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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을 넘어 - 정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앤서니 앳킨슨 지음, 장경덕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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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대선 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말이 있었다.

 

  "경제 민주화"

 

  도대체 저것이 무엇이냐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아직도 경제 민주화가 무엇인지 제대로 감도 못잡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나도 후자에 많이 가까운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만 학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상식 수준으로 생각을 해보고 내린 결론이 이거다.

 

  "돈 많은 사람만 잘 사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최소한의 생존권은 위협받지 않는 분배가 실현되는 것"

 

  좋은 말이다. 그렇지만 이것을 이루기가 얼마나 지난한지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경제 민주화의 경자만 꺼내도 빨갱이 취급을 받는 세상에서, 시장(서울 시장이 아니다.)이 거의 신처럼 대우받는 세상 속에서 경제 민주화를 입에 올리는 것이 목숨을 걸고 하는 이야기인지를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가 이를 입에 올렸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갔다. 그러면서도 저러다 말겠지라는 생각도 동시에 품었다. 아무리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노무현이 이 부분을 넘지 못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 이상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민주화를 공약으로 걸고 나왔다. 그 아버지가 어떻게 했는지는 잠시 깜빡했는지 모를 일이지만 김종인씨까지 영입하면서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거기에 깜빡 넘어가서 이왕이면 다홍치마, 위대한 영도자 박정희 각하의 영애가 이젠 다른 세상을 열려나 보다라면서 표를 몰아줬다. 다 모아도 절반이 안된다는 패배감을 추스리기도 전에, 그 경제 민주화가 실종되었다.

 

  말은 그럴듯 했지만 김종인씨가 팽당했다. 쫓겨나면서 많이도 억울했나보다. 새누리당이 경제 민주화를 포기했다는 짹 소리를 내면서 갔다. 여기에서부터 신호탄이 되어서 곳곳에서 역주행이 벌어지고 있다. MB처럼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아니면서 굳건히 그 기조에는 공조하고 있다. 복지도 줄고, 누리 과정도 줄고, 어르신들 수당도 줄었다. 그러면서 솔솔 풍겨나오는 이야기들이 이러다 다 죽는다. 기업이 죽으면 나라도 죽고, 국민도 죽는다고 말한다. 철지난 트리클 다운 효과를 만병통치약처럼 꺼낸다. 너무 기업 편에 서기만 하면 MB와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나 보다.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과감히 탈피하면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죽는다는 기업들의 항의를 묵살하고 자그만치 450원이나 올렸다. 이렇게 하면 경제 민주화가 실현될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청년들은 죽겠다고 외치는데, 중소 기업들은 힘들다고 하는데, 사교육비가 너무 높다고 외치는데 내가 해봤는데로 말하던 그분처럼은 말은 못하지만(해본게 없으니 못할 수밖에) 귀막고 눈감고 입다물고 지낸다. 어쩌면 국가와 결혼한 대통령은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장님 3년의 시집살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통령 임기를 다 마쳐도 채우지 못하는 4년은 어찌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불평등을 넘어라는 책에서는 불평등이 커지는 현상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내버려 두면 경제 정의는 물론이고 사회 정의마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렇지만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깜깜무소식이다. 아마 투철한 안보 의식으로 무장한 그들에게 이 책은 책 제목처럼 빨갱이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사라진 경제 민주화는 어디에 있을까? 현상금을 걸고 찾을 수만 있다면 찾고 싶다. 소수의견에서 나오는 대목처럼 100원이라고 걸고 찾고 싶다. 파업하는 사람들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물려 투신하게 만드는 이 땅에, 6300원으로 황제 식사를 했다는 국회의원이 고개를 들고 다니는 이 세상 속에서, 법인세 감세 효과가 MB정부 4년 동안 30조가 넘는 세상 속에서, 손자학비 증여 금액을 1억까지 비과세한다는 세상 속에서,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잘한 일이라고 박수치는 세상 속에서, 215억 7천만원의 연봉(2014년 기준 정몽구 회장/현대제철 퇴직금 94억 9100만원 포함)을 받는 대그룹 총수와 5,210원을 받는 최저 임금자가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실종된 경제 민주화를 찾고 싶다.

 

  경제 민주화야 바지 줄여 놨으니 3년 후에 오지 말고 지금 와라!

 

  고전적인 문구라도 붙여놓고 찾고 싶다. 불평등을 넘어 정의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불평등한 구조만이라도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고, 우리가 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목함 지뢰에 폭약이 몇 그램 들어갔는지는 모른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내용은 좋은데 별점을 두개 준 이유는 정말 간단하다. 너무 표가 많다. 저자가 말한대로 도표가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이 책의 독자들이 줄어들텐데, 이 책의 독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이 리뷰는 알라딘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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