @@보다 더 좋아해.”라는 말은 아이에게 보내는 따뜻한 정서적 지지가 되어준다.


책 살펴보기


읽다 보면, 따뜻하지만 이유 있는 방관을 도모하는 육아서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지켜봐 주고 아이의 정서를 지지해 주는 것만큼 아이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지만 결국 세상에서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실행해 볼 만한 다양한 정보도 담겨있어 좋은 육아 실용서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 중>


/집 안 치워도 괜찮아요/

아이는 놀이를 하면서 내 눈치를 보더니 놀이하다 말고 정리를 했다. 아이는 집에서 쉬지를 못했다.

밥에 계란프라이 하나 얹고 간장 넣고 비벼주면서 오늘 뭐 했는지, 웃으며 오냐오냐 사랑으로 먹였다면 그게 더 영양식이었을 텐데 말이다. 뒤늦게 후회하는 일은 정말 많다.

아이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청소도 좀 내려놓고, 아이에게 예쁜 옷 입히려는 욕심도 내려놓고, 다른 사람 시선에서 내려와도 괜찮다.

놀이를 이어가고 싶은 아이들

아이들은 집을 어질러도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집 청소는 딱 그때만 치우고 다시 어지르는 것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만 치우자. 설거지가 좀 안 되어 있으면 다음으로 미루면 된다. 그다음 날 아침에 에너지가 생기면 그때 치우자. 밥하기 싫은 날은 밖으로 나가면 된다. 산책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 몇 권 사주고 밖에서 저녁 한 끼 먹이고 돌아오면 된다.

너무 게으른 것 아닌가 걱정하고 있을 엄마들에게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어야겠다. 바로 놀이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치우면 안 된다. 아이들은 집중력이 짧아서 하나의 놀이를 끝까지 이어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하나의 놀이를 하다가 두 번째 놀이를 만들고, 세 번째 놀이를 만들어낸다. 그러다 그다음 날이면 어제 하던 두 번째 놀이를 이어서 하고, 세 번째 놀이를 이어서 하다가 첫 번째 놀이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놀이를 이어나가는데, 엄마가 치우면 어떻게 될까?

-61, 63쪽


/준비물을 하나하나 챙겨주지 마세요 /

아이에게 자기 주도성을 심어주는 일은 어쩌면 엄마가 아이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져 아이를 마음에서 놓는 연습을 하는 과정은 아닐까? 그렇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인지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태도'다. 자기 주도성이란 학교에 와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오기 전에 가정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자기 주도성이 있어야 학교에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다. 지금 앉아 있어야 하는지, 서 있어야 하는지, 움직여도 되는지,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숙제가 무엇인지, 내가 집에 가서 알아 와야 할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 학교에는 엄마가 없다. 선생님은 엄마가 아니다.- 145쪽

나는 알림장에서 숙제를 확인해도 늦은 밤까지 아이에게 절대 묻지 않는다. 자기 직전에도 하지 않으면 "숙제가 있지는 않아?" 하고 묻는다. 없다고 하면 가서 혼나든 어쩌든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는데, 대부분은 생각해 내어 졸린 눈을 비벼가며 숙제한다. 준비물은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나도 챙기지 않는데,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직접 잘 챙겨 학교에 간다.

"학교는 네가 다니는 곳이지, 엄마는 너의 반 학생이 아니야." -147쪽


/가정에서 만들어주는 학군이 진짜 학군이다/

맞벌이하며 아이를 잘 챙겨주지 못해 늘 마음이 쓰인다는 학부모님이 생각난다.

학부모 상담에도 참석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쁘셔서 전화로 상담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는 늘 정서적으로 따뜻하고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부모님이 잘 못 챙겨주셨지만, 부모님의 단단한 마음 위에 공부를 잘했다. 심지어 오빠는 아팠다.

선천적인 문제로 오빠가 큰 수술을 해야 할 때마다 아이는 이모 집, 할머니 집을 전전해야 했다. 그런데 아이는 늘 괜찮다고 했다. 필통을 보여주며 "저는 엄마가 저를 매일 사랑하는 것을 알아요."라고 했다.

아이의 필통 안에는 "엄마가 매일 사랑해."라고 적혀 있었다. 메시지 내용은 매일 바뀌었지만, 하루도 거른 날이 없었다. 아이는 매일 아침 오늘은 이런 말을 적어주셨다며 수줍게 말했다. 말수가 적은 아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늘 말이 많았다.

어떤 학군이 좋은 학군인지 아이들을 통해서 알게 된다. 경제적으로 좋은 학군에서도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을 많이 만난다. 부모가 돈이 얼마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좋은 집에 사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정서적으로 따뜻한 곳이 좋은 학군이다. -216, 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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