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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 - 동아시아 속 우리 건축 이야기
김동욱 지음 / 김영사 / 2015년 5월
평점 :
생각 하나
어떤 외국인이 한강에 줄지어 있는 아파트를 보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왜 저렇게 멋없이 짓나요? 혹시 저것들은 전쟁 시에 차폐물로 사용하기 위해서 짓는 것인가요?"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한강변을 달리면서 이 말을 떠올려 본다. 너무나 비슷하게, 아니 똑같이 지어진 아파트들을 바라보면서 한국의 건축문화가 무엇인가 생각을 해본다.
생각 둘
제대를 하고 잠실에서 5년을 살았다. 도로는 넓게 뚫려 있고, 고층 빌딩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역시 강남이구나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낀다. 강북에 있는 고궁들, 한옥들이 그립다. 과거 수업을 째고 많이 돌아다녔던 경복궁도 절실하게 그리워진다.
생각 셋
어느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도대체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왜 관광을 오는지 모르겠다. 일본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중국처럼 거대하지도 않고, 유럽처럼 전원적이지도 않는데 무엇을 보러 오는지...
한국의 건축문화에 대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다. 여기에 근거하여 한국에는 건축 문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 한국에는 건축 문화가 없는 것일까? 강북에 위치한 고궁을 둘러보면 각 궁마다 풍기는 느낌이 약간씩 다르다. 창경궁과 창덕궁이 조용한 전원의 풍경이라면 경복궁은 한껏 단장한 여인의 모습이랄까?
책을 보고 있던 어느날 8살 난 딸과 7살 난 아들이 나에게 물어본다. 아빠 어느 것이 중국 건축물이고, 어느 것이 한국 건축물이며, 어느 것이 일본 것이예요? 일본 것이야 금방 알아챘지만 중국 것과 한국 것은 약간 헷갈렸다. 같은 동아시아의 건축물들이라도 일본 것은 왜 금방 눈에 띄고, 중국 것과 한국 것은 헷갈리는 것일까? 건물 전체가 아니라 지붕만 보고 답한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나는 다른 곳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이 책의 저자가 한 말과 일맥 상통하는 것인데, 일본은 중국과 한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섬나라라는 특성 때문에 고유한 모습으로 발전했을 것이고, 한국과 중국은 일본보다는 교류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어떤 사람들은 한국의 건축물은 중국의 건축을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를 건축문화가 얼마나 왕성하게 교류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건축도 문화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주고 받는다. 다만 중화 사상 때문인지 몰라도 한국의 건축 문화는 중국의 건축 문화를 많이 답습하는 차원에서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한국 건축물의 배치를 보면 중국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평지에 건축하는 중국으로서는 단을 높이는 것은 가급적이면 자제하지만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진 한국에서는 일부러 단을 높여서라도 건물의 배치를 달리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어렸을 적 한옥들이 대체로 높낮이가 달랐던 기억이 난다. 대청 마루가 있던 그곳은 다른 건물에 비해서 약간 높았고, 소를 키우던 외양간은 다른 건물에 비해서 약간 낮았다. 물론 그 옆에 비슷한 높이의 행랑채가 있었고.
중국과 한국, 일본의 건축 문화에 대해서는 이 책을 자세하게 보면 알 것이고, 다만 안타까운 것은, 그리고 한국의 건축 문화가 크게 발전하지 못했던 것은 장인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던 한국의 꽉막힌 유교 정신 때문이 아닐까? 실용적인 학문들을 무시하고 자구와 이론에만 매달려 씨름했던 한심함들이 오늘날 이런 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요즘처럼 너무 실용에 매달리는 것도 문제는 있다. 가장 실용적인 배치는, 건물을 쓰기에 가장 좋은 구조는 사각형 구조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예술의 경지에 이른 건축물들이 등장하기를 어려울 것이다. 오늘날 한국에 건축문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들이 사라져가고 투자로 생각하는 요즘 시대에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건출물, 건축 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